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북미관계 ①리버스 키신저, 리버스 트럼프
[이인엽의 美서 고민하는 정치와 세계] 바이든 ‘세력균형 전략의 실수’ 저질러 러 적대, 북-중-러 결속시켰다는 평가 中 고립 위해 러-북-이란 이용해야 북 비핵화, 입구 아닌 ‘출구’될 수도
논란이 많았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해서, 2025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이다. 이제 트럼프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기정사실화된 트럼프 정부 2기의 한반도 정책을 예측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트럼프 2기의 대 한반도 정책, 김정은의 대응, 그리고 남한 정부의 입장과 전략에 대해 간단히 논의해 볼 예정이다.
①집권 2기 트럼프, 북한을 어찌 볼까
세계전략의 변화: 리버스 닉슨, 리버스 키신저
트럼프 정부가 북미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난제중의 난제인 북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적어도 트럼프가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단 트럼프 집권 1기에 투자해 놓은 것이 있어 북미 협상이 트럼프의 정치적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고,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이를 여러차례 언급했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전쟁위기까지 갔던 북미관계를 협상무드로 전환하는 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중재외교가 결정적이었다. 이후 트럼프-김정은 간의 개인적인 관계가 형성되었고, 현재는 2017년 같은 전쟁국면은 아니기에 남한 정부의 역할 없이도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북한과 즉각적인 협상도 가능할 수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도 북미협상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있다. 과거 냉전시기 미국의 닉슨 대통령과 국가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는 세력균형 전략에 따라 최대 위협인 소련을 고립시키기 위해 중국을 포용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미국 중심 세계경제로 끌어들이는 한편 중소를 갈라놓았는데, 이는 냉전 승리의 한 요인이 되었다. 반대로 현재 중국이 최대 위협으로 인식되면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미국이 러시아와 북한을 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이를 ‘리버스 닉슨(Reverse Nixon), 리버스 키신저(Reverse Kissinger)’ 전략으로 표현하는 학자들이 있다.
한 예로, 2020년 7월 23일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중국이 자유세계에 끼치는 위협을 경고하며 그에 대응하기 위한 민주국가들의 새로운 동맹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도 연대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러시아와 협력할 기회가 존재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미국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적대세력인 중국-러시아-북한-이란이 함께 연대하는 것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지만 쇠퇴의 징후가 나타나는 지금, 이들 모두를 적으로 상대하기는 벅차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는 전임인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상당부분 유지한데다 기술전쟁도 시작하면서 중국과 갈등관계를 지속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 전쟁)을 지원하면서 러시아와도 적대관계를 강화시켰는데,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가 북-중-러의 결속을 자극했다고 볼 수도 있다. 세력균형 차원에서 보면 이것이 ‘전략적 실수’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미국, 북한 핵무기 어느 선까지 인정할까
반대로 트럼프가 유난히 러시아의 푸틴이나 김정은에 대해 호의적인 언급을 자주 하는 것에 대해 ‘스트롱맨’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과 동경이라는 해석을 넘어, 이러한 ‘리버스 키신저’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도 존재한다. 트럼프가 러-우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하고 김정은과 대화하겠다고 언급했던 부분들을 이렇게 해석한다면, 북미 협상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아무리 중국이 문제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전쟁과 인권유린을 저지른 권위주의체제인 푸틴의 러시아, 그리고 역시 핵개발과 독재, 인권문제가 심각한 북한을 미국이 어디까지 포용할 수 있는가 하는 지적이다.
북미협상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다른 요인은, 트럼프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주거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 동결, 군축 등 보다 현실적인 목표로 협상을 하고 북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트럼프 측은 부인했지만, 미국 시사잡지 《폴리티코》에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북한에 기존 핵무기를 보유하게 하고, 대신 더 이상의 핵무기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보상을 해주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1기의 협상이 좌초된 것은 결국 리비아 모델과 함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협상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방적인 요구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북핵 문제를 대하는 미국의 접근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유세에서 김정은을 지칭하며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 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언급했는데, 북을 실질적인 핵보유 국가로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이에 더해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정강정책에서 한반도 비핵화 용어가 삭제된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과거 2016년과 2020년의 공화당 정강에서는 CVID에 기초한 강경한 북핵 원칙이 포함되었던 반면, 지난 7월 발표된 공화당 정강에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 자체가 사라졌다. 또한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윤석열 정부측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강력한 요구에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언급이 빠졌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이런 변화는 CVID에 기초한 비핵화라는 엄격한 기준을 내세우기에는, 이제 북의 핵능력이 상당히 고도화되었고, 북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핵을 장착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즉각적인 위협부터 감소시켜야 한다는 현실인식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30여개로 추정되던 북의 핵무기는 이제 60~80여개로 추정되고 있으며, 북한 수준으로 핵무기를 개발한 후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한 경우는 아직 없다. 결국 미국 내의 학자, 정책결정자들도 북한의 핵을 현실로 인정하고 협상하자는 기류가 형성되는 중이다.
