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름, 남극으로 향하는 사람들
[이민경의 남극 탐험기] 남극에는 국경이 없다 한국 이름 딴 지명 3곳...안타까운 사연도
[이민경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12월, 북반구에 위치한 한국에서는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이 시작되었다. 이 시기 지구 반대편 남반구 남극의 계절은 여름이다. 남극에서는 12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 해빙이 녹는 비교적 따뜻한 시기에만 주로 탐사나 연구활동이 가능하다.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이미 남극에서 활동을 시작했거나 남극으로 향하고 있다.
남반구에는 육지가 많지 않으므로 남극으로 이동하기 위해 칠레,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경유지를 주로 거쳐간다. 작년에는 COVID-19 바이러스 때문에 탐사 활동이 많이 제한됐으나, 올해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 한해 경유지의 상황에 맞춰 입국 절차를 거친 후 남극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 연구자들은 대부분 칠레와 뉴질랜드를 거쳐 남극으로 향하는데, 이 두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 한해 몇 차례의 PCR 검사와 약 2주의 자가격리 이후 남극으로 갈 수 있다.
남극에 영유권 인정받는 곳은 없지만
남극(남위 60도 이남) 지역에는 현재 영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즉, 어떤 국가도 남극 대륙 혹은 주변 해역을 영토로 주장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일부 국가들 (노르웨이,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칠레 이상 가나다순)은 남극에 대해 발견, 선점, 본토와의 지리적 인접성 등을 근거로 남극의 영유권을 주장해왔으며 자국 국민들에게 그렇게 교육한다(그림 1).

그러나 남극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 현재 남극조약(Antarctic Treaty: 1961 ~ 2048)에 의해 동결되어 있다. 대신 남극에서는 모든 인류가 활동을 할 수 있고 ‘속인주의 관할권’이 적용된다. 대한민국 국민이 남극지역(남위 60도 이남의 육지·빙붕 및 수역과 그 상공)에서 과학조사, 시설물의 설치, 탐험, 관광 등의 남극활동을 수행하고자 할 때 외교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없이 활동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남극활동 및 환경보호에 관한 법률 제4조, 제5조, 제24조 및 시행령 제3조 ~ 제6조).
온통 사람이름들...한국인 지명도
남극에는 사람의 이름을 딴 지명이 많다. 육지의 경우 왕족의 이름을 많이 따서 지었다. 빅토리아 랜드, 퀸모드 랜드, 페테르 1세 섬, 그레이엄 랜드 등이 그 예다. 바다의 경우 탐험가 혹은 항해사의 이름을 딴 경우가 많다. 로스 해, 아문젠 해, 웨델 해, 벨링스하우젠 해 등이 그렇다.
마리 버드 랜드는 이 지역을 최초로 탐험한 미국 군인이자 항공기 조종사인 리처드 버드의 아내 이름을 딴 곳으로, 오랫동안 남극대륙의 총 면적(약 1400만㎢)중 영유권이 주장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는 지역(약 161만㎢)이었다. 그러나 2001년 미 해군 출신의 트래비스 맥 헨리라는 사람이 남극 조약의 허점을 이용해 2001년부터 마리 버드 랜드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2004년 Westarctica라는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을 설립해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로네이션은 규모가 작아 국가의 요소를 갖추고 있지 못하지만 독립국가임을 주장하는 주체를 말한다=편집자주)
이렇게 국가별로 영유권의 주장-심지어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이 겹치는 국가들도 있다-이 계속되는 곳이 남극이다. 그러나 남극에서 연구하는 활동가나 과학자들은 국적과 관계없이 활동 지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남극에는 29개국이 세운 76개의 기지가 있으며, 사전 협의를 거쳐 다른 국가의 기지에 머물며 탐사활동을 할 수 있다. 남극해역에 떠 있는 쇄빙 연구선들에도 여러 다양한 국적의 연구자들이 승선해 국제협력을 통해 함께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남극의 인프라를 운영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서로 시설을 공유하며 그 비용을 아끼고자 협력하는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사전에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분야가 겹치지 않게 조율하는 등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남극에는 한국 사람의 이름을 딴 지명이 세 개 있다. 세종과학기지(King Sejong Station), 장보고과학기지(Jang Bogo Station), 그리고 2003년 사망한 고故 전재규 세종과학기지 월동대원의 이름을 딴 해저화산(Jaegyu Knoll)이 그것이다. 고 전재규 대원은 박사 과정 중 지구물리 대원으로 세종기지에서 월동(남극 기지에서 1년을 보내는 것)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2003년 12월 7일, 남극 세종기지 주변에서 조난된 동료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타고 있던 보트가 뒤집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2004년초 고(故) 유진 도맥 교수가 이끄는 미국 해양지질조사팀이 세종기지가 위치한 남극반도의 북단(Antarctic Sound)에서 발견한 해저 활화산에 전재규 대원의 이름을 붙이기로 결정했다. 유진 도맥 교수가 당시 세종과학기지의 월동대장이었던 윤호일 박사와 국제공동연구를 했던 친분으로 소식을 접한 덕분이기도 했겠지만, 국적을 떠나 긴밀하게 교류하고 협력하는 남극 연구자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화 중 하나다.

본격적인 남극 연구 시즌을 앞두고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는 바람에 세계 각국에서 남극으로 향할 사람들의 이동에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 아직 수집된 자료가 많지 않아 앞으로의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COVID-19 바이러스를 겪은 지난 2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자들이 올해에는 지난 시즌에 못다한 활동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필자는 뉴질랜드를 경유하여 내년 1월 우리나라 쇄빙연구선 ‘아라온 호’를 타고 남극의 아문젠 해에서 연구 활동을 할 것이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남극의 생생한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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