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더 멀어진 ‘남극 가는 길’

[이민경의 남극 탐험기] ‘지구 종말의 날’ 빙하로 떠나기까지

남극 빙하중 가장 빠르게 녹고 있어 '지구 종말의 날'이라는 별칭의 스웨이츠 빙하. 사진= NASA
남극 빙하중 가장 빠르게 녹고 있어 '지구 종말의 날'이라는 별칭의 스웨이츠 빙하. 사진= NASA

한국에서 남극으로 가는 길은 원래 멀다. 한국은 북반구 중위도에 있고, 남극은 남반구의 가장 남쪽에 있으니까. 2020년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에 퍼진 이후로 남극으로 가는 길이 더 멀어졌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남극 탐사는 계속된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고,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도 적었기에 남극과 북극 모두에 대한 연구가 최소한으로라도 진행되긴 했다. 그 뒤 2020년 10월에는 남극탐사를 이렇게 했다. 쇄빙선 아라온호를 타고 한국에서 출발해서 뉴질랜드를 들러 식료품과 유류 보급을 받은 뒤 로스해 테라노바만에 있는 장보고 과학기지에 들렀다가, 남셰틀랜드 군도의 킹조지 섬에 있는 세종기지를 들렀고, 2021년 4월에야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라온호를 타고 한국에서 떠나고, 돌아올때도 아라온호로 돌아왔다. 그렇게 6개월이 걸렸다.

긴 시간중 장보고 과학기지와 세종기지 등 두 기지의 2020~2021년 월동대원들의 인수인계기간을 합친 약 3주 동안에는 두 기지 주변에서만 탐사가 이뤄졌다. 이 때는 총 탐사기간도 짧았고, 배의 정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연구원과 월동대가 모두 아라온 호를 타고 이동해야 했으므로 평소보다 훨씬 적은 수의 연구원만 탐사에 참여할 뿐이었다.

남극 탐사기지로 떠나기에 앞서 연구물품과 생필품 들을 선적하고 있는 아라온 호. 사진= 이민경 연구원
남극 탐사기지로 떠나기에 앞서 연구물품과 생필품 들을 선적하고 있는 아라온 호. 사진= 이민경 연구원

뉴질랜드의 강력한 격리조치...벌써 지치지만

이번 2021~2022년에는 남극 탐사가 좀 달라졌다. 비행기 탑승이 허용돼 많이 편해졌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돼 비행기로 이동할 수 있게 돼 전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까지는 비행기로 이동하고,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일정 기간 격리한 후 크라이스트처치 리틀턴 항에 정박중인 아라온호에 탑승하면 된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추운 남극 대륙에서는 기를 못펴더라도, 배를 타고 들어가는 우리한테는 착 달라붙어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한국에서부터 백신 예방접종을 2차례 완료하고, 뉴질랜드의 격리시설을 예약하고, 뉴질랜드 비자를 받았다. 비행기를 타기 48시간 전 PCR 검사를 받는 등 비행기를 탑승하는 일반인들처럼 절차를 지켜야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외국인 입국을 전면금지하는 등 그동안 ‘코로나 제로’ 라는 강력한 코로나 19 바이러스 방역 대책을 시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초 이 정책을 포기하고 방역 조처를 완화했다. 그러다 11월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으로 유럽 등에서 확진자가 증가하자 다시 방역을 강화했다. 급기야 뉴질랜드는 관광 등 단순 방문 목적의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지난해 연말인 12월 16일,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발생한 후 현재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올 1월초부터 단계적으로 국경을 개방하기로 했던 계획도 일단 2월 말까지 연기됐다. 필자는 뉴질랜드 비자신청 중 방문비자 발급이 중단되어 특수목적 (남극 방문 등) 비자를 다시 신청해야했고, 출국 2주 전에야 겨우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12월 19일 인천에서 출국해 싱가포르를 경유, 20일에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했다. 격리와 관계된 절차는 세분화되어 엄격한 감시 속에 진행됐다. 뉴질랜드 비자, PCR 검사 증명서, 예방접종 증명서, 격리시설 예약내용 등의 서류를 모두 확인한 뒤 격리시설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려 2m 간격을 유지하며 절차를 거쳐 격리시설의 지정된 방에 들어가자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탄 지 27시간만에 비로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다. 아라온호를 타고 들어왔던 때에 비해 시간은 덜 걸렸지만, 평안한 탐사방문은 아직 요원했다.

