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PI 5000 가야지”... ①증권거래세 폐지하라
[송두한의 ‘판을 바꾸는 금융’] 주식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병목 제도’들 금융당국의 꼼수...10조 세수 포기못해서?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은 대표적인 자산시장인 동시에 근로소득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자본소득의 원천이기도 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비생산적 분야인 부동산시장은 성장한다 해도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높지 않지만, 주식시장은 자본을 생산분야로 환류시키는 순기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성장해야 투자가 늘어 고용 증대로 이어지니 자본시장에 투자하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부동산 자산쏠림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돈은 생산성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즉, 증시가 돈이 되면 증시로 가는 것이고, 부동산이 돈이 되면 부동산으로 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결국, 주식시장이 견고해야만 부동산에서 증시로의 자본이동이 가능하다.

미국의 가정경제는 대부분의 자산을 금융자산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금융자산 비중은 72%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인 54%를 금융투자 상품으로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을 정도로 자산의 부동산 집중도가 높다. 주력 자산시장이 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은 주식시장이 돈이 되고 우리나라는 부동산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는 장기 성장의 가치를 실현하기에 적합해 누구나 오래 가지고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신뢰가 높다. 반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외국인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자본흐름에 취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올해 3분기 외국인투자 비중은 GDP에 견줘 88% 수준인데, 이 중 65%가 단기성 증권투자자금이다. 즉, 단기성 투기자본에 노출된 국내 주식시장은 장기성장의 가치를 실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말 그러한지 지표로 확인해 보자. 일례로, 개인투자자가 2007년에 지수에 투자해 2008년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올해 12월까지 장기보유하고 있다면 15년 누적수익률이 얼마나 될까? 미국의 ‘로빈후드’는 뉴욕 다우지수에서 167%, 나스닥에서 472%라는 엄청난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홍길동’은 코스피에서 59%, 코스닥에서 42%의 수익에 불과하다. 15년 투자해서 얻은 수익이 이 정도라면 차라리 은행예금이나 적금에 넣는 편이 나을 듯하다. 장기 성장의 가치를 실현할 수 없는데 가계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리 만무하다. 가계자산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다.
소득정책을 본원소득(근로 및 사업소득)으로 협소하게 규정한다면, 국민들은 경제활동과 맞물려 돌아가는 소득의 생멸주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소득보전 역시 소득정책의 한 축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KOSPI 5000’이면 부동산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다.
강력한 체질개선 방안을 마련해 주식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병목들을 제거해야 무너진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KOSPI 5000’이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시장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혁신방안으로 답해야 한다. 그 시발점은 제도적인 병목부터 해소하는 것이다.
<1>’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세가 병존하는 이중과세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도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렵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세 중 하나를 선택해 과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양도차액에 대해 과세하지만 증권거래세는 부과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은 증권거래세만 부과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중과세가 세수 목적에 충실할 수 있어도 조세정의나 조세형평에 부합하지 않는 후진적인 제도임에 분명하다.
정부는 세법개정을 통해 오는 2023년부터 주식양도세를 전면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과세 대상이 10억원 이상 대주주에서 일반 국민으로 확대된다. 양도 차액이 5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소득세를 내야하는데 과세표준이 3억원 이하이면 20%를, 3억원 이상이면 25%를 부과한다. 주식시장이 보편 증세로 전환되는데 대해 투자자의 세부담이 늘어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별 다른 이견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정의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소득이 없는 곳에 세금을 매겨온 증권거래세가 폐지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주식양도세 보편화하면서 증권거래세 놔둬?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주식양도세가 시행되는 2023년 이후에도 증권거래세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양도세를 도입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은 거의 상식에 가까운 일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정의가 상황에 따라 선별적으로 악용되는 전가의 보도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조세당국이 증권거래세 유지가 불가피하다고 우기는 것은 억지 주장에 가깝다. 국민들의 원성이 높으니 증권거래세 부담을 조금 덜어주겠다고 하지만 맥락도 원칙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조세당국이 증권거래세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세수 때문일 것이다. 다소간의 논리적 모순이 존재한다고 해서 가장 확실한 세수의 원천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증권거래세는 국세 기여도가 높은 중요한 세목 중 하나다. 지난 몇 년간 증권거래세는 5조원 내외에 머물렀으나 2020년에는 8.8조원으로 크게 증가했고, 올해에는 10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증권거래세를 국세 본예산에 견주면 3.1%나 된다.
정의롭지 못한 증권거래세
증권거래세는 정의롭지 못하다. 내국인 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세수의 원천은 외국인이나 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들이다. 국내 증시에서 전체 거래의 70% 이상이 개인투자자들이며, 더욱이 주식투자를 통해 수익을 거둔 개인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즉, 투자손실을 입거나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일반 국민들이 세수 증대에 절대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조세체제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할 수 있다. 증권거래세는 2023년 이후에도 0.15%(농어촌특별세)의 세율을 유지할 계획이다. 정부는 금융과세가 아닌 0.15%의 농어촌특별세를 제외하면 사실상 증권거래세가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이는 정책당국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돌아가는 ‘천동설’ 같은 주장이다.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농특세든 금융과세든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데 폐지된 것이라니. 세출항목 자체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바람직한 증권과세체제는 주식시장이 성장해서 세수가 늘어나는 미래지향적인 사상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23년 양도세 전면 시행과 동시에 증권거래세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증권거래세 개정은 인하가 아닌 ‘폐지’ 로드맵을 제시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증권거래세 폐지에 있어 병목으로 작용하는 농특세 문제는 ‘농어촌 특별세 사업계정’에 주식양도세를 포함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0.15%의 농특세를 주식양도세로 편입하고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이중과세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 2023년에 도입되는 주식양도세 역시 세율 구간을 더 세분화해 소액주주에게 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주식양도세는 기본공제를 차감한 양도차액 3억원 이하에 대해 20%의 세율을, 그 이상에 대해 25%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자본이득이 3억원을 초과하는 일반투자자는 극히 소수에 불과한 만큼, 20%의 단일세율을 통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소득이 적은 주주에게 더 낮은 세율을, 소득이 많은 주주에게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될 수 있도록 세율 구간을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자본이득세 사례를 보면 미국은 0~20%, 영국은 10~20% 등으로 구간별로 차등해 탄력적으로 세율구간을 적용하고 있다.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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