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심판론’이 실패한 이유

잘못 잡은 집권여당 총선 슬로건 야당심판 아닌 ‘민생회복론’이었어야 윤 대통령과 이수정의 거듭된 실수 총선의 견제심리, 여야 모두 잘 읽어야 민생경제 회복에 전념하라는 뜻일 것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0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0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유튜브로 칼럼 듣기

민심을 읽지 못한 대통령과 여당

지난 4월 10일 실시된 22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포함해 175석을 얻어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조국혁신당(12석), 개혁신당(3석) 등을 합쳐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대통령 탄핵과 개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정국 주도권을 갖게 되었다.

총선에서 국민은 윤석열 정권에게 매서운 분노와 심판의 회초리를 들었다. ‘대파가격 875원이 합리적’이라는 발언을 놓고 벌어진 논란으로 그동안 쌓인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민심은 고물가로 표현되는 민생에만 관심이 쏠려있는데, 이런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총선 슬로건으로 ‘야당심판론’을 내세워 정쟁을 돋우었으니 얼마나 화가 났겠는가. 그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책임이 크다.

집권여당의 총선 슬로건이 애초부터 잘못 잡은 게 문제다. ‘야당심판론’, ‘586운동권 정치 심판론’, ‘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잡았지만 민생경제와 서민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는 ‘민생경제회복론’이나 ‘민생경제매진론’으로 잡아 야당의 협력을 얻는 방식이 보다 적절했을 것이다.

집권여당은 사법리스크에 걸린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손쉽게 공격하기 위해 ‘야당심판론’을 내세웠으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국민들은 이들의 사법리스크 문제보다 무너진 민생경제의 회복이 더 시급한 문제로 보고, 이것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에 지난 대선의 지지를 철회하고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이라고 발언하며 웃음을 지었다. 사진=MBC 캡처
윤석열 대통령은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이라고 발언하며 웃음을 지었다. 사진=MBC 캡처

화난 민심에 기름부은 이수정 후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른바, ‘대파가격, 875원이 합리적이다’라는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벌어진 논란에서도 속수무책으로 무능했다. 왜곡된 발언을 바로잡거나 물가대책을 제시하는 합리적인 대응은커녕 정권심판론을 더욱 키우는 쪽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야당과 그 지지자들이 물가를 모르는 대통령을 조롱하고 비판하기 위한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대파 875원 챌린지’에 대해 책임있는 대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정말 대파 1단의 가격을 875원으로 알고 있었던 것일까? 지난 3월 18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했을 때 현장대화를 확인해 보면 농산물 할인행사에 가서 875원의 할인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말한 윤 대통령도 해당 대파가격이 특별히 싼 가격임을 인지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대통령이 발언이 어떠한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하지 않고, 제대로 된 설명이나 설득은커녕 ‘파 한 뿌리가 875원이다’라는 황당한 가짜뉴스로 대통령의 발언을 더욱 왜곡하여 두둔하려다가 상황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만들었다.

이런 황당한 가짜뉴스 발언으로 고물가로 분노하는 민심의 불에 휘발유를 붓고 부채질하여 민주당에게 총선승리를 안겨준 일등공신이 있었다. 누굴까? 다름 아닌 범죄심리학자라고 하는 수원시정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였다. 심리를 다루는 학자가 대통령의 심리도, 자신의 심리도, 상대후보의 심리도, 유권자들의 심리도 모르는 무감각과 무능력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실망감은 매우 컸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속담이 있다. 시집살이 심하게 하는 며느리가 시어머니한테 심하게 구박받을 때, 시누이가 말리는 척하면서 시어머니 편을 들 때 쓰는 말이다. 이수정 후보가 ‘파 한 뿌리가 875원이다’라는 황당한 가짜뉴스로 시누이 노릇을 하며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인 격이다. 전국의 국민의힘 후보에게 민폐가 되는 엄청난 악재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수정 후보는 석고대죄나 후보사퇴와 같은 방식으로 자신이 키운 가짜뉴스논란을 진화하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았다.

