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미 대선, 트럼프가 이기면...한반도는?

[이인엽의 미국에서 고민하는 정치와 세계] 지구촌 외교전선 혼란...이스라엘 ‘수혜’ 우크라 전쟁, 호언대로 끝낼 비책 있나? 북미 관계, 대화·긴장고조 둘 다 가능성 열쇠는 한국 정부 손에...우리 태도에 달려

2018년 6월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사진=연합뉴스
2018년 6월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재집권시 외교정책 변화는?

브레이크 없는 완벽한 이스라엘 지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후보는 2017년에 한반도에서 전쟁을 불사할 듯한 발언을 여러차례 내놓았다. 또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았지만, 이란의 2인자 군 지휘관 솔레이마니 암살과 시리아, 예멘 등에 대한 공격도 트럼프 정부 때 일어난 일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최종적으로 철수한 것도 트럼프가 아니라 바이든 정부였다. 최근 가자지구와 중동에서 갈등과 충돌이 벌어지는 데 대해, 트럼프는 “이란이 자신을 암살하려 한다”며,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이란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고, 이란의 가장 큰 도시와 국가 자체가 초토화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이스라엘과 이란이 공격을 주고 받는 와중에,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이스라엘은 핵시설이나 정유시설이 아닌 군사시설을 공격했는데, 이스라엘 보다 더 호전적인 주장을 했던 것이다.

바이든-해리스 정부는 이스라엘 눈치를 보느라 가자에서 종전을 이끄는데 성공하진 못했으나, 적어도 협상을 통해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식은 존재한다. 반면 트럼프는 지지자들 중에 기독교 시오니트트들이 많은 탓에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해왔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측이 권리를 주장하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일방적으로 인정한 적이 있고,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에서 점령한 골란 고원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브레이크를 걸려고 시도는 하지만 잘 먹히지 않고 있다면, 트럼프 정부 2기는 아예 ‘브레이크가 없는’ 완벽한 이스라엘 지지 정책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네탄야후가 트럼프 당선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데도 트럼프가 반전평화 정책을 추진한다고 믿는 것은 매우 일방적인 해석이 아닐까 한다.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궁에서 만나 첫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궁에서 만나 첫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끝낼 방법은 뭘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종식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되면 하루만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한 데 비해 구체적인 방안을 밝힌 적이 없다. 트럼프의 관심은 오직 미국의 지출을 줄이는데 집중되어 있다. 과거 나토 국가를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을 듣고, “그들이 충분히 비용을 지출했는가”라고 반문하는 등 동맹에 대한 미국의 방어를 거래관계로 조건화해 논란을 빚은 바가 있다. 최근에는 심지어 충분히 군사비를 지출하지 않는 동맹국들을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가 하고 싶은 짓을 맘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서라도(동맹국들인 나토 국가들을 침공하게 해서라고 해석될 수 있는 발언)” 나토 국가들이 더 돈을 내게 만들겠다는 충격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아무리 국내 지지자용 메시지일지라도 상식적인 지도자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힘들다.

실제로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는 조지아나 시리아 등의 군사 개입에서 모두 성공한 바가 있다. 그가 과거 구소련의 영향권을 회복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의 발언과 접근법은 자칫 러시아에게 청신호를 보내거나 2차대전의 원인이 된 뮌헨 협정(1938년 9월 30일 뮌헨에서 영국, 프랑스 제3공화국, 나치 독일, 이탈리아 왕국에 의해 체결된 협정) 같은 유화정책이 될 위험성도 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어디까지 갈까?

트럼프 2기 정부는 트럼프 관세를 강화해 무역전쟁을 심화시킬 것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세금을 줄이고 중국에 대한 관세를 더 높여 그것을 보충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전 국가들에게 10% 관세를 추가하고, 중국에는 최대 60%의 관세를 매긴다는 계획이다. 트럼프는 과거 한미FTA를 폐기를 검토하기도 했었다. 재접권하면 그의 관세정책은 한미FTA와 상관 없이 한국의 수출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등 미국 출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23명이 “트럼프 관세정책은 재앙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해리스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 때도 관세는 소비자 물가에 부담을 주고, 철강 알루미늄 같은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하는 미국의 기업들에 타격을 주기도 했고, 중국의 보복관세로 농작물 수출하는 농가들이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트럼프의 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한 배경에는 20년간의 소모적인 중동 군사개입, 그리고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가져온 미국 제조업과 중산층의 몰락, 대중 무역 적자와 중국의 부상 등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해 미국이 고립주의 외교와 보호무역주의 경제정책으로 나아갈 경우 그로 인한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개입주의 외교정책과 자유무역의 이점이 사라질 수 있다. 미국의 패권에도 문제가 있지만, 미국이 고립주의로 갈때 생기는 공백을 러시아나 중국이 채우게 될 경우 세계가 더 정의롭고 평화로와질 지는 의문스럽다.

