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위험 ‘금융 착취’를 예방하려면

[정운영과 함께하는 금융소비자보호] 금융소비자보호의 또 다른 이슈 ‘금융착취’ 심리의존 관계인 가족, 간병인에게 쉽게 당해 해외는 금융기관이 피해예방 적극 나서게 해

몸이 불편한 노인을 부축하며 같이 걷고 있는 여성 간병인.
몸이 불편한 노인을 부축하며 같이 걷고 있는 여성 간병인.

한 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연금에 의존하는 고령자 수가 많아질수록 금융착취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인적, 사회적으로 많은 대책이 마련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착취가 무엇인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고령자들의 새로운 리스크 ‘금융착취’

‘금융착취’는 고령자의 소득 및 재산, 임금소득을 본인 허락 없이 가족이나 친척 등이 가로채거나 임의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행위는 고령자들에게 직접적으로 금전적 손해를 끼친다. 이는 고령자가 질병 등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나 심리적 고독 상태에 빠지고 돌봄 욕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돌봐주는 가족이나 간병인 등으로부터 주로 당하는 사례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면서 금융생활에서 금융거래와 관련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금융착취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융착취는 고령자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자녀들이 치매에 걸린 부모의 의사와 다르게 재산을 처분하고 사용하는 것은 물론 지인들이 사기로 속여서 재물을 빼앗고 이익을 취하는 등의 금융 착취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자녀들이 부모자산을 내 자산과 동일시 하는 의식이 강해서 금융착취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행동할 때도 많다. 금융착취가 무엇인지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사례1: 자식에 의한 금융착취 사례

내 집으로 주택연금 받고 싶은데 ....아들이 못하게 해요~~

노후에 안정된 소득을 매달 받기 위해 내 명의의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싶은데 아들 녀석이 ‘내가 물려받을 집인데 왜 아버지 맘대로 하세요?’하면서 못하게 한 사례다. 그래도 부모가 자신의 노후를 위해 그렇게 하겠다고 하자 계속 찾아와서 화를 내며 마음을 힘들게 하면서 부모의 뜻대로 자기의 자산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행위다.

사례2: 신뢰하던 간병인으로부터 금융착취 사례

정성껏 돌봐준 간병인 믿었더니 전 재산 거의 빼돌려....

몸이 불편하신 어른은 자신을 정성껏 돌보던 간병인에게 고마움과 함께 신뢰감이 들어서 평소 장을 보는 생활비 등 통장관리나 금융기관에 대신 가는 심부름을 다 맡겼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간병인이 전 재산을 거의 다 가져간 사례도 있다.

생활비 목적으로 건넨 통장인데 그 외 목적으로 사용한 간병인.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자녀가 항의했지만 간병인은 “허락을 받고 정당하게 쓴 돈”이라 반박한다. 은행 예금거래 약관은 통장과 인감이 있고 비밀번호가 맞으면 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어른과 자녀들은 은행에 항의조차 못했고 결국 돈을 돌려받을 길도 막힌 사례다.

당국과 금융회사들이 함께 나서야

금융착취에 대한 개념과 범위는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미국과 영국 등 해외선진국은 금융착취 예방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은 50개주 모두 고령자 금융착취를 민형사상 문제로 취급해 별도의 규제체계를 정립해 두고 있다. 또 금융기관이나 그 신고 담당자들에게 금융착취에 관한 특별한 교육·훈련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은 정부가 금융착취 예방을 위해 소비자 뿐 아니라 금융기관에 금융착취 대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호주는 금융착취로 인한 피해보상의 범위를 재무적인 피해 뿐 아니라 비재무적 피해까지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보상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금융착취에 대한 개념과 범위도 합의되지 않은 상태이고, 이를 예방하고 실행하기 위한 법률규정도 여러 법률속에서 다루어지다보니 대응책 마련이 어렵다. 특히 문화적으로 자식과 친척 등 부모와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신고에 익숙하지 않다. 이럴수록 예방이 중요한 영역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한 지사에서 어르신들에 주택연금 관련 상담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한 지사에서 어르신들에 주택연금 관련 상담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직접 정기적으로 체크해야...1백만원이상시 거래정지를

고령소비자라도 가능한 한 자신이 통장관리를 스스로 하고, 관리가 어려울 경우 자식이라도 믿지만 말고 직접 정기적으로 자신의 통장내역을 살펴봐야 한다. 특히 건강이 나빠지거나 병원 또는 요양원에 입원해야 할 경우 등을 대비하여 각종 대금이 은행에서 자동이체로 결제되도록 설정해 두는 것이 좋다. 또한 은행에 일정금액(예를 들어 100만원)을 설정하고 설정 금액 이상 인출되면 거래가 정지되거나 사전에 등록된 보호자에게 통보되는 금융권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금융착취는 금융거래를 통해 발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으면 금융착취로부터 고령소비자를 보호하기 힘들다. 금융회사가 금융규제나 금융감독 조치에 앞서 고령소비자 보호의 일환으로 금융착취 예방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ESG금융의 실현이기도 하다. 고령자 신탁서비스 등 금융착취 예방을 위한 상품 개발 및 서비스, 금융착취 예방을 위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개발하여 상황 발생 시에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 등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는 금융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유익할 것이다.

새로운 장수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는 ‘금융착취’, 초고령사회를 맞이하여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ESG금융은 ‘Doing well’이 아닌 ‘Doing good’ 이어야 한다.

글쓴이

정운영 금융과행복 네트워크 이사장

정운영 (사)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은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금융복지정책연구소 대표, 금융위원회 제3기 금융옴부즈만 위원(소비자 · 중소)을 맡고 있다. 금융이 우리 삶의 목적을 달성하고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가교역할을 하는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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