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의 ‘사명’에 대하여

[장은주의 시민을 위한 정치철학] 조국 개인의 ‘신원(伸冤)’문제 아니라 ‘정치인 조국’은 어쩌면 운명일지도 민주당을 견인할 선봉대 역할하면서 ‘시민적 진보정당’으로 진보를 혁신시켜야

사진=MBC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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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주도하는 조국혁신당이 창당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던 검찰개혁에 맞선 윤석열 일당의 ‘검란(검찰쿠테타)’ 와중에 온 가족이 ‘도륙’ 당하는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그가 결국 정치의 장에 들어와서 반격을 시작했다. 한때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이른바 ‘조국 사태’의 어떤 필연적 귀결이라고 볼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결코 국회의원 자리를 위해 연동형 비례 대표 제도를 악용하는 무슨 ‘1회용 정당’이나 ‘떳다방 정당’이 아니다. 4년 전의 ‘열린민주당’과도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정당이다. 내 생각에 이 당은 지금과 같은 우리 정치지형에서 나름의 고유하고 객관적인 탄생의 이유와 사명을 갖고 있다. 세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정치인 조국’이라는 ‘운명’

어쩌면 조국 전 장관은 그동안 온 가족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기소에 대해 사법부가 어느 정도는 바로잡아 주리라 기대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알다시피 사법부는 검찰의 판단을 거의 그대로 따르며 검찰 편에 섰다. 물론 사법부의 판단처럼 조국 본인과 정경심 교수가 실제로 많은 죄를 지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법부가 내린 판결의 올곧음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아야 할 좋은 이유가 많다. 많은 시민들은 ‘사법의 정치화’를 걱정한다. 이 사법의 정치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인되는 경향이지만, 우리의 경우 너무 지나치게 도를 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판결은 제쳐 두고 조국 본인에 대한 재판 결과만 보라. 성인인 딸에 대한 장학금이 당시 야권의 비판적 지식인이었던 아버지 조국 교수에 대한 ‘뇌물’이라거나 ‘김영란법’을 위반한 선물이라는 판결을 양식을 지닌 어떤 시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인턴쉽 활동 시간 부풀리기를 형사상의 ‘범죄’로 규정하고 아들의 외국 대학 퀴즈 풀이를 도운 게 그 대학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유죄판결을 내린 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조국 전 장관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법정 구속은 하지 않은 1심과 2심 재판부는 결국 모종의 ‘정치적’ 선택을 했다고 본다. 아마도 하급심 판사들은 이런저런 판결 후폭풍을 걱정하면서 최종적인 판단을 대법원에 맡겼을 것이다. 사실 검찰의 기소 자체부터 극도로 정치적이었다. 판사들은 스스로 편향적이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정치적 상황에서 이 사건을 공명정대하게 판결할 결기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대법원이 정치적 부담을 지면서 최종적으로 판단하라고 공을 떠넘긴 것이다.

사실 이번 재판이 아니더라도 사법부의 정치적 편향성은 그동안 충분히 확인된 바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법부는 정치적 영향력이 큰 사건에서 대부분 검찰과 기득권 세력의 편을 들어왔다. 사법부의 판사들은 출신 계층이나 객관적인 사회적 지위로 볼 때 기본적으로 검찰 및 기득권 세력과 동일한 이해관계나 이데올로기를 갖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우리나라 판사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준사법기관 검찰의 막강한 권한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함도 있다. 결국 정치만이 검찰이든 사법부든 제대로 민주주의의 이상에 걸맞게 이끌고 견제할 수 있다.

이는 조국 전 장관이 정치의 장으로 문제를 가져오고 스스로 정치인이 될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정치인 조국’은 모종의 ‘운명’이다. 한겨레신문 같은 진보 언론조차 조 전 장관이 유죄 판결을 수용하고 자중하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은 고도로 정치화된 사법부의 실상을 외면할 때만 가능한 이야기다.

