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망언이 선거패배의 지름길 되도록

[박정인의 정치평론] 정봉주 “DMZ 목발 경품”이라니 황상무 “언론인 테러”에 아연실색 정치인·공직자들 왜 막말·망언할까 민주주의라도 결코 해선 안될 표현 있어

MBC 기자에게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해 위협을 가했다는 비난을 받은 황상무 전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MBC 기자에게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해 위협을 가했다는 비난을 받은 황상무 전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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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망언의 몇가지 패턴

공인의 막말이나 망언은 대부분 상대적이다. 내게는 막말이어도 반대편은 “할 말 했네”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국어사전이나 법이 그어준 선은 없다.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고 보편적으로 듣기 불편한 말인 경우가 막말, 망언이라는 가상의 경계가 보일 뿐이다. 언어의 사용에 엄격한 사회는 그 경계도 좀 더 엄격하다.

우리는 어디 쯤에 경계선을 긋고 있을까? 전 세계에서 공인의 개념이 가장 포괄적인 대한민국이다. 텔레비전에 얼굴 몇 번 비치거나 유튜브 구독자 수가 십만 단위만 넘어도 공인의 범주에 등 떠밀려 들어간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공인의 자세가 틀려먹었다’고 비난 받기 일쑤다. 시시콜콜한 일과나 프라이빗한 연애조차도 ‘공인적’ 방식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공인들의 막말과 망언은 끊임이 없다. 특히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그렇다. 선거 때가 되니 더 심해졌다. 공식 선거 시작 전부터 공천이 취소되고 공직에서 물러나는 낭패가 잇따른다. 대통령실 황상무, 국민의힘 장예찬, 민주당 정봉주 같은 경우다.

막말이나 망언은 몇 가지 패턴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가 촌철살인에 지나치게 맛들인 경우다.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은 7년 전에 한 말이 되살아나서 천신만고 끝에 얻은 서울 강북을 총선 후보 자리까지 휙 빼앗겼다. “DMZ에서 지뢰 밟으면 목발을 경품으로 주자”는 말이었다. 소설가 출신 김홍신 전 한나라당 의원은 오래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재봉틀로 박아야 한다”고 말했다가 쓰나미 같은 비난을 뒤집어 썼다.

두 번째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신념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귀태”(귀신과의 사이에서 난 아이)라고 비난했다. 정치의 상대가 아니라 같은 하늘 아래 숨쉬어서는 안될 존재로 본 것이다.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의 세월호 막말도 유명하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서 먹는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신념은 귀족적이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직원 사망 사고가 가슴 아프다는 기자들 말에 대한 답변이 이랬다.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 민중을 개돼지로 취급해야 한다.”

세 번째는 애꿎은 남의 동네를 건드리는 유형이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부초서천.’ 부산은 초라하고 서울은 천박하다는 지적이 만들어 낸 신조어였다. 이 말을 압도하는 지역비하 발언은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이부망천’이다. 목동 살다 이혼하면 부천으로 가고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는 뜻이다. 정치적으로 망하기를 작심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이런 발언이 나올까 신기하다.

네 번째, 아무 생각없이 나오는 대로 말하는 유형.

여기 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한다, 신림동 침수피해 현장에서 “어떻게 여기 계신 분들은 미리 대피가 안 됐나 모르겠네”라고 유체이탈식 푸념을 내놨다. 여권은 수해 현장 실언이 유난히 많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수해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하는 게 방송에 잘 나와서 곤욕을 치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우크라이나 비하 발언도 분류하자면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대선 후보 토론 도중에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초보 정치인으로서 러시아를 자극하는 외교 정책을 펴서 두 나라가 충돌했다”고 발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고 노회찬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난 뒤 열린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 나가서 노 전 의원을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이라고 언급했다.

다섯 번째, 여성 비하 표현은 무죄라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성적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이 됐던 인물이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이다. 그 중 하나가 동물농장 발언. 북콘서트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면서 “동물농장에도 보면 그렇게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거는 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을 겨냥한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발언은 여성의 여성 폄하 케이스다. “조선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술자리 농담은 적도 용서할 거라는 착각.

사퇴한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경우가 가장 최신 버전이다. 자기가 정보사 출신임을 밝히면서 MBC 기자에게 정보사 군인들이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인을 칼로 찌른 과거사를 언급했다. 술자리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물러나야 했다. 기자를 적으로 돌리는 농담을 하고 술자리 동지가 되기를 바란 셈이다.

기술적인 원인은 뭘까

막말 망언의 가장 흔한 기술적인 원인은 조심성 부족이다. 아무리 자기 생각이 그렇다 해도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라면 조심해야 한다. 술자리 농담이 특히 그렇다. 수많은 공인들이 편히 술잔을 부딪치며 방심하다가 구설에 올랐다. 그런데도 조심할 생각을 못한다. 술의 무서움이랄까.

또 다른 기술적 원인은 사안을 단순화하려는 습관에 있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그리고 기자들은 모든 사안을 간결하게 정리해서 핵심을 추리려고 한다. 그래야 복잡한 인과관계를 단순 명료하게 윗분이나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요약이 지나치면 본질과 속사정을 놓치는 실수를 범한다.

