윤석열 정부 온실가스 감축정책, 공허하다
[김해동의 기후위기와 세상만사]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기’ 합의의 모호성 한국 청정수소인증제, 미세먼지 사태 예고 CF100 추진정책도, 실현성 극히 낮고 공허해 온실가스 감축은 재생에너지 전환만이 정답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
작년 연말에 있었던 두바이 기후총회(COP28)는 회원국 간의 격론을 거쳐서 화석연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겨우 타협안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두바이 기후총회에서 타결해야할 숙제가 여럿 있었지만 전 세계 시민들의 관심은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자(phase out)는 문구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되었습니다. 이미 COP26에서 석탄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가자(phase down)는 단계까지 합의가 진척되었기에 이번엔 단계적 퇴출까지 나아가보자는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두바이 기후총회는 기후총회 역사상 처음으로 산유국에서 개최된 기후총회였고, 예상대로 산유국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습니다. 그들은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논의하되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화석연료 퇴출 문제는 빼야한다는 것이었고, 화석연료 중에서도 석유(oil)를 언급하는 데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들은 화석연료 퇴출이 아니라 탄소포집기술 등의 ‘기후 테크’를 활용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관심을 돌리려 하였습니다.
산유국과 화석연료 퇴출에 부담이 큰 나라들과의 타협으로 만들어진 문구가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이었습니다. 이 문구를 상식적으로 해석하자면 다양한 기후 테크를 적용해서 화석연료 사용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다른 무(無) 탄소 에너지 사용도 늘려가는 방식으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화석연료를 퇴출하자는 뜻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이 합의 문구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조치를 취하면 기존의 화석연료 발전소를 유지해갈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로서 2030년 전후로 폐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던 석탄발전소가 암모니아를 혼소하는 방식으로 수명을 연장하려들 여지가 만들어졌습니다. 두바이 총회가 끝난 후에 사우디의 석유상은 “에너지 선택에서 파라오가 지시하는 방식은 사라졌다”고 반겼는데, 이 말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화석연료를 버리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한다는 거의 공식화되어 있던 압박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입니다. 화석연료에서 멀어지는 전환은 이렇게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인 기후악당 국가들이 악용할 여지가 있는 애매한 합의인 셈입니다.
다양하지만 효과차 큰 기후 테크
기후 테크(Climate Tech)란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온실가스가 대기로 방출되는 양을 줄이거나 기후 재해에 대응할 수 있으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기술을 가리킵니다. 기후 테크를 대별해 보면, ①재생에너지 등 탄소 배출 부담이 크게 경감되는 대체에너지 기술(클린 테크), ②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만들어진 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거나 다양한 산업의 원료로 재사용하는 기술(CCUS 등), ③자원순환과 에너지 회수기술(에코 테크) 및 ④기후재해 대응기술(지오 테크)이 있습니다.
이번 두바이 기후총회에서도 주로 ①과 ②에 해당하는 기후 테크 적용을 가속화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했습니다. 우선 2030년까지 현재 대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3배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을 2배 높이자는 것에 서약한 나라가 130개국에 이르렀습니다. 2030년까지 원전발전 용량을 3배 확대하자는 서약에도 22개국이 서명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2가지 서약에 모두 서명했습니다. 이 2가지 서약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3년 11월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의 에너지 생산 구조변화를 전망한 내용과 일치합니다. 두바이 총회에서 회원국들이 노력해서 새롭게 만들어낸 합의가 아니라 이미 이런 방향으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이외에도 CCUS(탄소포집 사용과 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자는 약속도 있었습니다. CCUS는 이산화탄소(Carbon)를 포집(Capture)하여 압축 및 수송과정을 거쳐서 땅 속에 저장(Storage)하는 기술과 포집한 탄소를 필요한 곳에 사용(Utilization)하는 것을 포괄한 개념입니다.
