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은 어디로 갔을까?

[정연섭의 과학과 철학] 노벨 생리의학상에 부쳐 스반테 페보의 수상을 축하하며 “우리중에 네안데르탈인 숨어있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두개골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스반테 페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두개골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스반테 페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스웨덴 출신 과학자 스반테 페보(Svante Pääbo)가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수상했다. 그의 아버지도 노벨상을 받았으니 역대 7번째 부자 수상자가 나왔다. 혼외자인 그는 개인의 출생보다 현생인류 탄생의 비밀을 캤다.

페보는 유골의 형태를 분석하는 고고학에 머물지 않고 유골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고(古)유전체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그는 현생인류의 친척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DNA의 염기서열을 규명하고 우리의 피에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1~4% 흐른다고 밝혔다.

왼쪽은 네안데르탈인이 발견된 곳과 데니소바인이 발견된 위치를 표시한 그림. 오른쪽은 인류의 진화 연대를 표시했다. 7백만년전에 침팬지와 분화된 인류는 1백만년전에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현생인류가 분화되기 시작했다. 출처= 노벨 홈페이지
왼쪽은 네안데르탈인이 발견된 곳과 데니소바인이 발견된 위치를 표시한 그림. 오른쪽은 인류의 진화 연대를 표시했다. 7백만년전에 침팬지와 분화된 인류는 1백만년전에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현생인류가 분화되기 시작했다. 출처= 노벨 홈페이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짝짓기 했을까

놀라움과 기쁨이 가라앉으니 한 가지 궁금증이 일어난다. 이종 간에 짝짓기가 있었다면 네안데르탈인도 현생인류의 피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의문 말이다. 그런데 네안데르탈인은 멸종됐고 그 유골에서는 현생인류의 DNA가 검출되지 않는다. 아직도 밝혀져야 할 비밀들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 문득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으로 부부가 된 ‘크로와 네안’의 가정이 생각났다. 이 가상의 부부가 제기된 문제의 당사자이니 이들 부부의 대화에서 비밀의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가상 대화속 노벨상의 가치

네안: 이번 노벨상은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을 연구한 사람에게 돌아갔네.
크로: 인간들은 출생의 비밀을 알고 싶어 하거든. 운이 좋으면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을 수도 있지.
네안: K-드라마를 너무 보지 마. 현대인은 통장의 잔고를 따지지만, 구석기인은 그날 벌어 그날 먹었어.
크로: DNA를 분석하면 부모(父母)를 밝힐 수가 있지.
네안: DNA는 생명체의 설계도인데 외형과 능력을 좌우하고 잠재된 질병을 알려주지. DNA는 부(父)와 모(母)로부터 한 줄씩 받아 새끼줄처럼 꼬여 있어.

핵과 미토콘드리아안에 있는 DNA. nDNA는 길고 mtDNA는 짧다. 땅속에 묻히면 모든 DNA가 세균에 의해 조각조각 나고, 다시 발굴 과정에서 사람에 의해 오염된다. 출처= 노벨 홈페이지
핵과 미토콘드리아안에 있는 DNA. nDNA는 길고 mtDNA는 짧다. 땅속에 묻히면 모든 DNA가 세균에 의해 조각조각 나고, 다시 발굴 과정에서 사람에 의해 오염된다. 출처= 노벨 홈페이지

크로: DNA도 두 종류가 있지. 네가 말한 DNA는 핵 속에 들어 있는 nDNA이고, 미토콘드리아 속에도 mtDNA가 있지. mtDNA는 모(母)로부터만 물려받아.
네안: 각 세포에는 1개의 핵과 100여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들어있으니 mtDNA의 수가 많군.
크로: 그래도 유골이 수만 년 이상 동안 땅 속에서 썩었으니 두 종류의 DNA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네안: 시신이 흙에 묻히면 빨리 썩지만 석회석에 묻히면 느리게 썩는다는군.

