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심각한 기상이변...더 중요해진 탐사

[이민경의 남극 탐험기] 3월 남극 폭염과 급작스런 빙붕 붕괴 가장 빨리 빙하가 유실되는 아문젠해만 두터운 해빙 탓에 당초 목적지 못가 맑은 날씨였지만 거대 빙산들에 막혀

1월 23일 오후 8시경 스웨이츠 빙하로의 진입이 좌절된 때의 사진. 가운데 작은 틈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빙산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사진만 보면 육상빙하의 빙벽으로 보일 정도로, 거대한 빙산들이었다. 앞쪽의 빙산들이 작아보일 정도다. 사진= 이민경 연구원
1월 23일 오후 8시경 스웨이츠 빙하로의 진입이 좌절된 때의 사진. 가운데 작은 틈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빙산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사진만 보면 육상빙하의 빙벽으로 보일 정도로, 거대한 빙산들이었다. 앞쪽의 빙산들이 작아보일 정도다. 사진= 이민경 연구원

이례적 현상 속출...폭염에 빙붕 붕괴까지

올해 초 남극 대륙에 이례 없는 폭염이 찾아왔다. 지난 3월 중순 남극 동부 내륙에 있는 콩코르디아 기지에서는 예년 기온보다 40도 높은 영하 11.8도의 기온이 기록됬다. 또 동남극 해안에서는 로마 크기(면적 약 1200㎢)의 콩거 빙붕(Conger Ice Shelf)이 떨어져 나갔다. 붕괴된 콩거 빙붕은 지난 2017년 남극 웨델해에서 라슨C 빙붕의 일부인 빙산 A68(서울의 약 10배 크기)이 떨어져 나갔던 것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붕괴 속도가 매우 빨랐다.

유럽우주국 코페르니쿠스 센티넬-2 위성이 촬영한 콩거 빙붕 붕괴 이전과 이후. 왼쪽 사진은 올해 1월 30일, 오른쪽은 3월 21일의 모습이다. 왼쪽사진 하얀 부분이 붕괴돼 조각으로 흩어졌다. 사진=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유럽우주국 코페르니쿠스 센티넬-2 위성이 촬영한 콩거 빙붕 붕괴 이전과 이후. 왼쪽 사진은 올해 1월 30일, 오른쪽은 3월 21일의 모습이다. 왼쪽사진 하얀 부분이 붕괴돼 조각으로 흩어졌다. 사진=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특히 지금까지 주로 서남극 빙붕에서 빙붕의 붕괴가 일어났고, 동남극은 상대적으로 더 기온이 낮은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남극에서 일어나는 기후 변화의 양상을 예측하는 것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남극에서 빙하가 가장 빠르게 유실되고 있는 곳은 아문젠해만의 스웨이츠 빙하 (Thwaites Glacier)와 파인섬 빙하 (Pine Island Glacier)이다.

아문젠해만에 위치한 빙붕들과 그 빙붕에 얼음을 공급하는 빙하들. Thwaites 빙설에는 Thwaites 빙하와 Haynes 빙하가, Pine Island 빙붕에는 Pine Island 빙하가 얼음을 공급한다. 지도 출처= Brondex, J., Gillet-Chaulet, F., and Gagliardini, O. (2019), Sensitivity of centennial mass loss projections of the Amundsen basin to the friction law, The Cryosphere, 13, 177–195, https://doi.org/10.5194/tc-13-177-2019.
아문젠해만에 위치한 빙붕들과 그 빙붕에 얼음을 공급하는 빙하들. Thwaites 빙설에는 Thwaites 빙하와 Haynes 빙하가, Pine Island 빙붕에는 Pine Island 빙하가 얼음을 공급한다. 지도 출처= Brondex, J., Gillet-Chaulet, F., and Gagliardini, O. (2019), Sensitivity of centennial mass loss projections of the Amundsen basin to the friction law, The Cryosphere, 13, 177–195, https://doi.org/10.5194/tc-13-177-2019.

