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미래, 서울 유권자 손에 달렸다

‘이틀 앞’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극히 저조한 보궐선거 사전투표율 ‘119 민주주의’ 넘어 민주시민 교육 자녀 대변할 우리 책임 포기 말아야 ‘뉴라이트 교육’ 막아야 하지 않을까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나선 조전혁 후보(왼쪽)와 정근식 후보. 또다른 윤호중 후보에 단일화를 위한 러브콜을 보냈지만 윤 후보는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나선 조전혁 후보(왼쪽)와 정근식 후보. 또다른 윤호중 후보에 단일화를 위한 러브콜을 보냈지만 윤 후보는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교육감 선거는 민주주의와 무슨 관련일까

오는 10월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수도 서울에서 치러지는 유일한 보궐선거인데도 마치 부산 금정, 영광, 곡성, 강화에서만 보궐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듯하다. 투표일이 이틀 후인데도 서울시교육감을 새로 뽑는 선거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유권자들이 너무 많다.

이는 지난 10월 11일, 12일 양일간 실시되었던 보궐선거 사전투표율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서울시 교육감 투표율은 불과 8.28%다. 부산 금정구 투표율 20.63%, 인천 강화군 투표율 27.90%, 전남 곡성군 투표율 24.59%, 전남 영광군 투표율 25.36%에 크게 대비된다. 아무리 교육감 선거가 정당과 관계없이 치러지는 선거라 하지만 이 수치를 보면서 마음이 내내 편치 않고, 안타까움이 깊어진다.

사회 모든 영역의 일들이 결국 정치와 연결되어 있으니 지방권력이든 중앙권력이든, 권력 장악을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의지를 실현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니 그 구현주체인 정당이 직접 나서는 선거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선거가 특정집단의 사익실현 수단이 아니라 공익의 확장, 즉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절차라는 것이 전제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 의미를 제대로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감 선거가 민주주의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헌법내 교육, 자녀 진로의 문제만은 아니다

헌법 31조가 규율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 필요에 의거해 교육감 선거에 후보 정당 공천과 정당개입이 금지되고 있지만, 이 사실로부터 교육감 선거가 민주주의 유지·발전과 무관한 일이라고 결론내릴 수는 없다.

130개 조항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헌법 각 조항들은 현 시점에서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 정체성에 부합하는 기본요소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의라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헌법 31조는 교육이 국가권력과 현실 정치세력인 정당으로부터 정치중립성을 보장받으며 자주성과 전문성을 구현할 때, 민주주의를 유지·발전시킬 토대가 제대로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은 주로 진학·진로와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 결과지향적 문제이자 지극히 사적 영역 문제로 접근되고 있다. 사회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이런 경향은 더 강화된다.

교육은 민주주의의 토대와 직결된다

정치권에는 교육이 부동산보다 더 풀기 어려운 문제지만 4년이나 5년 임기 안에 그 성과를 내기 힘든 중장기적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가급적 회피하거나 뒤로 미루어두어야 하는 문제 정도로 인식되고 취급된다. 그 결과 시민 개인은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중요 관심영역에서 교육을 멀리한다. 정치권도 교육문제를 사회발전과 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필수현안과제의 하나로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 진학·진로에서 최고의 성공으로 간주되는 소위 최상위 법대와 의대 진학자들이 과연 개인적으로 성공한 삶이며,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기여를 하고 있는가는 최근 검찰정부 실상과 의료대란 과정을 통해 그 평가가 어느 정도 내려졌다.

이는 역설적으로 개인적 삶의 성취나 우리 사회 민주주의 유지·발전을 위해서 성적과 입시중심 경쟁교육이라는 기존 교육관과 그에 입각한 교육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반증해주고 있다. 더 나아가 교육을 바꾸지 않으면 때로는 민주주의를 폭력적으로 파괴하고 우리 사회를 수십 년 전으로 퇴행시킬 수 있다는 교훈도 얻게 됐다.

복지정책이나 노동정책, 조세정책이나 부동산 정책처럼 단기간에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이야말로 민주주의 토대와 직결된 일이며 때로는 민주주의 위기의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점에서 교육은 교사나 학부모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관심을 갖고 함께 풀어야 할 중요과제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지금처럼 교육감 선거가 있는지, 교육감이 누가 되는지에 대해 무관심한 현실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일에 대한 무관심과 동전의 앞뒷면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교육 대통령’에 뉴라이트 교육관 후보는 안된다

서울교육은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자 전체교육 향방을 결정짓는다. 그래서 때때로 서울교육감을 ‘교육 대통령’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는 최근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서 너무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 순식간에 온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다. 서울교육감을 제대로 뽑지 않으면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가올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우리 발목을 잡게 된다.

더구나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일본 덕에 우리가 잘 살게 되었다’고 가르쳐야 한다는 뉴라이트 역사교육이나, 이미 오래 전에 폐지된 초등 지필고사를 다시 부활하겠다며 ‘문제풀이 능력이 곧 학력’이라는 시대착오적 교육관과, 학교를 시장에 비유하며 노골적으로 경쟁 중심 시장주의 교육관을 설파하는 후보가 등장해 서울시교육감이 되겠다고 나섰다.

선거일 다음 날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보궐선거라 이제 3일 후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작품을 좌파문학이라며 학교와 도서관에서 퇴출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 곧바로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공교육이 민주시민을 길러내지 않으면 우리는 현대사 굴곡마다 그래왔듯이 긴급 출동해 급한 불을 끄고 민주주의 위기를 수습한 뒤, 여전히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차별과 배제, 권위주의와 관료주의가 지배하는 일상의 자리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종종 학습된 민주시민이 존재하지 않는 우리 민주주의를 ‘119 민주주의’라 불러왔다. 이는 전적으로 민주시민교육 부재상태인 공교육 탓인 측면이 크다.

자녀를 대신할 우리의 권리를 가볍게 생각지 말아야

교육기본법은 우리나라 공교육 목적으로 민주시민 자질 함양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민주시민인 사람은 없고, 민주시민은 학습과 훈련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틀 후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우리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다. 안타깝지만 교육감이 누가 되는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우리 아이들은 교육감을 선출할 투표권이 없다.

그러니 유권자들이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심지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대신해야 할 몫까지 부여받은 권리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 된다.

거창한 교육철학은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학폭가해자였던 이가 서울교육을 이끌어가는 일만은 막아내야 하지 않나. 선거에 출마한 경쟁후보에게 스스럼 없이 쌍욕을 하던 이가 서울교육 수장이 되어 우리 아이들 교육을 책임지는 일만은 막아야 하지 않나.

보궐선거라 비록 선거일인 10월 16일이 공휴일은 아니지만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서울시민들이 한 분이라도 더 투표장에 나가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글쓴이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민정은 서울의 한 사범대학을 졸업해 25년 가까이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였다. 혁신학교와 혁신교육지구(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통해 혁신교육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명퇴 후 교육시민단체에서 교육정책 관련 연구 및 강의, 집필 등을 통해 교육개혁운동 활동가로 복무하다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되어 국회에서 4년 간 교육상임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의원임기 만료 후 국회 밖에서 여전히 교육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강의와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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