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위기인데, 대구은행을 끌어올린다니?

[송두한의 판을 바꾸는 금융] 지역발전에 역행...지역금융 ‘공동화’ 수도권 대출 전쟁 격화 ...부실화 우려 시중은행은 새 금리정책으로 통제해야 지방은행, ‘지역금융 허브’ 역할하도록

지방은행중 대구은행이 시중은행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지방은행중 대구은행이 시중은행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은행시스템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은행체제를 유지, 발전시켜왔다. 즉, 전국 네트워크를 지닌 시중은행과 지역금융을 담당하는 지방은행을 양대 축으로 구축하고, 그 공백을 특수은행이 메우는 구조다.

그러나 최근의 은행정책은 ‘배가 산으로 가는’ 후행성과 역행성을 보인다. 국가 산업정책의 금융 축인 산업은행이 지방으로 내려가려 하고,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지방은행은 수도권 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가 가능하게 한다. 정부는 은행의 과점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다.

잘못된 진단과 처방의 결과는 ‘위기’

정부는 은행의 팬데믹 이자폭리를 ‘카르텔’탓으로 규정하고,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바로잡겠다고 한다. 일견, 일리가 있는 말처럼 들린다. 시중은행들이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 사태로 민간 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 기간에 3%짜리 대출이자가 6%대까지 치솟으며 민생 경제를 집중 타격했다. 놀라운 것은 5대 금융지주가 팬데믹 위기에 힘입어 매년 역대급 실적을 갱신했다는 것이다. 금리 폭등 덕에 작년에만 50조 원에 육박하는 이자 이익을 거뒀다. 국민이 어려울 때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난에서 시중은행이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그렇다고 맥락도, 논리도 없이 지방은행으로 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역설적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화는 지방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하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산업은 금융위기에 가까운 비상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금리주기는 장기간에 걸친 금리상승을 마무리하고 이제 하산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데, 즉, 은행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달콤한 꿈인 “대출확대-부실축소”국면이 악몽같은 “대출축소-부실확대”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산업 전반에 걸쳐 부채 디레버리징(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부채축소과정) 리스크가 발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러한 때에 지방은행의 수도권 진출이 이뤄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당장 수도권에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며, 결국 경쟁력이 약한 지방은행의 부실이 늘어나 구조조정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130조 원대의 PF대출은 이미 범(凡)금융권 뇌관으로 진화한 상태이며, 자영업자대출은 1000조 원을, 중소기업대출은 1400조 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가계부채는 1900조 원에 육박하는데 이중 절반이 주택담보대출이다. 2019년 이후에 발생한 코로나 민간 부채가 1000조 원에 달한다. 금리 경쟁력이 취약한 지방은행이 어디에서 신사업 대출을 추진할 수 있을까? 추가 대출은 추가 부실을 초래할 것이며, 경영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지방은행의 수도권 진출이 이뤄지면, 정작 지방 본진의 영업 점포가 사라지는 ‘점포 다운사이징’으로 지방금융이 공동화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산업은 모바일 금융이 확산되면서 적자 점포를 정리하는 점포 통폐합이 진행됐다. 시중은행 점포 추이를 보면, 2015년 4314개에서 2022년 3085개로 무려 30% 가까운 동네은행이 사라졌다. 매년 100개 이상의 동네은행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지방은행 상황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지방은행은 965개에서 790개로 약 18%의 점포가 구조조정 되었다.

<시중은행·지방은행 점포통폐합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영업점포 통폐합은 은행산업이 피할 수 없는 구조적 변화라 한다면, 문제는 지방은행이 다른 지역으로 영업을 확대하면, 정작 점포축소 충격이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점포에 집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시중은행의 점포는 10개 중 7개가 수도권 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반면, 지방 점포는 줄고 있다.

이처럼 지방은행이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점포를 먼저 줄일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역시 수도권 중심의 점포 운영 전략을 강화해 지방은행의 수도권 진출을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결국, 시중은행도 지방은행도 지방 점포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화는 “금융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금융의 공동화”를 초래해 지역금융의 근간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시스템을 훼손하는 인허가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은행산업의 구조조정 리스크를 확대시킬 뿐이다.

