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전기차 공포 해소가 車산업의 미래다
다양한 전기차 사용 제한들 불합리 또는 비효율적이고, 효과없어 전기차 확산은 피할 수 없는 대세 과도한 ‘전기차 공포심’ 대신 합리적 위험관리 인프라 만들어야
②에 이어 계속

전기차 사용을 제한하는 제안들
지금까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기차에 대한 공포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 왜 불합리한 판단인지에 대해 상세하게 살펴보았다. 이제부터는 전기차 사용을 제한하자는 여러가지 제안들이 왜 실효성이 없는지를 살펴보겠다.
첫번째로 전기차 충전레벨을 제한하자는 제안을 보자.
이 제안은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를 수정하여 최대 충전 레벨을 90% 수준으로 낮추자거나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려면 충전 레벨이 50%이하여야 한다거나 등등 세부 내용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차량이 제조될 때 부여된 충전 용량의 일부만 사용하자는 주장이다.
충전 레벨을 낮추면 화재가 발생할 확률이 내려가는 것은 맞다. 하지만 배터리는 제조될 때부터 이미 안전을 고려하여 충전 레벨에 약간의 마진을 두도록 설계되어 있다. 여기에서 충전 마진을 더 확대하게 되면 전기차 주행거리가 줄어들게 되어 사용자 불편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화재를 완벽히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확률은 낮아지겠지만 화재는 또 발생할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마진을 더 확대할 것인가? 최대 충전 레벨을 어디까지 낮출 것인가? 80%? 70%? 아니면 화끈하게 50%로 낮출까? 주차장에 출입하는 차량의 충전 레벨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도 실질적인 어려움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비싼 배터리를 달아놓고 그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함으로써 경제적인 효용성을 강제로 낮추는 문제를 안고 있는 제안이다.
다음으로 전기차는 지상에만 주차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보자.
이렇게 한다면 청라 사고처럼 대규모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제안일 것이다. 하지만 지상 주차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단 화재가 발생한다면 초기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만약 주위에 주차된 다른 전기차가 있다면 화재가 쉽게 다른 차량으로 전이될 것이고, 여러 대의 전기차가 동시에 불타게 된다면 한 대만 있어도 진압이 어려운 전기차 화재가 더욱 진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또한 배터리 열폭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화수소(HF)같은 유독성 가스에 의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것도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질식포를 보급하자는 제안을 보자.
질식포는 산소가 공급되는 경로를 차단하여 화재를 진압하는 도구인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내부에서 산소가 공급되므로 효과가 없다. 오히려 질식포는 물이 화재지점에 닿지 못하도록 하여 화재를 보호하는 역효과를 내게 된다.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질식포 보급은 전기차 화재의 메커니즘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주장하는 실효성 없는 제안이다.
이런저런 제안들이 모두 실효성이 없다면 과연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인가? 나는 제조물 책임법을 보다 강하게 적용하고 건물 내 소방방재 시스템에 대한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할 것을 제안한다.
제조물 책임법에 관해서는,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제조사가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포괄적으로 추정하는 방향의 해석을 확대하고 징벌적 배상 강도를 높여 기업들이 스스로 안전 대책을 세우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특히 배터리 인증제와 같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면 그 의도와는 반대로 기업들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음을 감안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복잡한 법적 다툼으로 끌려들어가지 않고 피해에 대해 우선적으로 보호받은 다음 피해 보상에 대한 실질적인 부담을 누가 짊어질지는 관련 기업들 사이에서 조정하도록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소방방재 시스템에 대한 관리에 대해서는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청라 화재 사고에 있어서 책임의 비중을 따진다면 나는 스프링클러를 끈 관리사무소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동작했다면 차량 몇 대의 손실로 끝났을 일이 880대의 차량 손실(전소 42대, 부분소 45대, 그을음 피해 793대)과 함께 건물 자체의 안전성까지도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으로 확대된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정부 당국은 관리사무소의 이 행위에 대해 엄하게 책임을 묻기 바란다.