물론 단순히 조국 개인의 어떤 ‘신원(伸冤)’이 문제는 아니다. 조국 전 장관은 우리 사회에서 결코 단순한 자연인 개인이 아니며, 그의 가족이 당한 고통도 결코 그의 검찰개혁 행보와 분리시켜 이해할 수 없다. 조국은 검찰개혁의 상징 그 자체다. 그 검찰개혁은 단지 정치적으로만 실현될 수 있다. 그런 만큼 조국혁신당은 검찰개혁의 완수와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아주 중요한 공적 과제를 핵심 정체성으로 하는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입증되고 있듯이, 지금 많은 우리 시민들이 이에 대해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다.

3일 창당대회를 갖는 조국혁신당의 로고(왼쪽)과 문재인 대통령시절 더불어민주당의 로고(오른쪽)
3일 창당대회를 갖는 조국혁신당의 로고(왼쪽)과 문재인 대통령시절 더불어민주당의 로고(오른쪽)

민주당 2중대가 아닌 ‘선봉대’

물론 윤석열 정권 심판과 검찰개혁은 사실상 비례대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신생 조국혁신당만으로 달성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결국 우리 민주개혁세력의 맏형이자 중추인 민주당이 나서야 한다. 지금과 같은 공천 및 계파 갈등 속에서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연 승리할 수 있을지 지극히 불투명하긴 해도, 어떤 경우에도 민주당 없이 그런 과제는 조금도 달성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당이 그동안 조국 전 장관이나 검찰개혁이라는 과제와 관련하여 취해 왔던 어정쩡한 태도를 잘 알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은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하여서는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하니 어쩌니 하며 볼썽사나운 태도마저 보여 왔더랬다. 물론 이는 이 당에 속한 정치인들의 어떤 인간적 비겁함 탓만은 아니다. 민주당은 수권 정당을 지향하기에 어쩔 수 없이 다소 중도적인 성향의 유권자들도 지지할 수 있는 이른바 ‘포괄정당’이 되어야 하는 까닭에, 어떤 이유에서든 여론이 갈리는 조국 전 장관 관련 문제를 두고 선명한 입장을 취할 수가 없었다. 이는 곧 정치인 조국이 민주당을 기반으로 할 수 없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핵심적인 이유다.

그러니까 검찰개혁이나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과제와 관련하여 민주당과 함께 하면서도 민주당을 제대로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 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그런 과제는 민주당이 중심에 서지 않고서는 실현할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우리 정치권의 조건과 상황에서 민주당만으로는 그 과제를 달성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민주당보다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정의당은 그동안 ‘민주당 2중대’가 되기 싫다는 이유로 많은 사안에서 ‘국민의 힘 2중대’가 되는 선택도 마다하지 않았더랬다. ‘조국 사태’는 그에 대한 중요한 변명거리가 되기도 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진보 정당을 자처하는 정의당은 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심화시키는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그동안 정의당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서 정의당과는 다른 방식으로 민주당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게 된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왼쪽’에서 더 선명하게 검찰개혁과 윤석열 정권 심판을 주도할 수 있는, 말하자면 ‘민주당 선봉대’ 정당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다. 그동안 제6공화국 정치체제에서 이런 성격을 가진 정당은 제대로 안착하기 힘들었다. 과거 민주노동당과 그 계보를 잇는 진보당이나 정의당이 몇몇 사안에서 그런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하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했다. 어떤 때는 엉뚱한 이념 지향이 문제가 되기도 했고, 정치적 유연성을 망각한 무슨 ‘독자 노선’에 대한 고집이 문제를 심화시켰다. 조국혁신당은 이제 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러니까 민주당과 함께 하면서도 민주당을 앞장서 견인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진보적 소수당의 위치에 서 있게 되는 것이다.

여론도 이 방향을 지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지금 시점에서 가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의 여론 동향을 보면, 이 당이 우리 정치 구도 속에서 제대로 된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러모로 의심스럽다. 아마도 이번 총선에서는 조국혁신당이 지금까지의 정의당의 위상을 대신할 것처럼 보인다. 민주화 이후 많은 진보적 시민들은 그동안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진보 정당’이라는 투표 양태를 보여 왔는데, 이번에는 조국혁신당이 그 진보 정당의 자리를 차지하지 싶다.