엄마에게만 물려받는 mtDNA

크로: 아무리 그래도 유골 DNA는 세균으로 범벅되어 있고 발굴자의 DNA로 오염되어 있다고 해.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나면 유골 DNA은 극미량이야. 페보는 이를 청정 실험실에서 분석하고 여러 실험실의 분석 결과가 일치할 때 발표를 한다고 하는군.
네안: 2000년대에 완성된 인간 DNA 게놈 지도도 분석과 해석에 도움이 되었겠지.
크로: 페보는 초기에 nDNA보다는 mtDNA를 가지고 분석방법을 최적화시켰지.
네안: 그는 mtDNA 분석으로 인류를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하네.
크로: 그리고 자신감을 얻은 그는 nDNA분석에 도전했지.

nDNA로 네안데르탈인 흔적 발견

네안: nDNA길이가 mtDNA길이보다 길어.
크로: 그래서 nDNA 분석이 더 어렵지만 집념과 신기술로 그는 네안데르탈인의 nDNA 염기서열을 밝혀냈어.
네안: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현생인류 DNA와 비교했겠군.
크로: 당연하지.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현생인류와 유라시아에 살고 있는 현생인류와도 비교했지. 그 결과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약 7만 년 전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벗어나 유라시아로 들어올 때 네안데르탈인이 유라시아에 벌써 살고 있었다는군. 서로가 2만 년 이상 공존했다고.
네안: 비슷하게 생겼으니 서로에게 끌렸겠지.

네안데르탈인 수컷과 현생인류 암컷의 짝짓기

크로: 페보는 유라시아의 현생인류 nDNA의 1~4%는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왔다고 해.
네안: 현생인류 암컷이 네안데르탈인 수컷을 유혹했다는 말인데.
크로: 그렇지. 지금 현생인류의 mtDNA는 당시 현생인류의 암컷에게서만 물려받았거든. 구석기시대에 뛰어 놀던 아이들 중 50명 중에 한 놈 꼴로 네안데르탈인을 아버지를 두었다고 봐야지. 이들 후손들이 결혼하고 결혼하면서 1~4% 수준의 네안데르탈인 nDNA를 모두 가지게 되었지.
네안: 네안데르탈인 암컷도 현생인류 수컷을 유혹하지 않았을까?
크로: 짝짓기의 대칭성을 감안하면 네안데르탈인도 현생인류의 유전자를 1~4% 가져야 하는데.
네안: 네안데르탈인의 인구수가 현생인류보다 적었다면 그 비율은 더 높을 수도 있지. 그런데 아직 현생인류 DNA를 지닌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이 발견되지 않았어.

우리 중에도 네안데르탈인 있다?

크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 유골의 수가 충분하지 않아 혼혈이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어. 그렇지만 두 인류가 2만 년 이상 함께 살았다면 모든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의 유전자를 가졌다고 봐야겠지.
네안: 답답하군. 멸종된 네안데르탈인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크로: 그래서 말인데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 속에 숨어 있지 않을까?
네안: mtDNA로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을 구분할 수 있으므로 숨어 있다면 쉽게 발각되지.
크로: 그게 착각이야. 아래 그림은 페보가 발표한 mtDNA의 차이 그래프인데 현생인류, 네안데르탈인, 침팬지가 3개의 그룹으로 구분되지. 그런데 자세히 보면 두 인류의 경계에 붉은 사각형으로 표시한 인류는 숨어 있는 네안데르탈인일 수도 있어.
네안: 발칙한 상상이네. 현생인류의 존엄성을 훼손하므로 그만 입 다물게.

현생인류, 네안데르탈인, 침팬지의 구분과 숨어있는 네안데르탈인. mtDNA는 모든 개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현생인간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1군데서 차이가 날 수가 있고 2군데서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그래프의 x축은 차이의 변수이고, y축은 빈도를 나타낸다. 현생인류끼리의 차이는 가장 왼쪽에 있고 현생인류와 침팬치의 차이는 가장 큰 가장 오른쪽에 있다. 현생인류와 네안테르탈인의 차이는 중간에 있는 그룹이다.
현생인류, 네안데르탈인, 침팬지의 구분과 숨어있는 네안데르탈인. mtDNA는 모든 개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현생인간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1군데서 차이가 날 수가 있고 2군데서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그래프의 x축은 차이의 변수이고, y축은 빈도를 나타낸다. 현생인류끼리의 차이는 가장 왼쪽에 있고 현생인류와 침팬치의 차이는 가장 큰 가장 오른쪽에 있다. 현생인류와 네안테르탈인의 차이는 중간에 있는 그룹이다.
글쓴이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인 정연섭은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최근 퇴직했다. 서울대 화학 석사 후에 LG화학연구소, 한국전력연구원을 거쳤다. 50여 편 발표 논문, 10여 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원전 설계 및 수출로 한국원자력학회 기술상, 산자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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