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美정치학 교수가 본 민주당 전당대회①

[이인엽의 미국에서 고민하는 정치와 세계] 올스타 총출동한 민주당 전당대회 트럼프 진영, 후보 개인지지만 있어 미셸 오바마 뛰어난 연설...잭슨 목사 등장 “Joy” 슬로건 따라 축제분위기 연출 “역사는 느리지만 전진한다” 강조한 대회

미국 민주당의 전당대회 셋째날인 지난 8월 21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 모인 당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전당대회 셋째날인 지난 8월 21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 모인 당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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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대선에 대해 관심이 매우 뜨겁다. 한국의 언론이나 시청자들도 과거에는 대선 후보 중에 누가 우세하냐 정도의 관심이었다면, 이제는 전당대회의 발언 등 세세한 부분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조금 긴 호흡으로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민주당의 역사와 선거 전략에 대해 분석해 보려고 한다.

지난 7월에 열렸던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 총격 사건 직후였던 터라 대선 승리를 확신하는 열광적인 분위기였지만, 기존의 트럼프 지지자들의 결집을 확인하는 행사에 가까웠다. 반면 이번 8월 19~22일에 4일간 열렸던 민주당 전당대회는 화제성이나 언론의 보도열기가 더 뜨거웠다.

전체적인 인상을 보면, ‘민주당 올스타전’이라 할 만큼 고령인 지미 카터를 제외하고, 전 현직 대통령 부부들인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 조 바이든과 질 바이든 등이 총출동해서 해리스-월즈 팀에 확고한 지지를 표했다. 빌 클린턴은 “내가 주장하고 싶은 유일한 개인적인 허영심은 그래도 내가 트럼프보단 아직 젊다는 것”이라는 농담(클린턴은 이미 40대 중반에 미국 대통령이 되어서 55살에 퇴임했고 현재 78세. 트럼프와 비슷한 나이지만 두 달 정도 어리다)으로 바이든 사퇴 이후 고령논란의 대상이 된 트럼프의 처지를 지적했다.

미셸 오바마의 이번 연설은 오바마를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분열과 공포가 아닌 희망과 공동체적 가치를 선택하자는 메시지를 유려한 연설로 풀어냈다. 지난 6월 트럼프가 “이민자들이 흑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했던 ‘반이민 갈라치기’ 발언을 패러디해 “누가 말해주겠나, 트럼프가 현재 찾고 있는 일자리가 흑인 일자리 (Black jobs)일지도 모른다는 것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차기 대통령 자리가 흑인(해리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예언같은 유머였다. 주요 인사들 모두 과거 주류 언론들이 승리를 점쳤었고, 일반 투표에서 승리했으나 선거인단에서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를 의식한 듯, 안심하지 말고 “끝까지 선거운동에 최선을 다할 것(Do something!)”을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20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인 미셸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20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인 미셸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민주당은 원로들이 나서서 바이든의 대선 포기에 압력을 넣었고, 이제 죽기 살기로 트럼프를 막아내는데 단결하는 모양새다. 트럼프가 자신을 ‘워싱턴 아웃사이더’ 자리매김하며 기성 정치인들을 비판해 온 터라, 전통적인 공화당 리더급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과 대조되는 점이다.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얼굴도 비치지 않았고, 심지어 부시, 그리고 대선주자였던 미트 롬니와 고 존 매케인의 측근들을 포함한 공화당 보좌진 200여명은 “트럼프를 재선시키는 건 미국에 재앙”이라며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물론 트럼프 지지자들은 민주당 인사들은 물론 공화당 기성 정치인들까지 워싱턴 인사이더, 국민의 삶과 무관한 엘리트 등으로 비판해 온 터라 내부적으로는 큰 여파는 없었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캠프는 트럼프 개인에 대한 지지로 뭉쳐 있다면, 민주당은 당 전체가 해리스-월즈를 선택하고 지지해 가는 모습이다.

파킨슨 병을 앓고 있어 휄체어에 탄 채로 무대에 등장한 제시 잭슨 목사.
파킨슨 병을 앓고 있어 휄체어에 탄 채로 무대에 등장한 제시 잭슨 목사.

구호 ‘Joy’를 분위기로 살린 전당대회

전당대회는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결집과 더불어 지역 정치의 유망주가 전국구 인사로 부상할 수 있는 등용문이기도 하다. 과거 2004년 오바마는 중앙 무대에선 덜 알려진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 출신으로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한 상태에서, 존 케리 후보 지지연설을 했다. 그의 연설이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키자 일약 전국적인 스타로 부상했는데, 아직도 미국 역사상 최고의 연설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민주당 계열에서 ‘말 잘한다’는 사람들은 다 모여 화려한 연설을 뽐냈다. 예를 들어 민주당 하원 원내 대표인 하킴 제프리스는 전성기 시절 오바마를 떠올리게 하는 리듬감과 라임이 강한 연설로 주목을 받았고, 말 잘하기로 유명한 피트 부티지지도 위트 있는 연설로 차기 대선주자 중 하나로서 자리를 확인했다.

민주당은 해리스 캠프가 ‘Joy’라는 가치를 회복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만큼 파티 같은 전당대회를 만들어 냈다. 스티비 원더와 존 레전드의 공연이 분위기를 띄웠고, 각 주를 거치며 지지를 표명하는 ‘롤콜’(Roll Call) 순서도 축제 분위기였다.

