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노벨화학상, ‘큰 바위 얼굴’은 아니었지만
[정연섭의 과학과 철학] 모든 화학물질 쉽게 합성할 수 있을까 레고, 버클처럼 간편한 합성기술의 꿈 만능 기술 안나왔지만 “이제 시작”
큰 바위 얼굴
2022년 노벨화학상은 미국의 캐롤린 베르토지 스탠포드대 교수, 덴마크의 모르텐 멜달 코펜하겐대 교수 및 미국의 배리 샤프리스 스크립스연구소 박사에게 돌아갔다. 수상 설명자료를 대충 훑으면서 마우스를 클릭하듯이 원하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클릭 화학’에 잔뜩 기대했다. 동시에 이를 구현하는 반응식이 무엇인지 알고자 마우스 스크롤을 빠르게 내렸다. 핵심은 아자이드-알킨(Azide-Alkine) 반응이었고, 왕관(Crown-Jewel)의 칭호를 얻었다는 설명이 덧붙여 있었다.
필자도 1980년대 학부과정에서 수많은 반응 중에서 이 반응을 배웠다. 그런데 아자이드-알킨반응은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는 만능 반응이 아니라 2개의 개체를 붙이는 반응일 뿐이었다. 빛나는 왕관은 커녕 녹스는 못에 불과하다고 투덜거렸다.
필자가 학생으로 6년, 연구자로 8년 총 14년을 화학에 몸을 담았으니 화학에 정통하다할 수 있지만, 1995년부터 화학을 떠났으니 문제의식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의 물질을 쉽게 만들겠다는 희망을 버린 적은 없었다.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위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어니스트처럼 필자도 희망을 성취시킬 화학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큰 바위 얼굴’은 너새니엘 호손이 쓴 단편소설로 우리나라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적이 있다. 미국 작은 마을에 얼굴 모습 바위산이 있는데 언젠가 저 바위산과 닮은 위대한 위인이 등장한다는 전설이 있었다. 주인공 어니스트는 어린 시절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위인을 기다렸지만 번번이 실망하고, 결국 자신이 그 위인이었음을 인정받는다.
이번에도 레고 블록처럼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기에 ‘큰 바위 얼굴’이 정말 나타난 줄만 알았다. 그런데 살펴보니 접착제 기술 수준이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오해는 마시라. 필자는 화학에 손 놓은 지 오래되어 작은 바위도 될 수 없다.

클릭 화학
큰 바위 얼굴의 환상을 내려놓고 다시 수상자의 발표자료를 꼼꼼히 읽었다. 이들은 큰 바위 얼굴이 되려는 의도가 처음부터 없었다. 복잡한 화학 대신에 단순한 화학을 추구하고 있었다. 큰 바위의 꿈은 레고처럼 자유자재로 조립하여 어떤 물질이라도 만들 수 있는 합성 기술이다. 연금술도 이런 희망의 시도였다. 그런데 화학물질은 쉽게 합성되지 않는다. 타지마할을 공중에 짓는 것처럼 어렵다. 건축물은 땅 위에 서 있고 자재들 간에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성될 수 있다. 그러나 화학 자재는 물리적 연결이 없으니 서로 잘 붙지 않는다.
화학 자재는 탄소, 수소, 질소, 산소 같은 원소들이다. 109개의 원소를 조합하여 수백만 개의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동식물도 화학물질을 만드는 공장이다. 생물체가 만든 화합물에서 의약품 후보를 뽑는 연구도 한 때에는 유행을 했다. 그리고 화학자들이 약효를 지닌 추출물을 실험실에서 만들어 낸다. 필자도 임의의 화합물을 주면 이를 합성하는 경로를 어느 정도는 제시할 수 있다. 지난 1세기 동안 화학의 합성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했다. 그런데 합성법은 여러 단계를 거치고, 낮은 수율에다 처치 곤란한 부산물을 발생시킨다. 식물에서 한 약물을 추출하여 공장에서 양산하기까지는 3~4년은 족히 걸린다.
이번 노벨상 수상자는 전통 합성법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연구를 시작했다. 그들은 구조와 기능을 지닌 정확한 화합물 대신, 구조를 포기하고 기능만 유사한 화합물을 만들고자 했다. 꿩 대신 닭을 만드는 시도였다. 임의의 물질을 레고처럼 만드는 기술은 똑같은 물질을 만들 때 적용되는 표현이므로 2022년 노벨 화학상은 ‘레고 조립’보다는 ‘버클 채우기’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샤플리스는 유사물질을 만드는 방법으로 버클을 채우는 소리에서 착안하여 ‘클릭 화학’을 제안했다. 맨땅에 헤딩하듯이 원자에서부터 시작하여 화합물을 만드는 방법 대신에 잘 정리된 화학기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알콜기는 물에 잘 녹으며 산과 반응을 하고, 벤젠기는 아로마 향을 지니고 있다. 물에 녹고 아로마 향을 지닌 물질을 원하면 벤젠기와 알콜기를 결합시켜 얻을 수 있다. 이를 결합시키는 합성법이 ‘클릭 화학’이다. 동시에 ‘클릭 화학’ 반응은 부산물이 적어 수율이 높고 상온의 공기와 물속에서 일어나야 한다.
‘클릭 화학’의 개념은 초창기 다른 화학자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대부분의 반응이 알콜 같은 용매에서 일어나므로 클릭 화학은 화학반응의 범위를 너무 한정시켰다. 또한 화학자들은 접착 기술 같은 합성법을 싸구려 기술로 보는 경향도 있다. 필자가 보기에도 게으른 화학자의 제안처럼 들렸다. 실제 이런 요건을 만족시키는 반응이 얼마나 되겠는가?
샤플리스는 수많은 화학반응을 검토하여 아자이드-알킨반응을 클릭 화학의 대표적 반응으로 제시한다. 아자이드와 알킨은 우리 생활에서 멀리 떨어진 화합물은 아니다. 자동차 에어백은 아자이드기를 사용하고 있고 용접은 알킨기를 지닌 아세틸렌을 사용한다. 두 개의 화학그룹은 요철(凹凸)이 서로 만나듯이 결합을 한다. 그런데 아직은 덜 성숙한 개체들이라 반응성만 있지 불타는 열정은 없다.
아자이드-알킨반응에 불을 지핀 것은 구리(Cu) 촉매이다. 샤플리스 교수와 비슷한 시기에 멜달 교수는 실험을 하다 자신의 의도와 다른 물질이 만들어졌는데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구리의 효과를 규명했다. 이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타당한 설명으로 보인다. 화학구조에서 원소기호 사이에 표시되는 막대는 화학결합을 나타내는데 1중 막대보다 2중 막대, 3중 막대가 결합이 강하고 전자(Electron)가 풍부하다. 전자가 풍부하면 뭔가 일어난다. 아자이드-알킨 반응은 2중 막대, 3중 막대 간의 반응으로 전자가 풍부한데 금속인 구리를 넣었으니 불이 활활 탈 수밖에 없다.

