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후 1년, 여전히 걱정이다
윤석열 옹호 세력의 온갖 말과 선동 극우 관료출신과 시민 여전히 “윤 어게인” 내란 우두머리 재판 조속히 종결지어야 진실규명委 구성해 재발방지책 마련을
길거리로 나온 ‘민주주의의 적’
1년 전, 윤석열의 내란 행위는 ‘민주주의의 적’이 우리가 상상한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각성케 했다. 그후 그들의 정체가 여기저기서 발각되면서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을 제대로 알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망상증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학원강사 출신 선동가와 사이비 목사가 제1야당의 정치적 노선의 행방을 쥐락펴락하고, 여기에 부응하는 그 정당 대표의 극우적 발언은 차라리 희극에 가깝다. 그 당이 집권하던 시절에 국무총리를 지낸 자는 허무맹랑한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서 선동질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대통령 후보를 지낸 김문수가 윤석열의 불법적 행위를 노골적으로 옹호해도 이상할 게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에 책임이 있는 제1야당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사과할 의향이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또한 선출되지 않은 관료 엘리트의 상당수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데 앞장서거나 방조하여 민주주의의 존립을 위협했음을 확인했다. 한덕수와 최상목은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국회의장의 권고와 야당의 제의를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검찰을 비롯한 사법권력은 사법정의 실현과 거리가 먼 정치적 결정과 법의 선택적 적용으로 법 앞에 평등이라는 헌법 정신을 유린했다. 불법적 비상계엄의 발동을 막지 못한 국무위원 중 자신의 행위를 통렬하게 반성하고 자발적으로 물러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군이 또다시 정치적 목적으로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지휘부가 이런 조치에 공식적으로 항의했다는 근거는 아직 찾을 수 없다. 국방부 장관 김용현이 내란주요임무 종사자로 기소되었지만, 그의 육군사관학교 동창(38기) 대부분이 김용현의 행위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두둔했다는 보도는 군 엘리트의 시대착오적 정치관이 아직 근절되지 않았음을 잘 보여준다. 퇴역 군인 노상원이 군의 지휘계통을 농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지휘부가 이 사태를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소식도 없다. 국방부 장관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계엄에 동원된 고위급 장교들에게 10일의 근신 처분을 내렸다는 뉴스는 실소를 자아낸다.
연합전선 구축하며 대항하는 적
나아가 우리가 확인한 민주주의의 적은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정권의 유산만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내가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나누는 이웃이었으며, 아파트 단지 노인회 회원이었으며, 내가 청첩장을 돌린 동창이었으며, 내 자식의 친구이었으며, 많이 배운 지식인이었으며, 아내가 자주 들르는 시장의 상인이었으며, 용모 단정한 교회 집사님이었다. 가장 진보적이어야 할 20대 청년의 상당수가 권위주의 정권을 옹호한다는 조사는 참으로 개탄스럽고, 아직도 성조기를 들고 다니며 “윤 어게인” 구호를 외치는 군중을 보면 이제는 쓴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이들은 미국의 인종차별주의자 찰리 커크가 살해당하자 추모 행사를 여는 블랙 코메디도 연출했다.

민주주의의 적들은 겉으로는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계기가 주어지고 자기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연합전선을 구축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정치발전을 저해한다. 윤석열의 파면과 내란죄 기소로 얼룩진 절박한 상황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간의 극우파 집단들과 서슴없이 제휴했으며, 명백하게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 검찰과 사법부를 옹호했다. 극우파 폭력집단을 국회로 불러서 공개적으로 발언할 기회를 제공하였고, 심지어 서부지방법원 난동 사태를 일으킨 집단의 행위를 두둔하기도 했다.
지난 6월 4일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이 연합전선의 영향력이 여전함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극우파인 김문수를 대통령 후보로 추대했으며, 윤석열의 파면과 체포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치루어진 선거에서 41%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재명이 역대 최고인 49.1%의 득표율로 당선되기는 했으나, 이 승리는 상당 부분 이재명의 개인적 역량에 힘 입은 것이지 민주주의의 적이 정치적으로 위축된 결과는 아니다. 이들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의 극우파 세력과 국제적 연대를 통한 세력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데, 최근 국제 정세의 변화와 맞물려서 매우 우려되는 조짐이다.
1997년 ‘내란의 판결’ 뭉개는 이들
지난 1년 사이에 정권이 교체되고 윤석열과 그 수하들이 재판에 회부되었지만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12월 3일 밤의 계엄포고령 1호 1항 문구(“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의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1997년 4월의 5.18 사건 대법원 판결에 비추어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케 하는 내란 죄”에 해당함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당시의 상황이 비상계엄 요건을 충족했는지, 그것이 내란인지 여부를 다투는 모습은 어불성설이다. 사법적 권위와 긴장감 그리고 도덕적 품위를 갖추어야 할 내란 우두머리 재판부가 마치 마을회관 반상회처럼 진행되는 모습은 허탈하기 짝이 없다. 조직 폭력배 두목처럼 건들거리며 재판에 임하는 윤석열을 보면서 재판부가 정의를 실현할 의지와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해야 할 두가지 과제
그래서 1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우리 시민사회가 이룩한 놀라운 성취가 여기서 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와 관련하여 나는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사법부는 윤석열을 우두머리로 하는 내란 재판을 조속히 종결지어야 한다. 이 사건보다 더 심각하고 사건의 범위가 훨씬 방대한 전두환 신군부의 5.18 사건 재판도 전두환 등 16명을 기소한 이후 8개 월만에 1심 판결이 나왔으며(1995.12-1996.8), 대법원 확정 판결(1997.4)까지 1년 5개월로 끝냈다. 윤석열 내란 재판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1년 이상 끌 법리적 이유가 전혀 없다. 사법부는 조속히 재판 일정을 발표해서 정의 실현의 의지를 국민에게 천명하고 사건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 해소에 기여해야 한다. 정의의 집행이 지체되면 그 공백을 결국 불의가 채운다.
둘째, 이재명 정부는 재판과는 별도로 12.3계엄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교훈을 정리할 수 있는 한시적인 진실규명위원회(Truth Commision)와 공론장을 설치해서 운영해야 한다. 법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군사전문가, 민간 활동가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조사위원회가 사건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사건의 성격과 교훈 그리고 재발방지 조치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고,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의 숙의 과정을 거쳐서 국가의 공식 견해를 채택하는 것이다. 이것이 전사회적 합의와 성찰에 기초하여 훼손된 우리의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정치사회적 안정을 도모하는 성숙한 방식이다. 시민이 참여하는 숙의민주주의로 대의민주주의의 결함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시민의 불굴의 의지로 불의한 권력을 격퇴한 경이로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1980년 광주항쟁에서 1987년 6월항쟁을 거쳐 2025년 윤석열의 탄핵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이 성취한 이 놀라운 정치적, 사회적 성과를 이어가는 또다른 빛의 혁명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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