2019년 10월 검찰개혁과 조국 당시 법무장관을 수호하기 위한 서초동 집회가 매주말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10월 검찰개혁과 조국 당시 법무장관을 수호하기 위한 서초동 집회가 매주말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새로운 ‘시민적 진보 정당’이 되어야 한다

물론 조국혁신당은 민주노동당이나 정의당과 같은 성격의 진보, 좌파 정당은 아니다. 이 당의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조국 전 장관 본인도 여러 인터뷰에서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조국혁신당은 어떤 정치적 지향이나 색깔을 갖는 정당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얼마간 분명한 답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 당이 검찰개혁 문제나 윤석열 정권 심판 관련해서는 민주당의 선봉대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과제의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그에 대한 기치만으로는 제대로 된 정당이 될 수 없다. 더구나 의도적이든 아니든 정의당을 대신할 수밖에 없다면 새롭고 의미 있는 진보적 정체성을 분명하게 정립해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조국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심판과 함께 ‘사회권의 실현’과 ‘노회찬 정신의 계승’이라는 가치를 내세운다. 과거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그는 스스로가 ‘자유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사회주의자’라고 한 적이 있는데, 어쩌면 그런 지향이 이렇게 표현된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정의당 출신인 신장식 변호사를 1호 인재로 영입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충분히 상징적이다. 그러나 아직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검찰개혁과 사회권 강화를 통일적인 관점에서 설득력 있게 보여 줄 새로운 진보적 정당 노선의 확립이 필요하다.

사실 지금 민주당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진보 진영 전체는 이념적 혁신이라는 과제 앞에 서 있다. 민주노동당 이래 정의당까지 진보 정당 실험이 지금과 같은 위기에 봉착한 데는 낡은 진보 이념의 자장을 제대로 벗어나지 못한 탓도 크다고 보아야 한다. 조국혁신당은 단지 투표에서 진보 정당의 자리를 대신할 뿐만 아니라 그런 실험에 대한 일정한 성찰 위에서 진보 진영 전체의 지연된 혁신을 대신 수행해야 한다는 사명을 떠안아야 하고 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나는 이 지점에서 이 당이 내가 민주당에 대해 주문했지만 충분히 수용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시민적 진보’의 길을 가 보면 어떨지 제안하고 싶다. 이에 대해서는 예전 칼럼(민주당, 어디로 가야하나...①시민적 진보의 길)에서 다룬 적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간단하게 언급만 해 두자. 이 시민적 진보는 통상적인 진보와는 결이 많이 다른 철학과 정치적 지향을 갖고 있다. 한 마디로 민주적 시민성이라는 토대 위에서 모든 시민의 평등한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민주공화국의 이상을 추구하는 진보다. 신당이 강조하고 있는 ‘제 7 공화국’에 대한 지향도 이런 바탕 위에서 더 잘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반드시 내가 제안하는 방식이 아니라도 좋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조국혁신당이 우리 사회에 진보 정치의 이념적 혁신이라는 과제도 반드시 떠맡길 바란다. 이 문제는 조국혁신당이 단지 조국이라는 개인만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공당으로서 우리 정치권에 자리 잡기 위한 핵심적 관건이 아닐까 한다. 신당의 성공을 빈다.

글쓴이

장은주 영산대 교수

장은주는 영산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정치철학자다. 어떻게 하면 한국 민주주의가 좀 더 안정되고 성숙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필요한 철학적 인식을 다듬는 게 주된 관심사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괴테 대학에서 ‘비판사회이론’을 공부해서 학위를 받았는데, 한국 사회의 고유한 삶의 문법과 발전 동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독자적인 이론을 만들고 싶어 한다. 최근에는 시민들의 민주적 역량 함양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에 관심이 많다. <인권의 철학>, <정치의 이동>, <유교적 근대성의 미래>, <시민교육이 희망이다> 같은 책을 썼다. 최근에는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적 공정 담론을 비판적으로 해부하고 ‘민주적 평등주의‘라는 대안을 제시한 <공정의 배신>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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