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위기를 ‘은행 폭리’로 바꾼 주범들

[송두한의 판을 바꾸는 금융] 누구를 위한 대출 규제, 금리인상인가

[송두한 민주연구원 부원장] ’무능한’ 총량규제가 불러온 신용대란 사태

맥락도 원칙도 없는 대출총량 규제가 무주택 실수요자를 집중 타격하면서 대출시장은 규제발 신용대란 사태에 빠졌다. ‘6%대’ 대출증가율로 모든 출구를 봉쇄하는 관치규제는 사실상 대출배급제와 다를 게 없다. 일단 주어진 배급 한도가 소진되면 공급충격이 발생해 대출금리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 개발독재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들이 지금 우리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듣지도 못한 불완전 상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이유도 무능한 충량규제가 가져온 신용경색 때문이다. 대출중단 사태로 등장한 집단대출 ‘선착순대출’이 그렇고, 은행간 대출을 빌려주는 ‘품앗이대출’과 전세보증금의 ‘증액분대출’이 그렇다. 설상가상으로, 금융위원회가 5% 이상의 원금을 나누어 내는 ‘전세대출 분할상환’이라는 혁신적인 전세상품을 강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떼일 염려가 없고 세입자의 신용력과 무관한 전세대출마저 칼질을 해대면, 집 없는 사람은 그냥 길거리에 나앉으란 말이나 다름없다. 관치 규제가 양산한 부실 상품들이 실수요자만 골라 집중 타격하는 실증 사례들이다.

총량규제의 종착역은 ‘한도축소· 금리급등’이다. 최근 대출금리 추이를 보면, 더욱 명확해 진다. 불과 두달 남짓한 사이에 대출금리가 1%p 가까이 폭등했을 뿐만 아니라, 상승 각도와 속도가 심상치 않아 앞으로 더 걱정이다. 4개 시중은행 신용대출 최고금리는 8월말 4.2%에서 4.7%로 급등했으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변동금리는 4.2%에서 4.8%로, 고정금리는 4.4%에서 5.2%로 폭등했다. 이 정도면 실수요자 대출시장이 신용대란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리하자면, 팬데믹 위기로 민생경제의 대출의존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금융당국이 총량규제로 금리를 올려 은행이 폭리를 취하도록 밀어주는 형국이다. 은행들은 일제히 우대금리를 폐지하고 가산금리를 올려 금리인상을 통한 대출억제 정책에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민∙관이 합작해 금리를 올려 금융기관에게 이자이익을 몰아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올해 5대 금융지주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발 내수침체의 역풍을 뚫고 단군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에 10조원 내외에 불과하던 순이익이 올해에는 펜데믹 위기에 힘입어 17조원을 가볍게 넘어설 전망이다. 더욱이 한국은행이 이달 하순 금리인상을 통한 화력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융지주의 팬데믹 실적은 이제 20조원 허들마저 돌파할 기세다. 이 대목에서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총량규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도면 무능을 넘어 규제발 금융사고에 가깝다. 규제발 신용대란의 본질은 ‘돈을 빌려준 자가 더 부자가 되고 돈을 빌린 자가 더 가난해지는 고리채 장사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부채관리라는 대의(大義) 아래 ‘실수요자보호 원칙’을 무력화시켰으며, 무주택 서민들에게 ‘각자도생’이라는 해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다소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무주택자가 겪는 피해가 워낙 광범위하고 한번 발생한 피해를 돌이키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국은행 금리인상, ‘불난 집에 기름 붙은 격’

금융위와 한국은행은 지난 몇 년간 뭐하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가계부채 해결사’를 자처하며 정책연대 수준의 ‘키스톤 플레이’를 연출하고 있을까. 그동안 국민경제에 누적된 가계부채 잠재부실을 방치하다가 이제 와서 대출을 틀어막는다며 무질서한 총량규제로 시장질서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양적 팽창은 사전적 대응이 필요한 영역이지, 뒤늦게 사후적 대출규제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사안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부채의 궤도를 설정하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돈은 금리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게 이치다. 금리는 4~5년 간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금리주기를 만들며 디레버리징(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부채축소 과정)과 레버리징(자산버블을 수반하는 부채팽창 과정)을 반복하는 주기 특성이 있다.

‘1994년 주기’와 ‘2004년 주기’가 그렇고 펜데믹으로 다소 늘어진 ‘2015년 금리주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금리사이클은 얼추 10년 단위로 부채의 팽창과 축소를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 중심에 한국은행이 있다.

정리하자면, 한국은행이 실기해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했는데 금융당국이 뒤늦게 ‘뒷북 규제’를 들고 나와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자산시장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자산가격 하락과 함께 민간부채가 줄어드는 디레버리징 과정에 진입했다가, 2015년부터 본격적인 버블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통해 가계부채의 물길을 잡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이 바로 2015년부터 2018년 구간이라는 의미다.

먼저, 미국 연준(Fed)의 금리정책을 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9회에 걸친 금리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 수준을 제로금리에서 2.5%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금리인상 방식도 2015년 1회, 2016년 1회, 2017년 3회, 2018년 4회 등으로 점차 강도를 높여가며 가계부채의 양적 팽창을 적절히 진화하는데 성공했다.

