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으로 최후 맞은 윤석열과 냉전자유주의

자유주의 가치 포기하고 반공 앞세워 최장집이 오판한 尹의 자유주의 사고 21세기 시대정신과도 동떨어진 발상 보수진영, 자유·민주·공화로 환골탈태를

지난 12월 3일 밤 비상 계엄 선포후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계엄군의 작전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 사진.
지난 12월 3일 밤 비상 계엄 선포후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계엄군의 작전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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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자유주의자들의 무능과 오판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발동은 일단 실패했다. 이를 저지한 일등 공신은 시민들이다. 시민들이 맨몸으로 나서 6시간 만에 계엄발동을 저지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국회가 계엄해제를 결의하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켜 직무를 정지시킨 일은 참극 속에서도 희망을 보여준 사례다.

참담한 상황속에서도 계엄군에 저항하여 민주주의와 민주공화국을 성공적으로 수호한 한국시민의 미담은 세계시민들에게 K-Democracy와 K-Republic으로 평가될 만하다. 이제는 책임규명과 재발방지책 차원에서 계엄세력이 왜 무모한 비상계엄을 선택했을까하는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시대착오적인 냉전자유주의자들의 무능과 오판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할 것이다. 왜냐하면 정치는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말’로 ‘공론’을 사용하는 것이지, 힘센 강자가 ‘주먹’으로 격투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쟁하더라도 ‘힘의 정치’는 말았어야

이럴 때일수록 정치의 본령인 ‘정치의 힘’은 무력을 사용하는 강압적인 ‘힘의 정치’가 아닌, 공공선을 향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설득과 숙의에 있다는 것을 정치권이 자각하고 이번 사안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정치의 복원과 회복을 위해 국민에게 누가 더 좋은 민생과 공공선을 줄 것인가를 놓고 서로 경쟁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동안 여든 야든 정치권이 무한 정쟁으로 정치를 실종시킨 장본인임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무책임한 정쟁을 중단하고 정치복원을 위한 반전에 나서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군대 동원과 같은 무력을 사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고소, 고발, 탄핵으로 사법기구에 정치적 결정을 맡기는 ‘정치의 사법화’를 동원하는 정치는 진정한 정치가 아니라는 것을 성찰하고 정치회복을 위한 반전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12.3 계엄발동은 군대를 동원하여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고 유력 정치인을 구금·체포하려고 한 정황과 증언을 볼 때, 국민의 대표들과 정치적 경쟁자들을 제거하려는 목적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반정치적’이다. 자신의 경쟁자를 반국가세력으로 프레임하여 숙청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자유민주주의’에 반한다. 따라서 ‘정당한 통치행위·정치행위’로 보기도 어렵다.

낡을대로 낡은 냉전자유주의

이번 12.3 계엄발동은 냉전자유주의철학으로 무장한 윤 대통령과 계엄세력의 시대착오적인 무능과 오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준엄한 비판과 숙정이 필요하다. 냉전자유주의는 미국과 소련이 패권적으로 경쟁하는 냉전시대에 약소국으로 6.25 전쟁을 겪었던 한국이 북한의 적화통일과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유보해야 한다는 논리로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일정 정당화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민주화가 진행된 지 36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리고 세계화, 정보화, 탈산업화, 탈냉전화로 표현되는 21세기 시대전환기 속에서 계엄세력이 냉전시대의 노선인 ‘냉전자유주의철학’을 다시 선택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다름 아니다. 이 낡은 이념으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21세기 글로벌 대한민국을 더 이상 수호하기 어렵다는 것을 계엄해제와 ‘윤 대통령 탄핵’으로 입증한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심판이 필요하다.

