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AI 숨은 그림 찾기? AI 디지털 교과서
교육부의 의도, 정책의 상(像) 알 수 없어 진지한 고민 대신 다른 목적을 위해 장관 권한을 임의로 행사하는 게 아닌가 교육 데이터를 민간에 그냥 주자는 건가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판에도 이주호 장관은 AI 디지털 교과서 폐기는커녕 일정을 늦출 생각조차 없는 듯하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질주하게 하는 건지 궁금하다. 선출직들에 비하면 단명일 수밖에 없는 국무위원으로서 짧은 기간에 뭔가 성과도 내고, 내심 하고 싶었던 일도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일까. 더구나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 혁파가 우리 교육 핵심 과제라 생각하고 있는 마당이니 얼마나 좋은 환경인가. 교육과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다가도 1년 남짓 교육부 장관 한 번 하고도 자타 공히 교육전문가라 인정해주는 세상에서, 드물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교육부 장관 하는 이력만으로도 정치권에서는 누가 봐도 교육전문가라 할 만한 사람이니 확신에 차 밀어붙이는 그 앞에 누가 나서랴 싶은 자신감도 한 몫 할지 모르겠다.
모호한 정책...구체적인 그림 있어야
어떤 정책이든 장단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최소한 정책내용 자체가 모호해서는 안 된다. 그것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적어도 누구에게나 그 정책이 이해되고 구체적인 상이 그려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주호 장관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은 그 출발선인 AI 디지털 교과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는 치명적 문제를 안고 있다. AI 디지털 교과서의 구체적 상을 정리해 제시할 교육부가 너무나 추상적인 정의를 제시하고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교육부의 AI 디지털 교과서가 어떤 것인지는 오로지 이주호 장관 머릿속에만 있는 듯하다. 그래서 100이면 100 사람마다 각자 그리고 있는 AI 디지털 교과서가 다 다르다.
현재 인간의 뇌를 구현하겠다는 도전목표에 일부 근접한 AI는 엄청난 속도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AI는 인간 능력과 활동영역의 다양성과 복잡성만큼이나 그 적용영역과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AI를 활용한 교육’이라 할 때 이를 정확하게 정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이 정책, 그것도 교육관련 정책이 될 때는 정책에 적용되는 AI기능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인지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실현가능성부터 교육적 효과까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래야 그것을 교육적으로 활용할 교사들이 수업계획을 세울 수 있다.
수업계획을 어찌 세우라고...
그런데 교육적 효과나 타당성 확인은커녕 정작 교과서를 개발해 교육부에 제출해야 할 출판사와 개발업체들마저 한창 교과서 개발에 집중해야 할 불과 두어 달 전까지 ‘디지털교과서를 만들어본 사람이 없고, 모두 처음 하는 건데 교육부가 지난해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모호하고…지금이라도 명료한 지침이 나오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고 있는 게 현실이다.(AI 디지털교과서 ‘장밋빛 청사진’… 현장선 ‘기대보다 우려’, 세계일보, 2024.5.1.) 상황이 이러니 8월에 개발 완료해 교육부에 제출될 AI 디지털 교과서가 어떤 형태가 될지 기대는커녕 오리무중 상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작년에 펴낸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에서 AI 디지털 교과서를 ‘인공지능을 포함한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학습자료 및 학습 지원 기능 등을 탑재한 소프트웨어’라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는 것, ‘다양한 학습 자료를 탑재’한다는 것, ‘학습지원 기능’이라는 것 각각이 다 너무나 다양한 양태로 구현 가능한, 열려있는 것들이다.
적어도 시장에 내놓을 상품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성장인 교육 영역 문제를 논하는 것이라면 구체적 상을 특정해 제시하지는 못한다 해도 최소한 다음과 같은 질문에는 답을 해야 한다. 이것이 교육에 AI를 접목시킬 때 견지해야 할 ‘필수적이며, 최소한의, 기본 전제’다.

