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의 정치와 소명의 정치
[정연섭의 과학과 철학] ‘대장동 사건’ 보는 과학자의 착잡한 심정 ‘소명의 정치’가 ‘호명의 정치’로 변질되어선 안돼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해발 8167m 히말라야를 등정한 조철희 등반대장은 삼행시를 지어 이재명 지사를 찬양했다. 교회에서 ‘모든 영광을 하나님 께’라는 간증을 들었고 방송에서 위대한 수령님이 인도했다는 선전을 보았지만, 산 위에서 한 인물이 미래라는 플래카드를 펼쳐든 것을 본 적이 없다.
필자가 아는 이 지사는 숨어서 지지하기보다는 떳떳하게 밝히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말없이 연꽃을 들고 웃음으로 소통하는 석가보다는, 소리로 호명(呼名)하는 알튀세르를 실천하고 있다. 우리는 호명을 통해 정권의 일원이 된다.
호명하는 이재명 지사
조철희 대장이 북악산 등반대장이 될지 비슷한 길을 걸었던 유동규 전 성남개발공사 본부장의 운명을 통해 추론하여 보자. 그도 이 지사의 지지성향을 제대로 간파한 덕분에 채용되고 석사논문에서 이 지사를 호명하여 승승장구 한 공무원이다.
과학이 어렵다고 하지만 정치에 비교할 수가 없다. 과학이나 정치는 알고 보면 관계의 법칙인데 관계는 당기고 미는 두 방향으로 나타난다. 과학의 관계는 중력 혹은 전자기력 두 종류로 설명되지만 정치의 관계는 한층 다양한 힘으로 설명된다. 혈연, 지연, 학연뿐만 아니라 종교, 사상, 수익에 따라 힘이 발휘된다. 과학의 힘은 사람이 조절할 수 없지만 정치의 힘은 일정하지도 않고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다. 유동규는 다양한 힘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았다.
그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창조적으로 설계했다. 보수 토건세력의 힘을 되받아 칠 줄도 알았다. 공공자본을 통하여 땅을 손쉽게 수용하고 민간자본을 개입시켜 비싸게 팔 수 있는 특수법인을 제안했다. 공공자본은 이익 1830억원을 우선 확보하고 민간자본이 나머지를 나누도록 설계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토건세력들이 터무니없는 국가혜택을 입었다는 이 지사의 생각을 읽은 탓이다.
그는 특수 민관 법인에 출자할 회사를 모집했다. 3개의 업체가 지원했다. 유동규는 하나은행이 주축이 되고 화천대유와 천하동인이 협력하는 ‘성남의 뜰’ 콘소시엄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
향후 수익을 예상하여 출자를 결정하므로 콘소시엄 참여자들은 신중했을 것이다. 향후 부동산 시장, 금리, 토지 매입단가, 분양단가 등 불확실성이 많다. 금융 전문가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두드려 보수적으로 제안했지만, 화천대유의 김만배는 통 크게 제안했다.

김만배는 화천대유의 대주주이다. 그도 2014년 재선 된 이 지사와 대담하고 모라토리움을 극복한 이 지사를 호명하였다. 그는 정치계와 법조계 인맥을 형성하여 혹시 모를 사업의 위험을 막을 능력이 있었다. 돈을 끌어 담는 고수익 사업이지만 정보가 누출될 큰 위험을 안전하게 막아낼 사람이다.
알렉산더 같은 무모함으로
유동규와 김만배는 알렉산더 같은 무모함도 있었다. 알렉산더는 세계 정복을 위해 손금마저 바꾸었듯이 이들도 대담했다. 그들은 경쟁자를 따돌린 후에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규범을 바꾸었다. 내부 방해자는 옆으로 치웠다.
대장동 개발에 군침을 흘리면서 지켜보는 눈이 있었으니 이들이 남모 변호사 등이다. 이들은 열심히 죽 쒀놓았더니 들개들이 달려들어 먹는다고 불만이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유동규의 의도가 새 나갈 상황이었다. 입막음 대가로 그들에게 천화동인에 한자리를 내어 준다.
기술개발로 돈 벌기 어려운 사실을 안 정치인들은 부동산 시장을 키운다. 덕분에 성남시도 천문학적 이익을 냈다. 이 지사는 유동규를 잘 뽑았다. 그는 성남시의 자랑거리다. 경기도에 국민재난금도 더 뿌릴 수가 있게 된다. 유동규는 눈치도 빨라 이 지사의 어려움을 알고 김만배에게 부탁도 한다. 김만배는 정치 및 법조 로비망을 활용하여 기대에 부응한다.
낮에는 해가 하나밖에 없고 밤에는 달이 하나밖에 없다. 유동규와 김만배가 달을 놓고 싸운다. 유동규의 도움으로 대장동을 잡은 김만배가 보답을 하고 나니 유동규도 우습게 보인다. 이익 배분율을 조정해도 될 듯하다. 관련자들 사이에 알력이 일어나고 대화가 녹음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나
다행이라면 무능력이 드러날 때까지만 조직에서 승진한다는 격언처럼 유동규는 사업 종결을 앞두고 한계를 보였다. 대체로 몰락이 호명을 받은 자들의 운명이다. 호명은 소명( 召命)과 다르다. 호명은 인간이 내리지만 소명은 신이 내린다.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 정치를 하라고 한다. 이 지사는 호명하여 지지자를 거느리지만 자신은 목적을 지닌 소명의 정치를 한다고 한다. 소명 이론에 따를 때 목적을 위해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다. 헌법에는 명시할 수 없겠지만 자연법은 혁명과 반란을 허용한다. 지형은 화산 폭발이나 지진으로 바뀌었듯이 세계 역사는 변혁을 통해서도 발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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