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TV토론, 여기도 ‘토론의 질’이 문제야!
[이인엽의 미국에서 고민하는 정치와 세계] ①2024년 미 대선 첫 TV토론 이모저모 해리스가 우세했지만, ‘자격은 된다’는 정도 트럼프, 무리한 주장이지만 ‘지지자만 위해서’ ‘토론의 질’ 아쉬운 수준...’시간 낭비’ 지적
해리스 캠프 ‘트럼프 대역’은 힐러리의 전 보좌관
엊그제인 지난 9월 10일 미국 대선 TV토론이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최근 카멀라 해리스 대(對) 도널드 트럼프 지지율이 박빙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바이든-트럼프 TV 토론에서 바이든의 말실수와 고령논란이 본격화 되고, 트럼프 총격사건까지 벌어지자, 바이든은 후보 사퇴하고, 해리스와 월즈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었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진행되면서 트럼프에 뒤지던 지지율을 뒤집어, 조사에 따라 3~7%P까지 해리스가 앞섰다는 결과가 나왔다. 바이든으로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불안감을 느끼던 민주당 지지층이 전당대회를 계기로 새로운 후보인 해리스에 결집하는 ‘허니문 효과’, 컨벤션 효과가 꽤 나타난 것.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최근에는 다시 트럼프가 따라잡았다는 조사가 나왔다. 뉴욕타임즈의 경우 트럼프가 1%P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각종 여론조사들을 평균 내보면 해리스가 1%P정도 앞선다고 나오는데, 오차 범위 내이기에 누구도 확실하게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선거인단 확보에 결정적인 경합주에서도 지지율이 박빙이라 트럼프와 해리스 캠프가 선거운동 80%의 예산을 펜실베니아와 조지아에 쏟아붓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 대선 TV 토론이 대선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선거가 코 앞이기에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이미 마음을 정했고, 큰 영향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재 대선 레이스가 워낙 박빙이고 바이든의 경우 지난 토론에서 말실수와 고령논란으로 후보 사퇴까지 벌어진 터라, 이번 토론에 관심이 더 높아졌다.
해리스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국경 관련 질문에 제대로 대응을 못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를 피해 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트럼프는 다년간 화제의 중심에 있었기에 많은 부분이 알려진 반면, 해리스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고, 어떠한 후보인지 더 알아보고 싶다고 답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이번 토론이 지지층을 넘어 유권자 전체에게 자신을 알리고 증명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해리스의 경우 일찌감치 토론 현장과 유사하게 세트장까지 만들어 놓고 토론 연습에 열을 올린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과거 트럼프와 토론했던 힐러리 클린턴의 보좌관이 트럼프 대역을 하면서 토론 연습을 했다고 한다.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토론 규칙에도 양측의 신경전이 팽팽했는데, 결국 자기 발언 시간에만 마이크가 켜지는 룰에 합의해 중간에 끼어들기가 어려운 방식이 되었다. 트럼프는 체격이 큰 장점이 부각되도록 한 카메라가 전체 화면에 두 사람을 동시에 담기 원했다고 하는데, 실제 중계는 화면이 분할되어 두 사람이 비슷한 사이즈로 클로즈업 되어 화면 양측에 담겼다.
최초의 대선 TV토론은 케네디 Vs 닉슨
미국의 최초 대선 TV 토론은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이 대결한 1960년 대선 토론이다.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 하에서 부통령으로 이미 8년간 외교 분야 등 여러 경험을 쌓았던 닉슨이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라디오가 아닌 화면으로 중계되는 토론에서 케네디가 잘생긴 외모에 여유 있고 유창한 연설 모습을 보인 반면, 닉슨은 긴장했는지 매우 뻣뻣한 모습을 보였고 심지어 땀을 많이 흘리는 게 화면에 잡힐 정도였다. 그래서 닉슨은 얼굴에 맺힌 땀방울 때문에 대선에 졌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른 유명한 일화로, 1984년 대선 당시 상당히 고령인 73세에 재선에 도전한 로널드 레이건은 56세로 훨씬 젊었던 상대 후보 월터 먼데일과 비교되자, “이 캠페인에서 나는 나이를 문제삼지 않겠다. 내 경쟁상대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대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머를 섞어 대응해 논란을 잠재운 바가 있다.
