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의 PC주의, 역차별의 딜레마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미국 사회, “소수 우대”에 역차별 목소리도 트렌스젠더, 지역 미인대회 우승...논란확산 헐리우드, 흑인 인어공주 등 편견 깨려는 시도 역차별과 함께 새 비지니스 전략이란 지적도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왼쪽)와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사진=newsweek.com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왼쪽)와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사진=newsweek.com

대법관도 엇갈리는 ‘소수인종 우대법’

미국 정치권이 다시금 격돌하고 있다. 낙태권이 미국 중간선거 성패의 분수령이 되었듯, 또 다른 정책 이슈가 미국 사회를 분열로 이끌고 있다. 이번에는 ‘소수 인종 우대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이 양 진영 정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1960년대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제정된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은 교육과 취업, 그중에서도 대학 입시에서 흑인 등 소수 인종을 배려하는 적극적 우대 조치로 해석된다. 소수 인종이라고는 하지만 당시에는 ‘흑인’에 대한 차별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고, 현재는 입시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경제 등에서 성, 장애 등의 소수 집단의 차별을 줄이기 위한 범위로 확대되었다.

미국의 두 소수 인종 대법관인 히스페닉계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과 흑인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완전한 대척점에서 소수 인종 우대 정책에 대한 각기 다른 의견을 내고 있고, 이는 미국을 정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인종 갈등은 수많은 이민자로 구성된 미국 사회에서 오랜 갈등의 핵심이자 미해결 과제이다. 하지만 현재 핵심이 되는 의제는 차별금지로 발생하는 ‘역차별의 딜레마’다. 이미 1960년대에 제정된 ‘어퍼머티브 액션’이 현재적 의미의 역차별을 낳고 있고, 이로 인해 백인은 물론 소수 인종으로 대표되는 아시아인들까지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시험으로 대표되는 입시에서 가장 공정한 방식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한다면 오히려 더 나은 공정의 척도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찬반 논란은 뜨겁다.

흑인인 토마스 대법관은 “인종을 탓해봐야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오직 네 피와 땀으로 일어서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자신의 길을 개척해왔던 반면,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부당한 조처들에 반기를 들고, 더 나아가 자신과 같은 소수 인종들의 사다리가 되어 주는 방식으로 함께 활로를 찾아 나갔다. 누구의 길이 옳았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생존방식을 보면 정책에 대한 기준에서 대척점에 서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대법원의 판단은 어떻게 될까?

성소수자의 미인대회 참가, 차별 보호일까?

얼마 전 미국 뉴햄프셔주의 미스 아메리카 지역 예선에서 첫 트렌스젠더 우승자가 나왔다. 그녀의 우승 소식은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 화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미인 대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통념적 의미의 화제성이 아니었다. 미인대회의 화제성이 우승자의 참가 적합 여부를 넘어 미인에 대한 기준까지 재편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또한 시대의 변화상으로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미국 뉴햄프셔 미인대회에서 우승한 브라이언 응우옌(가운데)과 참가자들. 인스타그램=@brianannguyen
미국 뉴햄프셔 미인대회에서 우승한 브라이언 응우옌(가운데)과 참가자들. 인스타그램=@brianannguyen

우승한 트랜스젠더 브라이언 응우옌은 19살로 지역예선인 ‘미스 그레이터 데리 2023’ 우승자가 됐다. 이 대회 우승자에겐 7500달러의 장학금이 주어진다.

트렌스젠더의 참가 가능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아직은 생물학적 남성 신체를 보유한 후보의 수상이라는 점, 그리고 ‘미인’의 기준이나 미인 대회의 역사, 절차, 형평성의 다양한 판단 기준은 무시한 채 그저 사회적 의미만을 가진 후보의 수상이 적합한 것인지, 근본적이고도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는 ‘미스 USA’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위 사진에서 응우옌과 함께 수상하거나 참가한 미국 여성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차별 타파를 가장한 심각한 역차별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례들은 최근 미국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PC주의’로 대변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에 대한 논의는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에서 인종·민족·언어·종교·성차별 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특히 정치적인 관점에서 차별·편견을 없애는 것이 올바르다는 의미에서 사용하게 된 용어이다. 이 ‘PC주의’ 움직임은 현재 미국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 ‘PC주의’의 정신 자체에 이견을 가진 이들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할리우드는 이 ‘PC주의’라는 모멘텀 아래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흑인 인어공주의 발탁, 동양인 히어로의 등장, 17세기 시대물의 흑인 왕족과 동양인 귀족의 모습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할리우드 등 가장 깨어있다는 문화 집단에서 이민자나 소수 인종을 비롯한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등 소수자 인권에 대한 사회 계몽적 메시지, 혹은 사회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이 같은 시도들도 끊임없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디즈니의 '인어공주' 티저 예고편. 할리 베일리 유튜브
디즈니의 ‘인어공주’ 티저 예고편. 할리 베일리 유튜브

진보적인 헐리우드에서도 불편한 시각이

하지만 미국 사회도 상당히 보수성을 띠는 사회다. 매체의 발달, OTT 서비스의 흥행이 LGBT 등 소수자 콘텐츠에 대한 공급을 활성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시도가 주류 콘텐츠화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도 감지된다. 오히려 다양성의 일반화가 부자연스럽게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할리우드의 이러한 움직임이 소수 인종, 더 나아가서는 비 영미권의 흥행 수익을 무조건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이라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움직임이 차별의 또 다른 이름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어쩌면 응우옌이 논란이 되지 않으려면, 미인대회의 ‘미인’이라는 단어를 아예 삭제해버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외모로 등급을 나누는 미인 대회 자체를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닌지 근본적 의구심을 품게 한다.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역차별의 딜레마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부인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차별금지를 통해 차별받는 이들의 인권을 더욱 보장해야 한다면, 사회가 그리고 정책적 시스템이 조금 더 세심하고 날카로운 분석과 논의를 필요로 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단순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한 보호가 아닌, 정말 소수자들을 위한 “진짜 보호”, 그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진짜 방법론”을 찾기 위해 고심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이현민은 대중문화평론가, 한중 콘텐츠 연구자로 로앤컬쳐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북경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공기관 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연구의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 출강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문화, 이슈로 답하다>, <입체적 한중 대중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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