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전기차 화재, 내연차보다 덜 위험하다
“전기차, 내연차 보다 화재발생 확률 낮으나, 한번 발생하면 진압하기는 더 어렵지만 그 화재가 더 위험하지는 않다”는 결론 왜 그럴까를 조목조목 짚어본다면
①에 이어 계속
전기차 화재의 특성
다음으로 짚어보고자 하는 문제는 대중에게 퍼지고 있는 전기차 공포, 즉 ‘전기차 포비아’에 대한 것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의 뒤를 이어 자동차의 주류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직까지 인식이 좋지 않다. 비싼 가격,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의 불편함 등 실용적인 문제도 있지만, 전기차는 불이 잘 나고 한 번 불이 붙으면 꺼지지 않는 위험한 차라는 공포심도 주요한 원인이다. 이번 청라 화재사고는 이런 공포심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런 대중의 공포에 편승하여 전기차의 충전율을 제한하자거나,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고 지상 주차장에만 주차하도록 하자거나, 전기차 충전기 근처에 질식포(화재가 났을 때 덮어씌워서 공기를 차단하여 화재를 진압하는 도구)를 비치하도록 법제화하자는 등의 주장이 중구난방으로 제기되고 있다.
나는 이와 같은 대중의 공포가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포의 정도가 실재하는 위험에 비해 과도하다고 생각하며, 위와 같은 주장들이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전기차 화재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효과적인 대안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차 화재의 특성을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1.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불이 더 잘 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확실히 ‘아니오’이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에서 화재가 발생할 확률에 대해서는 여러 기관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가 있다. 구체적인 수치는 발표한 기관마다 다른데,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60분의 1 수준으로 낮다는 연구부터 거의 유사한 수준이라는 연구까지 편차가 크게 존재한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차는 아직 보급이 미미한 수준이고 연식과 주행거리가 누적된 노후차에 대한 데이터는 더욱 부족한 상황이라 통계치의 신뢰도가 비교적 낮다고 볼 수 있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연구에서도 전기차의 화재 확률이 더 높게 나타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즉, 전기차는 화재 발생의 확률 측면에서는 내연기관차보다 더 안전하거나 최소한 동등한 수준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
2.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불을 끄기가 어려운가?
이에 대한 대답은 확실히 ‘예’이다. 미국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내부 보고에 따르면 화재 진압에 걸리는 시간이 내연기관차는 평균 1시간 이내이지만 전기차는 최대 8시간까지 걸린다고 한다. 전기차에 불이 붙었을 경우 진압이 어렵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왜 전기차 화재는 진압이 어려운 것일까? 이것을 이해하려면 ‘배터리 열폭주’라는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배터리 셀 내부에서 어떤 이유로 분리막이 손상되거나 양극과 음극이 기계적으로 접촉하게 되면 높은 전류가 한꺼번에 흐르면서 배터리 셀의 내부 온도가 올라가고, 이 열에 의해서 전해액이 분해되어 가연성 가스가 발생함과 동시에 양극재가 분해되어 금속산화물로부터 산소가 발생하고, 뒤이어 가연성 기체와 산소가 반응하여 화재가 발생하게 된다. 하나의 셀에서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그 열로 인해 주위에 있는 셀들의 온도가 올라가서 가연성 기체와 산소가 발생하여 배터리 팩 전체로 화재가 확산되는 것을 ‘배터리 열폭주’라고 한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화재의 3요소인 연료, 산소, 점화열이 모두 배터리 내부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연료와 점화열이 차량 내부에 존재하지만 산소는 외부의 대기에 의존하기 때문에 물이나 소화분말로 산소공급을 차단하면 화재가 진압되지만, 전기차의 경우는 산소마저도 배터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기존의 소화방법으로 진화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배터리팩은 밀폐형 구조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소화액이 잘 침투되지 않고, 발생하는 가연성 가스가 유독하기에 진화를 위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3. 전기차의 화재는 내연기관차의 화재보다 더 위험한가?
언뜻 보기에 이 질문은 쓸데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전기차 화재가 진압이 어려우니 당연히 더 위험한 것 아닌가?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다른 사례를 들어 보자.
휴대폰에 들어 있는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전기차에 들어 있는 배터리와 작동원리가 같은 제품이다. 다만 그 크기와 용량에서 큰 차이가 있을 뿐이다. 휴대폰에서 불이 나는 것도 물론 위험한 일이지만, 휴대폰 화재와 전기차 화재를 비교한다면 누구나 전기차 화재가 더 위험하다고 할 것이다.
