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교, 언제까지 태국을 홀대할 건가
윤 대통령, 방콕 APEC 정상회의 불참 ‘유감’ 미,중,일은 태국에 ‘전략적 끌어안기’외교 펼쳐 문재인 정부때도 소홀...태국을 적극 껴안을 때
지난 18~19일 양일에 걸쳐 태국 방콕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정상회의가 열렸다. APEC은 역내의 21개 국가를 회원으로 두고 연간 53조 달러에 달하는 GDP(국민총생산)를 창출해냄과 동시에 세계 무역량의 절반이 넘는 거래를 발생시키는 거대 경제권이다.
개최국인 태국이 APEC 창설 회원국의 일원으로 이번 ‘2022 방콕 APEC 정상회의’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완화 국면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간 새로운 개방된 성장기회를 발견하고(Open), 국가간 연결된 협력망을 구축하며(Connect), 상호간 균형적 발전(Balance)을 이루도록 돕는다”는 슬로건 아래 정상회의를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 정치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추진했다.

미국· 중국· 일본, 태국과 관계 강화 나서
이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일본의 기시다 총리는 방콕 APEC 정상회의에 참석, 동남아 제2 경제대국인 태국과의 우의를 한층 더 강화했다. 중국은 시 주석이 직접 나서 과학기술과 전자상거래 분야에 대한 협력 증진을 내세웠고 다양한 대(對) 태국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태국과 가족 같은 유대관계를 더욱 공고히 일궈나감으로써 ‘운명공동체’로의 양국 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태국의 쁘라윳 총리는 대륙간 철도연결 등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관련사업에 적극적 협력을 다짐하며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일본도 적극적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태국과의 정상회의에서 일·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관계로 격상시키는데 합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양국간 안전보장협력 강화를 위해 방산장비 기술이전 협정과 일·태 전략경제 제휴 5개년 계획에 서명했고, 메콩강 지역경제협력 추진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가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이번 일·태 정상회담에 맞춰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소니 디바이스 테크놀로지가 태국 중부 빠툼타니 지역에 23억 바트를 신규투자하는 화상센서 공장을 건설키로 확정했다. 내년 3월부터 가동시킬 계획으로 6만 6370㎡의 부지에 4층짜리 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미국도 태국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적이었다. 카멜라 해리스 미부통령은 쁘라윳 태국총리를 만나 차세대 소형모듈 원자로(SMR)기술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5세대 이동통신사업(5G)에 대한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또한 중부 촌부리 지역에 세계적인 암치료센터를 건립하는 사업도 양국간 긴밀히 추진하기로 협약했다.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지난주 내내 세계의 정상들은 ‘떠오르는 시장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프놈펜, 발리 그리고 방콕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25차 아세안+3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G20 정상회의’가 연속적으로 개최됐다. 그리고 17일에는 방콕에서 아세안 2위 경제대국이자 ‘2022년 APEC 정상회의’ 주최국인 태국에 대한 미·중·일 삼국의 정상외교가 경쟁적으로 펼쳐졌던 것이다.

윤 대통령만 태국 방문 안해
이런 긴박한 외교전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윤석열 대통령은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만 들르는데 그쳤다. 최근 이태원 참사 관련한 외신기자회견에서 해외 기자들에 대한 부적절한 농담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한 한덕수 총리를 APEC정상회담이 열리는 태국 방콕에 보내고 본인은 귀국해버렸다. ‘하늘을 나는 집무실’이라는 대통령 전용기로 돌아다니는 마당에 태국을 들러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무슨 그리 힘든 문제였나. 태국교민의 한사람으로서 그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맞이 때문에 서둘러 귀국했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지만. 정작 빈 살만 왕세자는 우리나라를 17일 단 하루 일정으로 방문한 뒤 2022 APEC정상회의 참석차 태국으로 왔다.
만일 윤 대통령이 APEC정상회의에 참석해 방콕 현지에서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회담했다면 대(對) 사우디 경제협력 논의 외에도 APEC 정상회의 외교, 대(對) 태국 경제외교까지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매년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 줄곧 참석했다. 한번의 예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소용돌이 와중에 ‘2016년 페루 APEC 정상회의’에 불참한 것이 유일했다. 이번 윤 대통령은 특정한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불참한 모습을연출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때도 소외됐던 태국
앞서 문재인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그리 내세우면서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만 공을 들이는 기울어진 외교를 펼쳐 태국 교민으로서 아쉬움이 컸던 터다. 신남방정책을 주요 외교과제로 삼았던 문 정부는 대통령의 주요국 방문순서에서조차 태국을 맨 뒤에 상정하는 등 동남아 국가내에서 태국이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태국을 홀대했다.

이어 신남방정책이라는 호칭 자체를 없애다시피한 윤 대통령은 태국 근방까지 와서도 그냥 귀국했으니 태국 현지의 관점에서 보면 황당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방콕 2022 APEC 정상회담’에서 행사용 공식 자동차는 BMW와 도요타, 그리고 MG(중국 상하이 자동차)로 지정되어 있었다.
필자가 행사시작 이틀전에 회의장인 국립 씨리낏 컨벤션센터를 들렀는데 마침 각국 행사단 차량행렬이 회의장에 도착하는 예행연습을 하고 있었다. 주최 측이 예행연습에 배차한 한국대표단용 공식차량은 경찰 컨보이 차량을 제외하면 단 2대에 불과했다.
중국과 일본등 주요국가 대표단이 7~8대가 넘는 자국 브랜드의 공식행사용 자동차를 타고 방콕의 국립 씨리낏 컨벤션센터로 입장하는 모습과 비교하면 초라하기까지 해보였다.
동남아 2위 경제국 태국을 중시하자
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외교접근을 이대로 해도 좋을까. 태국을 그저 ‘중·일의 선점시장’으로 간주하고, 보다 적극적인 지역연구와 시장공략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베트남·인도네시아 시장의 성장 기대감에 빠져 다른 동남아 국가에 대한 컨트리 리스크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같은 편중된 동남아 진출전략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할 시기임에 분명하다. 해외진출전략에 대한 깊은 연구후 외교를 적극 펼치고 있는 일본, 중국등과는 달리, 우리는 왜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는지 이유와 배경을 세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강대국들이 앞다퉈가며 동남아에 손을 내미는 상황에서 태국이 먼저 옷자락을 잡아끌어당겨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맨 발로 달려나와 환대해주는 다른 나라들만 쫓아다니는 경제외교를 펼친다면, 언젠가 큰 탈을 면치못할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옛 대우그룹의 세계경영이 그랬지 싶다. 옛 대우그룹의 비지니스 관계사에서 보여졌듯, 정치경제적 외교를 팔소매를 끌어 당기는 쪽에만 매달려 펼치는 것이 단기간에 걸친 정치가나 국가지도자의 위상 높이기에는 좋을지 모르나, 장기적 국익차원에서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뒤따를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까지 태국 현지 분위기는 “일본이 돈(자본) 대고, 중국(인력, 기술)이 짓는다”라는 말이 당연시 회자되어 왔다. 그렇지만 향후 우리나라도 태국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일본, 중국과 진검 승부를 펼쳐야 하는 때가 되었다고 본다.
언제까지 중동국가, 미얀마 등 이머징 전단계의 국가 위주로 외교와 투자를 집중시켜사업력을 확장하려 할 것이며, ‘아라비안 나이트’에 매달리듯 우리나라의 대외경제력을 키워나갈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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