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의 숨겨진 보물, 홍해 ‘알 와지’
[신승민의 기름왕국 사우디를 찾아서] ‘날 것 그대로의 사우디’ 알와지 여행기 홍해는 텁텁한 바람...산호초의 환상 섬들 즐비 사우디 왕세자 MBS, “알와지를 몰디브처럼”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총면적 215만㎢, 남한면적 22배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의 사우디아라비아. 그 크기 만큼이나 다양함이 존재하겠지만 국토의 95%는 사람이 살기 힘든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대부분의 인구는 도시를 중심으로 거주 하고 있다. 특히 필자와 같은 외국인들은 도시 생활권을 벗어날 일이 거의 없기에 시간을 내어 사우디를 여행하지 않는다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우디이외의 모습들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에는 다른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볼거리가 상당히 많다. 사우디의 자연이나 역사적 건축물이 있는 장소는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며, 무엇보다 두어해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관광을 목적으로 한 사우디 방문이 허용되지 않았기에 아예 상업적인 관광지로 꾸며져 있지도 않다. 필자로서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장소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발동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 동서남북 어디든지 멀리 멀리 가보자!”
마침 사용유효기간 만료가 눈앞인 사우디국영항공사 항공권이 있었기에 필자의 가족은 주말을 이용해 거주지역에서 가장 먼 곳을 여행해볼 계획을 세웠다. 9월말이라도 낮기온이 영상 40도 이상이어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서남쪽 산악도시를 여행할까 했으나 최근들어 잦아진 예맨 후티반군의 공항 및 주요시설 공격으로 포기했다. 한국 외교부 및 주사우디 한국대사관이 교민들의 안전 문제를 이유로 ‘여행자제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다음번을 기약하며 서남쪽 산악지대에는 마음을 접었다. 서남지역을 여행지에서 제외하고 나니 선택지가 많이 줄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필자가 위치한 동부(다란 지역)는 걸프만 해안지역으로, 해안선을 따라 위치한 몇몇 거점 도시는 이미 다 방문해봤고, 중부 내륙도시들은 사막지역으로 아직까지도 기온이 높아 여행하기에는 적절치 않기 때문이었다. 여행지를 아프리카 대륙과 홍해(red sea)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서쪽으로 좁히고, 인터넷 창에 사우디지도를 열어놓고 공항들을 검색하다 보니 서북부 지역 바닷가에 위치한 국내선 공항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사우디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알 와지(الوجه Al – wajh)공항’. 처음 들어본 도시였다. 구글맵으로 들여다 본 알와지는 공항이 있을 법 하지도 않은 작으마한 도시로, 해안선을 따라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야말로 작은 어촌에 가까운 모습 같았다.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약 1700㎞ 떨어진 곳으로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 왕복 3400km를 자동차로 이동할 수는 없었다. 비록 직항이 아닌 중간경유를 거치는 2번의 비행을 해야하는 지역이지만, 다음번 기회는 없다는 생각으로 알와지로 마음을 정했다.

‘알와지’는 주변 한국분들과 외국인에게 물어봐도 다들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수많은 사우디인들에게 물어봐도 도시의 이름만 알 뿐 그곳에 가본사람은 좀처럼 만날 수 없었다. 먼저 호텔과 렌트카를 섭외해놓아야 여행일정이 잡힐 듯 해서 너댓개의 호텔과 두개의 렌트카 사무실을 영어로 검색했다. 해변가를 따라 몇몇의 호텔들이 위치해 있었는데, 한곳씩 전화를 해보니 영어로 소통이 불가능했다.
그동안 사우디에서는 대부분 영어 소통에 어려움이 없었는데 첫 스텝부터 즐거운(?) 도전이 시작됐다. 나는 영어와 더듬거리는 아랍어로 호텔에 묵을 인원과 일정 예약을 마치고 숙박비도 깎는데 성공했다. 옆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아내는 지난 4년간 열심히 ‘생존 아랍어’를 터득한 필자의 모습에 나름 감탄하는 눈치였다. ‘알와지’는 산호초로 이루어진 작은 섬들이 있어 보트를 타고 나가 그 산호초에서 스노쿨을 하거나, 선상 낚시를 하는 관광상품이 있었다.
