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오아시스의 도시를 가다
[신승민의 기름왕국 사우디를 찾아서] 사우디 동부 오아시스 도시 ‘알하사’ 오아시스 주변 250만그루의 대추야자 나무들 알카라 산속 ‘유다의 동굴’...신비감 도는 도시
[신승민 사우디 칼럼니스트] 곧게 뻗은 편도 4차선 고속도로, 서남쪽을 향하는 자동차는 시속 120km 의 속도로 시원하게 달리고 있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1차로에는 커다란 컨테이너를 싣고 육중한 모습으로 달리는 트레일러의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전체 중량이 최소 40톤 정도 나가며, 바퀴가 20개가 넘는 이 트레일러들은 사우디 동부 무역항에 도착한 컨테이너를 수도 리야드를 비롯한 주요 도시로 이송하고 있다.
사우디 동부 지역에 있는 ‘알하사’
커다란 트레일러 너머 광활한 사막 풍경이 펼쳐진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사막모래를 한껏 머금고 고속도로에 사정없이 뿌려진다. “탁 탁 탁” 모래알갱이들이 헤드라이트와 자동차 전면부에 부딪히며 여기저기 흠집을 내는 소리가 들린다. 자동차를 애지중지 아끼는 필자의 가슴에도 흠집이 생기는 순간이다. 모래가 이리저리 날라다니는 사우디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운전자에게는 어쩔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모래언덕 너머로 큐리오시티가 찍어보낸 화성 사진에서나 본듯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오랜기간 풍화를 거쳐 완성돼가는 웅장한 바위산들이 이곳이 한국 산천이 아님을 실감하게 만들고 그 바위산 멀리로 푸른빛의 사막 신기루가 어른거린다. 이런 풍경 속을 한시간 반정도 달렸을까 주변에 초록색 기운이 감돈다.

인터체인지를 벗어나 지방도로로 들어오니 좁다란 지방도로 옆으로 실개천 같은 수로가 흘러가고 어느새 주변은 푸른 대추야자나무로 둘러져 있다. 도심을 벗어나 고즈넉한 시골길을 달리는 느낌이다. 사우디에 30년 넘게 거주한 한인분은 “알하사 갈때면 꼭 한국 시골에 온 느낌이에요” 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필자는 가족들과 함께 사우디 동부지역 오아시스 도시 ‘알하사(al-Ḥasāʾ (الْحَسَاء))’에 왔다.
세계 최대 대추야자나무 서식지
오아시스(Oasis)를 떠올리면 사막 가운데 몇몇의 야자수가 둘러있는 자그마한 물 웅덩이를 생각하겠지만, 넓이가 무려 85.4㎢에 달하는 알하사의 오아시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오아시스로 등록되어 있다. 이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약 250만 그루의 대추야자나무가 자라고 있다. 위성사진으로 보는 알하사는 온통 누런색의 사막 가운데 그 푸르름으로 확연하게 구별이 가능하다. 40여년전 사우디에서 근무하셨던 필자의 부친도 알하사를 기억하고 계셨다. 당시만해도 변변한 도로와 안내판 없이 사막을 달려 도착한 알하사의 오아시스에서 물놀이를 하셨고 물속에서 계속 솟아올라 오아시스를 채우던 용천(Spring)물줄기를 생생하게 기억하셨다.

