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명령하는 ‘국정협의체제’

[김종철의 시민을 위한 헌법이야기] 내란사태의 헌정위기 헌법대로 풀어야 민주공화적 대통령제, 다단계협치가 핵심 여야정협치, 민주공화적 대통령제의 명령 국정협의체를 헌정 회복의 발판 삼아야

지난 15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왼쪽)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에서 만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국정협의체 구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왼쪽)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에서 만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국정협의체 구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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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위기 해소의 기본원칙 – 헌법대로!

드디어, 친위쿠데타의 만행을 저지른 윤석열 대통령의 권한이 국회의 탄핵소추의결로 정지되었다. 그리고 한덕수 국무총리의 권한대행체제가 출범하였다.

그러나 멀쩡한 헌정을 위기로 내몰고 반세기 이상 국민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21세기 선도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을 하루 아침에 여행자제국으로 전락시킨 내란죄 피의자의 반성은 없다. 오히려 탄핵소추된 불명예에도 아랑곳없이 후안무치하게 터무니없는 거짓말과 망상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내란죄 피의자가 여전히 현직 대통령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와 그 실행행위로 국회의 기능이 마비될 뻔한 사태에도 집권여당을 자처하는 국민의힘 또한 반성과 사과는커녕 내란혐의를 부인하고 탄핵을 방해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역시 내란 방조의 혐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향후 처신과 행보가 중요한 이유다.

이 모든 불확실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에서 제1의 과제는 내란사태의 진상규명 및 책임추궁과 더불어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인 ‘공동체의 안정’이다. 어쩌다 자랑스런 민주화의 역사를 이룩해 온 우리 대한민국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 너무나 창피하고 아쉽지만, 오히려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민주공화국을 더욱 굳건히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그리고 이 과제의 나침판은 당연히 국가 기본법인 헌법이어야 할 것이다. 즉, ‘헌법대로!’의 구호가 내란사태로 촉발된 헌정위기를 회복하는 기본원칙이다.

헌법상 민주공화적 대통령제와 ‘다단계 협치구조’

우리 헌정은 민주공화적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때 ‘민주공화적’이란 유신이나 5공때의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반성으로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는 것과 더불어 협치를 통한 국정운영을 추구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하였다는 의미이다. 민주공화적 대통령제는 주권자인 국민을 포함하여 다단계로 협치를 구현하는 정치제도를 통해 구현되며 특히 의회와의 협치를 전제로 하는 대통령제다.

우선 우리 헌법이 채택한 협치는 최소협치, 소협치, 중협치, 대협치와 같이 다단계로 구성된다. 최소협치는 분권형 대통령제에 입각한 정부내 협치이다. 대통령과 행정부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수직적으로 구성되지만 대통령은 보좌기관인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심의기관인 국무회의, 중앙행정기관인 행정각부와 협력하여 행정권을 공화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피자면, 행정권이 대통령 1인에게 전속하는 미국과는 달리 대통령은 정부의 최종책임자인 수반일 뿐 행정권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결합된 정부라는 집단적 조직체에 부여된다. 국회의 동의를 전제로 임명하는 국무총리에게 대통령의 명을 전제로 하기는 하지만 행정각부를 통할할 권한과 행정각부의 장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국무위원의 직을 제청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대통령의 국법상의 행위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는 것이 원칙이고 필수적인 경우가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다. 나아가 대통령의 행위는 문서로써 하고, 국무총리와 관계국무위원의 부서가 있어야 한다.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는 국무회의의 필수심의사항임에도 제대로 회의소집과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회의록은 물론 국무총리와 관계국무위원의 부서가 있는 공식 문서의 존재가 의심된다. 계엄선포에 헌법상 필수요건인 국회통고조차 없었으니 기본절차마처 철저히 무시한 위헌·위법적 행위였고, 결과적으로 민주공화적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오용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두 번째 협치는 소협치로,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과 정부사이의 협치이다. 이른바 당정협의이고 정부를 세분화하면 대통령실과 행정부가 여당과 협의하여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 협치의 고리는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직접 부여받은 민주적 정당성과 입법권을 가지는 국회의 구성원인 여당 자체의 민주적 정당성에 더하여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으로 부차적·부분적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는 국무총리를 정점으로 하는 행정각부가 전문성을 배경으로 협력하는 공화적 관계이다. 이 두 번째 협치는 첫 번째 최소협치와 더불어 미국식 대통령제와 같이 1인 전속권 행정권 체제가 가지는 ‘권력의 의인화’에 의한 독재화, 즉 인치(人治)의 위험을 순치시키는 역할을 한다. 당정협의와 더불어 당정분리에 따른 여당의 독립성이 기본적으로 존중되어야 하는 체제이다.

이번 비상계엄사태는 물론 윤석열 정부 내내 당정협의의 전제가 되는 당정분리가 무시되고 여당의 독립성의 훼손된 결과 여당은 비상계엄이 내란죄로 치닫는 헌정위기상황에서도 그에 반대하는 당대표를 퇴진시켰다. 집권여당이 당대표와 당대표 후보를 대통령의 입맛에 따라 수차례 갈아치우고 3년이 채 못되는 기간동안 무려 열 번이 넘게 비상대책위 체제로 연명하는 것이 소협치가 결정적으로 실패하고 우리 헌정 위기를 초래한 중요한 원인이 된다.

