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대사가 위안을 받은 미술전시회

지노비예프 대사, 한러 민간문화교류 격려 “한러 관계는 깊은 바다와 같아...교류 환영” 러 그림 200여점 둘러보며 감동받기도 “조국 러시아를 보는 듯...큰 위안 받았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 대사가 한전갤러리에서 열리는 '명작 From Russia' 전시회를 방문, 격려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갤러리 까르찌나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 대사가 한전갤러리에서 열리는 '명작 From Russia' 전시회를 방문, 격려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갤러리 까르찌나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전갤러리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게오르기 베니아미노비치 지노예프 주한러시아대사와 대사관 관계자들이었다.

대사 일행은 지난 6월30일부터 한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명작 From Russia> 전시회에 전시중인 200여점의 러시아 현대 추상화, 무드 풍경화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이 전시회는 국내 유일의 러시아 그림 전문갤러리 <까르찌나>(관장 김희은)가 주관하는 전시회로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27일까지 한 달간 17인의 러시아 작가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라시아의 긴장과 최근 북한-러시아 포괄적전략동반자 조약이후 한국과 러시아의 불편한 외교 갈등이 이어지는 외교 먹구름 속에서 ‘민간 교류의 미술전시’라는 희망의 빛을 찾으려는 공간이다. 지노비예프 대사 일행은 이런 시점에 열리는 러시아그림 전시회라는 특별한 의미를 높이 사 기꺼이 전시장을 방문한 것이다.

전시 나흘째 열린 <명작 From Russia> 전시회 VIP행사에서 지노비예프 대사는 인사말도 했다. 그는 “러시아와 한국 양국의 관계가 지금은 어려운 것은 맞지만 러시아와 한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관계를 맺어왔고, 그때도 문화교류가 앞장섰다”면서 “깊은 바다는 위에는 바람이 세게 불고, 파도가 높게 일지만, 바다 깊숙한 곳에는 항상 고요하다. 양국 관계도 예전부터 깊이 있고 큰 바다와 같았다. 그런 만큼 어려운 시기에 열리는 이번 행사는 더욱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격려했다.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과 콜렉터 등 30~40명의 VIP를 초대한 김희은 갤러리 까르찌나 관장은 앞서 초대의 말을 통해 “갤러리 까르찌나는 2020년 7월 첫 전시 이후 한국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러시아 미술을 한국에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며 “이제 그 노력에 대한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러 양국간의 예술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 민간외교부분에서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예술은 그 어떤 정치적 이념과 현실을 뛰어넘는 정신의 산물”이라며 “앞으로 트레챠코프 미술전을 한국에 유치하고, 러시아 한국작가전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현택 한·러문화예술협회 부회장(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축사에서 “한·러 수교가 이루어진지 30여년 정도 되는데 많은 기획자들이 러시아 콘텐츠를 한국에 소개해 왔지만, 김희은 갤러리 까르찌나 관장처럼 꾸준히 성과를 올리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며 “민간 교류에 앞장서고 있는 갤러리 까르찌나가 계속 성장해서 한러 교류의 견인차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 칼럼니스트>의 문주용 대표도 인사말을 통해 “그림 속 러시아는 웅장한 자연이 있고, 고뇌하는 인텔리가 있고, 아름다운 봄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다. 그들은 차가운 북풍이 몰아치는데도 굴복하지 않고, 인간애로 빛나며, 영하 30도이하로 내려가는 겨울을 견뎌내고 찬란한 봄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며 “이번 전시회에서 쿠카츠 부자의 아름다운 무드 풍경화, 볼코프의 희망과 사랑의 그림, 올가 불가코바의 염원을 향한 추상, 그리고 시트니코프의 입체추상 등 아름다우면서도 서구의 화풍과는 다른 러시아의 명작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 대사(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김희은 갤러리 까르찌나 관장(맨 왼쪽)으로부터 전시된 러시아그림의 설명을 듣고 있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 대사(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김희은 갤러리 까르찌나 관장(맨 왼쪽)으로부터 전시된 러시아그림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어서 지노비예프 대사일행과 콜렉터들은 한전갤러리 1, 2층에 전시된 200여 점의 작품을 돌아보며 작품을 감상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특히 2층 기획전시실에 전시된 러시아 무드풍경화에 감동을 받는 인상이었다. 올해 1월 한국에 부임한 그는 그림 하나하나 설명을 듣고 인터넷으로 작가를 검색하면서 “조국 러시아를 여기서 보고 있는 기분”이라며 “러시아의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아 참으로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시회를 떠나며 김희은 관장에게 “큰 위안을 받고 간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그는 전시 작품을 돌아보는 내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한국과 러시아 외교당국간 불편한 관계에 대해서는 일절 얘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문화교류를 이어가야 한다는 뜻은 간접적으로 강하게 피력했다. 지난 1월 한국으로 부임한 그는 짧은 기간에도 김현택 교수 등 한국내 러시아 관련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가지면서 한국내 러시아 정서를 느끼고, 러시아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갤러리에서 전시중인 '명작 From Russia' 전시 포스터.
한전갤러리에서 전시중인 ‘명작 From Russia’ 전시 포스터.

한편,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은 러시아 추상주의 그림 100여점과 무드 풍경화 180점이며, 소련 붕괴 후 최초의 옥션 경매 작가로 러시아 추상을 서방에 알린 알렉산드르 시트니코프를 비롯, 색채 추상의 대가 올가 불가코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최고봉 미하일 쿠가츠 등 모두 17명의 작가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대표작으로 미하일 쿠가츠의 <배웅>, <먼길> 과 올가 불가코바의 <천사와 싸우는 야곱>, 알렉산드르 시트니코프의 <가족> 등이 있다.

전시회 오프닝 첫날 100여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오프닝 미술강연을 들은 후 작품 설명을 위한 도슨트에 참여했다.
전시회 오프닝 첫날 100여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오프닝 미술강연을 들은 후 작품 설명을 위한 도슨트에 참여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전시 부대 행사가 열리고 있다. 첫 번째로 한국 외국어대학교 국제 연구소인 ‘한국외대 똘레랑스 HK+ 국가전략사업단’와 함께하는 <강연 프로그램>에서는 12인의 러시아 전문가들이 나서서 러시아 문학, 음악, 영화, 역사, 연극, 미술, 발레 등의 주제로 전시기간 내에 주말마다 12차례 걸쳐 강연한다. 러시아 문화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로자' 이현우 문학평론가가 '도스토옙스키 소설과 미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로자’ 이현우 문학평론가가 ‘도스토옙스키 소설과 미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30일 오프닝 행사로 준비한 정연복 미술평론가(칼럼니스트)는 <알수록 재미있는 미술관>, ‘로자’로 유명한 이현우 문학평론가의 <도스토옙스키 소설과 미술> 강연과 김희은 관장의 오프닝 도슨트가 이어졌는데, 오전부터 100여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참가하는 등 큰 성황을 이뤘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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