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처럼 ‘인간이 익어가고 있다’

[정연섭의 과학과 철학] IPCC 지구온난화 6차보고서 다시읽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관심 기울여야 탄소제로화에 동참...과소비 자제하기

그림 1. 온난화로 몸살을 앓는 지구
그림 1. 온난화로 몸살을 앓는 지구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IPCC 6차보고서 내용은

한달전인 2021년 8월에 IPCC는 너무나 빠르게 악화되는 지구온난화의 내용을 담은 6차 보고서를 발행했다. IPCC(Inter-government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기후변화와 영향을 평가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유엔 산하기관이다. 약 3000명의 전문가 지원을 받으며 지구온난화 문제를 제기해 2007년에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문제의 중요성을 감안해 다시한번 6차 보고서의 주요내용을 되짚어본다.

IPCC는 기후환경이 변하거나 정확한 분석 결과가 나오면 보고서를 개정하는데 1990년 1차 보고서는 온난화로 해수면이 10~25cm 상승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2001년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를 인간 활동 탓으로 진단했다.

지난 8월 발표한 IPCC 6차 보고서는 1800여 페이지로 방대하지만 정책입안자를 위한 요약본도 함께 배부했다. 핵심을 담은 40여 페이지의 요약본도 과학적 용어로 서술되고, 문장 아래에 숨겨진 과학이론 탓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필자는 먼저 요약본의 상위 항목만을 뽑아 일상 언어로 축약한 후에 이어서 개인적 소견을 달았다. 해당 번호에 따라 요약보고서를 찾아가면 더 깊은 의미를 캘 수 있다.

A. 지구온난화 현황
A1. 지구온난화는 인간 탓이다. 최근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이고, 지구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09℃ 상승했다.
A2. 최근 지구온난화 속도는 과거의 유래가 없다.
A3. 최근 자연재해는 지구온난화와 연관이 깊다.
A4. 지구에 갇힌 열은 거의 바다를 데운다.

B. 전망
B1. 현재 생활방식(그림 2의 SSP2-4.5)대로 살면 조만간 1.5℃를 초과하고, 2050년에 탄소제로 생활방식(그림 2의 SSP1-1.9)으로 바꾸면 1.5℃ 근처에서 유지된다.
B2. 지구온난화는 폭염, 폭우, 가뭄, 태풍의 빈도 및 세기를 증가시킨다.
B3. 지구온난화는 강수량과 가뭄기간을 증가시킨다.
B4. 해양과 대륙만으로 대기에 누적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가 없다.
B5. 지구는 몇 세기 안에 누적된 이산화탄소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릴 수가 없다.

C. 지역 기후
C1. 자연 인자보다 인간이 유발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를 야기한다.
C2. 지구 온난화가 심할수록 눈, 서리, 빙하를 경험하기 어렵다.
C3. 거의 불변인 해양의 대순환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D. 대책
D1. 이산화탄소(CO2), 메탄(CH4)의 사용량을 줄어야 한다.
D2. 온실가스를 줄이면 기후변화 개선 효과를 맛볼 수 있다.

내용을 힐끗 보면 상식 같다. 그러나 6차 보고서는 이전 보고서보다 분석의 정확성을 높였다. 신뢰 수준을 표현하도록 저자들은 ‘아마’ 대신에 ‘틀림없이’라는 부사를 대부분 문장에 집어넣었다.

하나의 부사로 동사를 꾸미기 위해 IPCC는 기상자료 수집기간을 먼 지질시대까지 확장했고 지구 상의 기상 측정 지점을 더욱 잘게 쪼갰다. 대개 1800년부터 기상관측은 기록되었지만 기후 흔적은 지질, 생물, 빙하 등에 원시적 형태로 포획되어 있다. 시간을 다투는 IPCC 보고서는 수많은 논문들을 참조했는데 이 논문들은 포획된 기후자료를 직접 사냥했다.

마지막으로 IPCC는 분석을 위해 기상 모델을 적용할 때 특정 위치와 그 주변으로 한정하지 않고 지구 전체로 확대했다. 뉴욕의 허리케인을 분석하기 위해 북경의 나비 날개짓까지 따졌다는 뜻이다.

