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를 모독하지 말라
87헌법의 핵심은 ‘쿠데타 못하는 대통령’ 국회 통제 아래에 대통령과 정부 둔 이유 헌법재판소 역시 ‘일반적 의무’ 넘어 쿠데타와 독재로부터 국가·국민 지켜야 헌재에 ‘자기 부정의 결정’ 요구해선 안돼
절대적 파면사유 ‘군 동원 국회 침탈’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이 2주를 넘어서면서 윤석열 탄핵심판 결과에 대해 온갖 억측과 갖가지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지귀연 재판부와 심우정 검찰총장의 황당한 결정과 석방지휘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석방사태마저 맞게 되어 이러한 억측과 주장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5 대 3 기각이니, 4 대 4 기각이니 하는 찌라시들이 나돌고 언론은 이를 연일 기사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재 앞에서 기각도 아닌 각하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앞선 두 대통령 탄핵심판 시 최종 변론일로부터 탄핵 선고일까지의 기간에 비해 선고가 늦어지면서 내란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조차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의 탄핵심판이 기각되거나 각하될지도 모른다는 주장들은 모두 헌법재판소를 모독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국군통수권자 대통령이 국회 계엄해제를 막기 위해 군을 동원해 국회를 침탈하고 의원들을 끌어내려 했던 장면을 전 국민이 실시간 방송으로 보았다는 사실은 움직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 주심 재판관이 웃으며 ‘그건 뉴스에서 다 본 것 아니냐’라고 말한 바 있지 않은가.
윤석열 탄핵심판 쟁점은 다섯 개다. ①절차위반 비상계엄 선포 ②군·경 동원한 국회 침탈 ③포고령 1호 발령 ④군 동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⑤정치인·법조인 체포 시도이다. 이 다섯 가지 모두 윤석열이 명백히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그러나 절차위반이나 체포시도 등등 여부를 떠나 12월 3일 밤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 직후 무장한 군이 국회를 침탈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절대적’ 파면 사유가 된다.
11차 변론까지 무수히 많은 증인과 증거들이 다루어졌다. 전시·사변에 준한 국가비상사태인지 아닌지, 계엄인지 계몽인지, 의원인지 요원인지, 체포지시를 했는지 격려전화를 했는지 등등을 둘러싼 공방과 피청구인 측의 황당한 변론이 이어졌다. 그러나 중요한 건 헌법정신이다.
국회가 대통령을 통제하도록 한 현행 헌법
현행 헌법은 박정희, 전두환 쿠데타와 독재를 겪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직선제 개헌’ 구호 하에 쿠데타와 독재만은 원천 차단해야 된다는 강한 의지로 만든 헌법이다. 87헌법(6공화국 헌법)은 26년간의 군사독재로 인한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 값과 전 국민이 흘린 피눈물의 산물이다. 그래서 87헌법의 가장 중요한 헌법개정 취지는 군통수권자인 대통령도 국민대표기관인 국회 통제 하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첫째가 헌법구성체계의 변화다. 80헌법(5공화국 헌법)까지 국회를 제4장에, 정부-대통령을 이 보다 앞인 제3장에 두었던 순서를 국회-정부 순으로 바꾸어 국회가 정부와 대통령에 우선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둘째는 80헌법 제57조에 있던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을 전면 삭제한 것이다. 이로써 일상적 시기는 물론 전시·사변의 경우에조차 대통령은 국회 통제를 받아야 하는 위치임을 분명히 했다.
셋째는 군에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부과한 헌법 제5조 2항 개정이다. 쿠데타와 독재 수단으로서의 정치군인의 싹을 헌법으로 제거한 것이다. 넷째는 이렇게 피 흘리며 쟁취한 87헌법을 지키기 위해 헌법위원회를 헌법재판소로 격상시킨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단지 국가의 근간인 헌법을 지키라는 ‘일반적 의무’를 넘어서 쿠데타와 독재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구체적 책무’를 부여받은 역사의 산물이다. 이것이 헌법재판소의 제1 존재이유다.
윤석열은 12월 3일 국회침탈로 ‘현행 헌법의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와 법 취지’를 부정하고 파괴한 것이다. 무장한 군인과 헬기를 동원해 대통령조차 통제받아야 한다고 명시된 국회를 침탈해 그 기능을 정지시키려 한 것이다. 그러니 현행 헌법 취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8명 헌법재판관들이 헌법 핵심을 파괴한 윤석열에게 면죄부를 줄 리도, 줄 수도 없다.

헌재에게 ‘헌법을 파괴하라’고 하다니
87헌법 체제의 직접적 산물인 헌법재판소가 군을 동원해 국회를 침탈한 대통령을 파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식이 부모를 부정해도 된다는 말과 다름없다. 그래서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기각이나 각하를 주장하는 것은 우리나라 최고 헌법전문가인 헌법재판관들이 스스로 자기 부정할 것이라는 말이기 때문에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최고, 최대의 모독이 된다.
윤석열 탄핵 기각이야말로 윤석열의 헌법파괴행위의 용인일 뿐 아니라 이후 모든 대한민국 대통령들에게 ‘내란 면허증’을 발부해주는 것이다. 헌법의 이름으로 헌법 위 대통령을 공인해주는 것이다.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무를 명한 헌법 제66조, 헌법준수를 선서하도록 한 헌법 제69조를 파기하는 것이다. 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명한 헌법 제5조, 대통령 고유권한인 계엄조차 국회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헌법 제77조의 명백한 위반을 용인하는 것이다.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의 이름으로 헌법을 파괴할 것이라 말하지 말라. 헌법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와 헌법재판관들을 더 이상 모독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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