촌철살인이 대개 그렇다. 짜릿하고 즉각적인 맛에 유혹되기 쉽다. 하지만 자칫 하다간 예리한 단검에 남이 아니라 내가 찔려 죽을 수 있다. 촌철살인의 말은 짧지만 그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에 대한 고민은 길어야 한다.

다음으로 공부 부족이다. 수해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대통령이 그 현장에 갈 때 알아야 할 기본조차 몰라서 나온 말로 들린다. 이재명 대표의 우크라이나 발언 역시 공당의 대통령 후보가 국제정세와 외교의 기본적인 정보도 모른 채 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아는 것은 적은데 그마저 요약해 한 마디 하다보니 황당한 발언이 나온다.

어떤 식으로 분류하든 막말 망언은 민주주의와 국민통합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자기 편에게도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극을 통해 지지세를 결집하는 효과 때문에 시도한다는 분석도 있지만 역풍은 효과를 삼켜버린다.

여야가 서로 싸우는 이유는 밖에서 국민이 더 큰 싸움을 벌일 사안들을 국회 안으로 들여와 해법을 모색하는데 있다. 그러려면 국민은 물론이고 정치적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있어야 한다. 한 쪽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고대 로마의 글래디에이터들이 아니니까. 아무리 신념이라 하더라도 상대를 ‘귀태’나 ‘돈 받고 스스로 목숨 끊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건 곤란하다.

2022년 8월8일 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서 발달장애가족이 폭우를 피하지 못하고 참사를 당한 사고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왜 피하지 못했을까"라며 공감력 떨어지는 발언을 해 비난을 샀다. 사진=연합뉴스
2022년 8월8일 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서 발달장애가족이 폭우를 피하지 못하고 참사를 당한 사고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왜 피하지 못했을까”라며 공감력 떨어지는 발언을 해 비난을 샀다. 사진=연합뉴스

결코 올려서는 안되는 소재가 있다

막말 망언을 들어야 하는 국민 입장을 생각해보자. 갈등을 풀어줘야 할 정치권이 국민에게 갈등의 불씨를 던지는 셈이다. 특히 소위 신념에서 나왔다고 하는 막말 망언은 뒤늦게 사과한다 하더라도 피해 당사자 뿐 아니라 국민에게 상처를 남긴다.

민주화의 한 과정으로 국가가 공식 기념하게 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막말 망언의 소재가 돼서는 곤란한 이유가 여기 있다. 국민적 갈등을 풀기 위해 여야가 합의해 정했으면 군말이 없어야 한다. 자극적인 주장으로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행태는 국민의 대표답지 못하다.

세월호와 관련한 발언들도 마찬가지다. 아픈 기억이 되살아 나고, 현실이 과거보다 진전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든다. 한 사람의 말이지만 마치 갈등의 씨앗이 사회 전반에 잠복해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을 준다.

단순한 막말을 넘어서, 5.18, 세월호, 천안함, 부상 군인의 목발 같은 이슈들이 농담의 소재로 사용되는 것은 더욱 용납될 수 없다.

이 맥락에서 황상무 전 수석의 발언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해명에 따르면 술자리였고 농담이었다. ‘나도 언론 테러했던 정보사 출신이야. MBC 조심해. 하 하 하~’라고 보여진다. 황 전 수석이 기자를 테러할 마음이 있었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인이 귀가 길에 권력의 지시를 받은 군인들에게 칼로 찔린 경악스러운 테러 사건을 농담의 소재로 썼다는 점은 어떤 해명으로도 양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발언의 대상은 현 정권과 갈등 관계에 있는 언론사의 출입기자였다. 더 나아가 국민에게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은 칼로 기자를 테러하는 걸 농담의 소재로 삼는 수준인가?’하는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다.

지지자라도 ‘레드 카드’를 꺼낼 수 있어야

민주주의는 곡예사의 가는 막대 위에서 돌고 있는 접시와 같다. 중심을 잡고 빙글빙글 돌아가려면 늘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선진국들은 개인의 자유에 일부 제한을 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언행을 막으려고 노력한다. 미국 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민권법과 증오범죄법 같은 법률로 제한하는 경우다. 인종, 종교, 성별과 관련한 차별적인 발언은 표현의 자유에서 배제한다.

막말과 망언이 대중의 마음을 너무 괴롭히다 보니 우리도 막말금지법을 만들자는 논의까지 나왔다. 하지만 무엇이 막말과 망언인지 법에 규정할 방법이 모호하다. 인종, 종교, 성별 같이 구체적인 영역 이외의 부적절한 발언을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결국은 국민 몫이다. 말의 품격은 그 언어를 공유하는 사회의 품격에 비례할 수 밖에 없다. 공인이 불편한 말을 했을 때 그의 지지자라도 레드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이번 총선에 기대를 걸어 본다. 시작부터 설화 때문에 낙마하는 경우가 전보다 는 것 같아서 그렇다. 막말 망언은 당선은 커녕 공천도 못받는 자충수라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글쓴이

박정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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