“냉전자유주의와 한국 정치의 ‘탈자유주의적’ 전환”이란 논문을 쓴 정치학자 윤해동 선생에 의하면, 냉전자유주의는 쇠퇴기의 자유주의를 상징하는 이데올로기이다. 냉전자유주의는 반공을 중심으로 자유주의의 주요한 성격을 재구성함으로써 자유주의의 더 근본적인 원리들이 희생되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이다. 즉, 언론의 자유와 관용,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 자유주의의 고유한 가치들은 공산주의자들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는 원리와 동시에 비자유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체제라고 하더라도 반공주의라면 수용할 수 있고, 그 체제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원리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 반공주의는 반공과 안보를 빙자해 언론·결사·집회의 자유, 법치주의, 입헌주의적 견제와 균형 같은 자유주의 원칙을 침해했다. 한국적 냉전자유주의는 발전국가모델과 개발독재모델에서 확인되듯이 시장경제주의보다 국가 주도 경제성장을 선호했으며,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관료 중심 경제구조의 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장집이 잘못 본 ‘윤석열 자유주의’

윤 대통령은 취임 이래 일관되게 ‘자유’를 강조해 왔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35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33번의 ‘자유’를 외쳤다. 결국 그가 말하는 자유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말하는 자유라기보다는 무모한 계엄발동을 통해 입증된 것처럼, ‘냉전자유주의’세력이 말하는 우편향적 자유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냉전자유주의는 야당과의 협치부족과 극단적 정쟁정치 그리고 독단적·불통 리더십으로 이어지면서 파국을 고했다. 결국 자폭의 자충수가 된 12.3 계엄발동으로 종말을 고하고 파산을 맞게 되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냉전자유주의가 아니’라고 평가했던 최장집 명예교수의 진단도 허사가 되고 말았다.

2021년 7월 14일 대선 주자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만난 최장집 명예교수는 “윤 전 총장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과거 ‘냉전자유주의’와는 다르다”면서 “보수 주자로 분류되는 윤 전 총장이 자유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 교수는 “자유주의 기반 없이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서기 어렵다는 게 윤 전 총장의 생각인데, 전적으로 옳은 소리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대정신과도 충돌한 윤석열의 ‘자유’

윤 대통령은 2021년 6월 29일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문에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2022년 5월 13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신념을 강조하기 위해 ‘인생 책’으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꼽은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에 대해 “2006년 중수부 연구관을 할 때까지 매일 갖고 다녔다”라고 회상하며 “그때 당시 검찰 상부에서 이런 거 단속하라, 저런 거 단속하라고 지시가 내려오는데, 프리드먼의 그 책을 보면 단속이나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당시 검사로서도 공권력을 발동하는 부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언급하면서 ‘공권력 발동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과 ‘공정의 가치를 세우겠다’는 대통령 출마선언문은 12.3 계엄발동으로 허언(虛言)이 되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는 시장만능주의를 상징하는 ‘신자유주의’로 퇴행하다가 반공국가주의를 앞세우는 ‘냉전자유주의’로 귀결되었다.

윤 대통령이 중시하는 프리드먼의 신자유주의는 시장 효용성을 앞세워 ‘가진 자의 자유’를 강조함으로써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로 통합된 역사적 맥락을 무위로 돌렸다. 그의 냉전자유주의는 경제발전과 복지를 조화시키려는 21세기 한국의 시대정신과도 날카롭게 충돌했다.

보수, 냉전자유주의 버리고 거듭나야

현 시기, 대한민국 국민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21세기 글로벌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반해 계엄세력과 그 비호세력은 여전히 20세기 냉전자유주의에 매몰돼 있다. 이런 불일치는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계엄세력의 인지부조화에 따른 확증편향성을 보여준다.

계엄의 논리로 냉전자유주의를 선택한 윤 정부의 위기는 한국 보수진영이 직면한 정치철학의 위기로 읽어야 할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냉전자유주의 철학이 파산한 만큼, 보수진영이 거듭나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정신에 맞게 자유주의, 민주주의, 공화주의라는 세 가지 정치이념에 부합하는 세력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재편되기를 기대한다.

글쓴이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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