그림 2. 생활양식에 따른 향후 기후변화. SSP2-4.5는 현재의 생활방식, SSP1-1.9는 2050년 탄소 제로 생활 방식.
그림 2. 생활양식에 따른 향후 기후변화. SSP2-4.5는 현재의 생활방식, SSP1-1.9는 2050년 탄소 제로 생활 방식.

익어 가는 인간

개구리는 뜨거운 물에 바로 담그면 뛰쳐나오지만 미지근한 물에 넣고 덥히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익어 죽는다고 한다. 개구리로 직접 실험하지 못했지만 우리도 미지근한 물에서 적응한 뒤 더운물에 입수해보면 개구리 이야기를 수긍할 수 있다. 우리도 수치로 측정하지 않으면 개구리처럼 지구 온난화를 못 느끼고 살아가기 쉽다. 기온 상승과 자연재해를 지구 온난화와 연결시키지 못하고 거저 한 시대의 이상기후 정도로 여기기 쉽다.

인류는 과학기술 진단 덕분에 오존층을 회복시키고 있다. 1985년 영국의 남극조사단은 남극대륙 상공에서 오존층 구멍을 발견했고 사람들은 자외선을 차단하도록 수영복을 벗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냉장고 냉매로 사용되는 프레온을 주범으로 지목했고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각 국가는 프레온 사용을 금지했다. 2018년 평가 보고서는 남극 오존층이 회복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동일한 전략이 온실가스에 대해서도 적용될 듯하다. 그런데 프레온과 다르게 이산화탄소가 간여한 현상은 복잡하다. 프레온 냉매는 특정 제품 생산에만 사용되고 그의 반응도 오존층에만 한정되지만 온실가스는 모든 활동의 부산물이고 온도, 해수, 자연재해와 관련되어 분석이 어렵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IPCC 보고서를 한발 떨어져 읽었고 정책입안자들도 먼저 뛰어들기를 꺼렸다.

진단은 정확한가?

지구의 온난화 문제는 한 국가나 개인의 의무가 아니라 모든 국가의 의무다. 1997년 교토의정서는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묶자고 제안했지만 이행이 순조롭지 못했다. 왜냐하면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취임할 때쯤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였고 퇴임할 쯤에 온실가스 저감 노력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정책의 비일관성은 이산화탄소 저감으로 인한 미국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탓이고 지구 온난화에 대한 미국 과학자의 시각 전환 탓으로도 보인다.

사실 미국 과학자를 호명할 필요도 없이 주변에 지구 온난화의 원인 및 영향에 회의적인 과학자들을 만나 볼 수 있다. IPCC 6차 보고서가 곳곳에서 분석의 정확성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비판적인 과학자를 설득하고자 하는 뜻이 숨어 있다. 필자도 비판적 과학자에 속하는데 독자를 대신하여 직관과 경험으로 도출된 의문을 제기하고 이 보고서에서 해답을 찾아봤다.

첫째, 지구는 빙하기로 진입하는데 왜 온실 가스를 걱정하는가? 극지방의 빙하를 조사하면 지구에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약 10만 년 주기로 반복되어 왔다. 1920년 세르비아의 전체 물리학자는 지구 공전 궤도의 변화를 통해 빙하 10만 년 주기를 설명하였다. 이 이론을 적용하면 서기 1400년부터 지구는 빙하기로 들어가므로 지구온난화가 발생될 수 없다는 시각이 있었다. IPCC 6차 보고서도 이 문제를 간략하게 언급하는데 결론은 온실가스의 영향에 비해 지구 궤도 변화의 영향은 무시할 수준이라고 단정한다.

