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오해, 우크라이나는 어디로 갈까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NATO의 동진포기’, 푸틴의 착각일 수도 미국은 우크라이나 포기 안할 듯 우크라이나, 정치안정으로 미래 찾아야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 군대를 투입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화고 있다. 출처=dw.com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 군대를 투입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화고 있다. 출처=dw.com

러시아,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다

2022년 2월 21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침공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돈네츠크 및 루간스크 자치정부를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중앙정부인 우크라이나의 지원요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평화유지를 명목으로 러시아군에게 국경을 넘을 것을 명령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러시아병력 70%를 배치하면서 벌이고 있는 무력시위의 주요 요구사항은, 공식적으로는 NATO의 동진 포기를 서면으로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과연 러시아의 목적이 NATO 동진 저지인가?

과거로 돌아가 러시아 입장에서는 1990년 독일이 통일될 때 미국이 소련에게 한 약속인 “나토를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후 1999년 3월 폴란드, 체코, 헝가리가 NATO에 가입했고 한달 뒤인 4월에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과거 구소련에 속해있었던 9개 국가들이 NATO 품에 안겼다.

1997년 이후 NATO가 확장해온 모습. 출처= bbc.co.uk
1997년 이후 NATO가 확장해온 모습. 출처= bbc.co.uk

이에 대한 반발로 러시아는 지난 2008년 조지아 전쟁,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등으로 맞섰으며, 우크라니아 동부지역의 친러시아 자치령을 자극해 우크라이나에 내전을 확산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서쪽을 뺀 벨라루스, 러시아, 크림반도를 모두 러시아군으로 에워싸고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태세다.

과연 미국이 거짓말을 했는가?

그런데 과연 미국이 러시아에 ‘NATO 동진 포기’라는 약속을 해줬을까? 독일 슈피겔지(2022년 2월 15일 자)를 통해 보자면, 1993년 9월 당시 러시아대통령이었던 보리스 엘친은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독일 재통일을 위한 투플러스포 조약(동서독2개국-미영프러 4개주둔군)의 정신은 NATO의 동진포기가 포함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국영매체인 france24.com 또한 당시의 협약 성사과정에서 합의된 구두약속으로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에게 한 약속임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1990년 NATO 총사령관의 연설문에서도 이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푸틴 대통령이 서방을 향해 “너희들이 우리를 뻔뻔스럽게 속였다(You chated Us shamelessly)”(2021년 12월 23일 러시아연례뉴스회의에서)라고 한 발언은 설득력있어 보인다.

푸틴의 거대한 착각

이 문제의 직접 당사국들인 미국과 유럽의 NATO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문제제기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미국은 러시아가 언급하고 있는 투플러스포 조약에 대한 해석을 전혀 달리하고 있다. 독일연방안보정책아카데미(working paper No.3/2018)에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조약의 ‘동진 포기’ 내용은 독일 통일을 대상으로 NATO군의 ‘동독지역 배치’ 불가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

지난 2007년 푸틴이 언급한 NATO군의 확장이 바르샤바조약(구소련과 위성국가간 상호방위기구 창설을 목적으로 한 조약) 해체 이후 동유럽 확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즉, 독일이 통일된 1990년 9월 그 때 바르샤바조약은 왕성히 살아있었고, 구소련이 1994년 8월 동독에서 완전 철수하기 전까지 NATO군의 동독 배치 배제를 요구한 것이 투플러스포 조약 내용이라는 것이다.

통독 당시 서구국가들이나 구소련 어느 진영도 1991년 7월 바르샤바조약기구가 해체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으며, 조약협상의 속성상 조약의 대상이 아닌 독일통일 이외의 문제에 대해 협상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독일연방기관의 보고서 내용으로 실제 독일 언론에서 지적하는 것과 매우 다른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평가는 지난 2017년 미국의 국가안보문서(National Security Archive, NATO Expansion: What Gorbachev Heard)가 공개되면서 밝혀진 내용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는 2007년 2월 10일 푸틴 대통령이 뮌헨안보회의에서 했던 NATO의 동진에 대한 경고와는 인식의 차이가 분명하다. 당시 푸틴은 미국이 지배하는 일극체제에 대해 경고하면서, NATO의 확장이 군비경쟁을 촉진하게 하며 핵무장 욕구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푸틴의 이러한 시각은 바로 이듬해인 2008년 NATO 가입을 요청한 조지아 급습으로 현실화됐다. 그리고 그 이후 2014년 결국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하는데 이르게 된 것이다. 푸틴의 오해는 점점 확증편향화하고 있는 것이다.