반면 지난 토론에서 바이든은 상당히 노쇠하고 피곤한 모습이었고, 의료 문제를 이야기 하다가 황당한 말 실수를 했는데 “We finally beat Medicare”라고 한 것이다. 원래 의도는 자신이 제약회사들과 강하게 협상해서 약품 가격을 낮춘 업적을 강조하며 “We finally beat big pharma.(우리가 마침내 거대 제약회사들을 물리쳤다)”라고 하려던 것 같은데 “우리는 메디케어를 물리쳤습니다”라고 해버렸던 것. 이에 모든 사람이 당황하고, 바이든 사퇴 압력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토론에서는 경험과 정책에 더불어, 그것을 얼마나 유려하고 자신감 있게 전달하는가, 그리고 후보가 얼마나 매력적인가 등이 모두 작용한다고 하겠다.
예전 글에서 언급했듯, 트럼프는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마구 쏟아내며 상대방의 말을 자르고 끼어드는 등 토론과 정치의 규범을 상당부분 바꿔버렸는데, 이에 대해 해리스가 어떻게 대응할 지도 관심을 모았다. 보도에 의하면 해리스와 트럼프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었다고 하는데(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만날 수 있었으나, 트럼프는 참석하지 않고 플로리다로 가버림) 두 사람의 첫 만남이라 더 관심을 모았다. 최근 대선 후보들은 악수 없이 토론을 시작했으나, 이번에는 해리스가 트럼프 쪽으로 더 다가가서 “카멀라 해리스”라고 자기 이름을 이야기 하며 악수를 청해 눈길을 끌었다.
본격적인 토론, 개와 고양이의 시간
전체적인 인상을 보면, 트럼프는 평소 자기 유세에서 ‘리얼리티쇼’ 같은 모습을 보여 대통령스럽지 못하다는 평가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TV토론 초반에는 평소보다 차분하게 자기 주장을 중심으로 발언을 했다. 특히 거의 해리스 쪽을 보거나 반응하지 않고 사회자를 보며 자기 할 말을 쏟아내는 식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나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차례가 끝나더라도 트럼프는 자신에게 불리한 해리스의 공격으로 주제가 끝나게 되면, 사회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한번 더 반박을 하며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체 발언을 보면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5분 이상 더 길게 발언을 했는데, 지지자들에게는 이런 부분이 어필할 듯하다.
한편 중간에 낙태 관련 주제가 나오고, 자신의 지원유세가 지루했고 청중들이 떠났다는 등 심기를 자극하는 해리스의 언급이 나왔고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사회자에게 여러 번 지적을 받자, 다소 평정심을 잃고 화를 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후반으로 갈수록 톤이 높아지고 해리스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많이 했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서인지 불법이민 문제를 계속 언급했는데, 전혀 다른 주제를 다루는 시간에도 갑자기 다시 불법이민자 문제를 언급했고, 심지어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었다”는 무리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반면 해리스는 처음에는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으로 시작했다가 자신에게 유리한 주제들이 나오자 점차 공세를 높여갔다. 자주 트럼프를 바라보면서 발언을 하고, 트럼프의 발언에 고개를 내젓거나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등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이는 여성과 남성의 성격적 차이일 수도 있겠는데 보기에 따라 트럼프는 자기 이야기를 하며 토론을 주도하고, 해리스가 트럼프의 페이스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어 보였다. 반대로 트럼프는 조금 답답하게 자기 말만 하며, 해리스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대응했으며 표정을 통해서도 트럼프가 황당하거나 사실이 아닌 주장을 한다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관계 점검...트럼프의 33번 거짓말
이번 방송은 ABC가 주관하며 두 명의 사회자가 질문을 던지고 진행했는데, 막판으로 가면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팩트 체크를 하며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트럼프와 지지자들은 이것이 불공정했다며 “이번 토론에서 사회자들이 해리스 편을 들어 트럼프가 3대1로 싸웠다”며 불만을 토로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만큼 트럼프 쪽에서 사실관계에 어긋나거나 무리한 주장이 많았다고 하겠다.
CNN 팩트체크에 따르면 해리스가 1개 이상 거짓말을 한 반면, 트럼프는 무려 33개 이상 거짓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민주당이 이미 태어난 아기를 낙태하는 처형 수준의 극단적 낙태를 지지한다”고 주장했는데, 사회자는 “출생 후 아기를 죽이는 것이 합법인 주는 없다”며 지적했고, 트럼프가 “오하이오 스프링필드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라고 하자, 스프링필드 관계자가 “그런 일은 확인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 때 범죄율이 급증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엔, 미국에서 전반적인 폭력 범죄가 실제로 감소하고 있다고 FBI가 밝혔다고 반박했다.