바닷가에 살고 있어 가족들과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지라, 동부의 걸프만 바다와는 또 다를 듯한 서부 홍해바다의 멋진 풍경 속에 풍덩 빠질 상상하며 비행기에 탑승했다. 필자가 거주하는 담맘공항에서 출발해 사우디 제2의 도시 제다에서 ‘알와지’행 비행기로 환승했다. 이른 새벽 60여명 정도의 승객이 탑승한 비행기가 버스터미널보다 작을 법한 알와지 공항에 도착했다. 이동식 계단으로 비행기에서 내려 몇걸음 앞 공항건물 유리문을 열고 나니 바로 앞 수화물 컨베어어 벨트와 공항 출구가 보일 정도로 공항 내부는 조그마했다.
홍해의 몰디브를 꿈꾸는 ‘알 와지’
홍해쪽에 있는 알와지의 아침 공기는 매우 습하고, 더웠다. 공항에 위치한 렌트카 사무실에는 지금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이 없다고 하고, 공항 앞에는 흔할 것 같던 택시조차 보이지 않았다. 피로함과 몽롱함이 몰려오던 찰나 친절한 행인의 도움으로 택시를 불러 예약한 호텔로 향할 수 있었다. 알와지 공항은 시내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었는데 잘 뻗은 도로를 따라 언덕길을 내려가는 길에 시내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 왔다.
주변이 온통 모래와 암석으로 이루어진 이 도시는 동부지역의 누런 모래와 달리 붉은색을 띈 모래사막과 도로 사이 시원하게 대추야자 가로수들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마치 제주도나 동남아 휴양지를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알와지의 첫인상은 상쾌함 그 자체였다. 호텔의 위치도 완벽했다. 창문에서는 홍해의 에메랄드 바다가 정면으로 보였고, 2차선 도로만 건너가면 바로 해변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예약했던 그 호텔 자리가 알와지에서는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이미 주변에 몇몇 호화 호텔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과연 알와지의 홍해는 어떤 모습일까? 동부지역 걸프만의 해변은 대부분 고운 모래로 이루어져있다면, 알와지의 해변은 동글동글한 몽돌과 죽은 산호조각들이 깔려있어 또다른 즐거움을 여행자에게 주기 충분했다. 멋져보이는 해변에 차를 세워놓고 아이들과 스노쿨을 하며 물속을 들여다 보았다. 크고 작은 바위 사이에 붙어 있는 수많은 산호들, 크고 작은 바위 사이에 붙어 있는 수많은 산호들과 마치 입을 열어보면 반짝이는 진주가 들었을 듯한 조개들 그사이를 유유히 유영하는 물고기들까지.
비록 얕은 물가였지만 자연 그대로 잘 보전된 홍해바다의 특별함을 충분히 접할 수 있었다. 깊은 곳으로 가게된다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왜 홍해가 다이버들의 천국이며, 버킷리스트인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바닷속 광경이었다.
알와지 외곽으로 잘 뻗어 있는 고속도로를 따라 차를 북쪽으로 계속 달리면 요르단 국경지역이 나온다. 해변 만큼이나 인상적인 알와지의 사막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굵은 모래로 된 사막 한가운데 예쁘게 자리잡은 나무들이 중간 중간 보인다. 마치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자들의 쉼터가 되듯 시원한 나무그늘 밑에는 이미 누군가 잠시 불을 피우고 쉬고 간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자동차로 이동중이었기에 나무그늘이 아쉽지는 않았지만 같은 사우디임에도 처음 보는 모습의 사막이라 잠시 나무 그늘에서 쉬어가는 낭만을 즐겼다. 사막에 그늘이 되어준 이 나무는 성경에서 언급되는 ‘싯딤나무’라 한다. 수천년전 성경이 기록될 당시 사람들도 필자처럼 이렇게 싯딤나무아래에 앉아 잠시 쉬었다 가지 않았을까?

