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발전은 ‘희망 고문’인가?

[정연섭의 과학과 철학] 미 로렌스 연구소, 의미있는 실험 ‘성공’ 실험, 일회성에 거쳐...발전용까지는 ‘아직’ 내년 ITER 준공...’꿈의 발전소’ 한 걸음 더

핵융합이 일어나는 캡슐.
핵융합이 일어나는 캡슐.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핵융합 장치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핵융합 장치

캡슐 속의 작은 별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는 지난 5일 핵융합을 점화시켰다고 발표했다. 쉬운 말로, 들어간 에너지 량보다 방출된 에너지 량이 더 많이 나오는 실험을 성공했다는 뜻이다. 정확히 2.05MJ(메가줄)의 에너지를 투입하여 3.15MJ의 에너지를 얻었다. 이제까지는 핵융합 실험은 젖은 나무처럼 버너로 열을 가해도 타면서 열을 내지 않았다. 미국 과학자들이 핵융합의 원료가 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2㎜ 크기의 캡슐에 넣고 레이저를 쏘았고 캡슐에서 섬광이 일었다. 에너지의 소득이 있으니 이를 뽑아낼 수가 있으며 지속적으로 핵융합을 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필자는 LLNL 발표를 보면서도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필자가 석사를 마친 1980년 후반 상온에서 핵융합 반응이 발생한다는 세기적인 발표가 있었다. 중수소를 전기 분해하는 과정에서 주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나왔는데 이는 상온 핵융합의 증거라는 것이었다. 전기화학을 전공하는 교수들은 깜짝 놀랐고 필자의 지도교수에게도 이론적 근거를 요청하였다. 필자도 뭔가 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한동안 씨름했다. 이제 상온 핵융합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기화학의 전지는 전자를 움직일 수는 있지만 핵을 움직일 수는 없다.

이번 LLNL 실험을 조금 살펴보자. 500TW(테라와트)라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로 레이저 빔을 발생시키고 그 빔으로 핵연료가 든 캡슐을 쪼여 ‘달랑’ 3.15MJ의 에너지를 얻었다. 일단 측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미터(m) 눈금자로 밀리 밀리(㎜)의 거리를 재는 행위와 유사하여 아직도 이 값을 어떻게 얻었을까 궁금하다. 그렇지만 30년 전의 상온 핵융합과는 다르게, 이번 실험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니 사실로 보인다.

태양이 수소를 태워 빛을 내듯이 실험실에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융합하면 헬륨이 생성되면서 에너지가 나온다.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질량보다 헬륨의 질량이 적기 때문에 그 질량 차이만큼 에너지가 나온다고 아인슈타인은 밝혀 놓았다. 문제는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이 같은 전하를 띄어 서로 반발하면서 잘 붙지 않는 데 있다.

핵융합 반응.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결합시키면 막대한 에너지가 분출되고 중성자와 헬륨으로 변한다.
핵융합 반응.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결합시키면 막대한 에너지가 분출되고 중성자와 헬륨으로 변한다.

거대한 태양은 중력으로 이 둘의 전기적 반발력을 극복한다. 지구에서도 핵융합을 일어나게 하려면 태양 같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즉 높은 온도와 높은 압력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방법으로 개발된 무기가 수소폭탄이다. 수소폭탄은 압력과 온도를 높이는 장치로 원자폭탄을 사용한다.

LLNL은 기폭제로 원자폭탄 대신에 레이저를 사용했다. 강한 레이저 빔을 캡슐에 주사하여 3천만℃의 온도와 5000억 기압을 발생시켰다. 이 핵융합은 1초 안에 일어나고 파편들이 흩어지므로 태양처럼 연속적인 융합이 불가능하다. 캡슐에서는 핵반응이 일어났지만 레이저를 만들 때 들어간 에너지에 비하면 약소해서 발전용으로 사용될 정도는 아니었다.

LLNL이 무기 연구를 주로 하므로, 이번 핵융합도 발전보다는 중수소 폭탄으로 활용되기 쉬워 보인다. 발전용은 연속적인 융합이 가능해야 하지만 폭탄은 일화용이기 때문이다. 가령 이 캡슐을 특정 공간에 던지고 우주에서 레이저로 캡슐을 가격하면 중수소 폭탄이 될 수가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도 일본에서 기증받은 레이저 캡슐 장치가 있는데 추가 연구에 제약이 걸려 있다고 한다.

토카막과 돌고 있는 플라즈마 모형도. 노란색의 도넛 관안을 플라즈마가 돈다.
토카막과 돌고 있는 플라즈마 모형도. 노란색의 도넛 관안을 플라즈마가 돈다.

