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1년, 금융소비자보호 잘되고 있나요?
[정운영과 함께 하는 금융소비자보호] 자기책임기준 · 피해구제 원칙 마련됐지만 곳곳에서 불편하다는 아우성과 혼선들 소비자·금융회사 모두 이익되는 방법은?
‘금융소비자 보호’ 기틀을 갖췄지만
지난 2021년 3월 25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이 시행되고 1년이 지났다. 금소법 시행 후 금융회사들은 소비자보호 조직 확대, 금소법 관련 매뉴얼 배포 및 직원교육강화 등의 조치와 함께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금융권은 이런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금소법 시행후 1년 동안 금융사 소비자민원이 실제 감소했고 금소법이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당국 또한 금소법 시행 1년을 맞아 업권별 금소법에 대한 애로사항과 건의사항 등을 파악하고,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한 대면 및 비대면거래 시 설명의무, 독립금융상품자문업 비활성화, 여신부문에 대한 애로사항 등 제도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사안들에 대해 실효성 높은 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한술에 배부르랴!’. 금소법은 2011년 처음 발의된 후 10여년만에 법이 통과되고 시행되기까지 1년, 그리고 현재 시행 1년을 맞이했다. 이제 겨우 돌을 맞은 아이처럼 아장아장 걸음마를 뗀 셈이다. 그러니 금융권과 금융소비자들 모두 이 법을 적용하는데 서툴고 많은 불만, 애로사항이 쏟아져 나올 수 밖에 없다. 상품 설명과 가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고 형식적이라는 지적, 업권별 적용 세부규정이 없어 현장의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광고규제가 혹독하다는 불만, 블랙컨슈머들에 대한 대응 등 금소법의 순기능 측면보다는 금융권 입장에서 애로사항과 개선점을 토해내기 바쁘다.
금소법은 시장에서 금융소비자들의 자기책임원칙에 대한 최소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불공정한 환경에서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사후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금소법의 순기능은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금소법이 안착되면 금융시장에 대한 소비자신뢰가 조성되어 금융회사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금융혁신을 통해 혁신금융서비스가 제공되고 금융업종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금융소비자보호를 통해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안전한 금융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금융혁신을 통한 금융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금소법은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의 완성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 금소법의 취지가 금융소비자와 금융사 모두에게 잘 체화되고 법이 실효성있게 안착되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보호란 무엇인가’에 대한 방향성이 보다 금융소비자지향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어렵게 시행된 금소법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금융회사들의 다양한 노력이 그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금융소비자보호’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지해야 한다.
‘소비자보호=경제적 이익’ 되도록 업그레이드
금융소비자보호는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사후적 대책만을 위한 관점이 아니고 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신뢰를 넘어 실제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과정 즉 상품개발에서부터 판매 전, 판매 시, 판매 후 모든 과정이 소비자지향적으로 구조화되고 표현되고 설명됨으로써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어야 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저축성보험이나 연금보험에 가입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부자 만들기 종신보험’, ‘연금주는 종신보험’이라는 상품명으로 보장성 보험을 안내한다면 아무리 보험설계사가 이 보험은 ‘종신보험’이라고 설명해도 이미 소비자에게 그 상품명에서 저축성이나 연금보험으로 착각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한 것이다. 암 특약을 부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종신보험을 암보험처럼 네이밍하고 표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작정하고 오인하기 위해서 만든 네이밍이다. 유리한 단면만을 부각하고 오인을 유발하는 표현과 설명은 상품의 개발과 판매 전 과정에서 소비자지향적인 행위가 아니다. 금융사 책임은 회피하고 소비자가 알아서 오인하여 자신에게 맞지 않는 상품을 가입해서 손해를 보게 하는 것이다. 결국 금융사에 이익을 주는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금소법이 적용되면서 상품 설명을 위해 금융소비자와 금융사 직원이 현장에서 30분에서 1시간 가까이 상품에 대한 설명을 하고 녹음을 한들 이미 상품이 소비자지향적으로 구조화되지 않았다면 소비자는 올바른 선택을 하기 힘들다. 시장에서 금융소비자의 자기책임원칙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정보와 힘이 균형있고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질 때 성립된다.
질적성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대한민국 금융시장의 선진화는 ‘성장(development)화’가 아닌 ‘성숙(maturity)화’이다.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인식은 금소법을 통해 ‘업데이트’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업그레드’ 되어야 한다. 금융권 ESG의 핵심 중 하나인 ‘금융소비자보호’의 의미는 어렵지 않다.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며 ‘금융소비자의 주권강화’라는 가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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