이 두 빙하들이 녹아서 없어지기까지 짧게는 수십 년에서 1백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빙하들이 모두 녹게 되면 스웨이츠 빙하는 약 65cm, 파인섬 빙하는 약 50 cm의 해수면 상승을 일으킬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1992~2011년 동안 아문젠해만 빙하들의 흐름 속도를 나타내는 그림. 붉은 색으로 표시된 Thwaites 빙설과 Pine Island Glacie는 연간 3km보다 더 빠른 속도로 흐른다. 그림 출처= Fig. 1 of Rignot et al., 2014). Rignot, E., J. Mouginot, M. Morlighem, H. Seroussi, and B. Scheuchl (2014), Widespread, rapid grounding line retreat of Pine Island, Thwaites, Smith, and Kohler glaciers, West Antarctica, from 1992 to 2011,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41, 3502–3509, doi:10.1002/2014GL060140.
1992~2011년 동안 아문젠해만 빙하들의 흐름 속도를 나타내는 그림. 붉은 색으로 표시된 Thwaites 빙설과 Pine Island Glacie는 연간 3km보다 더 빠른 속도로 흐른다. 그림 출처= Fig. 1 of Rignot et al., 2014). Rignot, E., J. Mouginot, M. Morlighem, H. Seroussi, and B. Scheuchl (2014), Widespread, rapid grounding line retreat of Pine Island, Thwaites, Smith, and Kohler glaciers, West Antarctica, from 1992 to 2011,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41, 3502–3509, doi:10.1002/2014GL060140.

이 두 지역에서 빙하가 빠르게 유실되고 있는 것은 빙하가 바다까지 밀려나와있는 빙붕 (Ice Shelf) 아래로 따뜻한 바닷물인 환남극 심층수 (Circumpolar Deep Water)가 유입되어 빙붕 하부를 녹이기 때문이다.

육상 빙하인 빙상(Ice Sheet)이 흘러나와 형성된 빙붕과 빙붕이 쪼개어져 형성되는 빙산의 차이를 보여주는 간단 모식도. 빙붕이 뜨는 지점이 지반선이다. 환남극 심층수는 남극 빙붕 하부로 유입되어 빙붕과 빙상의 빙하 유실을 촉진한다. 출처: http://www.antarcticglaciers.org/
육상 빙하인 빙상(Ice Sheet)이 흘러나와 형성된 빙붕과 빙붕이 쪼개어져 형성되는 빙산의 차이를 보여주는 간단 모식도. 빙붕이 뜨는 지점이 지반선이다. 환남극 심층수는 남극 빙붕 하부로 유입되어 빙붕과 빙상의 빙하 유실을 촉진한다. 출처: http://www.antarcticglaciers.org/

흔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줄어든다 하면 기온이 따뜻해서 빙하가 녹는 것을 상상하는데, 물론 기온의 상승에 의한 빙하의 유실도 있다. 그런데 바다 위에 떠 있는 빙붕이 먼저 녹아서 붕괴하면 육상에 있던 빙하들이 바다로 흘러나오면서 유실이 가속화된다. 이런 까닭에 빙붕은 ‘남극의 안전벨트’라고 불리기도 하며, 빙붕의 유실을 관찰 및 예측하는 것은 남극 빙하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극지연구소의 연구원들이 남극 아문젠 해로 향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극지연구소의 두 연구사업인 ‘과거 온난기의 서남극 빙상 후퇴 및 해양 순환 변화 연구’(책임자 유규철), ‘서남극 스웨이트 빙하 돌발붕괴의 기작규명 및 해수면 상승 영향 연구’(책임자 이원상) 등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이 남극 아문젠해만(Amundsen Sea Embayment)에서 탐사를 수행할 목적이었다.

우리는 어떤 탐사목적으로 갔을까

미국과 영국,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스웨이츠 빙하협력단 (ITGC)은 지난 2018년부터 이 지역에서 연구를 수행해왔는데, 올해는 한국의 쇄빙연구선 아라온 호와 미국의 쇄빙선 파머 호가 모두 아문젠 해에서 탐사를 하게 됐다. 필자는 스웨이츠 빙하 주변, 그리고 파인섬 빙하 주변에서 퇴적물을 채취해 홀로세(약 1만1000년 전~ 현재)동안 남극 아문젠해에서 일어난 기후 및 해양환경 변화를 파악하고 복원하려는 목적으로 이번 탐사에 참여했다.

특히 파인섬 빙하의 경우 2017~2020년 동안 세 번의 큰 붕괴로 전체 면적 약 1/5에 달하는 빙하가 유실된 곳이다. 때문에 빙붕으로 덮여있다가 붕괴 이후 빛에 노출되기 시작한 지역에서 퇴적물을 채취해 최근의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변화를 파악하고 복원할 수 있는 시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거대빙산 B22와 해빙, 연구원들을 좌절시키다

우리 연구탐사팀을 실은 쇄빙연구선 아라온 호는 뉴질랜드 리틀턴 항에서 출발한 지 만 9일만에 아문젠해에 도착했다. 연구팀이 탐사하고자 하는 지역인 스웨이츠 빙하와 파인섬 빙하 앞까지는 두터운 해빙(sea ice)이 덮여있어 아라온 호가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만 했다.

