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해리스-월즈 팀의 강점은 무엇일까
[이인엽의 미국에서 고민하는 정치와 세계] 美 정치학 교수의 대선 관전기 해리스의 웃음 뒤에 숨은 ‘냉기’ ‘무시무시한’ 트럼프는 왜 주춤하는가 그를 ‘괴상한 인물’로 바꿔버린 월즈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잦은 말 실수들과 고령논란에 이어 트럼프 전대통령 저격 사건이 났을 때만해도, 많은 이들이 미국 대선은 끝난 것 같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바이든이 전격적으로 사퇴를 하고 바이든-해리스 캠프로 모인 후원금 처리 등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해서 해리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부각되었다. 결국 민주당 내에서 압도적 지지로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고,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면서 최근 상당한 지지율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정말 정치는 예측하기 힘든 생물이라는 게 실감나는 요즘, 반전되는 선거 분위기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트럼프 재선에 대한 공포...바이든의 대선 포기
바이든이 결국 재선을 포기한 뒤에는 민주당 지도부 측의 조직적이고 강력한 압력이 있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민정책, 환경정책, 낙태와 여성인권, 경제정책, 외교정책 등 미국 정책과 정부의 기조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공포심, 그래서 이번에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poisoning the blood of our country)”라는 인종주의적인 발언, 그리고 취임 첫 날 군대를 동원해 대대적인 불법이민자 체포 작업을 벌여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추방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약속 등 트럼프는 강한 반이민정책을 예고했다.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 지원도 중단할 예정이고, 중국의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만에 대한 미국의 방어의지에 대해서도 모호한 답을 내 놓았다. 심지어 그는 나토 동맹국들이 제대로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러시아를 부추겨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만들겠다(encourage Russia to ‘do whatever the hell they want’)”라고 발언했다. 적국인 러시아가 동맹국을 침공하게 만들어서라도 분담금을 내게 하겠다는 말이라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Project2025’라고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만든 미국 정부 개편안을 보면, 트럼프주의가 어떻게 정부에 제도화될 지 알 수 있다. 미국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해고하고 트럼프 입맛에 맞는 이들로 채우고(트럼프가 강조해온 소위 ‘딥스테이트’와 맞서 싸우는 차원), 대통령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기후 변화 대처를 무효화하고, 오바마케어를 무력화 하고, 낙태약 판매를 금지하며 법인세 감면 등 보수 경제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또 교육부를 해체하고, 비판적 인종이론이나 워크(Woke)에 맞서 보수 기독교적 가치(정확히 말하면 기독교 국가주의, Christian Nationalism)를 사회에 주입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논란이 일자 트럼프는 이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를 계획한 이들이 대부분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 지지자들로 확인되었다.
트럼프는 저격 사건 이후 승리를 확신한 듯 다소 온건한 메시지를 내어 놓자, 혹시라도 이제 트럼프가 좀 더 성숙하고 대통령스러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평도 있었다. 그런데 해리스가 후보가 되고 지지율이 반전되자, 다시 해리스가 ‘극좌 후보’이고 IQ가 낮다, 인도계인지 흑인인지 모르겠다, 해리스가 국제 무대에 나가면 다른 리더들에게 무시당할 거라는(여성 차별적 뉘앙스) 등 인신 공격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해리스가 자신의 디트로이트 랠리에 모인 군중 사진을 AI로 조장했다는 주장을 하고, 1963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 때보다 자기 군중이 더 많이 모였다는 말도 했는데, 둘 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지율과 여론에 민감한 트럼프가 최근 해리스 캠프의 지지율 상승세에 꽤 불안해 하는 느낌이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등 공화당 인사들도 막말보다 정책에 대해 이야기 하라며 불안해 하는 중이다.
2. 해리스-월즈 후보 확정이 일으킨 에너지
동시에 해리스-월즈 쪽에서 인상적인 구호/표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Kamala Harris)
“Say it to my face!”
“I know Trump’s type!”
“We’re not going back!”
팀 월즈 (Tim Walz)
“These are weird people!”
“Thank you for bringing back the joy!”
바이든의 잦은 말 실수 등으로 생긴 고령 논란이 이제는 트럼프에게 해당하는 상황이고, 트럼프는 어떤 이유인지 한동안 정면 토론을 피하면서 특유의 인신공격성 비난을 이어가는 와중에, 해리스가 여유만만하게 웃으며 “Say it to my face(직접 만나서 내 얼굴에 대고 말해라)!”라고 외치고, 청중이 함께 외치는 장면이 유명해졌다.