수치로 확인해 보자.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2009년 96%에서 2018년 76%로 급감했다가, 2021년 1분기 들어 다시 80%로 증가했다. 2009년 수준인 96%에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정부부채를 중심으로 부채가 증가하고, 민간부채는 부채를 덜어내는 디레버리징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이 부채관리의 골든타임 구간(2015년~2018년)에서 어떠했는지 살펴보자.

이 기간 중 한국은행은 5차례에 걸친 금리조정(인상과 인하)을 단행했는데, 2015년 2번 인하, 2016년 1번 인하, 2017년 1번 인상, 2018년 1번 인상이 전부다. 그것도 금리인하 역주행과 뒷북 금리인상을 반복하며 갈팡질팡 행보를 보였으며, 골든타임 구간 기준금리는 1.75~2.0%로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2015년부터 폭발적인 증가 추세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은 결코 가계부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계부채 수치로도 검증해 보자.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2009년 65%에서 2018년 81%로 급등하며 신용팽창을 주도했는데, 이 수치는 2021년 1분기에 다시 91%까지 폭등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 한번의 의미 있는 디레버리징이나 채무조정 과정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의미다.

이처럼, 금리정책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못해 가계부채의 발화점을 조기에 진화하지 못했으며, 그 불길이 자산시장으로 번지는 단초를 제공한 바 있다. 금리정책의 기간불일치(time inconsistency) 문제가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를 키운 셈이다. 즉, 금리를 올려야 할 때는 안올리고 올리면 안되는 구간에서 올리는 악순환 사이클이 반복되는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과 금융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책적 지향점이 ‘親기업∙親자본’ 사상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집값이 올라 가계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 금융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하곤 한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가계대출을 조기에 잡지 못해 집값을 올린 당사자가 이제 와서 금융불균형을 운운하며 금리인상을 재촉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성급한 금리인상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상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점증하는 경기하방 리스크에 대비하는 보수적인 금리정책을 견지해야 할 때다.

무질서한 총량규제,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전체가구의 44%를 차지하는 890만 가구는 규제발 신용대란으로 내집마련의 꿈을 접은 지 이미 오래고, 세입자들은 전세난민이 되어 월세시장을 전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출이 막히면 평수를 줄여 외각으로 이사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전세를 반전세로 전환해 비싼 월세를 내고 살아야 할 판이다.

실수요자보호 원칙마저 저버린 대출총량 규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불난 집에 기름 붙는 격 무주택자 LTV ∙ DTI 80%까지 확대하는 규제방화벽 세워야

설상가상으로, 자고나면 오르는 대출금리는 가계,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가계대출은 1705조원인데, 이 중 80% 정도가 변동금리부 대출이다. 즉, 금리 충격에 노출된 대출만 1364조원인데, 금리가 1%p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이 약 13.6조원 늘어나는 구조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전국민 재난지원 예산보다 큰돈이 금융기관 이자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더욱이, 850조원의 자영업자대출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민생경제의 금융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대출규제는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실수요자 보호원칙을 먼저 세워 총량규제가 실수요시장을 타고 넘어오는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현행 규제는 금융기관들을 위한 부채관리 방안일 뿐, 실수요자를 위한 보호대책이 될 수 없다. 무주택 실수요자를 높은 수준에서 보호할 수 있는 ‘규제방화벽’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첫째, 총량규제에서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대출과 주택대출을 온전하게 제외해야 한다. 부동산투기와 무관한, 거주 목적의 무주택자에게 정상적으로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만 지금의 신용대란 사태를 진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세자금 분할상환’, ‘보증금 증액분 대출’ 등과 같은 기형적인 대출상품을 이전의 온전한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 부채관리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에 우선할 수는 없다. 역대 정부에서도 최후의 보루인 전세대출만큼은 손대지 않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둘째,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LTV∙DTI 규제를 80%로 확대해 저리의 주택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내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데 이중 규제인 DSR 규제로 다시 틀어막는 것은 무주택자에게 내집마련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남용하는 처사다. 장기 주택모기지로 내집을 마련하고 살면서 조금씩 갚아나가는 주택금융은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장려해야할 건전한 주택문화다. 금융당국이 무주택 실수요자의 부동산투기까지 걱정할 요랑이면, 실거주 조건을 5년 정도로 묶어 1주택 투기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한국은행은 성급하게 기준금리를 올려 대출시장이 다시 요동치는 대혼란 국면을 초래해서는 안된다. 금리인상을 한다 해도 이미 편입된 부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금리정책이 골든타임을 놓쳐 조기 대응에 실패한 것만큼이나, 성급한 금리인상 또한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금리인상 이후에 경기가 조정사이클에 진입하면 이로 인해 경기 충격이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 관점에서, 경기흐름을 지켜보며 금리정책 기조를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글쓴이

송두한 공정금융포럼 공동대표

송두한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공정금융포럼 공동대표, NH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장을 지냈다. 미 오토바인 대학교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를 했다. 저서는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201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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