격리시설내 같은 숙소 안에서는 머무르는 일행들끼리 서로 방문할 수 없었고 방문 밖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운동구역으로 정해진 호텔 앞마당(높은 펜스로 둘러싸여 밖에 나갈 수는 없다)에서 산책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운동구역이나 흡연구역에서는 서로 2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규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경고를 받고 운동구역 혹은 흡연구역으로의 외출이 금지되거나 심한 경우 격리 기간이 연장된다. 식사는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 방문 앞에 배달됐다.

격리시설 입소 후 1일째 검사를 받고, 2일째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싱가포르에서 크라이스트처치로 오는 비행기에 함께 탑승했던 사람 중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때문에 비행기를 함께 타고 온 사람들은 모두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었다. 3일째 그 확진자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이 확인돼자, 뉴질랜드 보건부 (Ministry of Health)에서 연락이 왔다. 생년월일, 현재 컨디션, 백신 접종 이력, 전화번호와 한국 주소까지 물었다.

이후 3일째, 5일째, 9일째 계속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 접촉 가능성을 확인했는데, 다행히 일행 중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은 없어 모두 10일로 연장된 격리기간 마지막날 시설을 나올 수 있었다.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2주 동안 격리를 하는 것이 규칙으로 정해져 있었으므로, 4일은 다른 곳으로 옮겨 마저 격리생활을 해야 했다. 격리를 하는 동안 크리스마스를 보냈고 새해를 맞았다.

가장 빠르게 새해 맞이한 후, ‘위기의 빙하’로 떠난다

뉴질랜드는 현재 여름으로 일광 절약 시간제를 적용 중이다. 이 시기에는 UTC (Universal Time Coordinated: 협정 세계시) 보다 13시간이 빠른 시간을 사용해 한국에 비해 네 시간이 빠르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간을 사용하는 나라 ‘키리바시 공화국’에 비해 한 시간 느리므로 상당히 빨리 새해를 맞는 나라 중 하나다. 2022년 새해는 함께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동료들과 Zoom을 통해 만나서 이야기하다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맞았다. 그 시각 아직 2021년에 살고 있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이른 새해 인사를 전하는 특이한 경험을 해 보았다. 자가격리를 하며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다니, 이번 출장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022년 1월 3일 오후 3시, 자가격리 시설에서 체크아웃하고 리틀턴 항에 도착해 여권 검사를 받고 마침내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탑승했다. 미니버스에서 내려 배를 타기 전까지 잠깐 밟아본 땅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이제 배에 타면 2월 말까지 땅을 밟을 수 없다는 생각에 배에 타는 시간을 조금 늦추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반가워하며 힙류하는 대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배에는 10월 중순에 한국에서 배를 타고 출발한 선원들과 기술원 두 명, 그리고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1년간 월동을 하고 나온 연구원 한 명이 타고 있었다. 아직 남극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14일이 흘렀다. 이제 곧 남극에서 빙하가 가장 빠르게 녹고 있어 ‘지구 종말의 날 빙하(Doomsday Glacier)’로 불리는 스웨이츠 빙하(Thwaits Glacier)가 위치한 아문젠 해로 출발한다. 이맘때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속 남극으로 가는 것이다. 필자는 스웨이츠 빙하와 파인 섬 빙하 후퇴 근방 바다 밑에 쌓인 퇴적물을 시추하는 탐사에 참여한다.

서남극 아문젠해 주변에 위치한 스웨이츠 빙하의 위치.
서남극 아문젠해 주변에 위치한 스웨이츠 빙하의 위치.
글쓴이

이민경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민경은 대학에서 지질학 및 퇴적학을 공부했다.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부설 극지연구소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중이며 남극의 기후 및 환경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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