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공매도 혁신안, 다시 혁신해야

[송두한의 판을 바꾸는 금융] 시장 혼란 초래시킨 졸속 공매도 금지後 당정 혁신안, 공매도 장기투자 장려한 개악 담보비율 140%로·외인지배력 낮춰야 그외 증권거래세 폐지, 장기투자 공제 필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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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증시개미의 숙원사업과도 같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단행했지만, 그 효과는 시장 기대와 달리 1일 천하로 끝났다. 개인투자자의 투자 심리는 더 위축되고, 외인 공매도의 주식 환매수(숏 커버링)도 일어나지 않았다. 외인 공매도가 굳히기, 즉 공매도 장기투자에 들어간 것인지 의심마저 든다. 지난 16일에 내놓은 공매도 혁신안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어려운 부실 대책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이번 공매도 사태를 공매도의 역기능을 걸러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단타 놀이터’로 변질된 국내 증시가 장기투자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국증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제대로 된 공매도 혁신은 물론, 이중과세 체제 혁신, 장기투자 공제 도입 등 밀린 숙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뒷문 열어놓고 앞문 잠근 ‘공매도 금지’ 조치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공매도를 금지할 정도로 공매도 피해가 심각한 수준인 게 사실이다. 특히, 외인 공매도는 시장하락에 투자하기보다는 주로 시세조종을 통해 시장 가격을 파괴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적정가격을 발견하는 순기능은커녕 적정가격을 망가뜨리는 역기능 사례가 차고도 넘쳤다. 1400만 개인투자자라면 누구나 ‘공매도에 걸리면 반토막’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공매도를 금지한 것이 크게 잘못된 결정은 아니다. 문제는 정부가 졸속으로 공매도부터 금지하고 후속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것이다. 잘못된 진단과 처방으로 공매도가 금지되자 외국인들이 연일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매도 폭탄을 쏟아내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바 있다.

제대로 된 공매도 혁신은, 기울어진 운동장과 관련된 제도개선을 먼저 시행한 후, 정책 시행에 따른 효과성을 평가해 공매도 금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즉,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공매도 전산화, 기한의 정함이 있는 공매도 상환기간, 시장조성자 공매도 장사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먼저 바로 잡았어야 했다. 그러나 당국은 마치 답을 먼저 쓰고 문제를 푸는 것처럼, 이러한 문제를 뒤에 남겨둔 채 성급하게 공매도를 금지해 버린 것이다. 공매도 금지로드맵이 부재한 상태에서 순서가 뒤바뀐 제도개선을 추진하다 보니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공매도 혁신안은 무엇이 문제인가?

그러나 지난 16일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지 않게 대못을 박는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정도 수준의 제도개선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첫째, 공매도 상환기간은 3개월로 정하고, 이 기준을 모든 참여 주체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관은 “3개월 + a”로 개정해 기간을 제한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추가 연장이 가능하도록 뒷문을 열어준 셈이다. 이렇게 되면 이전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외국인과 기관은 여전히 공매도 장기투자가 가능해져 수익이 날 때까지 버티는 ‘기우제’식 공매도 투자가 유효하다는 의미다.

둘째, 공매도 현금 담보비율 역시 개인도 외국인이나 기관과 동일하게 105%로 인하했지만, 이 역시 개선보다는 ‘개악’에 가깝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 담보비율은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겠지만, 그 기준은 상향 조정했어야 한다.

모든 참여자가 최소한 140% 정도의 담보비율을 적용받아야 무분별한 공매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어차피 개인의 대주거래는 소수에 불과해 담보비율을 105%로 인하한다 해도 그로 인한 편익이 제한적이다. 반면, 외국인이나 기관은 담보비율이 내려간 만큼 공매도 투자를 확대할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점에서, 공매도 상환기간이나 담보비율 등 기울어진 운동장과 관련된 제도는 전혀 개선된 게 없다. 공매도 제도의 친자본·친기업 편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정도다.