CCUS는 해결해야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미래기술입니다. 아직은 연간 포집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5천만 톤에도 미치지 못하고(전체 배출량의 0.1% 내외), 포집한 탄소의 90% 이상은 사용이 아니라 저장으로 처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현재 가동되고 있는 대부분의 CCUS 사업은 이산화탄소를 땅 속에 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유정의 석유 회수를 높이는 용도(CO2-Enhanced Oil Recovery; EOR)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묻어 탄소를 제거하는 것은 부차적인 성과에 불과합니다.
미국 등 전 세계에서 CCUS 기술개발에 연구개발 자금이 많이 투입되고 있지만, CCUS로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기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는 본질적인 문제가 여전합니다. 이를 해결하는 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운동가들 중에는 CCUS가 오히려 화석연료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방해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 ‘청정수소 인증제’의 문제점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청정 수소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위하여 ‘청정수소 인증제‘를 도입합니다. 이를 통하여 국내 청정수소 생산과 사용을 활성화하는 것이 제도 도입의 취지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고려하는 청정 수소의 대상에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수소가 포함되어 있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또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에 암모니아와 석탄의 혼소 발전도 참여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기후솔루션에서 발간한 보고서(2023. 12)를 바탕으로 이를 지적해보려 합니다.
우선 수소의 생산(공급) 단계의 문제입니다. 탄소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려면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하여 얻어야합니다. 이를 ‘그린(Green) 수소’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정부는 청정 수소의 기준으로 수소 1kg을 생산하는 데에 이산화탄소발생량이 4kg 이하인 경우로 정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에서 얻는 수소도 포함될 수 있고, 먼 거리를 수송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이 수반되는 수소도 포함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수소는 어떻게 만들었느냐에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화석연료보다 오히려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예로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블루나 그레이 수소(화석연료에서 추출)는 온실가스 감축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은 ’청정 수소 발전‘ 입찰시장에 암모니아와 석탄의 혼합연소 발전이 포함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혼소발전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는데, 국제사회로부터 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혼소발전은 석탄과 암모니아를 8:2 정도의 비율로 사용하는데, 석탄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암모니아가 연소하려면 높은 발열 점에 도달하여야 한다는 제약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혼소발전은 석탄발전소가 간판을 바꾸어 퇴출을 피해가는 탈출구로 작동할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석탄기반의 혼소발전은 암모니아의 생성에서 연소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을 고려한다면, 실제로 석탄발전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드는지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있습니다. 혼소발전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점은 이것이 석탄발전소보다도 대기오염 물질 배출에서 더욱 치명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의 보고서(2023)에 의하면 혼소발전이 석탄발전소보다 초미세먼지 배출을 30%나 더 배출한다고 합니다. 암모니아는 초미세먼지 생성에 매우 중요한 원인물질이기 때문입니다. 두바이 기후총회에서 합의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은 혼소발전과 같은 꼼수를 부리는 기후악동 국가들이 악용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셈입니다.

정도(正道)는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윤석열 정부는 원전 중심의 탄소중립 정책을 강조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CF100: Carbon Free 100, 무탄소 100%)의 국제 표준화를 주도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전 에너지에 기댄 CF100 추진은 CF100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유엔과 구글이 주도하고 있는 CF100은 ’24/7 CFE‘, 즉 1주일(7일) 내내 온종일(24시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CFE, Carbon Free Energy)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이를 달성하는 데에 원전 사용도 묵인하는 것입니다. 국제사회가 말하는 CF100은 원전중심이 아닙니다.
비록 두바이 기후총회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20여개 국가가 주도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전을 2050년까지 현재보다 3배 늘려가자는 데에 서명했지만, 그 양은 재생에너지 확대 전망 양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두바이 기후총회에서 모아진 합의대로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확대된다면 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입될 비용은 원전의 그것보다 10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국제에너지기구, 2023). 금세기 중반이 되면 전 세계 전력생산 비중도 재생에너지가 원전을 압도하게 됩니다. 2050년 이후엔 재생에너지가 지금의 화석연료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온실가스 감축의 올바른 길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입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고집하는 원전이나 석탄∙암모니아 혼소는 전 세계가 지향하고 있는 올바른 길(大道)이 아닙니다. 그것은 장래 우리나라에 큰 부담을 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악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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