여행하며 마주치는 사람들이 너무나 친절하고 포근해 도시 자체가 하나의 동화 같이 느껴지는데에서 알와지만의 특별함이 있었는데, 여성들끼리 도보로 산책하는 모습들도 눈에 들어왔다. 사우디는 최근에 들어서야 남성 보호자 없이 여성의 외출이 많아지긴 했다고 하나 필자가 거주하는 곳에서조차도 쇼핑몰이나 음식점 거리가 아닌 일반 길거리를 자유롭게 산책하는 여성의 무리는 흔한 풍경 아니다. 필자의 강의를 수강하는 알와지 출신 베두윈족 학생에게 듣게 된 이야기에 따르면 알와지에는 다수의 베두윈족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일반적으로 사우디를 구성하는 다른 민족보다 연대감이 강하고 외부인 대접에 더 극진하다고 한다. 특히 작은 도시에 3만여명의 인구다 보니 대부분 한 다리 건너 다 아는집이기에 큰 범죄도 없고 다들 이웃사촌처럼 살아간다고 한다.

알 와지를 살리자...사우디 왕자의 ‘홍해 프로젝트’
이처럼 모든 것이 행복하고 즐거울 것만 같은 알와지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었다. 알와지의 인구는 2013년 기준 5만명에서 현재는 그 절반을 밑도는 인구감소를 겪고 있다. 중심가에는 곳곳에 비어있는 상가건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공원 산책중 잠시 이야기를 나눈 무함마드씨는 2017년 호주에서 수학과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까지 별다른 직업없이 알와지에서 부인, 아이들 둘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알와지는 산업기반이 전무한 지역이라 외국회사는 물론 사기업 사무실이 거의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지역주민이 정부기관에서 일을 하거나 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다 보니, 젊은 이들은 대도시로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평화롭고 고즈넉해 보이는 이곳에도 사우디 경제불황의 그림자는 여지없이 드리워져 있었다.
현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은 이곳 알와지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 예전부터 종종 알와지를 방문해 개인 요트에서 집무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데 이 작은 도시에 공항이 생긴 이유 역시 바로 MBS 왕자가 자유롭게 개인 비행기를 타고 방문하려 하는 목적이 있어서가 아닐까라고 추측해본다. 이러한 이유에서일까. 아무런 기반산업이 없는 서북부 작은 도시에 왕세자는 홍해관광특구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알와지를 기점으로 남쪽도시 옴르주까지 이어지는 해안도시 일대에 세계적인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국가적 사업이다.

무비자입국으로 홍해의 멋진 해변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초호화호텔들과 리조트들이 이 지역에 들어설 계획이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로 사우디는 약 58억달러(한화 약 6조원)의 GDP 창출을 예상하고 있다. 첫번째 단계로 2022년까지 3000개의 럭셔리 호텔 객실을 완성할 계획이다. 필자가 묵은 낡은 호텔 주변에 이미 고급진 외관을 한 호텔들이 들어섰으며 하루 숙박에 4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급호텔들로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한다. 이 홍해 프로젝트는 7만여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향후 3~4년후 알와지는 큰 비용을 들여야만 방문할수 있는 말그대로 ‘사우디의 몰디브’가 되려는 듯 보였다. 필자가 이번 여행에서 저렴한 비용에 아름다운 몰디브의 풍경을 맘껏 즐기고 왔다면, 독자분들은 자칫 서두르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몇 배 혹은 몇 십배의 큰 비용을 ‘사우디의 몰디브’에 지불하는 날을 맞이할 수도 있을것이다.
왕자가 마음의 휴식을 위해 며칠씩 머물던 작은 도시 ‘알와지’. 젊은이들은 일할 곳이 없고 도시는 점점 활기를 잃어 가고 있을 무렵, 아름다운 홍해와 멋진 사막이 알와지의 가장 큰 자원임을 깨닫게 된 왕자는 이후 사우디의 왕세자가 되어 홍해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이곳의 발전과 더불어 사우디의 경제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동화 같은도시 풍경처럼 정말 21세기 동화 같은 이야기다. 혹 사우디 생활을 계획하는 분이나 현재 사우디에 계시는 분이라면 가족들과 함께 아름다운 동화의 도시로 서둘러 가보는것은 어떨까?
딸 아이가 알와지 해변에서 주워온 소라껍질을 귀에 살짝 대어본다. “아빠 알와지 바다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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