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리비안 ‘RJ 스카린지’에게 배우기

[정연섭의 과학과 철학] COP26 성과와 숙제를 정리해보면 ‘리비안’처럼 탄소중립기술 적극 발굴을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모습.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모습.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COP26, 초라한 성과

제26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글래스고 기후 합의를 채택하고 11월 13일 폐막했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지구온도 상승 한계를 산업화 이후 1.5도 이내로 묶었다면 이번 글래스고 COP26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각 나라의 이행 계획을 내놓고 조정했다.

COP 26이 개최되기 3개월 전에 UN 산하 기후전문가 패널(IPCC)은 정교한 기후 모델에 의거해 IPCC 6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가 예상보다 빨리 가속되므로 이를 멈추려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 급브레이크를 밟으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를 읽지 못했더라도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 일어난 산불과 홍수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몸소 체험했다. 그래서 COP26에 거는 기대는 높았고 약 200개 국가에서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폐막을 하루 지연시키며 조율해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80배 큰 메탄 배출을 30% 줄이고, 국가 간 탄소 배출권 거래 규범을 정교화시켰다. 그렇지만 냉정히 평가하면 1.5도 기온 상승을 억제할 이행계획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석탄발전 폐쇄와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중단이라는 초기의 의욕은 종반으로 갈수록 중단 대신 ‘단계적 감축’으로 바뀌었다. 대부분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안을 제출했지만 이전 계획 그대로여서 1.5도 목표 달성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해면의 상승으로 영향을 직접 받는 태평양의 피지, 대서양의 버뮤다 대표는 실망감을 피력했다. 노벨 평화상 후보에 거론된 스웨덴의 툰베리는 놀라 횡설수설했고, 역사적 기후협정을 기대하며 1000㎞를 자전거로 달려온 영국청년 스티븐스도 울상을 지었다. 이들의 심정이 이해되지만 각국은 2022년에 진전된 NDC를 제출하자고 의견 일치를 보았으니 지금 희망을 버리기는 이르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저감대책

과거 우리나라는 개도국이라는 핑계로 지구 온실가스 감축에 비협조적이었고 시간을 끌다가 마지못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26% 감축하겠다는 NDC를 제출했다. 일본이나 미국의 40% 감축 대책과 대비하면 낮은 수치였고 우리나라는 사우디, 호주 등과 함께 ‘기후 악당’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현 정부는 COP26에 열심히 준비했고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정부의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와 UN의 온실가스 저감 노력은 상당히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올해 5월에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탄소중립위원회도 설립했다. COP26 기간에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기존의 26%에서 40%로 상향한 온실가스 감축안을 발표했고 더 나아가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해 세계 이목을 끌었다. 메탄 배출 감축 서약과 삼림파괴 중단 선언에도 동참했다. 부족한 탄소 배출권은 국제협력을 통해 확보하겠으며, 산림녹화 협력을 북한에 제안하기까지 했다.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적 목표를 위해 우리나라가 통 큰 결심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성 검토가 부족해 정책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석탄발전을 중단한 자리에 LNG 발전소나 가스복합 발전소를 짓는다. 태양광 발전은 낮에만 작동하므로 밤에는 LNG 발전이나 가스복합 발전이 이어받아야 한다. 문제는 LNG 발전이나 가스복합발전도 석탄발전에 비하면 적지만 50% 수준의 온실가스를 여전히 내뿜는 데 있다. 이는 환경단체나 국제기구가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에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이유다.

탄소 중립을 위한 기술

탄소 사용을 둘로 나누면 탄소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거나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화력발전, 가정 난방, 자동차 엔진은 탄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태양광이나 원자력 발전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탄소는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 상품들은 탄소를 원료로 해 제작된다. 따라서 탄소중립 기술은 원료 대체보다는 에너지 대체기술로 인식되기도 한다.

탄소중립으로 들어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자연은 평형에서 벗어나면 평형으로 되돌아가려는 복원력이 작용한다. 이산화탄소도 마찬가지이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해수면이 높아져 인구수가 압박을 받고, 광합성이 활발해져 이산화탄소는 감소된다. 루소의 제안대로 자연으로 돌아가면 산업혁명의 공해물질은 해결되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찮다. 루소의 제안에 볼테르는 두 발로 걷는 방식에 익숙해져 더 이상 네 발로 걸을 수가 없다며 루소의 제안을 비꼬았다. 탄소중립은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방법이 아니라 현대 문명을 보존하면서 성취되어야 한다.

