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AI 디지털 교과서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할까?

AI가 학생들을 정확히 진단해낼까 사회·역사·윤리·국어 교과에 가능할까 개발 가이드라인, 순진한 기준에 불과 ‘3년안에 전국 의무 적용’에 의구심도 현재 시점에 AI디지털교과서는 ‘기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을 브리핑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을 브리핑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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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보다 더 중요한 것

필자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진심으로 미래교육을 위한 진정성으로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한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 아닌가. 미래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인데 이를 모르고 비판해대는 이들이 이주호 장관에게는 얼마나 야속해 보이겠나. 이렇게 최대한 선해(善解)한다 해도 이 장관이 모르는 것이 있다.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항상 좋은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선무당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잘못된 내용에 기초한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하면, 좋은 의도는 오히려 조급증과 방어형 독선을 강화한다. 게다가 이 장관에게는 스스로 객관화하고 성찰할 10여 년 전의 화려한 전적들이 있지 않은가. AI 디지털 교과서는 안타깝게도 이 장관이 스스로 성과라 믿고 있을 10여 년 전 여러 정책들을 다 합친 것 이상으로 우리 교육에 커다란 문제를 야기할만한 핵폭탄급 정책이다.

교육부가 지난 2023년 8월 교과서 개발을 위해 제작한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이하 ‘개발 가이드라인’)에서 AI 적용을 다루고 있는 부분은 ‘6. AI 기반 맞춤형 지원’이다. 가이드라인 전체 내용을 볼 때 교육부는 교과서에 적용되는 AI를 학생맞춤형 교육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학생맞춤형 교육을 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적 기능으로 구현되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맞춤형교육을 위해 어떤 수준의 AI 기능이 적용될까. 개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을 중심으로 검토해 보자.

사진=교육부
사진=교육부

학생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문제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AI 기능이 학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학생맞춤형’ 교육이 되려면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학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정확한 진단이 되어야 맞춤형 교육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학습성취 동인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특히 학습곤란을 느끼는 아이들 경우에는 그 원인이 대단히 복합적이다. 지능상 문제인지, 정서·심리적 원인 때문인지, 난독증이나 ADHD처럼 물리적 혹은 의학적 원인 때문인지, 특정교과에 대한 흥미도 문제 때문인지, 학습태도 때문인지 등등.

그런데 개발 가이드라인은 AI 기반 맞춤형 지원의 학습 진단 ‘필수 준수 사항’으로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일정 기간 학습한 내용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수준이나 생각을 측정’하고, ‘학습 진단 결과에 따라 학습 상황에 적합한 학습경로, 콘텐츠, 문항 등을 제시해’, ‘개별적 학습과정과 학습전략 개선에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도대체 교육부는 학생의 ‘이해 수준 측정’이나 ‘생각 측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AI진단 기능이 보다 복합적인 개념어 이해와 가치판단이 필수로 수반되는 사회나 역사, 윤리(도덕) 교과나 감성적 이해와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국어교과 등에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흔히 문제풀이 반복으로 학습 성취가 가능하다 여겨지고 있는 수학교과도 수학적 사고력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점차 고도화되는 원리이해가 차곡차곡 쌓여야 가능하다.수학점수가 높다는 것이 곧 수학적 사고력 수준이 높다는 것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단순 문제풀이 무한반복 결과 공식과 풀이방법을 사실상 암기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풀이 무한반복을 교실혁명이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마도 AI가 복합적인 학습 성취 요인들을 구분해 진단하려면 엄청난 규모의 디지털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아니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도 이를 진단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학습과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AI로 정확한 진단을 한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개발 가이드라인은 AI 디지털 교과서로 ‘학습 전 성취 수준, 사전 지식 및 생각, 학습곤란의 원인 진단 등’을 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있다. 무엇을 근거로 그런 진단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교육부가 학습현황데이터라 부르는 학습시간, 과제와 시험 수행 빈도, 협업 활동 참여 빈도로 학습 곤란 원인 진단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참으로 순진하다.