‘타국 주권존중’ 의식이 부족한 푸틴

한편 이런 러시아의 ‘힘의 정치’에 대해 NATO와 그 핵심에 있는 미국은 실질적인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NATO의 동진에 대한 NATO내부의 회의론도 함께 맞물려있다. 무엇보다 신규회원국의 군비증강을 위한 비용부담 문제가 지적됐다. 미국에서는 NATO 동진에 반대해 1996년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이 사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동유럽 국가들을 계속 NATO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 러시아의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적인 발단은 어디에 있을까? 푸틴 대통령이 구소련 해체 이후 소련의 영향력에서 떨어져 나가 독립국이 된 나라에 대한 인식을 ‘독립국가’로 보지 않는데서 출발하고 있다. 보리스 엘친 구소련 대통령이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엘친은 원칙적으로 “모든 국가는 어느 연합에 속할 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라는 입장을 인정했다. 그러나 푸틴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은 이러한 전제조건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평화를 존중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요체는 ‘주권존중’의 원칙에 있다. 이것을 넘어 내정에 간섭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나라 또한 도미노처럼 자국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타국의 국내문제에 간섭하게 될 것이다. 지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말로는 평화를 원한다고 하지만, 그는 과거의 영광과 자국의 위신이 더 중요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천혜 자원에도 ‘정치불안’ 이어져

이러한 와중에 직접 피해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될까?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주 독일 뮌헨을 방문해 서방국가의 협력을 호소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국제적인 입지가 현재로서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지속적으로 야말가스 통관세와 가스 도둑질 등으로 갈등을 빚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서방국가들과도 일관된 협력자세를 취하지 않았던 탓에 친중국 성향의 우크라이나 현정부에 대해 NATO 가입과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할 이유가 있는가에 대해 각국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

친서방, 친중국, 친러시아 세력 등등이 국내 정치에서 정치혼란을 야기하는 가운데 동부지역은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현주소이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1위의 밀생산국이면서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최대의 국토면적을 가진 나라이다. 그리고 국토면적의 70%가 농토이며 그 농토의 2/3가 흑토로 구성되어 있다. 그야말로 축복받은 나라다. 게다가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화석연료로 그 가치가 떨어지긴 했으나 석탄은 향후 500년간 쓸 수 있는 양이 매장되어 있으며, 석유 및 천연가스 또한 풍부하며, 철광석은 호주, 러시아와 함께 세계3대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 한다. 그 외 망간, 티타늄, 우라늄, 흑연 등등의 매장량도 세계적 수준이다. 타고난 자원과 국토로 보자면 가난할 수가 없는 나라이다.

계속 이어져온 우크라이나 정치 불안. 출처= globalriskinsights.com
계속 이어져온 우크라이나 정치 불안. 출처= globalriskinsights.com

그러나 오랜 정치 혼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은 2020년 기준 3727달러로 옆나라 벨라루스(6411달러)의 절반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구소련에서 독립한 나라 중 카자흐스탄(9056 달러)의 경우 거의 러시아 수준(1만127달러)에 육박한다. 그리고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5배나 높은 국민소득을 자랑한다. 물론 폴란드는 러시아보다 훨씬 부유하다. 결국 정치가 후진적이고 국가통합이 되지 않으면 국가성장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우크라이나가 개척해야

지금 우크라이나는 국내정치에서 단합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계속해서 국내정치가 혼란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을 넘어 우크라이나 전체를 흔들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단합해야 주변국들도 확고하게 지원해줄 것이다. 지난 2월, 수일 만에 무너진 아프카니스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은 자국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할 각오를 다져야 한다.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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