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정운영과 함께 하는 금융소비자보호] 소비자 지향적인 ‘설명’은 무엇일까 미국은 ‘행동과학’을 도입했다는데

한 시중은행의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의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은 우리 삶의 남음과 모자람을 중개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저축·펀드·보험 등 각종 금융상품을 통해 필요한 목돈을 마련하고 위험과 노후에 대비한다. 이로써 모자람을 채우거나 남음을 잘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상품의 구조와 내용이 점점 복잡해져, 소비자와 공급자간 정보 비대칭성이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지나치게 단기차익을 노리는 비이성적 투자행태가 집단행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금융소비자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금융상품을 선택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금융상품 판매과정에서 소비자에게 그 상품의 ‘중요사항’을 어떻게 잘 설명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 19조 [설명의무]에 따르면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이 일반금융소비자에게 금융상품 계약을 체결하도록 권유하는 경우 및 일반금융소비자가 설명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금융상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일반금융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은 설명을 할 때 일반금융소비자의 합리적인 판단 또는 금융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거짓으로 또는 왜곡하여 설명하거나 빠뜨려서는 안된다’고 하고있다. 즉 일반금융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고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오해하지 않도록 설명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음 예를 들어 살펴보자.

A씨는 보험계약 체결 시 보험설계사(모집인)로부터 보험 관련된 설명을 듣고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설계사는 가입할 당시 이 보험상품은 5년 만기 자동갱신이며 1회 보험료 9만원은 갱신시에도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5년 후 A씨는 보험료가 9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인상된다는 안내를 받았고 콜센터를 통해 전화상담을 진행했다. 상담결과 주계약(상해사망)을 제외한 진단비, 입원비특약은 5년 갱신특약으로 5년마다 보험료가 변동하며, 특약의 만기인 80세까지 보험료를 계속해서 납입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에 대해 보험계약자인 A씨는 청약 당시 보험설계사가 보험료 인상은 없으며 9만원을 20년만 납입하면 보장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험회사는 갱신특약에 계약 갱신으로 인한 보험료 인상 및 추가납입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보험료를 추가로 납입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 사례를 판단하는 쟁점사항은 보험상품에 관한 중요한 사항중 하나인 보험료에 대해 일반금융소비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단정적으로 판단하거나 오해하지 않게 잘 설명했는지와 설명한 내용을 금융소비자가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여부이다. 만약 계약시 보험설계사가 ‘보험료가 고정되어 있다’라고 말했다면 과연 소비자지향적인 설명이라고 볼 수 있을까?

보험료 납입에 관한 사항은 보험계약시 중요사항에 해당한다. 따라서 설계사는 보험계약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고정’이라는 단정적 표현을 통해 보험료 인상은 어떤 경우에라도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했기에 보험계약자인 A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무엇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금소법 시행 초기 금융상품 설명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금융소비자에게 수십 쪽 분량의 설명서가 제공된 적이 있다. 이를 현장에서 그대로 읊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이에 현장에서의 혼돈이 과중되자 금융당국은 하나의 설명서를 제공하도록 했고 설명의무 이행 범위도 법령에서 설명하도록 정한 것으로 한정했다. 대신 설명의 정보, 설명 방식을 개별 금융 회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을 통해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현장의 금융인들이 소비자 지향적인 설명의무를 이행하기에는 역부족이라 할 것이다. 금융상품 유형별로 중요한 설명사항이 다를 뿐 아니라, 일반금융소비자의 판단 및 이해 수준이 다르기에, 그에 따른 대응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별회사별로 무엇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의무 행위 매뉴얼’을 창의적으로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야 할 것이다.

‘행태과학’에 기반한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과 호주, 미국, 이탈리아의 규제기관들(미국의 CFPB, 이태리 CONSOB 등)은 기관 내부에 소비자행태에 대한 ‘행태과학(behavioral science)’ 기반의 연구를 수행하는 부서를 두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CFPB(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는 금융소비자에 대한 정보제공이 소비자입장에서 시의적절하고 이해 가능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 아래 그 내용, 디자인, 소비자에 대한 설명 환경까지 고려한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또한 금융시장에서 소비자가 직면하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실험 연구를 통해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식 수준을 확인하고 금융상품의 정보 공시에서 제시할 정보를 정했다. 이어 그 정보를 어떻게 제공하며 그 공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등 설명의무 관련 자료들을 개발·검증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기관 및 금융회사들도 소비자의 행동트랙이나 규칙을 보여주는 정보를 보다 미시적이고 미래기술적인 방법으로 찾아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행위 매뉴얼이 실천되길 바란다.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 경험,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금융소비자에게 계약시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하는 것은 소비자가 올바른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역할과 같다. 또한 계약 체결에 있어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원칙에 해당된다.

그러나 소비자의 특성이 다양한 상태에서 모든 소비자에게 같은 용어로 같은 뉘앙스를 가지고 정해진 만큼의 분량으로 설명한다면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 소비자의 다양성 기준을 나누고 이들 수준에 따라 설명하는 것이 아마도 공정한 원칙일 것이다.

글쓴이

정운영 금융과행복 네트워크 이사장

정운영 (사)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은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금융복지정책연구소 대표, 금융위원회 제3기 금융옴부즈만 위원(소비자 · 중소)을 맡고 있다. 금융이 우리 삶의 목적을 달성하고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가교역할을 하는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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