둘째, 해수면의 상승은 1만년 전에도 있었는데 최근 해수면 상승이 무슨 문제인가? 1만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에 황해는 평지였고 일본과는 육로 연결되어 있었다.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해수면이 엄청 올라가면서 황해가 생기고 일본과의 육로가 막혀버렸다. 바닷물이 한강 깊숙이 들어오려다 다행스럽게 6500년 전쯤 현재의 해수면에서 멈추었다.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대하면서 해수면도 10m 이상 낮아졌다 높아졌다를 반복했다. 이런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인류이니 온실가스로 인한 1~2m 해수면 상승은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금은 간빙기에서 빙하기로 진입하는 시기이므로 해수면이 낮아져야 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가 오히려 더 높아지는 상황이다. 인구는 석기시대보다 엄청 많은데 해수면은 기대의 반대방향으로 가니 당황스럽다. 저지대의 가난한 사람들이 직접 피해를 입을 수밖에 있다. 이 보고서는 해수의 상승 자체보다 급격한 상승률을 우려한다.

셋째, 요즘 같은 기온 상승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후에도 있었는데 지금이 왜 문제인가? 그림 3은 기원후 2000년 동안 상승온도를 추이선으로 보여주고 왼쪽 좌표 옆의 회색 바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의 상승온도를 간략히 표시한다. 빙하기 이후에도 1℃ 정도 상승한 시기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이 시기가 기원전 6500년 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당시 온도 상승이 1000년이란 기간을 두고 천천히 일어났지만 지금의 상승은 10년 사이에 급격하게 일어난다고 우려한다.

그림 3. 기원후 지구의 온도 상승
그림 3. 기원후 지구의 온도 상승

넷째, 고생대 시기에 지구의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더 높았는데 지금이 왜 문제인가? 높은 이산화탄소 덕분에 고생대 식물은 무성했고 얕은 물가에 묻혀 석탄이나 석유로 변했다. 지구 상에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광합성이 더 일어나므로 식물이 번창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고생대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광합성 덕분에 나중에 출현한 인류는 화석연료라는 선물을 얻었다.

만일 인류가 이산화탄소를 저감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사라지고 다른 생물종이 화석연료의 혜택을 입을 가능성은 있다. IPCC 보고서도 고생대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뜨거운 지구를 묘사하고 있다. 그렇지만 보고서는 광합성의 이익보다는 이산화탄소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긴 세윌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필자의 의문에 대한 해답은 IPCC 보고서에서 거의 찾을 수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질문도 동일한 방법으로 답변을 얻을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따라서 우리는 IPCC 6차 보고서의 분석과 대책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대응은

IPCC 6차 보고서는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를 거의 확실히 선언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연관성을 확실히 제시못하는 일부의 기상현상을 핑계삼아 이행을 미룬다면 이는 직무유기이다. 2050년을 목표로 탄소 제로화를 전략을 당장 수립하여 꾸준히 이행하여야 한다.

출생률 저감, 지방 소멸, 신재생 에너지 단지 건설, 플라스틱 저감, 미세먼지 제거, 원자력발전소 등도 첨예하고 중요한 현안이지만 탄소 제로화 앞에서 개인의 신념을 내려놓아야 한다. 탄소 제로화를 궁극적 목표로 두고 다른 정책들은 조화롭게 조정되어야 한다.

이산화탄소는 기업의 산업활동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 활동에서도 1/3이 배출된다. 현대의 모든 상품은 원유를 원료로 하여 제작되고 다 쓴 후에 이산화탄소로 날아간다. 사람도 죽으면 땅으로 돌아가는 듯이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이산화탄소로 돌아간다. 과소비 자제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저감활동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내연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면 좋겠지만, 아니라도 과소비를 줄일 소비형태는 많다. 온난화 위기에 대한 인식 제고와 교육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산업사회 이전으로 회복시키겠다는 인류의 목표는 단시간에 달성될 수가 없다. 이산화탄소 저감 대책을 꾸준히 이행할 뿐만 아니라 대책에 따른 효과를 몇 백 년 동안 추적 분석해야 한다. 이 분석을 위해 과학자들도 IPCC 6차 보고서에서 적용된 기후 평가 모델을 더욱 정교하게 개선시킬 필요도 있다.

글쓴이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인 정연섭 연구원은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에 재직중이다. 서울대 화학 석사 후에 LG화학연구소, 한국전력연구원을 거쳤다. 50여 편 발표 논문, 10여 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원전 설계 및 수출로 한국원자력학회 기술상, 산자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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