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광구, 가이아나 광구와는 다르다
[정연섭의 과학과 철학] 과학으로 접근하는 석유 사업 2013년 동해광구 지질연구 논문 신생대 퇴적층, 유기물질 많지 않을 수도 동해 열렸다 닫혔다하며 석유 증발 가이아나에 비해 매장량 훨씬 적을 듯

연구소를 은퇴하고 농사를 짓고 있는데, 가뭄에 대비하여 지하수 관정을 판 적이 있다. 실력이 좋다는 시공자가 있어 불렀더니 그는 탐침봉을 들고 수맥을 잡는다며 밭 주변을 돌아다녔다. 두 개의 봉이 만나는 지점에 굴착을 했고 20m 정도 들어가자 지하수가 올라왔다. 물이 잘 나오니 탐침봉의 효력을 당시는 의심없이 믿었지만 아직도 탐침봉의 과학적 원리를 모르겠다.
지하수 시공자를 떠올린 것은 지질 전문 업체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동해 광구에서 석유가 나올 가능성을 주장한 탓이다. 박정희 정권시절부터 산유국을 꿈꾸며 시추를 했고 조금씩 나오던 동해 가스정도 2021년 폐쇄한 마당에 다시 동해에서 무엇이 있겠는가? 아브레우 고문은 한국석유공사가 탐사한 3D 측정자료를 해석하여 석유가 존재할 배사구조 7개를 발견했다고 했다. 국내외 전문가에게도 검증을 맡겼다고 하니 수맥 탐침봉 효력처럼 받아들였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동해에 유기물이 쌓여있을까
석유는 땅에 차곡차곡 쌓인 유기물질이 분해되어 생성된다. 생성된 석유는 암석의 공극을 타고 올라가 바가지 같은 구조에 갇힌다. 사막에 배출 수로가 없을 때 오아시스가 만들어지듯, 가스나 석유가 빠져나갈 지하 배출 유로가 없으면 석유가 한군데 모일 수 있다. 이런 구조를 배사구조라고 한다.
배사구조는 유기물질이 묻힌 근원암, 유기물질이 분해되어 석유로 모으고 있는 저류암, 휘발되어 날아가는 것을 막는 덮개암 등으로 되어 있다. 배사구조 안에는 가스, 석유, 물이 분리되어 들어 있다. 배출 수로가 없는 오아시스라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만들어질 수 없다. 중앙아시아의 사막에도 높은 산맥에서 눈 녹은 물이 모여 오아시스가 생긴다. 우리나라 동해에서 배사구조가 있더라도, 퇴적물이 없으면 ‘말짱 꽝’이다.
유기물 존재 여부는 동해의 형성 과정을 살펴야 알 수 있다. 동해와 인접한 한반도에는 고생대에 생성된 석탄광들이 제법 있으니 동해에 석유가 원래부터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해 가스전에서 2021년까지 가스를 뽑아냈으니 탄화수소의 존재는 이미 증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음은 유기물 용량을 따져 봐야 한다. 동해의 형성과정은 북해와 중동의 유전과 다르다. 북해와 중동의 유전, 가스전은 고생대에서 시작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동해는 신생대에 땅바닥의 침강으로 생겼다. 동해가 벌어지면서 일본은 한반도에서 멀어졌고 동해는 깊어졌다. 동해의 평균 수심은 1500m 정도이다. 고생대에 묻힌 석유가 있었더라도 지층이 벌어지면서 석유는 빠져나갔을 수 있다.
동해 광구를 이미 연구한 논문
아브레우 고문은 배사구조에 근거하여 석유 존재 가능성이 20% 정도 된다고 한다. 일반인에겐 낮아 보이는 수치이지만, 자원 개발자들은 성공 효과를 생각하여 적지 않은 수치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아브레우는 현재까지 탄화수소는 검출되지 않아 탐사 리스크는 여전히 있다고 한다. 동해 가스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탄화수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분석 기술이 발전하여 지구의 모든 땅에서는 탄화수소가 검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질학적 지식도 깊지 않은 필자로서는 하나 의문을 풀고 나면 두 개의 의문이 더 생겨 답답했다. 한국석유공사에도 들어가 보고 한국지질자원 연구소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보았고, 검색엔진을 돌리며 주변 정보를 얻다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나온 ‘동해 울릉분지 남서연변부의 탄화수소 생성 및 이동 모델링’이란 논문을 찾아냈다. 2013년도 게재되었으니 이번 소동과는 관련이 적어 오히려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정보라고 생각된다. 경제성보다는 학문적 관점에서 동해 광구를 해석하였고 추가 탐사에 대한 지질학자의 인식을 느낄 수 있는 논문이었다.(논문 작성자의 이름을 당사자 동의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표시하지 않는다. 논문 제목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편집자註)
석유 생성의 모델링
이 논문은 고래1공, 고래5공, 돌고래1공, 돌고래2공에 연구용 시추공 4개를 뚫어 동해 광구를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2월에 탐사용 시추공을 뚫을 계획이라지만, 이전에도 이미 동해 석유 탐사를 위해 제법 많은 시추공을 뚫은 상황이다. 중복이라하기보다 12월 탐사용 시추는 실제 석유가 많을 배사구조 위에 시추공을 뚫는 것이니 용도가 다를 것으로 짐작된다.
