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원전 처리수 방류에 즈음하여
[정연섭의 과학과 철학] 3월 오염수 방류일정 눈앞 동경전력 준비 어떻게 해왔나 과학으로는 믿을 수 있지만...
임박한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글을 쓰다 보면 직업에 관계있는 있는 주제를 다룰 때가 있다. 금전적 이득이나 기술유출의 소지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회피하지만 지식과 사실을 공개된 대중에게 전달하는 경우라면 응하기도 한다. 후쿠시마 처리수 문제도 필자에게는 곤혹스러운 주제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반론의 시간만 허용된다면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다. 그는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밝혀진다고 보았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처리수를 올해 2023년부터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2년 전에 밝혔다. 일본 어민과 관광업 종사자들은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은 반발하였다. 이제 공표한 2023년 봄이 다가오고 있다. 주변 국가의 반대는 여전하지만 규제기관의 승인을 얻으면 곧바로 방류할 태세이다. 일본은 투명하게 방류하는 사실을 증언할 기관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초청했다.
2년 동안 좁히지 못한 방류문제 논란을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안에 해소할 수 있을까? 미국 철학자 리처드 로티는 이익 당사자 간에 공통분모가 없으면 화해 자체를 꿈꾸지 말라고 했지만, 독일 철학자 하버마스는 의사소통을 통한 타협 가능성을 주장한다. 서로 상반된 주장이 후쿠시마 문제에도 적용될텐데 로티의 의견을 따르면 한쪽이 희생될 운명이고, 하버마스의 의견에 따르면 서로 타협이 가능하다. 필자는 과학적 사실을 공통분모로 둔다면 어느 정도 타협이 가능하다고 보는 쪽이다.
후쿠시마의 현황과 오염수 처리 과정
후쿠시마 원전 소유사인 동경전력은 사고가 발생한 제1발전소 전호기를 해체하고 있고 있다. 동경전력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들이 설명과 함께 올라가 있다. 제1발전소에는 수소폭발이 일어난 3개 호기와 사고의 영향을 받았던 3개 호기 등 총 6개의 원전이 있다. 동일본 지진으로 발전 중이었던 3개 호기는 핵반응이 정상적으로 멈추었지만, 50분 뒤에 밀어 닥친 해일로 인해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 핵연료가 녹았고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기술자들은 로봇 카메라로 핵연료 부스러기들이 상온의 냉각수로 덮여 반응용기 밑바닥과 다음 방어벽인 격납용기에 갇혀 있음을 확인했다.
냉각수는 외부에서 스며든 지하수와 내부에서 인위적으로 냉각되는 순환수로 구분된다. 외부 지하수는 오염수를 생성시키므로 기술자들은 지하수 유입을 줄이려 발전소 주변에 우물을 파 지하수 수위를 낮췄다. 현재 유입되는 지하수 양은 170톤 정도로 사고 초기에 비해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하수 수위를 더 낮출 수 없는데 이는 오염수가 지하수 외부로 빠져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전원들은 매일 격납용기에서 오염수를 뽑아 우선 세슘(Cs)과 스트론튬(Sr)을 필터로 걸려낸 후에 오염수 저장탱크에 담는다. 이어서 이 오염수는 ‘다핵종 제거설비(ALPS)’를 통과하면서 금속성 방사성 물질을 떨쳐버리고 처리수 저장탱크로 들어간다. 국내에서 ‘오염수’와 ‘처리수’라는 용어로 논란이 있지만 ALPS 기준으로 보면 ALPS 이전의 물은 오염수, 이후의 물은 처리수이다. 그러나 처리수에도 아직 방사능을 띠는 삼중수소가 남아 있으니 여전히 오염수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는 있다.
용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처리수의 성분과 농도이다. 동경전력은 62개의 핵생성물에 대해 ALPS 전후의 농도를 측정하여 발표하고 있다. 분석 그래프를 보면 APLS는 방사능을 1/1000 정도로 낮추는 성능을 보여준다. ALPS 설치 초기에는 운전방식이 정립되지 않아 제법 많은 처리수 탱크가 방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동경전력은 불만족 처리수를 재처리하여 기준을 만족시키고 있다고 한다. 또한 처리수의 해수 방출은 탱크 단위로 일어나므로 운전원들은 처리수 탱크를 잘 저어 균일한 상태에서 농도를 측정하고 기준을 만족하는 처리수만 방출한다. 동경전력은 ALPS 처리수로 어항을 만들어 물고기를 키우고 있다.