도넛 속의 작은 별

캡슐에 레이저를 쬐는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핵융합 환경을 만드는 방식이 한국형 인공태양(KSTAR)에서 채택된 ‘토카막 방식’이다. 토카막은 내부의 핵연료를 플라스마 상태로 변환시키고 유지시킨다. 플라스마는 원자를 이루고 있는 원자핵과 전자가 완전히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플라스마는 고체, 액체, 기체 상태 외에 제4의 상태로 간주되기도 한다. 부엌의 전자 레인저로 음식물을 쪼면 온도가 올라가듯이 원료를 넣고 강한 전자파를 가하면 플라스마가 만들어진다. 핵융합용 플라스마의 온도는 1억 ℃ 이상이다. 태양의 중심온도보다 10배 정도 높다.

고온의 플라스마는 모든 것을 태우므로 특정 용기에 담길 수 없다. 1억 ℃를 견디는 재질이 없으니 플라스마는 태양처럼 다른 물체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존재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도넛 모양의 토카막에 전자기장을 걸어 플라스마를 잡는 방법을 알아냈다. 플라스마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도넛 관을 따라 돌고 있다.

플라스마는 토카막 속에서 돌고 있지만 고온이라 주변에 열을 복사하고 식어버린다. 1억 ℃는 1초 안에 1000℃로 떨어진다. 시베리아 동토에서 소변을 누면 고드름이 되듯이 플라스마도 고드름이 된다. 고온을 유지하려면 계속하여 열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 자체적으로 열이 조달되니 외부 열은 필요 없다. 대전의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2021년 플라스마 생성과 유지에 ‘30초’라는 세계적 기록을 세웠다. 2010년에 고작 1초의 플라스마도 유지시키지 못했으니 엄청난 기술적 진보이다. 플라스마가 300초 정도 유지되면 지속적인 핵융합이 가능하다고 한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지어지고 있다. KSTAR의 토카막보다 3배 정도 크게 설계되었고 한국에서 제작된 설비들도 수출되었다. 한국을 비롯하여 EU,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건설이 2023년에 완료되면 운영주체는 실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주입하여 핵반응을 발생시킬 예정이다. 필자가 다녔던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생성된 삼중수소가 ITER에 수출되기도 했다. ITER는 플라스마를 300초 유지하고, 들어간 에너지보다 10배나 많은 융합에너지를 얻어낼 예정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현실적 핵융합 발전소는 ITER보다 성능이 뛰어나야 한다.

핵융합 기술은 꿈의 에너지 기술이다. 이론상으로 보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원자력 발전소와 다르게 사용 후 방사성 부산물도 남기지 않는다. 혹시 고장이라도 나면 핵융합 반응도 저절로 멈춘다. 이런 장치를 본질적으로 안정된 장치라고 한다. 원료인 중수소는 바다에서 뽑는데 무진장 많고 삼중수소도 얻을 방법이 있다.

내일에는 인공 태양이 뜬다

모든 사람들이 빨리 실현되기를 기다리지만, 핵과학자에게 물으면 핵융합 시대는 앞으로 20년 이후라고 말한다. 지난번에도 20년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따지고 들면, 과학자들은 짜증을 내면서 핵융합의 도래 시기는 자신들이 알 바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이다. 우리는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를 기다리며 주문을 욀 것이 아니라 현실을 보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면 그날은 반드시 오고 그때에 준비해도 늦지 않다. 핵융합 기술이 발전했지만 핵융합 발전으로 연결되려면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난제가 아직도 많은 까닭이다.

플라스마의 거동을 정확히 아는 일도 난제 중의 하나이다. 플라스마는 토카막 속에서 돌지만 경계면이 불안정하여 풍선처럼 출렁거린다. 북극의 찬 공기를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출렁거려 발생하는 겨울 한파를 막으려면 제트기류가 튼튼해져야 하듯이, 플라스마를 안정되게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론 만으로 방법을 발견하기 어렵고 실증으로 확인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유체의 거동(제트)을 알았지만 지구의 제트기류를 발견한 이들은 전투기 조종사였다.

마지막으로 핵융합 기술을 수용하기 위한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핵융합이 연구단계에서 희망을 내뿜고 있지만 실제 건설되면 방사선을 뿜어낼 것이다. 원료로 사용하는 삼중수소도 방사선을 발생시키고 핵융합의 생성물도 반감기가 짧은 방사선을 발생시킨다. 태양도 방사선을 낸다. 태양을 맨눈으로 볼 수 없고 해수욕장에서 자외선을 차단하듯이 에너지 발생장치에는 위험이 수반된다. 위험을 과학기술이 관리하고 방사선을 차단할 역량이 있으면, 핵융합은 꿈의 발전이 될 수 있다.

글쓴이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인 정연섭은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최근 퇴직했다. 서울대 화학 석사 후에 LG화학연구소, 한국전력연구원을 거쳤다. 50여 편 발표 논문, 10여 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원전 설계 및 수출로 한국원자력학회 기술상, 산자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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