둘째 방식은 시장경제에 맡기는 방식이다. 낮에는 넓은 면적에 태양광과 풍력으로 발전해 값비싼 전기에너지 저장장치(ESS)나 양수 댐에 저장을 하고, 밤에는 저장된 전기를 뽑아 쓰면 된다. 건설과 유지비용은 3배 이상 급등하지만 전력요금도 그만큼 올리면 된다. 값비싼 전력요금으로 인해 생산성이 없는 경제활동은 줄어들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어든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좁아지니 시민들은 반발할 것이다.

자연 상태로 돌아갈 수도 없고 자본 시장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면 이 둘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도록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각 분야별 전문가들은 자신의 방안이 유리하다고 서로 싸우므로 깨어있는 시민이 현실적 대안을 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시민은 전문가가 제시하는 대안을 판단할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 전문가는 자신의 발전방식을 시민이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탄소중립 방안을 시민이 결정하도록 탄소배출량을 조금 살펴보자. 모든 활동을 검토하는 대신 자동차 배출량으로 퉁 치자. 한 달에 휘발유를 100kg 넣으면 이산화탄소도 유사한 무게만큼 배출될 것이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바다나 광합성하는 식물에 흡수된다. 한 달에 사람 몸무게만큼 자라는 나무가 없으니 산림만으로는 탄소저감이 역부족임을 알 수 있다. 산림이 이산화탄소를 쪽쪽 흡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임야 소유주에게 탄소배출권을 부여해 산림을 가꾸도록 유인할 수는 있다.

원자력 발전소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가장 낮은 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원자력 초창기에 일어난 TMI 사고, 체르노빌 사고는 기술적 문제와 운영 능력이 따라가지 못한 사고였고, 10년 전에 일어난 후쿠시마는 지진과 해일이 많은 일본의 특수한 사고였다. 기술과 운영능력이 향상되고 일본보다 안전한 지반을 지닌 한국은 원전 혜택을 박찰 이유가 없다. 사용 핵연료 저장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국토 곳곳을 파헤친 재생에너지 설비보다 원전이 환경친화적일 수도 있다.

리비안의 RJ 스카린지 CEO.
리비안의 RJ 스카린지 CEO.

열정의 기술자 ‘리비안 CEO’

자동차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므로 전기자동차를 빼고 탄소중립을 이야기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도 2050년에 무공해차를 85% 이상 보급하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는 잉여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즉 낮에 회사에서 충전된 자동차 배터리는 밤에 집의 전력을 공급할 수가 있다. 현대 코나 일렉트릭의 65 KWh의 전력 용량으로 일반 가정은 일주일을 버틸 수가 있다.

최근 매출이 없는 신생 전기차 회사 ‘리비안’의 주가가 급등했다 하락했다. 수익을 검토해 주식에 투자하는 보수적 필자에게는 리비안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물론 이런 측면에서 휴지조각에 불과한 가상화폐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도 리비안의 경영자 RJ 스카린지의 이력은 탄소중립 기술과 관련하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공대를 졸업한 후에 10년 동안 전기 픽업트럭 개발에 매달렸다. 차체에 배터리만 얹어도 굴려가는 전기차에 10년 동안 집착하는 억척스러움이 흥미로왔다. 품질과 내구성을 향상하려는 엔지니어의 고집이 느껴진다. 덕택에 리비안은 아마존으로부터 10만 대를 선주문받고 유수 회사들로부터 105억 달러를 투자받아 주식 급등락에도 개발자금은 충분한 듯이 보인다.

탄소중립의 목표를 세우기는 쉽지만 이행하는 실천은 싶지 않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지구를 살릴 얼마 남지 않는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간다. 우리나라도 2022년에 COP26의 후속조치로 개정된 NDC를 제출해야 하고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둘은 따로따로 놀 수가 없다. 이상과 현실이 조화를 이루도록 다양한 발전설비의 기술특성, 온실저감 효과, 비용,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양차 세계대전 이후 민족 다양성을 인정하는 추세지만 온실가스 문제는 한 민족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지역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전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 악당 국가는 경제활동이 차단당할 수도 있다. RJ 스카린지처럼 우리가 먼저 탄소중립 기술을 확보하도록 열정을 보여야 한다. 탄소배출권을 사겠다는 수동적 인식을 넘어 기술개발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팔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글쓴이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인 정연섭 연구원은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에 재직중이다. 서울대 화학 석사 후에 LG화학연구소, 한국전력연구원을 거쳤다. 50여 편 발표 논문, 10여 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원전 설계 및 수출로 한국원자력학회 기술상, 산자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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