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 ‘강력한’ 경기부양책 하자
[송두한의 판을 바꾸는 금융] 환율 충격, 시스템 위기의 ‘트리거’ 우려 저성장 쇼크, 건전재정發 불황 장기화 경제팀 교체...비상경제대응체제로 전환 추경 등 강력한 경기부양책 마련해야 한-미 통화스와프로 외환시장 안정화를
윤석열 탄핵안 표결이 국민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국민 경제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제 위기는 시작이다. 한국경제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비상경제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몇 년간 경제 체질이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졌는데, 내란사태 여파로 수습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이 됐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12·3 내란 사태’ 이후 금융시장에서 조직적 자본 유출이 이뤄지고 있다. 외환발 금융위기가 발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상승 압력을 높이면서 1,400원 안팎을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번에 1,400원 환율방어선이 완전히 뚫렸다. 자본이탈에 취약한 국내증시는 “코스피 2,500·코스닥 700” 고지가 무너져 ‘글로벌 왕따 시장’으로 전락해 버렸다.
탄핵안 가결로 불안심리가 다소 진정될 수 있겠지만, 이미 금융시장이 받은 충격은 해소되기 보다는, 시차를 두고 ‘저성장 쇼크’로 전이될 조짐이다. 성장 궤도가 이미 이탈, 건전재정발 내수 불황과 무능한 경제정책 탓에 2년 연속 ‘1%대 성장’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60여 년 동안 한국 경제가 1%대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한 사례는 5번에 불과한데, 금융위기가 아니면서도 1%대 저성장 쇼크를 경험한 적은 작년 1.4% 성장률이 유일하다. 탄핵 정국 이후 무너진 서민생계와 경제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수명을 다한 경제 컨트롤타워부터 재구축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탄핵소추 가결 다음날 곧바로 국회·정부가 함께 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먼저 최상목 경제팀을 전면 교체해 기존의 실패한 경제정책이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 대신, 국회가 주도해 여·야·정이 참여하는 비상경제대응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내수불황의 주범인 건전재정 기조를 폐기해야 한다. 대신, 민생 확대재정의 틀 안에서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펼쳐야 한다.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에서 전례 없는 대책으로 대응하는 ‘담대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시장은 ‘시스템 위기’에 전면 노출
‘12.3 내란 사태’ 이후 환율충격이 시스템 위기로 진화할 수 있는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내란사태 발발 직후 1주일간 원-달러 환율은 1,407원에서 1,434원으로 급등하고, 코스피는 2,400선이 무너졌다. 외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금융시장이 조직적 자본이탈 충격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보여줬다. 탄핵 정국에서 레짐 공백이 장기화되면, 환율발 시스템 위기를 초래하는 트리거가 작동될 수 있다.


환율시장을 시스템 리스크로 키운 주범은 현 최상목 경제팀이다. “1,400원이 뉴노멀”이라는 안일한 상황인식으로 시장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외환리스크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일까.
지금의 환율 환경은 2008년 금융위기 직전보다 심각하다. 1,400원 환율방어선이 뚫린 원-달러 환율의 수준과 위치가 2008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2008년 10월에는 1,200원대에서 대외 충격이 발생해 환율이 급등하고 코스피 1,000포인트가 무너지는 버블붕괴를 경험했다. 예나 지금이나 1,400원 환율방어선을 사수하지 못하면, 우리한테는 위기가 온다. 금융시장이 자본이탈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둑이 무너지는 대란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환율만 놓고 본다면, 국내 금융시장이 이미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에 닥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더 큰 문제는 금융시장이 탄핵 정국에 노출되면서, 환율 방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수출이 증가하고 무역수지 적자가 흑자로 전환해 달러가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원-달러 환율 추세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상승 압력을 받았다. 외환당국은 달러를 대량 방출해 환율 방어에 나서지만, 원화의 가치 하락이 더 가파르게 진행되었다.
한국은행의 분기별 외환순거래액을 보면, 2022년 마이너스(–)459억 달러, 2023년 머이너스(–)96억 달러, 2024년 상반기 마이너스(–)76억 달러로 환율 방어에 쓴 돈이 무려 631억 달러나 된다. 원-달러 평균환율을 적용하면 원화 환산 약 82조 원 정도다. 지금의 환율 위험은 외환당국이 달러를 풀어 환율 상승의 불길을 잡기 어려운 구간에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저성장 쇼크’ 현실화
한국 경제가 올해 적어도 2% 초반의 성장률을 방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내란사태 여파로 1%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4분기 분기 성장률이 최소 0.7% 이상을 찍어야만 성장률 2.0% 달성이 가능한데, 사실상 달성이 어렵다. 이로 인해 한국 경제는 2년 연속 ‘1%대 성장률’이라는 사상 초유의 저성장 쇼크에 빠질 전망이다.