ALPS는 대부분 핵종을 제거하고 있지만 삼중수소를 제거하지는 못한다. 삼중수소(T)가 붙은 물은 일반 물과 화학적으로 유사하다. 삼중수소뿐만 아니라 모든 동위원소는 화학적으로 분리하기 어렵다. 1000여개 처리수 탱크에 들어 있는 삼중수소의 양이 10g 정도이니 물리적 분리도 쉽지 않다. 결국 후쿠시마 원전은 삼중수소가 포함된 처리수를 해수로 희석하여 방출기준인 6만 Bq/L보다 낮은 1500 Bq/L로 방출한다.
방류의 영향은 어떨까
동경전력은 처리수를 방출하기 위해 해안에서 1㎞ 떨어진 지점까지 해저 터널을 뚫었고 방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50여 곳에 측정 지점을 선정하였다. 측정지점에서는 바닷물 뿐만아니라 해저 침적물, 물고기, 수상식물까지 채집하여 삼중수소 및 다양한 방사능 물질을 측정하게 된다. 동경전력은 방출 전후를 비교하기 위해 약 1년 전부터 측정을 시작했고 자료를 웹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연간 방출량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처리수의 방류는 앞으로 20년 이상 지속될 예정이다. 비록 일식이나 월식 시각 예측만큼은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방류의 영향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방출되는 양과 바다의 해류 흐름을 고려하면 후쿠시마 근처의 방사능 축적 정도를 예상할 수 있다.
대부분의 방사능은 이온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방출되자마자 태평양으로 흩어지리라고 전망된다. 특히 삼중수소는 물의 형태로 존재하므로 거의 태평양으로 빠져나가고 세슘 등의 동위원소는 바닥에 미량 침적되거나 조개 껍질에 포함될 수 있겠지만 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환경영향을 평가함에 있어 고려할 사항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방사능 수준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방사능의 영향 안에 있다. X선 촬영시 혹은 암 치료시에 받는 방사능뿐만 아니라 자연계의 방사능도 받고 있다. 후쿠시마에서 유출되는 방사능과 자연계의 방사능 수준을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방출 기준치에 반영되어 있으니 방출기준을 준수하고 감시한다면 방사능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향후 20년 동안의 방출 효과는 지난 10년간의 방출 결과를 통해서 예측할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바닷물의 방사능 농도를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사고 초기의 높은 방사능이 시간이 지나면서 낮아졌다. 앞으로 처리수 방출 후에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이다.

IAEA의 독립 검증
방출처리 과정은 여러 기관의 감시하에 이루어진다. 일본의 규제기관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는 동경전력의 방류 계획을 승인하고 이행 과정을 감시한다. 동경전력이 방사능을 측정하지만 일본의 제3기관도 측정에 참여한다. NRA는 분석 자료의 신뢰성을 확인하고 여러 지점에서 측정된 자료가 상호 일관성이 있는지 확인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사고 직후부터 일본의 활동을 감시하고 검토하여 국제 안전기준에 따라 조언을 해왔다. IAEA 홈페이지에는 일본이 제출한 자료와 IAEA의 검토의견이 공개되어 있다. 일본은 2021년 처리수 방출을 공식 선언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IAEA 개입을 요청했다. IAEA는 자체 연구진과 태평양 연안의 다국적 전문가를 참여시켜 팀을 구성했고, 동경전력의 방출계획, 측정 지점, 측정 방법 등을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IAEA는 독립적으로 방사능 물질을 측정하여 일본 분석 자료의 신뢰성을 검증한다.
필자는 처리 과정을 검토하면서 환경단체의 의견도 살펴보았다. 이들의 의견은 대체로 분석 핵종이 한정되고 슬러지(뻘)가 섞인 오염수를 지적하고 있다. 슬러지는 필터에서 걸러지겠지만 혹시 방류된다면 해저에 침전되므로 이를 피하려면 슬러지를 관리하는 수 밖에 없다. 필자가 일일이 대응하려면 논문이나 깨알 같은 보험 약관을 써야하니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동경전력이 비판을 경청하고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일상의 삶으로 특수 문제를 해결하기
과학적 사실이 인식의 핵심이고 타협의 공통분모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판단까지 똑같을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과학적 사실은 자연과학에 속하지만, 인간의 목표와 결정은 정신과학에 속하는 것이다. 자연과학은 해설이 가능하지만, 정신과학은 이해가 중요한다. 어느 누구도 동일한 판단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다양한 결단 가운데서도 필자는 생활에 기초한 판단을 존중한다. 전문가인 판사가 배심원의 결정을 따르는 이유는 삶에 입각한 판단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주차 문제로, 층간 소음문제로 이웃과 갈등하지만 그래도 함께 마을을 이루고 사는 이유는 갈등 속에서도 과학적 인식과 적절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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