같은 배터리 화재인데 왜 휴대폰보다 전기차가 위험할까? 그 이유는 바로 열량의 차이에 있다. 휴대폰보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서 방출되는 열량이 월등히 크기 때문에 전기차 화재가 더 위험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큰 불이 작은 불보다 위험한 것이다.
그렇다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화재에서 어느 쪽이 더 ‘큰 불’인가? 의외라고 느껴질 수 있으나 차량이 전소되는 경우 방출되는 총 열량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사이에 별로 차이가 없다. 전기차나 내연기관차 모두 화염이 차체 내부에 있는 플라스틱 등 가연성 물질에 옮겨붙어 방출되는 열량이 연료나 배터리의 연소에 의한 열량보다 더 크기 때문에 차량의 종류에 관계없이 방출되는 총 열량이 비슷하다.
이에 더하여, 대중들은 전기차 화재에서 더 고열이 발생할 것이라고 짐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립소방연구원에서 2021년에 실시한 실험에 의하면 차량 내부에서 측정된 최고 온도는 내연기관차(가솔린)가 935.4℃, 전기차가 631.0℃로 오히려 전기차가 더 낮다.

위의 실험 데이터를 보면 차량 내외부의 최고 온도 모두 내연기관차가 더 높을 뿐만 아니라 최고온도에 도달하는 시간도 내연기관차가 더 짧다. 즉, 일단 화재가 발생했다면 내연기관차가 더 빨리, 더 맹렬히 불타오른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내연기관차가 화재 초기에 더 강하게 불타오르지만 전소될 경우 화재의 총 규모는 두 종류의 차량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위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종합하면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차는 화재가 발생할 확률은 낮으나, 한번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는 더 어려운데, 그 화재가 더 위험하지는 않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즉, 전기차 화재가 내연기관차 화재에 비해 잘 꺼지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기차 화재를 특별히 더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전기차 화재 피해 규모는
이번 청라 화재 사고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점은 피해 규모가 유례없이 크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일까? 만약 내연기관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이렇게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을까? 이에 대한 답을 내놓기 전에 이전에 있었던 전기차 화재 사고의 피해규모를 살펴보자. 아래 표는 8월 13일에 국회의원 구자근 의원실에서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전기차 화재현황’ 자료2)이다.

연도별 재산피해액을 화재건수로 나누어 보면 평균 피해액은 2019년 3천8백여만원에서 2023년 2천여만원으로 줄어드는 추세임을 볼 수 있다. 평균 피해액의 규모로 볼 때 차량 한 두 대 정도의 손실에 머무는 제한적인 규모의 피해만 발생한 것으로 유추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 내연기관차 화재의 피해액 자료를 입수하지 못해 어느 쪽 피해가 더 큰지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기차 화재의 피해가 평균적으로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은 드러난다.
그렇다면 이번 청라 화재 사고의 피해규모가 유례없이 큰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그 답은 스프링클러에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공동연구하여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현재 설치되어 있는 상부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동작할 경우 전기차 자체의 화재는 진압되지 않지만 바로 옆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은 일부 도장면 손실만 발생할 뿐 화재가 전이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반해 청라 아파트에서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스프링클러를 인위적으로 껐기 때문에 화재의 확산을 막을 수 없었고 유례없는 규모의 피해로 확산된 것이다. 청라 아파트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은 전기차 때문인 것이 맞지만 피해를 키운 것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다. 전기차에게 사고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참고문헌
“전기자동차와 가솔린자동차의 실물화재 비교 분석”, 최아영 외, 한국방재학회논문집 제21권 6호, 2021년 12월.
“최근 5년간 전기차 화재 189건 발생… 지하주차장에서도 22건”, 조정제, 안전신문 2024년 8월 13일 기사(https://www.safet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1660)에서 재인용.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고병용 외, 한국화재소방학회 논문지 제38권 2호, 2024년.
“[집중취재] ‘전기차 포비아’ 부른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 문제는?”, 최영, 최누리, 소방방재신문 2024년 8월 9일 기사.
“Global EV Outlook 2024”, International Energy Agency, April 2024 (https://www.iea.org/reports/global-ev-outlook-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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