분명한 사실 관계는 아니지만 매우 무리한 주장으로, 트럼프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이스라엘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 했는데, 해리스는 오히려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에겐 지나치게 친(親)이스라엘이라 비판받고 있고, 남편은 유대계 미국인으로 이스라엘을 강하게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도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여러 번 확인한 바 있다.
트럼프는 또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모든 이의 총을 압수할 계획”이라 주장했는데, 총기 소유권은 미국 수정헌법 2조에 명시되어 해리스나 그 누구도 총기 압수는 불가능에 가깝고, 해리스는 “자신과 부통령 후보 월즈 모두 총기소유자로 총기 압수를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한 해리스가 맑시스트이며 스탠포드 경제학자였던 그녀의 아버지도 맑스주의 경제학자라고 해서 해리스가 황당하다는 웃음을 터뜨렸다. 해리스가 맑스주의자라는 근거는 당연히 없고, 확인해 보니 해리스의 아버지도 주류 경제학과 자본주의의 한계를 비판했으나 맑시스트가 아닌 자본주의의 불확실성을 지적하고 임금주도 성장 등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려는 포스트 케인즈주의자라고 한다. 토론에서 트럼프는 2020년 자신의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왜 자신이 선거에 이겼다고 주장하는지 명확한 근거를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관계에 어긋나지 않더라도, 주장에 구체성과 현실성이 없는 것들도 있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12시간 내에 끝낼 수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인지 밝히지 않았다. 내셔널 가드를 이용해 약 1천백만에 해당하는 불법이민자들을 단번에 추방하겠다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오바마케어보다 더 좋은 의료보험 체제를 만들 수는 있는데, 그에 대한 컨셉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모호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부분은 트럼프를 관찰해 온 사람이라면 놀랍지는 않은데, 사실 관계와 상관 없이 강한 주장을 던지면 트럼프 지지층은 팩트 체크 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현상을 재연하려는 시도였다.
해리스가 우세했다 하더라도
전반적으로는 해리스가 우세했다고 보는 평이 많다. 예를 들어, 워싱턴포스트(WP)가 유권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23대 2로 해리스가 잘했다”는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평론가들의 평가도 해리스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필자 개인적으로 토론을 본 소감은, ‘지지율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첫 토론으로 까다로운 트럼프 같은 사람을 상대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해리스는 선방을 한 셈이고, 대선 후보로서 어느 정도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자신을 검사이자 트럼프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트럼프 같은 유형을 잘 안다고 공언하던 자신감에 비해서는 약간 아쉬운 점이 있었다. 트럼프에 대한 공격 지점들이 매우 많았고 일부 잘 살리긴 했지만, 생각만큼 강하게 몰아 부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다.
해리스가 다소 우위를 점했지만 승리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현재 지지자들이 매우 강하게 결집한 상태라 부동층이 적다. 트럼프 지지층의 경우 주류미디어에 깊은 불신을 갖고 음모론에 열광하는 등 사실관계 등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들은 트럼프에 일방적인 지지를 보내는 경향이 있기에, TV토론 결과에도 트럼프는 지지도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다.
일단 과거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에서 보듯 토론을 잘했다고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현재 선거인단 제도가 인구가 적은 주들은 과잉 대표되고, 그런 주에서 공화당이 강하기에 공화당에 유리한 제도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일반 투표에서 지고도 선거인단으로 이긴 두번의 경우 (2000년 부시, 2016년 트럼프) 모두 공화당 후보가 수혜자였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3백만표 정도를 더 받고도 선거인단에서 패배했고, 2020년 바이든은 7백만표나 앞서고도 경합주에서 매우 근소한 차로 겨우 선거에서 이겼다. 때문에 해리스는 트럼프를 확실하게 앞서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해리스에 유리한 상황이 있으나, 선거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토론의 질도 아쉬웠는데 두 사람 모두 상대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으로 시간을 너무 소모했고, 실제 국민의 삶과 정책을 어떻게 개선할 지에 대한 제안과 계획은 부족한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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