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PI 5000 가야지”...②주식도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송두한의 ‘판을 바꾸는 금융’] 금융당국의 ‘공매도 제도’ 전횡 막아야 부동산도 장기보유 특별공제 있는데, 주식은 왜?

자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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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에 이어서

<2>’제한적 공매도’ 상시화를 법으로 정해야 한다

집값이 떨어질 것 같아 집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싸게 사서 다시 갚는다면, ‘부동산 사기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가격이 폭락할 때 다시 되갚으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다. 공매도 제도가 폐지보다는 개선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의미다.

여러 금융정책 중에서도 ‘親자본· 反국민’ 성향이 강한 정책을 뽑으라면 단연 ‘공매도 제도’일 것이다. 외인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단타시장으로 전락해 장기 투자의 가치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앞에서 주장했다. 단기성 투기자본이 늘고 장기 투자자본이 줄면, 외인자본의 질이 나빠질 것이며, 단기성 투기자본이 줄고 장기 투자자본이 늘면 외인자본의 질이 좋아질 것이다. 주식시장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은 외인자본의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적 저하에 있다는 의미인데, 그 중심에 공매도가 자리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공매도에 걸리면 반토막’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공매도는 시장하락에 배팅해 시장과열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나, 이는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얘기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증시가 활황임에도 공매도가 주도하는 인위적인 시세조정으로 기업가치가 폭락했던 경험들뿐이다.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불법과 합법은 그리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대부분의 공매도 피해는 합법적인 공매도이고 그 피해도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공매도 제도의 경과를 보면, 작년 미국발 증시충격으로 코스피지수가 30% 이상 폭락하자 당국은 시장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에 이은 3번째 금지 조치였다. 그러나 올해 5월 대형주(KOSPI 200, KOSDAQ 150)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는 제한적 공매도 조치를 단행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공매도 대상을 대형 상장기업으로 제한한 이유는 인위적인 시세조정에 취약한 소형주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지금의 홍콩식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제도’는 매우 진일보한 제도개선으로 평가할 만하다.

언제든 되돌아갈 ‘제한적 공매도’ 제도

문제는 현행 제한적 공매도가 한시적인 조치인 만큼 언제든 이전의 상태로 돌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완전 개방은 어차피 언젠가는 가야할 길”이라며 공매도를 정상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개인의 공매도 활성화를 위해 개인 대주시스템 등을 도입해 기울어진 운동장도 바로 잡았다고 한다. 이제 공매도가 정상화되면, 신용력과 자본력이 취약한 개인투자자들이 UFC 링 위에서 금융자본과 한판 붙을 일만 남게 된다.

공매도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한시적인’ 제한적 공매도 조치를 ‘상시’로 법제화해 공매도 완전개방으로 되돌아가는 길목을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는 현행 제도는 한시적인 조치인 만큼 언제든지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발 경기충격으로 얼떨결에 내려진 조치이지만 최선의 타협안이 될 수 있다. 대형 상장기업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면 제도 유지 명분과 투자자 보호라는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에 당국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국민의 동의 없이 필요에 따라 제도를 손대는 행태는 국민을 다스리던 시대의 잔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권한이 무한한데 책임이 유한하니 시장실패에 책임지지 않고, 그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나쁜 버릇이 남아있다. 따라서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는 현행 제도를 법으로 정해 제도의 영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공매도가 완전 개방으로 돌아가는 길목을 차단할 수 있는 적기다.

<3>주식도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도입하자

주식시장이 장기투자의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증권과세의 기본 취지는 세수 목적이 아닌, 투기적 수요 억제, 증시의 안정적인 성장 등 다원적 기능을 뒷받침하는데 있다. 한국 증시가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이유는 장기투자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 한번도 의미 있는 성장을 경험하지 못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 증시는 외인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 외국인을 위한 단타시장으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다.

단기성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장기성 투자수요를 장려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만, 현행 증권과세체제에는 장기투자에 대한 유인책이 부재하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부동산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시장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장기투자 특별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종부세에 적용되는 장기보유 공제나 양도세의 장기보유 특별공제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같은 자산시장인데 부동산은 되고 주식시장은 안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책당국이 장기보유 특별공제 도입을 반대하는 논리적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한 적도 없다. 반대 논리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감면세율 차등 도입하자

지금이라도 ‘주식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도입해 주식시장의 질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부동산 세제와 마찬가지로 주식양도세와 연계해 보유기간에 따라 감면세율을 차등하는 역진적 방식으로 도입하면 된다. 일례로,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이면 0%, 2년 미만이면 20%, 3년 미만이면 40%, 4년 미만이면 60%, 그리고 5년 미만이면 80%, 그리고 5년 이상이면 100% 면제해 주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대부분의 가계자산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것은 국내 자본시장이 의미 있는 성장을 하지 못한 것도 큰 이유중 하나다. 대표적인 자본시장인 주식시장이 견고해야 부동산자금이 증시로 유입돼 이로 인한 성장의 과실을 기업과 가계가 공유할 수 있다. 부동산 열풍도 ‘KOSPI 5000’을 이길 수는 없다. 강력한 체질개선 프로젝트를 가동해 주식을 오래 갖고 있기만 해도 돈이 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글쓴이

송두한 공정금융포럼 공동대표

송두한 공정금융포럼 공동대표는 NH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장을 지냈다. 미 오토바인 대학교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를 했다. 저서는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201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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