진보의 가치에서 너무 먼 거리에 있는 트럼프

큰 그림에서 보자면, 최근 2020년대에 벌어지는 현상은 1백 년 전인 1920년대와 유사해 보인다. 1929년 대공황이 발생하고, 1930년에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한 ‘스무트 홀리 관세법(1930년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해 공화당 소속 리드 스무트 의원과 윌리스 홀리 의원이 주도한 관세법안. 2만여 개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해 대공황을 촉발시켰다-편집자주)’이 통과되면서 세계 무역이 위축됐다. 이어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 극우 인종주의 파시스트 정부가 들어서면서 2차대전이 발발했다.

지난 2008년 경제위기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미국에서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가 부상하고, 유럽과 미국에서 백인우월주의와 극우 세력들이 부상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트럼프 현상’은 이러한 경향의 한 부분인 동시에, 트럼프의 재선은 이런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트럼프의 정치적 입장은 인종 다양성, 여성인권과 성평등, 성소수자 인권 등 모든 부분에서 다양성과 인권이라는 가치에 역행하는 부분들이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 결과의 승복을 인정하지 않고 지지자들을 부추겨 의회를 공격하게 하는 등 논란을 일으켰고, 이번 선거에서도 자신이 질 경우에도 결과에 불복할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거의 모든 면에서 진보의 가치에 반하는 트럼프를 한반도 문제 하나만을 가지고 지지한다는 것은 진보의 가치와 일관성에 논란을 가져오지 않을까 싶다. 트럼프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도 지나친 낙관론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우리가 어떤 준비, 태도를 갖느냐에 달려

그렇다면 미국 대선의 결과에 대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과거 한미관계나 대북 협상을 분석해 보면, 한국 정부의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며, 한국의 국력이 계속 상승해 왔기에 이제는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가 없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확실한 철학과 그에 따른 전략이 있었고, 전력을 다해 미국을 설득해 북미협상으로 끌어오는데 상당한 역량을 발휘한 바가 있다. 예를 들어 김대중-클린턴 정부 시기, 페리 프로세스는 담당자인 윌리엄 페리가 “사실은 임동원 프로세스였다”고 고백할 정도로 한국 정부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바 있고 이것이 2000년 ‘북미 공동 코뮤니케’(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 간 합의된 외교 공동성명. 2000년에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북한대표단을 이끌고 미국 뉴욕을 방문해 체결했다-편집자주)로 성과를 맺었다.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제2차 북핵위기가 터지고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었는데, 당시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 대화를 원했다. 미국은 대화를 거부하다 다자대화를 요구하자, 노무현 정부는 중국 정부와 협력해 ‘6자 회담’의 틀을 만들어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위한 중재외교로 성과를 올렸고, 한때 세계 여론이 “Master deal maker”와 “The Great Negotiator”등으로 극찬하기도 했다. 결국 북미 협상의 상당부분에 남한의 민주정부들의 역할이 있었던 것이다.

반면 김영삼 정부는 클린턴 정부의 북미협상에 대해 ‘북한 붕괴론’을 가지고 걸림돌 역할만 하다가 북미 협상에서 배제당했다. 이어 ‘제네바 합의’(북한과 미국이 1994년 맺은 외교적 국제 합의. 북한의 핵개발 포기의 대가로 북미수교, 북미간 평화협정, 북한에 대한 경수로 발전소 건설과 대체 에너지인 중유 공급을 주 내용으로 한다.-편집자주) 체결 후 경수로 건설 비용만 엄청나게 부담했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비핵, 개방, 3000’이나 ‘통일 대박론’ 등 북한에 대한 이해와 냉철한 분석이 없는 이념적인 접근과 북한 붕괴론으로 대화 채널을 상실하고 한반도 평화의 기회를 놓쳤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초기에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다가 이명박 정부의 반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이 맞물려 결국 이란으로 외교의 초점을 돌려버렸다.

이런 점을 보면 결국 미국 대선의 결과도 중요하나, 그와 상관 없이 한국 내부에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그에 기반한 전략을 가지고 미국에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고 설득해낼 수 있는 지도력과 외교력을 가진 정부가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제 몇시간 남지 않는 미국 대선을 긴장된 마음으로 지켜보며 미국의 민주주의와 안정,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기원하게 된다.

글쓴이

이인엽 미 테네시텍대학 정치학 교수

이인엽은 서울대 국제대학원과 미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조지아 대학에서 클린턴 정부와 부시 정부 시기 미국의 대북 정책을 주제로 국제정치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테네시텍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국제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연구 분야는, 북핵문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미국 외교정책이고, 저서로는 "Politics in North and South Korea",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등이 있다. 미국에서 거주하며 미국과 한국의 정치, 미국 외교 정책과 한반도 문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