앞선 논문에서는 연구자가 약 4㎞ 깊이까지 시추공을 뚫어 지질의 성분을 깊이에 따라 분석한 것으로 나온다. 동해의 지질은 신생대에 생성된 퇴적암으로 되어 있다는 분석이 이 논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보인다. 동해가 열리면서 침강이 일어나, 초기에는 한반도에서 흘러간 퇴적물이 쌓였고 이후에는 해양 생물의 퇴적물이 쌓였다. 성분에 따라 구분하면 7개 정도의 퇴적층이 있고 깊이는 7㎞ 정도 추정한다. 퇴적층은 시추공의 깊이보다는 깊다.
퇴적층이 누적되면 가장 아래 퇴적층의 압력과 온도가 높아지면서 석유가 생성된다. 시추공에서 측정된 물리화학적 값과 타 문헌이나 논문에서 계산된 값을 입력해봤다. 온도가 섭씨 100℃ 정도에서는 석유가 생성되고 더 올라가면 가스가 생성되는 원리도 반영했다. 석유 생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논문의 저자가 직접 짠 프로그램은 아니며 보편화된 석유생성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분석할 때 동해에서는 약 1500만 년 전부터 석유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초기에 생성된 석유 가스는 날아갔다고 한다. 열리던 동해에서는 석유를 덮어줄 구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 좋게도 동해가 약 1000만 년 전 열림을 멈추었다. 열림과 닫힘의 정확한 동력은 알 수 없지만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이 부딪치는 힘 외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2011년 동일본 지진때도 동해는 2㎝ 정도 이동했다. 아무튼 동해가 닫히면서 퇴적층이 수축되었고 석유를 가둘 배사구조가 만들어졌다.
아브레우 고문이 배사구조를 찾아내기 위해 3D로 해석했지만 10년 전에 작성된 이 논문은 2D로 해석하여 배사구조를 찾았다. 1D 해석은 시추공의 깊이에 따른 해석이고 2D 해석은 돌고래1공과 돌고래 2공을 잇는 단층면에 따른 해석이다. 2D나 3D는 탄성파를 발사하여 되돌아오는 메아리 신호를 분석하면 얻는다. 탄성파는 3차원 공간으로 퍼져 나가니 3차원 지도를 얻을 수 있다. 3D 해석은 동해 광구의 전체의 해석이니 배사구조의 정확한 위치가 특정지워진 것으로 보인다.

동해 광구는 가이아나 광구와 비슷하지 않아
아브레우 고문은 배사구조를 찾았지만 탄화수소를 찾지 못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지만 이 논문에서는 모든 시추공에서 탄화수소가 0.5% 정도 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브레우 고문은 또 동해 광구가 남미의 가이아나 광구와 비슷하다고 한다. 탄성파로 배사구조를 보았고 이 논문에서도 배사구조를 제시하니 고문의 주장이 틀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이아나 광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이아나 광구는 공룡이 뛰어놀던 중생대 때 퇴적되었지만 동해 광구는 공룡이 멸망하고 한참 지난 후에 생성되었으니 동해 광구의 퇴적량이 적다. 가이아나 광구의 탄화수소는 약 3% 정도였다. 설령 동해 광구에서 석유가 나온다고 해도 가이아나 광구와 비교할 정도는 아닐 듯하다.
논문이 발표되고 10년이 흘렀으니 지질 정보들이 더 누적되고 정확해졌을 것이다. 이 논문도 정보가 보강되면 석유의 생성, 이동 현상을 더욱 정확히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석유공사가 최신 정보를 보내주어도 이 논문 이상 해석해 낼 자신은 필자도 없다.
최신 정보에 접근했던 아브레우 고문은 긍정적인 결론을 냈는데 동해 광구를 탐사하다 그만둔 호주의 우드사이드 결론은 부정적이라 이 차이가 어디에서 유래한지는 알고 싶을 뿐이다.
투자할 것인가, 지켜볼 것인가?
이 정도 정보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일 필자가 한국석유공사 임원이라면 사업지속을 요청할 듯하지만, 개인적으로 통 크게 투자하라면 결정을 미룰 것 같다. 석유공사에서는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개인 주식투자는 수동적이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과도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최근에 폐로 된 동해의 가스 시설은 약 1조원을 투자하여 2조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한다, 100% 수익률이지만 투자 기간을 고려하면 큰 수익도 아닐 수도 있다.
이번 사업은 동해 가스전 사업보다 더 정확한 정보로 결정되어 수익이 개선되겠지만 늦게 퇴적된 동해의 한계는 분명할 듯 하다. 몇 만 년의 퇴적기간에 비하면 1, 2 년 늦게 시추한다고 석유가 새어나가지는 않을 것이니 신중해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