세 번째 협치는 중협치로, 정부와 여당을 넘어 국회의 또 다른 축인 야당과의 협치이다. 미국 대통령제와 달리 우리 정부형태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국무총리제나 실질적인 중앙행정기관인 행정각부의 설치 및 조직과 그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행정조직 법률주의에 따라 의회와의 협치를 전제로 하는 융합형 대통령제이다. 그러므로 만일 현재와 같이 국회의 다수파가 야당인 여소야대의 경우 분점정부형태로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와 여당 및 야당의 협치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국회를 배경으로 하는 여야정의 협치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제 또한 의회민주주의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민주공화제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다. 원래 대통령제나 내각제와 같은 정부형태가 대의민주제를 실현하기 위해 입법권을 가지는 국민대표기관인 의회와 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집행하는 것을 기본직무로 하는 행정권을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 즉 권력분립을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가 정부형태이다. 이 정부형태의 대전제는 입법권을 중심으로 하는 법치주의이며 법치주의의 실현원리가 바로 의회민주주의이다. 의회는 국민대표기관으로 민주공화제 헌정에서 제1차적 국가권력인 입법권을 가지며 그 법률을 집행하는 것이 행정권과 사법권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 정부형태라고 의회민주주의가 부정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과거에 많이 통용되었던 ‘대통령중심제’라는 표현은 기껏해야 행정권을 가지는 정부 내에서 최고책임자가 대통령이고 행정권에 관한한 대통령이 의회와의 관계에서 나름의 독자성을 가진다는 것일 뿐이다. 대통령중심제를 마치 삼권을 아우르는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정치를 초월하여 군림할 수 있다는 발상은 유신이나 5공의 유산일 뿐이고 민주공화적 대통령제를 채택한 현행 헌법에는 경계해야 마땅하다. 이번 내란사태를 대통령의 통치행위라 주장하는 윤 대통령의 강변은 자신이 수호의무를 부과받은 헌법의 기본구조와 정신마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시대착오적 몽상가의 궤변’에 불과한 것이다.

마지막 단계의 협치는 대협치이다. 정부와 국회의 중협치에 더하여 주권자인 국민이 참여하는 최종단계가 대협치이다. 대통령제라는 정부형태는 민주공화국의 제1원리인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는 하위제도여서 주권자 국민이 정치적으로 활성화되어 있을 것을 전제로 한다. 국민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비롯한 공무담임권이 충실히 보장되고 일반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헌법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협치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추구하는 민주공화국의 기본이념을 실현하는 것이다. 대협치의 과제는 대의제를 명분으로 소홀히 되는 국민의 정치참여를 확대하여 제도화하는 것이다. 국민이 직접행동으로 쿠데타 시도를 퇴치시킨 것과 같이 쿠데타 이후의 사태해결에도 국민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협치는 정쟁화될 수 있는 현재의 대치상황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묘안이 될 수 있다. 특히 향후 탄핵 국면이 헌정회복의 방향으로 합리적으로 전개될 때 내란사태가 초래한 국정개혁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의견과 지혜를 직접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숙의민주주의의 방식을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1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가 만나 여야의 협력과 관련 국정협의회 구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사진=연합뉴스
1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가 만나 여야의 협력과 관련 국정협의회 구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사진=연합뉴스

내란사태로 야기된 헌정위기 수습의 발판인 ‘국정협의체’

현행 헌법상 다단계 협치의 구조에서 볼 때, 이번 사태의 수습책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정협의체를 제안하였으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거부한 것은 헌법 정신에 반한다.

특히 현재는 대통령이 탄핵소추되고 권한이 정지되어 대행체제가 들어섰기 때문에 헌정에 민주적 정당성의 일부 흠결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내란죄 피의자의 손을 계속 잡고 있다는 점에서 그 손을 잡은 만큼의 ‘민주적 정당성의 감소’라는 규범적 무게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 흠결을 효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길은 소협치 뿐만 아니라 중협치를 제대로 실현하는 것이다. 즉,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이 철회되는 전단계인 권한정지 상태에서 출범한 권한대행체제는 더더욱 의회와의 협치에 기반해야만 국민주권의 원리와 조화될 수 있다. 결국 헌법이 탄핵의 순간에 명령하는 국정관리의 기본체제는 여야정 국정협의체이다. 더구나 내란방조의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민의힘에게도 개전의 기회를 주는 방안이 국정협의체라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국정협의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무이기도 한 것이다.

규범적 차원이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국정협의체의 필요성이 있다.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단순한 현상유지를 넘어 선제적으로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그 정당성과 연속성은 국회와의 협치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과시될 필요가 있다. 대행체제만으로는 시장의 안정과 외교의 복원력을 담보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아직도 대통령이 파면된 것이 아니므로 당정협의만 가능하다는 권성동 대표의 주장은 헌법의 민주공화적 속성을 무시한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질서있는 퇴진론’과 마찬가지로 정국의 불확실성만 가중시킬 뿐이어서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국정협의체를 통해 그나마 국정의 파트너 역할을 일정부분 부여하는 것도, 국정의 안정을 위한 것으로 ‘관용’하는 것이지 명백한 내란혐의마저 회피하는 주장을 ‘승인’해주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글쓴이

김종철 연세대 법전원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대 공법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LSE) 대학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공법학회 회장,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민주공화국의 기본정신에 기초한 시민헌법교육과 정치개혁 및 사법개혁에 기여하는 것을 헌법학자로서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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