아자이드-알킨반응으로 트리아졸(Triazole)이 생긴다. 트리아졸은 버클처럼 단단한 구조이다. 클릭 화학의 반응 후보들이 많지만 아자이드-알킨반응을 최고로 두고 왕관(Crown-Jewel)으로 모시는 이유는 버클의 견고성에 있고 왕관 같은 고리 모양에서 나왔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클릭 화학은 제약에 먼저 적용되기 시작했다. 치료제의 작용 메커니즘을 보면 주입된 치료제가 먼저 아픈 부위를 찾아 이동하고 그 후에 아픈 부위를 공격하는 2단계로 작용한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화학자들은 아픈 부위를 찾아가는 항체 목록을 얻었고 아픈 부위를 공격하는 약물 목록을 얻었다. 클릭 화학으로 이들 목록에서 하나의 항체와 하나의 약물을 조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바이오산업에서는 클릭 화학을 이용하여 새로운 의약품을 만드는 항체약물결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s) 벤처기술들이 쏟아져 나왔다. 필자와 함께 근무했던 생화학 전공 선후배들이 ADC 사업을 수행하고 있고 기술수출로 언론에 나타나곤 한다.
생체 직교 화학
베르토지는 비이커에서 일어나는 생체 밖(in Vitro) 클릭 반응을 생체 내(in Vivo)에 적용한 개척자다. 그녀는 생체 중에서도 세포벽의 화합물에 관심을 가졌다. 세포벽을 통해 모든 물질이 출입하므로 세포벽의 성분과 구조를 잘 알아야 하지만 정보가 부족했다. 세포벽은 녹말과 유사한 고분자를 가지는데 이들의 구조가 매우 다양하다. 유전자 정보를 지니고 있는 DNA가 A, T. G. C라는 4개의 코드로 설명되고 단백질이 20개의 아미노산으로 설명되는 것에 비하면 녹말 고분자의 결합 정보는 미지에 가깝다.

그녀는 세미나에서 들은 ‘클릭 화학’을 적용하여 형광을 내는 세포벽 녹말을 만들었다. 그리고 현미경으로 형광을 추적하면서 세포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나아가 그녀는 형광물질이 세포의 일반 대사작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확인하고 이를 생체직교화학으로 명명하였다. 뿐만 아니라 구리(Cu) 이온은 생체에 해로우므로 구리 대신에 고리 구조를 가진 알킨을 사용하였다. 고리를 지닌 구조는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된 상태에 있으므로 구리를 넣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반응이 일어나기 쉽다.
작은 바위 얼굴
일단 자리를 잡은 클릭 화학은 용도를 확장해 가고 있다. 기존 물질을 ‘클릭 화학’으로 변환시켜 새로운 기능을 넣을 수 있다. 형광물질 외에도 전기가 통하는 도체를 만들 수 있고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사선을 넣을 수도 있다.
클릭 화학이 임의 물질을 만드는 큰 바위 얼굴인 ‘레고 화학’은 아니지만 기존 물질에 새로운 기능을 넣는 ‘버클 화학’의 기능을 잘 담당하고 있다. 의료행위는 인간이 지닌 고유한 생체의 구조와 기능을 바꿀 수도 없고 비정상적인 기능만 회복시키므로 레고 화학보다는 클릭 화학이 의료계에 더 적당하다.
그러나 이번 수상이 끝이 아니다. 생체반응은 아름답고 신비하지만 여전히 잘 모른다. 클릭 화학은 그 신비를 여는 조그만 구멍을 냈을 뿐이다. 그리고 클릭 화학이 1+1=2의 단순한 철학에서 시작하여 성공을 거두었지만 생체에서의 효과는 1+1=0 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아마 후자의 가능성이 더 많을 것이다. 이번 노벨상 발표자료에서도 클릭 화학을 적용한 후에 임상결과를 기다린다는 내용들이 있다. 완벽하지 않지만 ‘클릭 화학’ 같은 진보가 쌓여 ‘레고 화학’은 완성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수상자를 축하하면서 내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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