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속 자본시장, 공매도 제도 바로 잡자

[송두한의 판을 바꾸는 금융] 자본이탈 충격에 취약한 증시 고쳐야 공매도 혁신 등 자본시장 체질개선 필요 이중과세 혁신, 장기보유특별공제 도입도

국내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안정세를 보이던 주요국의 물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여파로 유가 급등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주기는 사실상 정점을 찍고 내려올 길을 찾고 있으나, 꺾일 줄 모르는 시장 금리는 정책 환경과 괴리된 모습이다.

여기에 금융위기의 가늠자인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채권시장은 버블붕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나홀로 달러 강세’는 신흥국 자본이탈을 부추겨 증시 충격이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금융위기 가능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은 펜데믹이 키운 잠재리스크가 포스트 코로나 충격으로 발현할 수 있는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나홀로 달러 강세’ 리스크

‘나홀로 달러 강세’로 정리되는 글로벌 환율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현상 역시 외인자본의 유출입과 무관치 않다. 원달러 환율은 2022년 이후 상승압력이 높아지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400원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접근한 상태다. 원달러 환율은 2022년 1194원에서 2023년 10월 현재 1350원까지 상승했다. 이 정도면, 외환리스크가 발현할 수 있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하는 것이 맞다.

물론, 주변국의 환율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엔화 가치는 2022년 들어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며 외환발 시장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2022년 115엔에서 올해 10월에는 150엔으로 급등했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도 2022년 달러당 6.4 위안에서 올해 10월 7.3위안으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외환리스크 저지선으로 인식되어 온 달러당 7위안마저도 이미 뚫려버린 상태다.

이처럼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경제 상황에서 달러화만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신흥국 전반에 걸쳐 외환리스크가 증폭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세계경제가 직면한 고물가, 고금리, 고유가 등 3고(高) 현상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 리스크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부채가 쏘아올린 증시버블이 조정이 아닌 붕괴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증시 자금이 조직적으로 이탈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외국인 자본 의존도 너무 높아

글로벌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유가로 불리는 3고(高)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세계 증시는 과잉유동성에 힘입어 버블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글로벌 통화 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버블 확장에서 버블 소멸로 넘어가는 조정 사이클이 진행되고 있다. 버블 조정 국면에서 신흥국 경제는 자본유출 충격에 취약해지기 마련이다. 한국 증시가 ‘버블 없는 버블 충격’에 노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외인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 일단 자본유출이 발생하면 증시 및 환율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시스템 리스크로 진화한다. 단타 시장으로 변질된 한국 증시에서 내국인 투자자가 장기 성장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외인 자본의 ‘양적 팽창·질적 저하’ 탓이 크다.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투자 현황을 보면, 2008년 6031억 달러에서 2023년 2분기 1조 4611달러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외국인 투자의 대부분이 장기성 투자인 직접투자보다는 단기성 투자자금 성향이 강한 증권투자(주식, 채권) 형태로 급증했다. 외국인증권 투자는 2008년 2522억 달러에서 2023년 2분기 8985억 달러로 4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는 GDP에 견줘 90%에 육박할 정도로 외인 자본 집중도가 높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공매도 제도를 손봐야 한다

1000만 개인투자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공매도의 시세조정에 걸려 주가가 반토막 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가 공매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기 위하여 개인에게도 공매도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다. 대부분의 공매도 피해는 합법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법 공매도를 근절한다 해도 그 피해가 줄어들기 어렵다.

자료= KRX, 금융투자협회
자료= KRX, 금융투자협회

공매도가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굳이 복잡한 분석이 없어도 쉽게 알 수 있다. 코로나발 증시 충격으로 공매도가 금지되었던 구간(2020년 3월~2021년 5월)에서 코스피 지수는 3200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증시는 장기간에 걸쳐 하향 안정화되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외인의 증시 비중은 자본이탈 압력이 높아지면서 2020년 37%에서 2023년 9월 32%로 감소 추세를 보였는데, 이 기간에 KOSPI 지수는 꾸준하게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즉, 외국인이 들어오면 상승하고 나가면 하락하는 시소게임과도 같은 것이 한국증시가 직면한 현실인 것이다.

자료= 한국은행, Bloomberg
자료= 한국은행, Bloomberg

외국인 투자가 국내 증시의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리스크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인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자본 유출입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국내 증시는 외인자본 비중이 30~40%를 유지할 정도로 높은데, 점유율로만 보면 신흥국 증시 중에서도 단연 최고 수준이다.