셋째,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 장사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 대책도 부재하다. 특히, 이들 기관이 공매도를 활용해 다른 종목의 헤지거래 수단으로 전용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헤지거래 수익 0원”의 원칙을 높게 세우고, 사후 관리가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이후 공매도 거래의 99%는 ETF 유동성 공급자가 쏟아낸 헤지(위험 회피) 물량이다. 이들 기관의 공매도가 헤지 목적인지 투자 목적인지를 파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제로 결산의 원칙을 지켰는지도 알 수 없다.

이번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외인 공매도가 떠난 자리에 기관 공매도가 들어와 그 공백을 메웠을 뿐이다. 작금의 행태를 보면, 호랑이 떠난 굴에 시장조성자가 아닌 시장조성자가 들어와 더 행패를 부리는 격이다.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투자를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넷째, 정부가 정책의 지향점인 불법 공매도 척결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합법 공매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소홀했다. 공매도 혁신의 본질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외인 공매도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는 데 있다. 대부분의 공매도 피해는 합법적 영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불법 공매도는 철저하게 조사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한다 해도 합법 공매도의 시세조종이나 시장교란 행위를 방지하기 어렵다. 정부가 합법 공매도의 확장 억제에 정책적 지향점을 두어야 하는 이유다.

공매도 다음은 ‘증시 체질개선’이다

우리나라 증시는 단타 시장으로 전락하면서 심각한 발달 장애를 앓고 있다. 개미는 물론, 외국인과 기관까지도 단타로 먹고 살 정도로 기초체력이 허약하다. 일례로, 개인투자자가 코스피지수에 10년간 장기투자 했다면, 누적 수익률이 24% 정도인데, 대신 3%짜리 은행예금에 투자했다면 34%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다우지수에 투자했다면, 100%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은행 예금보다도 못한 우리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이 단타에 매달리는 것도 어찌 보면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공매도 혁신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단타 시장이 장기투자 시장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투자자가 좋은 주식을 오래 들고만 있어도 돈이 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그 길은 증시 체질개선에서 찾아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할 체질개선 과제는 “증권거래세 폐지”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중과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거래세도 내고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는 주식양도세도 내는 구조다.

먼저, 주식양도세의 경우 최근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 원에서 50억 원 또는 그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부자 감세 논란이 일고 있다. 주식양도세는“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조세 정의에 부합한다. 그러나 대주주 기준 인하는 법인세 인하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상위 1%를 위한 부자 감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반면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기만 하면 수익이 나지 않아도 0.2%의 거래세를 내는, 일종의 통행세와 같다. “소득이 없는 곳에도 세금을 매긴다”는 비판이 높음에도, 정부가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매년 10조 원씩 거둬들이는 세수 때문이다. 거래세에 포함된 농어촌특별세(0.15%)를 빼면 사실상 폐지된 거나 다름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게 농특세든 거래세든 개인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세법 개정을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즉, 증권거래세는 폐지하고, 농특세 문제는 농특세 사업계정에 주식양도세를 포함하면 된다.

따라서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당연히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이 맞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주식 계좌가 10억원 미만인 모든 개인투자자는 사실상 비과세 환경하에서 주식투자가 가능해진다.

끝으로, 주식투자의 경우에도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도입해 오래 들고만 있어도 돈이 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최근 대주주의 매도 물량으로 수급이 꼬이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주식양도세의 대주주 기준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만약 주식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도입되면, 주식양도세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러한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례로, ▲2년 미만 20%, ▲5년 미만 10%, ▲5년 이상 0% 등으로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세율을 차등 적용할 수 있다.

자본시장이 견고해야 민생경제의 소득보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자금의 증시 유입을 촉진해 가계 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공매도 혁신을 포함, 증시 체질개선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할 때다.

글쓴이

송두한 공정금융포럼 공동대표

송두한 공정금융포럼 공동대표(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NH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장을 지냈다. 미 오토바인 대학교 Visiting Assistant Professor를 역임했다. 저서는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201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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