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팬덤’과 ‘이재명 팬덤’이 충돌하는 이유

김호중 팬덤, 이재명 조국 대표 비판해 “정치인 사법리스크 대응은 안 부끄럽나” 이재명 팬덤 “억울하면 총선에 출마하라”니 연예인 팬덤, 정치 강성팬덤에게 보고 배워 정치권 팬덤정치· 혐오정치 반성하고 고쳐야

지난 2022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2022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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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사법리스크 대응’ 본받은 김호중

가수 김호중이 ‘증거인멸 우려’로 결국 구속됐다. 그러나 김 씨의 팬덤인 ‘김호중 갤러리’는 지난달 27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국회의원에 출마 후 ‘검찰독재’를 부르짖는 당선인,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을 뒤집고 당에 부결을 읍소했던 당선인, 4년 동안 단 한 차례의 검찰 소환조사도 받지 않은 ‘무소불위의 피의자’”라며 정치권을 향해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성명서는 거명된 인물을 겨냥해 “이들 모두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라며 비판했다.

가수 김호중은 음주 뺑소니 사고 이후 운전자를 매니저로 바꿔 대리자수를 시키고, 차량 메모리 카드를 없애는 등 회복 불가능한 사법방해 범죄를 만들었다. 그가 이렇게 몰상식적으로 일을 키운 데는, 어떤 일을 해도 지켜주겠다는 강성 팬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진= JTBC 뉴스 캡쳐
사진= JTBC 뉴스 캡쳐

김 씨는 처음부터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줄곧 발뺌을 해왔는데, 이 모습은 조국 대표와 닮았다. 2심 재판부는 입시 비리 등으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대표에게 “죄를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진지한 반성’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씨는 자신의 팬들에게 “이렇게 많은 식구(팬)들이 아파하는데”, “조사가 끝나면 이곳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글을 남기고, 지난달 18~19일 경남 창원의 공연을 강행한 데 이어, 출국 금지를 당한 가운데에서도 23~24일 서울 공연을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김 씨의 언행은 개인 비리로 유죄를 선고받은 정치인들이 ‘비법률적 명예회복’을 언급한 일과 닮았다.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사건은 조직적·계획적인 증거인멸·범인 도피 사법 방해 행위로서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 인멸 우려도 크다”고 했다. 즉, 검찰은 이번 김 씨의 사건을 단순한 ‘음주 뺑소니’가 아니라, 종합적인 사법 방해 공작에 가깝다는 시각을 보였다.

김 씨가 이번 사건에서 거짓말, 버티기, 동정심 유발하기, 고위 전관 변호사 선임하기 같은 ‘사법 리스크 대응’ 수법을 보여주었다. 김 씨가 보여준 일련의 대응수법은 ‘사법 리스크’를 대하는 이재명 대표의 수법을 닮았다. 이재명 대표가 온갖 범죄 혐의와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강성 지지층인 ‘개딸’ 팬덤을 기반으로 보궐선거·당대표 선거, 총선 등에 출마해 ‘방탄 면책 특권’을 획득했다는 시각이 있다.

김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똑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은 처벌받으면 안 되고, 막내 매니저는 처벌받아도 괜찮은 것이냐”라고 일갈했다. 강성 팬덤을 악용한 김 씨 일당의 죄가 무겁지만,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며 그를 감싸고도는 극성팬들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사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할 시간이 10일이나 있었지만 몰상식적인 ‘사법 리스크 대응 논리’로 일관하다가 국민 대다수의 분노를 샀다. 강성 팬덤에 기대어 범행 책임을 회피하려다 오히려 국민 일반의 상식과 도덕 및 국민정서법에서 멀어져서 비판을 받았다.

반(反)법치주의 만연시키는 팬덤현상

가수 김씨와 그의 팬덤이 보여준 일그러진 행태는 사인과 공인을 떠나 우리 사회의 상식을 파괴하고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반(反)법치주의 풍조가 얼마나 넓게 퍼졌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은 무조건 옹호하고 나서는 일부 극성팬들과 이를 뒷배 삼아 일탈 행위를 서슴지 않는 무책임한 스타의식이 급기야 사법 시스템까지 농락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김씨의 이번 사건은 극성 팬덤에 기대는 삐뚤어진 스타 의식이 정치권의 팬덤정치를 닮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열광적 지지자로 이뤄진 ‘팬덤’의 폐해가 정치권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극단적인 팬덤과 팬덤정치가 민주정치에 끼치는 해악에 대해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팬덤(Fandom)의 사전적 개념은 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집단이나 그러한 문화현상을 지칭한다. 대개는 연예인, 스포츠, 정치계의 스타를 지지하는 팬 집단을 가리킨다. 우리 사회도 산업화와 민주화를 지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여러 영역에서 팬덤이 형성됐다.