해리스의 “I know Trump’s type!(트럼프 같은 유형을 잘 알고 있다!)”라는 표현도 유행이다. 검사와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출신으로 범죄에 강력 대처한 경력이 있기에 자신이 각종 유형의 범죄자를 다뤄봤고 트럼프 같은 유형을 잘 안다고 공언하는 발언은, 이번 선거를 ‘검사 해리스’ 대 ‘범죄자 트럼프’의 구도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이다. 결국 오는 9월 10일 두 사람이 토론을 벌이기로 확정되었는데 퍽 기대가 된다.
사실 해리스는 양면적인 캐릭터가 있는데, 한편으론 트럼프가 “laughing Kamala(웃어대는 카멀라)”라고 공격할 정도로 거침없고 쾌활한 웃음과 각종 행사에서 리듬을 타며 춤추는 모습, 코코넛 발언을 하고 폭소하는 모습 등으로 유명하다. 이런 것들이 재미있는 밈으로 젊은 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반대로 검사 커리어에서 오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스킬도 상당하다. 지난 2020년 민주당 경선에서 과거 흑백통합 문제에 대한 입장에 대한 집요한 추궁으로 바이든을 궁지에 몰아붙인 것이나, 상원의원 시절에 청문회에서 브렛 캐버너 등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던 장면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Laughing Kamala’와는 전혀 다른, 웃음기 하나 없이 눈에서 레이저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모습으로 토론하는 게 해리스의 또 다른 모습이다.
사실 미국 부통령은 선거 시에는 대통령 러닝메이트로, 이후에는 대통령 유고시 대리 역할이 메인으로(딕 체니 전부통령 같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별로 드러날 일이 없는 자리이다. 그런 점에서 해리스가 딱히 업적이 없는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대선 토론 등에서 트럼프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선거의 향방이 달라질 듯 하다.

3. “얘네들은 괴상한 놈들이다(These are weird people)!”
미네소타를 제외하고는 무명에 가까웠던 월즈가 부통령 후보로 부각하게 된 것은, 인터뷰에서 그가 했던 “얘네들은 괴상한 놈들이다(These are weird people)!”라는 말이 크게 작용했다. 트럼프에 대한 비판 중에 다소 평범해 보이는 이 표현이 왜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가져왔는지 좀 의아할 수 있다. 이제까지 민주당 측은 트럼프를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독재자, 인종차별주의자, 반여성주의자 등으로 공격해 왔다.
문제는 그렇게 비판을 받을수록 트럼프에게 더 힘이 실렸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고, 논란이 있을지언정 카리스마가 있고 무시무시한 인물이라는 면에서 트럼프는 공세적이고 민주당은 수세적인 구도를 강화했던 것이다.
트럼프의 전술을 분석한 스콧 애덤스의 책 『승리의 기술(Win Bigly)』을 보면, 트럼프의 성공 비결은 논리가 아닌 대중의 심리를 이해하고, 여론을 지배하는데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나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짓고 멕시코가 돈을 내게 하겠다(I will build a wall and make Mexico pay for it)”라는 발언을 보자. 미-멕시코 사이의 엄청난 길이의 국경을 완전히 막을 장벽을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엄청난 재정이 필요하다. 또한 멕시코가 미국이 짓는 장벽에 돈을 낼 가능성은 전혀 없다. 멕시코 대통령은 여러차례 돈 낼 생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 현실성, 논리성과는 상관없이 지지자들은 열광하고, 무엇보다 ‘불법 이민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트럼프의 담론이 여론과 정치적인 논의를 지배하게 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China is ‘raping our country’)”라는 극단적인 발언도 했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공장을 중국으로 옮겨 엄청난 인건비를 절감했고, 값싼 중국산 물품은 미국의 중하위층에게 생활비 절감 효과도 컸다. 물론 무역 적자가 계속되다 보니 중국이 경제, 군사적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강간 운운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은 미국 정치에 없었다.
문제는 그 발언을 논리적으로 따지는 것보다, 트럼프가 강조하는 ‘중국 위협론’이 미국의 여론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논리에 맞는 것과 상관 없이, 최근 몇년간 트럼프가 일으킨 논란이 미국 사회를 흔들어왔고, 트럼프가 던지는 의제에 대해 민주당이 반박하고 토론해야 하는 ‘어젠다 세팅 파워’가 생겼던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6년에는 대선을 이기고, 2024년에도 다시 민주당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월즈가 한 다소 평범해 보이는 발언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트럼프-밴스를 공격한 것인데, 바로 그 자들은 무시무시하고 카리스마있는 자들이 아닌, ‘그냥 불쾌하고 이상한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이 싫어하는 괴상한 놈들’로 새롭게 규정한 것이다.
마키아벨리도 지도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와 연관해서 생각해 보면 가장 최악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월즈의 발언이 효과적인 건, 딱히 반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니들 괴상해’라고 했을 때, “아니다, 우리는 절대 괴상하지 않다”라고 하는 상황이, 이미 괴상한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이어 ②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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