인구 90만명의 비교적 큰 도시인 알하사는 두달 전인 2021년 9월 세계에서 가장 큰 대추야자나무 서식지로 기네스북에 정식 등재됐다. 이뿐 아니라 몇해전 유네스코(UNESCO) 지정 창조적 도시 연합 UNESCO’s Creative Cities Network에 아랍지역에서는 최초로 등록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오아시스, 기네스북 등재, 그리고 유네스코 선정까지 3관왕을 차지한 알하사는 관광객을 끌어당길 매력이 충분했다.
알카라산과 ‘유다의 동굴’
11월말 시원해져가는 사우디의 가을은 알하사의 정취를 느끼게 충분한 계절이다. 푸르른 대추야자 농장을 지나다 보면 저 멀리 우뚝 솟아있는 돌산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알카라 산(al Qarah mountain)’이다. 알카라 산은 해발 205m의 비교적 낮은 돌산으로 입장료를 내면 간단한 역사와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을 따라 ‘유다의 동굴’이라 불리우는 바위동굴로 입장이 가능하다. 약 14 ㎢의 알카라산은 붉은 빛의 암석으로 이루어졌는데, ‘유다의 동굴’ 내부는 영상 약 20 C °온도가 유지된다. 여름에는 이만한 피서장소가 없기에 과거 동굴은 사람들이 생활하던 장소에서 나아가 아이들을 모아 코란을 가르치는 장소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또한 오래전 거주민들은 마을과 가까이 있는 동굴과 산 주변에 자신들의 중요한 물건이나 문서들을 매장했는데, 오늘날 발견되는 유물들은 이 지역에 거주했던 여러 가족들의 역사를 알수 있는 매우 귀한 자료가 되었다도 한다. 기암괴석이 즐비한 입구를 들어설 때는 마치 다른 차원의 시공간을 들어서는 것처럼 웅장하고 신비로운 광경에 압도됐다.

와인 저장고나 젓갈 저장고 같은 동굴 내부는 20여m는 족히 넘어보이는 동굴 천정위 바위 틈사이로 가느다란 빛줄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조금만 소리를 내도 메아리로 울려퍼져 나가는 게 신기한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동굴속 깊은곳으로 뛰어들어간다. 입구가 매우 좁아 어른들은 도저히 들어갈수 없는 곳인데 어느새 아이들은 그 좁은 틈은 비집고 안쪽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유다의 동굴’은 넉넉잡아 40분이면 충분히 관람할 수 있는 규모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동굴밖 산 정상에 오르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동굴밖에는 각종 조형물이 전시되어있는데, 이슬람에서 가르치는 인류의 기원이나 세상의 기원들을 아랍어와 영어로 기록해 놓았다.
기름 풍부하고 농업 발달한 ‘풍요의 땅’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던 알하사는 지역에 유전이 발견된 이후 사우디에서 가장 빨리 현대화를 이룬 도시로 평가된다 또한 세계에서 원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곳 중 한 곳으로, 하루 100만 배럴(약14만톤)을 생산하는 유전과 연간 10억 개씩 출하되는 계란, 10만 톤씩 생산되는 대추야자를 토대로 한 농업이 알하사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두 개의 큰 축을 이룬다.
경제 지표만으로는 매우 부유할 것 같지만, 알하사의 시내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필자가 살고있는 ‘다란’에 비해 자그마한 건물들 주변에는 과일을 파는 행상트럭들이 간간히 보이는 전형적인 시골동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7월이나 8월 한창 대추야자를 수확하는 철이 되면 길게 늘어선 트럭들이 연신 대추야자를 실어 나르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하던데, 알하사를 두번이나 방문했지만 매번 모든 수확이 끝난 뒤엔 11월에 오게되어 그 멋진 광경을 목격할 수 없었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쌀을 생산하는 몇몇 안되는 지역중 하나인 알하사. 땅속에는 양을 가늠할 수 없는 석유가 가득하고 땅위 에는 일찌감치 발달된 농업 덕에 풍요로운 삶을 사는 알하사의 사람들은 외부인에게 소박하고, 따뜻한 미소로 환대해줬다. 필자는 아직 방문하지 못한 몇몇의 명소가 있다. 약 7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시장과 500년이 넘은 모스코 등 알하사는 하루에 돌아보기에는 볼 것, 가볼 곳, 먹을 것이 너무 많은 곳이다. 하루하루 바쁜 일과로 지치는 우리네 삶속에서 어느날 문득 우리만의 오아시스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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