이와 동시에 대중들도 화재경보가 오작동했을 경우에 불편함만 생각하지 말고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화재경보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의 위험을 생각하여 민원을 제기하는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자제할 필요가 있다. 불편함 보다는 안전함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건물을 건설하고 관리하는 측면에서도 늘어나는 전기차에 대비하여 소방방재 시스템이 오작동하지 않도록 유지보수를 더 철저히 하고 하부 스프링클러 등 보다 효과적인 소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투자를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어디로 가야하나
이번 청라 화재 사건은 엄청난 피해 규모로 인해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이런 의견들에 더해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한국 경제의 근간은 제조업이다. 우리나라는 식량과 에너지를 자급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 나라이다. 먹고 살려면 식량과 에너지를 외부에서 사 와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외화를 벌어들이는데 제조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제조업 중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이 기존의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도달했다. 새로 팔리는 자동차 5대 중 1대가 전기차라는 말이다. 이미 전기차 비중이 90%를 넘어선 노르웨이는 예외로 치더라도 중국 약 40%, 유럽 주요국 평균 약 20% 등으로 시장의 구조가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전기차 점유율 약 10% 수준으로 시장의 변화에 뒤처져 있다.
현대기아차를 포함하여 한국의 주요 기업들의 규모는 이미 한국 시장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내수시장보다 해외시장에서 올리는 매출이 훨씬 크니 한국 시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옳지 않다.
국내 시장은 이들 기업에게 엄격한 제품 테스트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기업들은 내수시장에서 검증받은 제품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어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전기차가 외면당해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 경우 국내 기업의 전기차 경쟁력이 손실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2023년 판매량 기준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점유율 8%를 기록하며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3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이 달라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4.9%를 기록하며 7위에 위치해 있는데 선두권 업체와의 격차가 매우 크다. 내연기관차 시장에서는 1위기업인 도요타(2023년 점유율 11.5%) 대비 약 70%수준의 판매량을 올린데 비해 전기차 시장에서는 선두주자인 테슬라(19.9%)나 BYD(17.1%) 대비 ¼수준의 판매량밖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보다 심각한 것은, 자율주행기술을 위시하여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테슬라나 거대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가격경쟁력에서 가장 앞서 있는 BYD와 비교해 볼 때 현대기아차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4년 1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하면 현대기아차가 6위로 한 계단 올라서기는 했지만 2, 3, 4위를 차지한 중국의 BYD, Geely, SAIC의 기세가 무섭다. 전기차 시장의 현재 판세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기술적 우위를 가진 테슬라가 홀로 맞서고 있을 뿐 기존 내연기관차 시대의 강자였던 미국, 유럽, 일본, 한국의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 전 세계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단가는 기존의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단가보다 이미 낮아졌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로 내연기관차에는 앞으로 각종 규제가 더해질 것임에 반해 전기차는 끊임없는 기술 발전에 힘입어 성능은 개선되고 가격은 낮아질 것이다. 인류가 이동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는 한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전기차로 옮겨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고, 그 변화는 이미 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포비아를 해소하자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생존하려면 전기차 시장에 노력을 집중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는 현대기아차라는 하나의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인 자동차 산업 전체의 미래가 달려있는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이 성공적으로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내수시장이라는 마중물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 마중물을 마련하는 데 있어 ‘전기차 포비아’가 장애물이 되어선 안된다.
전기차의 한계와 위험성에 대해 갖고 있는 과도한 공포심을 떨치고, 객관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정부, 지자체, 기업은 또 각각 나름대로 해야 할 역할들이 있다.
모든 문명의 이기는 사회와 함께 공진화한다. 전구는 전력망이 없었다면 무용지물이다. 휴대전화는 건물 옥상에 촘촘히 설치된 중계기가 없었다면 무용지물이다. 자동차는 국토 곳곳에 깔린 포장도로가 없었다면 무용지물이다. 인류의 삶을 바꾼 중요한 제품들은 그것이 기능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사회적 인프라와 함께 보급되었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충전망과 소방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전기차를 수용하지 못하고 내연기관차에 머문다면 우리는 머지 않아 경제적 수준이 뒷걸음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끝>
참고문헌
“전기자동차와 가솔린자동차의 실물화재 비교 분석”, 최아영 외, 한국방재학회논문집 제21권 6호, 2021년 12월.
“최근 5년간 전기차 화재 189건 발생… 지하주차장에서도 22건”, 조정제, 안전신문 2024년 8월 13일 기사(https://www.safet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1660)에서 재인용.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고병용 외, 한국화재소방학회 논문지 제38권 2호, 2024년.
“[집중취재] ‘전기차 포비아’ 부른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 문제는?”, 최영, 최누리, 소방방재신문 2024년 8월 9일 기사.
“Global EV Outlook 2024”, International Energy Agency, April 2024 (https://www.iea.org/reports/global-ev-outlook-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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