주 대표들이 출신 주의 자랑거리와 유명인사들을 소개했고, 앞에서는 디제잉을 하면서 각 주와 관련된 음악을 틀어주었다. 예를 들어 앨라배마 차례에선 유명한 ‘Sweet Home Alabama’가 흘러나오고, 위스콘신 주의 경우 참가자들이 주 특산물인 치즈 모양의 모자를 쓰고 나왔다. 조지아 주의 경우 아틀란타 출신인 유명 래퍼 릴 존이 깜짝 등장하는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횃불은 넘겨졌다!”: 역사의 진보에 대한 강조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횃불은 넘겨졌다(Torch has been passed)”라는 표현이 여러 번 강조되었다. 먼저 이 표현에는 재선에 대한 도전을 내려놓은 바이든의 결단을 인정하고 그의 유산을 해리스가 이어간다는 메시지가 있다. 이제 대선 도전의 부담을 벗은 바이든은 전당대회에서 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대통령 임기 동안의 업적과 50여년의 정치역정을 연설로 풀어냈다. 연설자들과 청중은 “Thank you, Joe!”를 연발하며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바이든-해리스 간의 계승 뿐 아니라, 긴 흐름에서 해리스-월즈가 과거 민주당 지도자들의 정신과 정책을 계승하고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한다는 메시지가 강조되었다. 특히 한국 언론에서는 많이 다뤄지지 않은 내용으로, 고령의 제시 잭슨 목사가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 장면은 상징성이 컸다.

마틴 루터 킹의 후계자 격인 그는 미국 사회가 보수화되던 1984년과 1988년에 민주당의 대통령 경선에 참여한 바가 있다. 물론 당시로선 흑인 대통령 가능성은 높지 않았고, 흑인 인권 개선을 위한 상징적인 참여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간 그의 도전은 20여년 만인 2008년 오바마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결실을 보았고, 오바마의 당선을 도왔던 잭슨은 당선 축하 현장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오바마가 당선되자 ‘흑인 대통령의 등장’이라는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심지어 인터넷에서 트럼프의 부상과 흑인 비하 용어인 N-word가 검색 상관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트럼피즘은 인종 문제 뿐 아니라, 이민과 무역, 블루칼라 노동자의 몰락 등 여러 요인의 결과다. 하지만 미국 사회가 인종, 문화, 종교적으로 다양해지는 것을 미국의 정체성 상실로 보고, 다시 보수 백인 남성 기독교 중심 사회로 회귀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트럼프를 지지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결국 2016년 트럼프 당선에는 흑인 대통령 당선이라는 급격한 변화에 대한 반작용이 어느 정도 작용한 셈이다.

2016년 대선에서 최초 여성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이제 해리스의 도전을 바라보는 힐러리 클린턴이 등장하자, 청중은 길게 박수를 보냈다. 클린턴의 실패는, 엘리트주의적 이미지, 그리고 경제, 무역, 이민 문제 보다 여성 대통령이라는 ‘정체성 정치’에 집중한 전략적 한계의 결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영부인 시기부터 자신감 넘치고 똑똑해 보이는 힐러리가 전통적인 여성상이나 남편을 보조하는 역할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했던 것에 대한 반감도 크게 작용했다.

심지어 욕설을 쓰지 않는 보수 기독교 집회에서 대놓고 욕설을 해도 되는 존재가 힐러리 클린턴이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진보적 여성상의 상징이 되어 버린 힐러리에 대한 보수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미국 역사에서 공식적으로는 투표권이 백인 여성보다 흑인 남성에게 먼저 주어졌을 정도로 성평등과 여성 인권의 진전은 어려운 도전이었는데, 미국에서 흑인 남성 대통령이 여성 대통령 보다 먼저 등장한 것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오바마 이후 힐러리 클린턴이 낙선하고 트럼피즘이 부상한 다음, 이제 민주당은 무려 ‘여성’이자 ‘흑인’이며, 인도계 ‘소수자’까지인 해리스가 대통령에 도전하는 또 한번의 변화를 맞고 있다. 전당대회 내내 이런 역사적인 흐름이 강조되었는데, 결국 느리고 반발과 좌절도 있지만, 역사는 전진할 것이며 그 횃불을 이어갈 사람은 해리스라는 메시지가 특히 강조된 대회였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 전당대회는 여성과 유색인종의 참여가 매우 두드러졌다. 흑인 학생들이 가스펠과 아카펠라 풍으로 부르는 미국 국가도 인상적이었다. 흑인 여성으로 미국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오프라 윈프리도 유창한 연설을 통해 통합과 진보를 강조했다. 최초의 여성 미국 원주민 출신 하원의원이자, 최초의 여성 미국 원주민 출신 장관(내무장관)의 기록을 갖고 있는 데브 할런드도 연설자로 나섰다. 미네소타의 부지사이자 미국 원주민인 페기 플레너건도 지지연설을 했는데, 월즈가 부통령이 되면 자동으로 주지사 직을 승계하게 되어 최초의 미국 원주민 출신 주지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민주당 전당대회는 인종평등과 성평등, 그리고 다양성의 확대는 막을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며, “다시 (퇴행의 길로) 돌아갈 수 없다(We are not going back)”는 메시지가 이 모두를 함축했다. ②편으로 이어짐.

글쓴이

이인엽 미 테네시텍대학 정치학 교수

이인엽은 서울대 국제대학원과 미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조지아 대학에서 클린턴 정부와 부시 정부 시기 미국의 대북 정책을 주제로 국제정치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테네시텍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연구 분야는, 북핵문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미국 외교정책이고, 저서로는 "Politics in North and South Korea",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등이 있다. 미국에서 거주하며 미국과 한국의 정치, 미국 외교 정책과 한반도 문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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