해빙으로 덮여있는 지역에서 바닷길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그 지역의 위성 영상을 참고해 진입할 곳의 후보지를 고른다. 광학위성 영상의 경우 흐린 날에는 구름에 가려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광학위성 영상과 레이더위성 영상을 모두 참고한다. 평소 배의 운항은 선장과 항해사가 판단해 결정하지만, 해빙이 덮여있는 지역에서는 아이스 파일럿(Ice Pilot: 얼음의 두께와 종류를 파악하여 항로를 정하는 전문가)과 선장, 항해사가 의견을 모아 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진입 지점과 경로를 결정한다.

아라온 호는 먼저 위성영상 자료상 해빙이 조금 더 얇은 것으로 추정되는 동쪽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아라온은 1m의 평탄빙을 3노트의 속도로 쇄빙하며 전진하는데, 이 지역의 얼음들은 서로 부딪치며 솟아올라있어 평탄치 않고 뾰족뾰족한 다년생빙(multi-year ice)이 많았다. 안쪽으로 헤치고 들어갈수록 아라온의 속도가 느려지기만 했다. 결국 1월 21일 22시경 아라온 호는 멈춰섰다.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선장 등이 모여 회의한 후 배는 방향을 바꿔 들어온 길로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1월 22일자 위성영상에 쇄빙연구선 아라온의 항적을 겹친 사진. 아문젠해만 동쪽과 서쪽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진입을 시도하였으나 거대빙산 B22와 많은 빙산들, 그리고 두꺼운 해빙이 이 지역을 덮고 있어 좌절되었다. 이후 서쪽에 있는 Dotson 빙붕과 Getz A 빙붕 주변에서 탐사를 수행했다.
1월 22일자 위성영상에 쇄빙연구선 아라온의 항적을 겹친 사진. 아문젠해만 동쪽과 서쪽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진입을 시도하였으나 거대빙산 B22와 많은 빙산들, 그리고 두꺼운 해빙이 이 지역을 덮고 있어 좌절되었다. 이후 서쪽에 있는 Dotson 빙붕과 Getz A 빙붕 주변에서 탐사를 수행했다.

이번에는 아라온호가 아문젠해만의 서쪽으로 진입을 시도하기로 했다. 사실 스웨이츠 빙하에서는 이 길이 훨씬 가깝다. 하지만 서쪽에는 B22라는 거대빙산이 있고 그 주변으로 많은 빙산과 두꺼운 해빙이 길을 막고 있는 그야말로 ‘두려운 코스’다.

B22 빙산은 지난 2002년 스웨이츠 빙하에서 떨어져나온 빙산인데 아직 아문젠해만을 벗어나지 못했다. 주변에 작은 빙산들과 해빙이 분포하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이 지역에 머무르며 이동이 별로 없는 것으로 미루어 해저에 빙산의 일부가 닿아 걸려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년 전인 2020년 같은 시기에는 B22 빙산 근처에 좁게나마 길이 열려있어 그곳으로 진입을 했는데, 올해는 위성영상에서 좀처럼 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직접 가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1월 23일 13시경 B22 북쪽에 보이는 가느다란 틈으로 진입을 시도하였으나 바로 되돌아 나왔다. 이어 18시경부터 더 남쪽에서 다시 진입을 시도했다. 남쪽에는 위성영상으로 볼 때 B22보다 작은 빙산들만 있었고 틈도 더 넓어보였다. 한 시간 정도 좁은 길을 따라서 들어갔으나 결국 막다른 곳에 다다랐다. 위성 영상으로는 작은 빙산이라고 생각했던 빙산은 얼핏 봐서는 육지에서 뻗어나온 빙상의 빙벽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크기만 했다. 계획 변경이 불가피했다.

배의 수석연구원(Chief Scientist)인 극지연구소 이원상 책임연구원은 선장, 아이스 파일럿과 회의를 마치고 돌아왔다. 연구원들과 모여 기존 연구자료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결국 스웨이츠 빙하 주변에서 계획했던 탐사들 일부를 서쪽에 있는 Dotson Ice Shelf 주변에서 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극의 여름에는 대개 날씨가 흐린데 1월 23일에는 유독 날씨가 맑고 하늘도 아름다웠다. 그러나 거대한 남극의 빙산들에 가로막혀 아라온은 뱃머리를 돌려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은 지난 3월 22일 <남극 탐사팀, 거대빙산 B22에 좌절하다> 글을 업데이트해 재전송한 것입니다. 독자여러분의 깊은 양해 바랍니다.

글쓴이

이민경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민경은 대학에서 지질학 및 퇴적학을 공부했다.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부설 극지연구소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중이며 남극의 기후 및 환경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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