북한 비핵화, 입구가 아닌 ‘출구’에 있다
이와 관련 <평화네트워크>의 정욱식 대표는, 트럼프 1기의 문제를 한반도 비핵화를 협상의 ‘입구’로 두었던 것으로 지적하며, 2기에서 이것을 ‘출구’ 쪽으로 가져갈수록 협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북한이 ICBM 동결, 핵실험 중지와 풍계리 핵실험장 완전 폐쇄, 그리고 영변 핵시설 폐기 등 추가적인 핵무기 생산 중단 조치를 하고, 미국이 상응조치로 한미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중단이나 축소, 대북제재 완화와 북미관계 개선, 한반도 긴장 완화 방안, 더 나아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등을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예측했다. 마지막 단계, 즉 출구가 ‘비핵화’다.
이와 유사하게 경남대 군사학과의 조성렬 박사는 과거 하노이 회담의 잠정 합의문 내용처럼 북이 영변 시설을 완전히 폐기하고 ICBM을 전량 폐기한다면, 미국은 대북제재 부분 완화, 주한미군 일부 감축, 대규모 한미군사훈련 중단, 전략자산 정례적 방한 중단, 북미 연락사무소의 상호 설치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트럼프 2기의 인적 구성도 북미협상 가능성을 높게 보는 요인이 된다. 과거 북미 협상의 한계로 관료와 야당의 반발이 있었는데, 볼튼과 폼페이오 등은 ‘하노이의 협상’의 방해자 역할을 했다. 하노이의 실패 이후 트럼프는 볼튼에 대해 강한 비판을 이어갔고, 폼페이오도 다시 기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첫 임기를 보냈던 트럼프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과 지속적인 의견차이를 경험했고, 소위 ‘어른들의 축’이라 불렸던 이들은 트럼프의 무리한 정책을 가능한 견제하려고 노력했음이 드러났다. 이에 트럼프는 ‘딥 스테이트’를 해체하겠다는 주장을 이어왔고, 트럼프 주니어도 트럼프 2기에는 충성도를 우선시하고 “대통령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알렉스 웡의 전면 배치...그리넬의 등장
이런 점에서 트럼프가 집권 2기에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을 각료로 임명하고, 관료들의 견제를 넘어 북한과 과감한 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한 적어도 중간선거까지 트럼프 2기의 첫 2년은 행정부는 물론 의회와 대법원까지 트럼프가 장악하게 되는데, 이러한 특수 상황도 북미협상에 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최근 알렉스 웡이 트럼프 2기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발탁된 것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트럼프 1기에 국무부에서 대북정책 특별 부대표와 동아태 부차관보를 맡아 북 협상 실무를 담당했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후속 협상을 위해 2018년 7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동행하기도 했고,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2019년 말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해 더 큰 역할을 맡게 된 이후에는 웡이 대북특별부대표로서 북미협상 실무를 총괄한 바 있다.
현재까지 1기 대북 협상라인 중 2기에 입성한 유일한 인물인데, 과거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역할을 잘했다는 이유로 2기에 발탁된 것은 트럼프의 북미협상 의지를 보여준다. 또한 트럼프는 폭스뉴스 진행자인 피트 헤그세스를 국방장관으로 지명했는데, 그도 김정은과의 교류, 해외 미군 철수 등을 옹호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대선기간 동안 트럼프의 ‘외교 책사’로 불렸던 충성파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미국대사를 ‘특별 임무를 위한 대통령 특사’로 임명했는데, 트럼프는 그가 “베네수엘라와 북한 등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곳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그리넬은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 경험도 있는 정보통으로,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옹호하고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적성국 정상과도 대화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신념에 적극 동조해온 인물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북한의 개입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끝내기가 더 복잡해졌다”고 했는데, 그리넬의 임명도 북미 접촉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과 국무장관에 임명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대중 강경파이자 대북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SBS의 김수형 기자는 “트럼프 1기의 볼튼과 같이 이들이 트럼프 협상에서 굿캅, 배드캅 같은 역할 분담을 하게 되지 않을까” 예측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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