누굴 위한 교육데이터 집적인가

둘째, 여기서 이주호 장관의 AI 디지털 교과서 속도전과 강제 구독 이유가 발생한다. 맹신론에 가까운 ‘에듀테크 예찬론자’ 이 장관에게는 학습과 교육 관련 빅데이터 확보가 절실하다. 그래야 개별 학생 진단과 맞춤형 교육을 흉내라도 낼 수 있고 AI 비슷한 기능을 하는 에듀테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장관에게는 반드시 전국 모든 학생이 사용하는 ‘교과서’여야 하고, 단 3년 안에 전국에 의무 적용하는 속도전이어야만 한다. 550만 학생과 50만 교사의 강제구독을 의미하는 3년 만의 교과서 전면화는 학생·교사의 학습 및 교육 데이터를 무차별 집적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AI는 빅데이터 없이는 불가능하다. 학습 진단이 조금이라도 가능하려면 사전에 축적된 학습 관련 빅데이터가 확보되어야 그나마 비슷한 기능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교육부가 이런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가. 없다. 그저 여러 사기업체들이 그동안 학습지 영업활동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내년부터 도입되는 교육부의 AI 디지털 교과서는 실제 축적된 데이터들이 아니라 가상의 진단모형으로 프로그래밍화한 디지털 교과서를 운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규모 운영이 불가피한 시범사업이라는 게 애초에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을 추진하려는 교육부와 이주호 장관에게는 불가피한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정보주권에 대한 논의와 정보의 사기업체 유출 논의는 별건으로 하더라도, AI 디지털 교과서 3년 만의 전면화는 그 교육적 효과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550만 학생과 50만 교사를 교과서 개발 업체들의 원천 자료 제공자로 대상화하는 것이 된다. 교과서라고 하는데 정보제공에 반대할 학부모가 있을 리 없고, 전국 모든 학교에 의무 구독 지침이 내려왔는데 이를 거부할 학교와 교사도 있을 리 없으니 얼마나 손쉬운 데이터 확보방안인가.

지금 이 장관은 AI가 갖춰야 할 기본인 데이터도 없는 교과서를 AI 디지털 교과서라 부르고 있다. 그걸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통해 지금 교육부도, 개발업체도 확보하지 못한, AI의 기본 전제인 빅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현재 수준에서 AI 디지털 교과서는 ‘기만’이다. 더구나 그 데이터들이 개발업체에 제공되는 것이니 문제의 심각성은 더 크다. 사태가 이러하니 정책 주창자인 교육부조차 AI 디지털 교과서의 구체적 상을 제시할 수 없고, 학생별 학습 진단과 맞춤형 교육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각되는 AI 위험성...교육에는 더 신중해야

올 8월 1일부터 유럽연합(EU)는 위험 기반 접근법에 근거한 ‘AI법’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AI 학습 진단과 맞춤형 교육의 효과성 여부를 떠나 세계가 AI의 효용성 뿐 아니라 위험성에 주목하고 있는 마당에, 청소기도, 자동차도, 생산기계도 아닌 사람 교육에 AI를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적용하려는 시도는 멈춰야 한다. 이 장관은 그 구체적 내용조차 제시할 수 없는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 맞춤형 교육이라는 화려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속빈 강정인 AI 디지털 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 수많은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랑하는 세계 최초인 교과서를 교육적 효과 검증 없이 도입하는 일이야말로 무모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으면 한 사람이 피해를 입지만 교육부 장관이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이면 550만 학생과 50만 교사 뿐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가 피해를 입는다.

글쓴이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민정은 서울의 한 사범대학을 졸업해 25년 가까이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였다. 혁신학교와 혁신교육지구(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통해 혁신교육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명퇴 후 교육시민단체에서 교육정책 관련 연구 및 강의, 집필 등을 통해 교육개혁운동 활동가로 복무하다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되어 국회에서 4년 간 교육상임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의원임기 만료 후 국회 밖에서 여전히 교육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강의와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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