AI 디지털교과서가 갖춰야할 최소한의 것들
그것은 ‘교육적 행위에 인공지능 기능을 접목한다고 할 때 AI는 교육의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 것인가, 이 때 적용되는 AI의 구체적 기능은 무엇인가?’에서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해 다양한 학습 자료를 제공한다고 할 때 견지할 원칙은 무엇이며, 발생할 문제는 없는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학습지원을 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그리고 이 때의 지원이라는 것의 효과와 한계는 무엇인가?’, ‘교과서는 교사가 학생의 교육적 성취를 위해 사용하는 기본 매개수단이라 할 때 인공지능은 교사의 어떤 역할을 보조해 주는 것인가, 이로 인해 교사역할의 근본적 변화가 초래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등의 것들이다.
이러한 문제에 답하지 않고 AI 디지털 교과서를 단 3년 만에 전국화시키겠다는 것은 너무도 무모하고 불순해 보이기까지 하다.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 형성, 삶의 태도와 역량을 기르는, 그래서 결국엔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 대신 다른 목적을 위해 장관 권한을 임의로 행사하는 게 아닌가 묻게 된다.
AI 디지털 교과서의 교육적 의의와 효과를 밝히지 않고 추진하는 정책은 시장이 줄어든 사교육업체들과 더 많은 데이터와 시장을 필요로 하는 민간 IT업체들에게 국민세금을 빨아들일 빨대를 꽂게 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전국 모든 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모든 교과에 기본교재로 사용되는 교과서니 이보다 더 효과적인 게 있으랴.
이주호 장관 말마따나 ‘교육개혁 원년’의 ‘첫 번째 개혁’일 정도로 그 의미가 큰 AI 디지털 교과서라면 적어도 사실상 종이형교과서의 PDF 버전에 불과한 기존 디지털교과서와는 달라야 한다. 지난 수년 간 교육부가 개발했던 디지털 교과서가 종이형교과서와 다른 점은 중간 중간 동영상이나 게임, 퀴즈식 구성을 넣는 것이었다. 이는 이미 온갖 사교육업체나 학습지 출판사들의 온라인 학습지나 문제집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다.
궁금해서 교원단체에서 실시한 AI 디지털 교과서 연수에 참여해 보았다. 현재 개발된 수준의 AI 디지털 교과서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학생들이 문제를 풀면 그 결과가 기록되고 오답률 등과 같이 몇 가지 유형으로 통계화 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학생별로 개별화된 통계가 학생이해와 수업설계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육부는 정말 기록과 통계가 없어서 수업혁신과 개별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나. 게다가 AI 디지털 교과서가 현장에 도입되는 순간 교사들은 초등의 경우 학생마다 과목별로, 여러 학급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중등의 경우 교사당 평균 150명 이상 학생별로 이런 통계를 검토하고 관리하는 것이 또 다른 업무가 될 수밖에 없는 게 자명하다.
지난 8월7일 대구에서 열린 교실혁명 컨퍼런스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시제품이 시연되었다. 컨퍼런스에 참여했던 현직 교사들이 “기존 교육용 어플리케이션(앱)과 차이가 없다”, “문제은행을 태블릿에 얹힌 것이지 AI를 접목했다고 보기 어렵다”(문제은행 ‘복붙’한 게 AI 교과서? “기초학력 부진학생 효과없어”···학생 대상 시연영상 보니, 경향신문, 2024.08.11.)며 내년부터 실제 수업에서 사용될 AI 디지털 교과서에 적용된다는 인공지능(AI) 기능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도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이주호 장관이 ‘교실혁명’이라고까지 한 교과서를 직접 사용해 수업계획을 짜야 할 교사들이 혁명적이기는커녕 기존 앱들과 차별성을 찾지 못한 채 불과 도입 몇 달 전까지 ‘AI 숨은 그림 찾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 대해 이주호 장관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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