지난 60여 년 동안 한국경제가 ‘1%대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한 횟수는 총 5번인데, 이 중에서 4번의 사례는 경제 위기와 관련이 있다: 1980년 2차 오일쇼크(–1.6%) ▲1998년 IMF 외환위기(–5.1%) ▲2009년 금융위기 충격(0.8%) ▲2020년 코로나사태(–0.7%). 정상 경제 하에서 경험했던 저성장 쇼크는 ‘2023년 1.4%’ 성장이 유일하다.
올해도 탄핵정국 하에서 1%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코로나 이전의 성장 균형으로 돌아갈 길이 막히게 된다. 2년 연속 “1%대 저성장 쇼크”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내수 경제 상황은 더 심각하다. 현 정부 들어 구조적 소득충격이 만성적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불황 경제’가 뉴노멀로 정착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지 이미 오래다. 중산층과 서민경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코로나 부채 충격에 노출된 상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코로나 부채로 소비 여력은 소진되고, 가계 실질소득은 역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긴축재정에 민생이 무너졌다.
‘실질임금증가율’은 2022년 –0.2% ▶2023년 –1.1% ▶2024년 2분기 –0.4%로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정도면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으로 진단하는 것이 맞다. 경제 체질이 건전재정 ‘중독’에 빠져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상황에서, 탄핵정국이 2차 충격을 가한 것이다.
민생과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이유는 불건전한 국정철학, 무능한 경제관료, 정책 실패 등에 기인한다. 민생대란 사태의 원인은 우선 정책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정부는 부자와 기업에 경도된 건전재정 중독에 빠져 세수펑크로 충격을 가했고, 민생곳간을 털어 그 공백을 메우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건전재정을 강조할수록 중산층과 서민경제가 더 어려워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장 큰 정책 실패는 정부가 철 지난 시장주의 이념에 물들어 자영업 등 민생 위기를 타개할 근본적인 내수진작책을 단 한 번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별없는 공공요금 민영화 정책, 한은의 금리정책 실기(失機) 등 ‘보편으로 충격을 가하고 선별로 구제하는’ 졸속 대응으로는 결코 서민경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회 주도의 비상경제체제 가동해 위기 대응력 높여야
무너지는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국정 기조를 폐기하고 정책 대전환을 위한 새 틀을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일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 최상목 경제팀을 전면 교체하는 것이다. 최상목 경제팀이 과도기에 대책반장의 역할을 맡는다면, 실패한 정책이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지금처럼 물가·금리·소득·매출 충격에 졸속 대책으로 대응할 것이 자명하다.
유례없는 위기에는 전례 없는 대책으로 대응해야 하며, 대내외 경제 위험에는 시장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비상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가 중심이 되어 위기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경제 컨트롤타워를 견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여·야·정 공동으로 “비상경제대응본부”를 출범시켜 대내외 위기관리, 먹사니즘(민주당식 먹고사는 문제) 정책 및 재정운영 방향 등을 지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내수불황의 주범인 건전재정 기조를 폐기해야 한다. 중장기 균형재정의 틀 안에서 민생 확대재정을 통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담아내야 한다. 건전재정이 불러온 ‘자기파괴적 세수펑크 사이클(세수펑크 충격 ⟶ 고강도 민생 긴축 ⟶ 내수 불황 ⟶ 성장률 쇼크 ⟶ 추가 세수펑크)을 차단해야만 만성적 내수 불황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회가 중심이 되어 민생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전국민의 소비 여력을 높일 내수진작책과 소득보전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보편적 금리 수준을 낮추는 ‘코로나부채 대책’, 근로자 세수부담을 낮추는 ‘물가연동 소득세법’, 정부와 지방정부가 매칭해 매출 승수를 높이는 ‘지역화폐 정책’ 등이 내수진작책에 속한다.
끝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를 조속히 체결해 무너지는 환율방어선을 사수해야 한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 1,400원 환율방어선이 무너지게 되고, 환율방어선이 무너지면 환율, 증시, 금리가 시스템 리스크로 진화할 수 있다. 내부적 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시스템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왕 할 요량이면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 송두한 민주금융포럼 상임대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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