오죽 못났으면 이수정 후보가 패배했을까? 이수정 후보의 시누이 노릇이 오죽 미웠으면 ‘이화여대생 성상납’ 등 수많은 망언과 여성비하 및 역사왜곡으로 전국민적 밉상이 된 김준혁 민주당 후보가 50.86%의 득표율로 당선됐겠는가? 유권자들은 김준혁 후보의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라 이수정 후보의 자격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에게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

이번 선거결과는 본질적인 차원에서 보면, 민주당의 압승과 국민의힘의 참패라기보다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의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참패’로 보는 게 적절하다. 즉,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윤 대통령이 잘못해서 벌어진 대참패이다. 윤 대통령이 민생경제회복을 위한 국정운영을 제대로 못해서 국민이 매서운 대파 회초리를 들었다.

특히, 국민들은 지난 대선에서 0.76%p 차이로 윤 대통령에게 신승의 기회를 주면서 민생경제를 회복하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렸는데, 윤 대통령이 이것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심판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즉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민생경제회복을 위한 공공성의 정치보다는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의 무한 정쟁과 극단적인 대결정치를 펴는 것을 보고 지지를 철회하고 배신감에 대한 분노를 정권심판의 표심으로 표출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심판은 유보

따라서 국민들은 이재명 대표가 예쁘고 잘해서 민주당 압승으로 표를 몰아준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게 보다 적절하다. 국민들은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한 이재명식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 이재명식 사당화의 문제를 모르는 게 아니다. 잠시 민생경제회복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심판을 잠시 유보하였다.

아마도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에게 175석의 압승을 주면서도 역으로 대통령 탄핵과 개헌을 견제하고 저지할 수 있도록 집권여당에게 기사회생할 수 있도록 108석을 준 것은 깊은 뜻이 있어 보인다. 즉, ‘견제와 균형을 통한 공공성 회복’이라는 공화주의의 깊은 뜻을 반영한다. 애초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범야권 200석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출구조사가 빗나갈만큼 견제의 힘이 작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민주당은 최대 197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로는 175석을 얻는 데 그쳤다. 197석의 기대 때문에 이번 선거는 분명 ‘국민의힘의 참패인데 선방한 것 같다’는 착시효과가 작동하고 있다. 반대로 집권여당 입장에서 보면 범야권이 200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어 100석 이하를 전망이 있었는데 실제 결과는 108석이나 나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여당 108석은 선거 막판에 유권자들이 어느 한 쪽에 일방적으로 표를 몰아주지 않는 견제 심리가 작동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거센 정권심판론으로 여당이 100석까지 위태로워지자 막판에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려는 심리가 발동했다. 국민들은 대통령 탄핵까지 가는 것을 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총선의 민의를 제대로 읽어내야

선거패배는 정치에서 병가지상사다. 교훈을 얻는 자가 최후 승자가 된다. 이번 민주당의 압승은 스스로 잘해서가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으로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속칭 ‘비명횡사’와 같은 최악의 공천파동과 일부 후보들의 도덕성·자질 논란에도 유권자들이 표를 민주당 압승으로 몰아준 것은 그만큼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정서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총선의 민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이 정권심판을 선택한 것은 야권이 대통령을 견제하면서 여야가 대화와 협치로 무너진 민생경제를 회복하라는 뜻이지 야권이 대통령을 탄핵하고 사적인 복수혈전을 벌이며 정쟁하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만약 야권이 민생경제의 회복과 상관없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한 정쟁에 골몰한다면 ‘야당심판론’이라는 역풍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

요약해보면, 국민은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질에 문제가 있는 김준혁·양문석 후보가 당선될 정도로, 매섭게 정권심판론을 선택했다. 국민들은 사법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야당 대표에 대한 반감과 비호감보다도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민생경제를 회복하지 못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분노에 더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

하지만 국민은 윤 대통령에게 탄핵 저지선과 개헌 저지선을 방어할 수 있는 108석의 기회를 줬다.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분골쇄신에 나설 것을 다시 명령했다. 국정운영방식에서 윤 대통령의 자성과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민생경제를 회복하는데 여야가 따로 없다. 여야 모두 민생경제를 회복하라는 민심에 부응하기를 바란다.

글쓴이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