즉, 공연과 스포츠 그리고 정치인들의 경쟁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기회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팬덤의 조건이 마련됐다. 또한 미디어와 SNS의 발달로 스타나 유명 인사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면서 스타와의 직접적인 소통도 가능해졌다. 이렇게, 무리를 지어 특정인을 열성적으로 따를 수 있는 물질적 여건과 정신적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정치권 팬덤의 위험한 행동들

정치권에도 팬덤이 등장했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노사모, 박근혜를 따르는 박사모와 태극기부대, 문재인의 대깨문과 문빠, 윤석열의 윤사모와 대깨윤, 이재명의 개딸이 등장했다.

긍정적인 팬덤의 모습은 흔히 ‘오빠부대’라고 불렀던 시절에 있었다. 오빠부대 원조 가수로는 ‘가왕’ 조용필을 꼽는 시각이 많다. ‘문화 대통령’으로 불렸던 서태지 팬클럽은 사회적인 변화에도 목소리를 낸 것으로 유명하다. 서태지의 신곡 ‘시대유감’이 사전심의에 걸리자 팬클럽이 검열 폐지를 이끌어냈다. 서태지와 팬클럽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문제는 팬덤이 나쁜 쪽으로 흘러갈 때이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선에서 머물렀지만 이제는 광적이고 맹목적으로 지지, 추종하기에 이른다는 것이 문제다. 일부 연예인과 정치인들은 팬덤에 올라탄 채 교묘하게 이를 이용하면서 모순을 키운다. 팬덤 뒤에 숨어 돈과 권력을 챙기는 것이다. 승리를 위해 라이벌을 공격하도록 조장, 묵인도 한다.

정치팬덤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를 열렬히 응원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거침없이 타자와 타그룹에 대해 혐오와 배제를 일삼는다. 다르게 행동하거나 이견을 내면 욕설을 퍼붓고 혐오와 저주를 쏟아내고 심지어 배제에 나서기도 한다.

‘김호중 갤러리’는 “법치국가에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을 기망하는 권력자들은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자기 잘못을 시인한 이후 반성하며 뉘우치고 있는 김호중에게만 이다지 가혹한 돌을 던지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김호중 팬덤이 이재명 팬덤을 비난한다.

연예인 팬덤이 보고 배우는 것

김호중 팬의 입장에서는 이재명·조국 대표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특혜 개발과 위증교사, 입시 비리 등의 범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것에 비해 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대중가수를 단 한 차례 소환 조사한 후 구속시킨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김 씨의 팬들은 김호중과 소속사가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죄의 무게가 위증교사까지 한 이재명 대표 등에 비하면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김호중보다 더한 이재명·조국에게 돌을 던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호중 팬들이 이·조 대표를 소환하여 비판하자 이재명의 강성팬덤인 ‘재명이네마을’은 즉각 “김호중 팬들이 선을 넘었다. 그 가수에 그 지지자들 답다”며 ‘억울하면 김호중도 총선에 출마하라’며 맞서고 있다.

이처럼 강성 팬덤들 사이는 대화하기가 어렵다. 이들은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으로 여기면서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과 같이, 정치권의 극렬 팬덤의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 같은 당에 속해 있으면 이런 적대감이 순화될 것 같지만 정반대다. 다른 당에 있는 적보다 더 미워하고 증오하며 폭력화한다. 이런 팬덤정치에서는 애정이 아니라 혐오와 증오와 폭력이 난무한다.

정치권의 팬덤정치는 극단적인 미디어와 유튜버와 연결되어 정치양극화와 혐오정치를 부추기고 선동한다. 팬덤정치가들은 대화와 타협 및 공존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규범을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것은 편 가르기와 증오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국민상식과 국민정서법을 파괴하면서 다수의 시민과 유권자, 중도층을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로 내몰고 있다.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한 강성 팬덤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 김호중 사건은 팬덤의 병폐가 정치권의 팬덤정치와 상호작용하면서 정치양극화와 혐오정치의 주범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경고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자성하면서 대처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앞장서 사회적, 도덕적 상식과 윤리를 파괴하는 행동을 하니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로 배워서 따라하는 게 아니겠는가.

글쓴이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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