둘째, 더 큰 문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입되는 외인 자본의 질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10년간 단기성 투자자본이나 투기자본이 급증하면서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단타 놀이터’로 변질되어 버렸다. 즉, 국내 증시에서 장기투자 시장이 사라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외인이 주도하는 공매도가 있다. 없는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폭락하면 다시 싸게 사서 되갚는 공매도 세력이 기승을 부리면, 시장이 어려울 때 증시 충격이 배가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정책 환경에서 공매도 피해를 줄이는 현실적 대안은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뿐이다. 즉, 증시의 시스템 리스크가 높아지는 구간에서 시장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사전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단행하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증시 및 환율 환경을 보면, 신흥국 시장의 자본이탈이 시스템 리스크로 발현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역시 증시에서 빠진 자금이 환율시장을 통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압력을 높여나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자본유출 충격으로 환율 방어선인 달러당 1400원이 뚫리면 걷잡을 수 없는 금융리스크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공매도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의 증시가 그러하고, 연초에 비해 14% 이상 절하된 지금의 원달러 환율이 그러하다. 외인자본이 이탈하면서 증시 및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시장 체질개선에 적극 나설 때다

자본시장이 견고해야 고질적인 자산의 부동산 쏠림을 해소할 수 있고, 내국인 투자자가 자본시장을 통해 장기 성장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저성장-저임금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표준으로 정착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본원소득(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만 의지한다면, 근로활동에 얽매이는 생멸주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시대정신은 자본시장을 통한 소득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소득정책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길은 자본시장의 체질개선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의 단타 놀이터로 전락한 국내 증시가 장기투자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며, 공매도 혁신을 통해 성장의 불씨가 발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자본시장의 체질개선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매도 혁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공매도 폐지가 바람직하지만, 현실적 제약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따라서 현실적 대안은 시장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사전적인 공매도금지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증시와 환율시장을 둘러싼 리스크 환경을 진단할 수 있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 위험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공매도를 금지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면 된다. 기조적인 증시 하락과 환율 상승으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지금이 바로 공매도금지 조치를 단행할 때다.

현행 공매도 제도는 ‘KOSPI 200’과 ‘KRX150’에 속한 기업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고 개인에게도 공매도 기회를 확대해 공매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외인이 주도하는 공매도 문제는 몇십 건의 위법 사례를 적발하거나 개인이 외인/기관과 경쟁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공매도 피해는 대부분 불법보다 합법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공매도를 폐지하지 않는 한, 유일한 대안은 공매도금지 조치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 뿐이다.

둘째, 양립할 수 없는 이중과세 체제를 혁신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주식양도세 전면 과세가 2년간 유예됨에 따라, 개인투자자는 0.2%의 증권거래세만 부과하면 된다. 하지만, 2025년부터 금투세가 시행되면 투자자는 증권거래세와 함께 5000만 원 이상의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부과해야 한다. 즉, 증권과세 체제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중과세 체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정부 역시 증권거래세를 유지하며 주식양도세를 부과하는 이중과세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금융당국은 현행 0.2% 수준인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해 2025년에 0.15%(농어촌특별세) 수준으로 낮춰 조세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한다. 정부가 논리도 없고 맥락도 없는 증권거래세를 고집하는 이유는 매년 10조 원 이상을 거둬들이는 세수의 원천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증권거래세는 투자 손실이 발생해도 거래만 하면 부과되는 후진적 제도 특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형평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주식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도입해 자본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증권 규제는 반드시 단기 투자를 억제하고 증시의 장기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정책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고 실거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장기보유 특별공제 제도를 도입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식 장기보유 특별공제의 도입은 양도세 유예와 같은 일회성 공제 방식도 고려할 수 있고, 보유 기간에 따라 세율을 차등 인하하는 ‘역진적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일례로, 1년 미만 20%, 5년 미만 10%, 5년 이상 0% 등으로 세율을 차등 적용한다면, 단타 시장으로 전락한 국내 증시를 장기투자 시장으로 재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자본시장이 견고해야 금융소득을 통한 소득보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자금을 증시로 유입해 자산의 부동산 쏠림을 해소할 수 있다. 자본시장 체질개선 프로젝트를 가동해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및 제도 병목을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다.

글쓴이

송두한 공정금융포럼 공동대표

송두한 공정금융포럼 공동대표(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NH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장을 지냈다. 미 오토바인 대학교 Visiting Assistant Professor를 역임했다. 저서는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201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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