지방은행이 은행 과점체제에 흡수될 것

은행산업의 대출비즈니스의 경쟁우위 원천은 금리 경쟁력을 결정하는 ‘규모의 경제’에 있다. 금융 플랫폼을 지배하는 4대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경쟁할 수 있는 민간 금융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중은행의 과점체제가 팬데믹 이자폭리의 주범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지방은행을 투입해 시중은행 금리를 잡는 것은 거의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과점체제라는 진단은 맞지만, 처방이 크게 잘못됐다.

먼저 금리상승 국면에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수준을 비교해 보자.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금리차는 2021년말 1.3%p, 2022년말 2.4%p, 올해 5월 2.4%p 등으로 금리상승 국면에서 급격히 확대되는 흐름을 보인다. 대출비즈니스의 비용구조를 반영하는 가산금리 역시 지방은행이 시중은행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올해 5월 기준, 신용대출의 가산금리는 지방은행이 5.0%로 4대 시중은행 평균(3.5%)보다 1.5%p 높다. 이 정도라면,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이 된다해도 금리 경쟁력을 극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고금리 대출이 시중은행에 편입되면서 평균 금리를 올려놓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다.

<시중은행 · 지방은행 금리 및 대출규모 비교>

자료= 은행연합회, 금융감독원
자료= 은행연합회, 금융감독원

체급도 비교해 보자. 4대 시중은행의 평균 대출자산은 300조 원을 웃도는 반면, 6대 지방은행의 평균 대출자산은 30조 원 남짓에 불과하다. 대구은행의 총 여신은 52.4조 원이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을 흡수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고서는, 이러한 체급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고, 이로 인한 금리격차는 결국 건전성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에서 지방은행을 통해 시중은행 금리를 잡겠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그야말로 탁상공론으로 들리는 이유다. 위기 때마다 지방은행이 없어지거나, 시중은행에 편입된 이유와 배경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바람직한 지방은행 정책

바람직한 은행정책은 무엇일까? 그 답은 기본에 충실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시중은행은 시장성과 공공성이 조화를 이루며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방은행은 지역경제와 산업을 밀착 지원하는 ‘지역금융 허브’로 육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지방은행은 더욱 지방은행답게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당국은 금리산정 체제를 개선해 시중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은행 중심 금융시스템 하에서 규제산업인 은행이 폭리를 취했다는 사실 자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공적 자금을 투입해 살려낸 금융기관이 위기를 폭리의 기회로 활용했다면, 금리정책을 통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가산금리나 우대금리 산정체제에 금리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금리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리의 사회적 책임 평가와 정부의 정책 지원(인허가, 은행건전성 평가 등)을 연계한다면, 시장성과 공공성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지방은행의 신사업 진출이 아니라 시중은행 금리체계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있다.

둘째, 수도권 사업 집중도가 높은 시중은행이 지역 점포를 유지하거나 확대해 지역금융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도 구축해야 한다. 지금처럼 시중은행들이 영업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통폐합한다면, 지방에 있는 대부분의 시중은행 점포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시중은행이 지역 점포를 유지해야 여기서 나오는 자금이 지역에 재투자될 수 있다. 정부도 지역의 자금이 지역으로 환류해 지역경제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기존의 제도나 기준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방은행은 양적 성장보다는 지역경제에 밀착해 지원하는 관계금융기관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거래 금융(transaction banking) 기반의 시중은행과 관계 금융(relationship banking) 기반의 지방은행은 상호보완적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화는 양적 성장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지역금융의 질적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방은행이 존재하는 이유는 지역경제에 적합한 금융서비스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그런 의미에서 퇴행적 금융정책이라 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인 충청권과 강원권에 지방은행을 설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역금융축이 견고해야만 금융의 수도권 편중, 금융의 지역 양극화, 지방 소멸 위험 등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끝으로, 최근 글로벌 전반에 걸쳐 은행 부실 문제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뱅크(SVB),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 등 멀쩡한 은행들이 파산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새마을금고 PF 부실 등 은행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러한 때에 정부가 정책 우선순위를 지방은행 대출비즈니스 확장에 두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건전성 관리 방안과 코로나 민생부채 대책을 마련하는 데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

송두한 공정금융포럼 공동대표

송두한 공정금융포럼 공동대표(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NH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장을 지냈다. 미 오토바인 대학교 Visiting Assistant Professor를 역임했다. 저서는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201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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