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도 없는 지방캠퍼스 논란...언제까지 분란을
또 불거진 한국 대학가 ‘한지붕 두학교’ 논란 ‘분교냐 이원화 캠퍼스냐’ 논쟁 이젠 그쳐야
[전창관 태국 랑싯대 한국어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페이스 북에 자신이 졸업한 경희대 수원캠퍼스를 ‘분교’로 지칭했다가 크게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고 의원은 ‘블라인드 채용법’ 발의를 예고하면서 “저 또한 블라인드테스트로 KBS에 입사한 경험이 있어 법제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당시 분교였던 경희대 수원캠퍼스를 졸업했지만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부언한 것이 화근이 됐다.
댓글과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그녀가 ‘분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경희대 수원 국제캠퍼스 학생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이후 ‘분교’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점입가경으로 이때를 놓칠세라 같은 방송사 출신인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까지 가세해 “고 의원은 꽤 오랫동안 ‘경희대 분교’ 출신인데 ‘경희대 본교 출신’이라고 했다는 위조에 시달렸다”면서 “블라인드 채용으로 입사한 것을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면 오래전에 경희대 수원캠퍼스 출신이라고 밝혔어야지”라고 지적하며 이전투구를 벌였다.

1970-1980년대 무분별하게 시행된 지방캠퍼스 분산정책
사실, 이 논란의 배경에는 1970년대말-1980년대 사이의 군사정부에 의해 어설프게 시행된 수도권 인구분산정책이라는 해묵은 지방 캠퍼스 설립 정책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말로는 수도권 인구분산 정책의 주요 골자로 시행되는 정책이라고 표방하면서 떡하니 수원(경희대), 용인(한국외대), 안산(한양대), 원주(연세대), 조치원(고려대) 등 수도권 근거리에 지방캠퍼스를 포진시키며 대학의 지방캠퍼스 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수도권 대학정원 동결정책을 추진하자 본교에 이미 설치되어 있는 학과와 동일한 중복학과 또는 유사학과를 지방캠퍼스에 마구 설치했다. 학과신설을 포함한 지방캠퍼스의 규모가 커져가면서 소속 단과대학명이나 학과명 만을 살짝 변경해 병립해 놓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외국의 사례와 판이한 한국형(?) 캠퍼스 다원화
이는 장구한 역사를 가진 해외 유수대학들의 예와는 사뭇 달랐다. 미국의 대표적 명문대학으로 알려진 캘리포니아대학교(UC)와 뉴욕대학교(SUNY) 등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UC)는 UC버클리, UCLA(로스엔젤레스) 그리고 UC샌디에이고 등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으로서 가장 먼저 태동한 UC버클리를 자신들의 건립 개념상의 ‘본부 학교(Flagship Campus)’라고 생각은 하더라도, UCLA와 UC샌디에이고 등도 독자적 교육 행보를 이어가며 각각 세계적인 명문대학의 반열에 들었다.
비단 미주, 구주 등 선진국가 뿐 아니라 필자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예도 확연히 다르다. 동일 또는 유사학과의 경우 자신의 주거지와 가까운 곳을 택하고, 주거지와 근거리에 원하는 학과나 학교가 없을 경우에 한해 원거리로 진학한다.
태국의 명문 탐마삿대학교는 방콕 중심부 본부대학 외에 수도권 외곽인 랑싯지역과 방콕에서 먼 북부 치앙마이 랑빵지역에 캠퍼스가 있지만 모두가 차등없이 태국 내 명문 탐마삿대학교의 일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필요한 전공 교수요원과 교육시설의 소재지 별로 특성화되어 있고 그에 맞춰 학생들이 수학한다.

캠퍼스 별 적자·서자 논란이 발생한 배경
이렇듯 지방캠퍼스 이원화 내지는 다원화 현상이 우리나라와 외국의 예가 사뭇 다른 것은 다음의 몇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외국의 사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당초 주요 설립 의도인 수도권 인구분산정책과 지방거점별 대학 교육역량 강화와는 무관하게 서울에서 자동차로 1~2시간 내외 거리에 다수의 별도 캠퍼스들이 포진해 있다 보니, 소위 ‘적자와 서자’ 같은 형태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당초 설립허가를 낸 1970, 80년대 교육정책 기획이 만들어 낸 폐단이라고 봐야하는데 그렇다고 이제 와서 수도권에서 더 먼 곳으로 이전하랄 수도 없으니 이 부분은 별달리 개선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둘째, 애초에 동일한 학과를 지방에 만들어 출범한 이후 단과대 명칭이나 학과명만을 살짝 변경한 학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소위 무늬만 같은 동종학과가 대입시험 점수대의 차이로 본교와 분교형태로 인식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셋째, 국립대학조차 지방에 소재한다는 이유 하나로 대학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현실을 만들어낸 사회인식이다. 수도권이라는 것이 무슨 오도가도 못하는 철책 둘러 쌓인 휴전선도 아닐진데, 조용한 교육도시 분위기 속에 지방대학이 학문적 우수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회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묻지마’ 식 지방소재 대학에 대한 사회적 차별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이 세가지 관점의 사회적 인식 미비는 어쩌면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인정하며 극복해 나가기 위한 대안적 관점을 살펴보자.

장기적 ‘캠퍼스 이원화 정책’ 추진을 위해
무엇보다도 절실한 것은 캠퍼스간 설치학과 분리다. 대표적이고 모범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있는 대학이 있다. 오래전 수원에 캠퍼스를 만들면서부터 인문사회계열학과와 자연과학 계열을 서울과 수원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성균관대학교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실행하고 있는 것이 이번에 고민정 의원 분교 논란이 일어난 경희대인데, 1980년대 초반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언젠가부터 양 쪽 캠퍼스간의 중복학과 없이 분리 독립되어 있다.
다만 이 학교는 소위 기존의 ‘분교’ 또는 ‘지방캠퍼스’시절의 입학생들이 소급해 현재의 ‘이원화 캠퍼스’로 학적을 부여해 달라는 요구가 발생해 또 다른 ‘학적 육두품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런 경우는 입학 당시의 상황 감안을 감안할 때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문제는 기존 캠퍼스 이원화 시행 이전에 입학 후 졸업한 사람들이 받아들여야만 풀어갈 수 있다.
물론, 이 방법 역시 상당부분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지방캠퍼스를 가진 전국의 대학들이 제2 캠퍼스 특성화 전략과 이원화 캠퍼스 정책 실현을 위한 단과대별 중복학과 방지 교과과정을 편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자신들의 사익만 추구해 주장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지만, 지금 현 상태로 서로 반목하는 상태에서 언젠가 저절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또한, 지방캠퍼스를 대학 재정충당을 위한 입학정원 증가를 위한 용도로 보지 말고 이원화 캠퍼스 특성을 살리기 위한 과감한 교육설비 투자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찬연히 젊음을 빛내 나가야 할 한반도의 젊은 대학생들을 더 이상 ‘성골·진골 논쟁도 아닌 육두품 비하 논쟁’에 시달리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다는 홍길동의 어처구니 없는 인생적 상황’으로 젊은 대학생들을 내몰수는 없다.
교육부와 대학이 협조해 장기적 안목에 입각한 보다 적확하고 계획성 있는 캠퍼스 이원화 정책을 만들어 이 문제를 차근차근 장기적 관점에서 풀어 나가야 한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 하지 않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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