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법조인 정치인들이 특히 잘 싸우는가
22대국회 법조인출신 의원 늘어 갈수록 사법 호위무사 역할 기대 법실증주의·대륙법적 사고 편향돼 현장 대신 논리를 중시...탁상공론 대화와 설득 부족해 ‘정치 실종’ 이들의 과다대표성을 줄이는 고민해야
법과 정치는 어떻게 만나야 할까
여야가 국회 개원 초장부터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한 공세적 대응의 일환으로 거론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같은 일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권을 가진 법사위원장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여야 모두에게 사활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주도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청래 의원이 “법사위는 국회법에 따라 국회법에서 정한 대로 법대로 운영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법사위 열차는 항상 정시에 출발한다”며 국민의힘 법사위원들 향해 “곧 첫 회의 소집할 예정이니 착오 없길 바란다”며 ‘법대로’를 강조했다.
이에 국민의힘 최다선인 6선의 조경태 의원은 “법, 법, 법 그렇게 법을 좋아하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왜 국회의원을 하려고 합니까? 차라리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로스쿨 가서 법조인 되기를 충고한다”고 꼬집었다.
실정법을 강조하는 야당 의원, 법 이전에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강조하는 여당 의원. 둘 중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이들의 논쟁은 ‘정치실종’을 웅변하는 단어인 ‘정치의 사법화 현상’과 같이, 정치와 법이 보완관계가 아니라 충돌관계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과연 법과 정치는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만나야 하는 것일까?
법조인 출신들은 왜 잘 싸우는 걸까
두 의원의 논쟁은 22대 국회내 법조인출신 의원의 비율이 20.3%로, 갈수록 법조인 출신의 정치인이 많아지는 현실에서 대화와 협치보다는 정쟁과 갈등이 많아지는 배경에 대해 시사점을 준다. 그런 만큼 이번 기회에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이 자주 정쟁하는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필요가 있겠다.
무엇 때문에 변호사 출신의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야당과 검찰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여당이 ‘입법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로 강대 강으로 충돌하면서 ‘탄핵’ 명분 쌓기를 위해 정쟁하는 것일까? 그 원인을 찾는 게 절박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2년이 다 되어가는 지난 4월 25일까지 단 한 번도 제1야당인 이 대표와 국가 현안을 논의한 적이 없다. 지난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후에야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언급한 뒤 잠시 ‘영수회담’을 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이 대화를 피하는 이유는 이 대표가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기 때문으로 보는 게 적절할 것이다.
이런 입장은 정치인이자 국가원수로서, 누구든지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 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라기보다 책임 추궁과 처벌에 익숙한 검사의 행태로 보인다. 윤 대통령 자신도 오죽 답답했으면 ‘이제부터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희망사항을 고백했겠는가.
국회의원을 해보지 않은 검사 출신의 대통령이라는 특성 때문에 그의 처지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검사라는 극한직업의 특성상 세상을 ‘정의로운 검사 대(對) 부정의한 피의자와 범죄자’로 보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거리를 두는 것이리라.
반면 법조인 출신 민주당 당선자 37명 중 14명(37.8%)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조국혁신당 법조인 당선자 3명 중 2명도 민변 출신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법조계 출신 당선자 61명 중에 16명이 민변 출신이다.
법조인 출신들이 모인 국회와 검사출신들이 포석한 행정부가 어째서 대화와 협치를 강조하는 정치에 실패하는 것일까? 역으로 검사 출신의 대통령과 변호사 출신의 국회의원이 대화와 타협보다는 정쟁이 심한 이유는 뭘까? 과연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뇌의 종류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일까?
우리 법조인들의 특징 ‘개념과 논리 우선’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그들의 뇌가 크게 다르기보다는 막대자석의 같은 극끼리 밀어 내는 것처럼, 그들의 뇌가 너무 비슷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하는 혹자의 설명이 설득력을 가질지 모르겠다. 핵심적으로 ‘법실증주의’나 ‘대륙법적 사고’에 빠져있는 ‘유유상종의 뇌’로 무장한 검사 출신의 대통령과 변호사 출신의 국회의원이 만난 탓이라는 가설이다.
이 가설을 부연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 법조인들을 지배하고 있는 ‘법실증주의’나 ‘대륙법적 사고’의 특징은 ‘영미법적인 사고’와는 달리, 경험과 사례보다 개념과 논리를 더 우선한다는 것이다. 즉, 한국 법조인들은 경험과 사례의 관점에서 개념과 논리를 맞추는 ‘보통법(common law)적 사고’ 대신에 개념과 논리의 관점에서 경험과 사례를 끼워 맞추는 성향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특성과 성향을 가진 법조인들이 정치인이 되면, 자신들을 ‘실체적 진실의 규명자’로 위치시키면서 진리와 정의를 독점하려는 ‘무오류의 독선적 태도’가 강해질 수있다고 한다. 결국 현장의 상황 및 처지나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공감하기보다는 갈등을 더욱 키우면서 정치에 무능해진다는 점이다.
현장성 부족한 탁상공론적 사고
이들은 이익조정이나 갈등조정에 쉽게 실패한다. 진리와 정의를 독점하려는 태도에서 나오는 공감부족과 불통 탓이다. 그래서 자신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 탓을 하거나, 백번 양보해서 자신의 ‘설명’부족을 탓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말해 현상과 처지에 부합하지 않는 탁상공론적인 논리와 독선적 개념을 앞세우다 보니 상대방과의 공감과 소통이 안 될 수밖에 없고 갈등만 부추긴다. 이것은 국회 다수당은 입법독주로,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정쟁을 벌이다가 결국 ‘권한쟁의 소송’에 따라 사법부로 가게 되는 논리와 비슷하다. 바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다. 다시 말해 진리와 정의를 독점하겠다는 태도에 빠진 채 ‘대화와 타협의 빈곤’과 ‘고소고발의 과잉’을 빚어내는 정치의 실종사태이다.
이는 조선시대 사색당파싸움이 심했던 이유와도 비슷하다. 현장의 상황과 상대방 처지에 대해 공감과 소통없이 선험적인 개념이나 이성적 논리로 접근하는 성리학적 세계관이 초래한 정파들간의 갈등이었다.
성리학이 주리론과 주기론으로 교리적으로 논쟁하면서 우주의 법칙에 따른 법리와 법도를 강조하다보니 공감과 소통에 기초한 대화와 숙의가 힘들어지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조선 시대에 정치적 대립과 사회적 혼란을 부추겼던 사화와 당쟁이 그치질 않았던 것은 선비들이 강조했던 법과 성리가 경험과 사례보다는 개념과 논리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법조인 집단의 과다대표성 줄여야
오늘날 정당들은 이런 ‘법실증주의’와 ‘대륙법적 사고’로 무장한 법조인들에게 대거 공천을 주었다. 이들에게 정쟁시에 호위무사로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라는 게 적절하다.
오늘날 그들은 입법기능보다는 고소·고발전을 통해 ‘정치의 사법화’를 부르는 정쟁기능에 탁월성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법사위에서의 체계·자구 심사 활동보다는 정쟁의 도구적 수단으로 ‘상원 성격의 법사위’를 이용하는데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진영논리에 따른 극한 대결’과 ‘공공성 없는 권력투쟁 및 정쟁’을 피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에 하나는 고소·고발전에 능한 ‘법조인 집단의 과다대표성’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법조인들이 진리와 정의를 독점하려는 ‘법실증주의’나 ‘대륙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도록 시민교육과 로스쿨교육에서 ‘보통법적 사고’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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