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들의 별칭, 제대로 붙인 걸까?

[장 PD의 클래식 한담(閑談)] ‘음악의 아버지’, ‘가곡의 왕’ 등 음악적 성취와 특징을 반영

학교 음악시간에 음악의 대가들에 대해 배울 때, 그 이름 앞에 수식어처럼 붙는 별칭도 알아두어야 했다. 가끔 시험 문제에도 나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활동시대순으로 복기해보자. ‘음악의 아버지 바흐’,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악성 베토벤’, ‘가곡의 왕 슈베르트’, ‘피아노의 시인 쇼팽’,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가극(오페라)의 제왕 베르디’. 보통 이런 정도를 배운 것 같다.

과연 이 별칭들은 제대로 잘 갖다 붙인 것일까? 물론 이런 별칭을 붙일 때엔 수긍할만한 객관적 근거를 갖고 인물의 대표적 이미지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붙였을 것이다. 그리고 클래식의 본고장에서 통용되는 것도 있고, 유독 우리에게만 알려진 것도 있다. 별칭으로 인하여 자칫 고정된 이미지가 영구 입력되어버리기 때문에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서구에서 거의 통용되지는 않는, 일본에서 붙여진 명칭이라고 한다. 학문이나 예술분야에서 ‘~의 아버지’는 어떤 사조나 이론을 처음 시작하고 만든 사람, 즉 원조(元祖)를 의미한다. 바흐는 그의 시대까지 존재했던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양식을 발전시켜 정점까지 끌어올려 각각의 양식을 완성시킨 것으로 음악사에 기여한 바가 큰 인물이다. 또한 작품의 양적인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한 방대한 작품목록을 남겼다. 원조의 역할과는 다소 다르지만, 넓은 의미에서 ‘음악의 아버지’라 부를 수는 있겠다. 바흐(Bach)는 독일어로 시냇물을 의미하는데, 베토벤은 바흐에 대해 시냇물이 아니라 “바다, 대양(大洋)처럼 넓고 깊다”고 칭송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음악의 어머니 헨델’은 어떤가? 언제부턴가 헨델을 ‘음악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을 종종 듣는데, 동시대의 음악가 바흐에 ‘아버지’를 붙인 것에 대응하여 헨델에겐 ‘어머니’라는 명칭을 부여한 것이다. 물론 이 두 인물의 음악 활동과 경향은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서로 상대적인 차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우선 남성에게 어머니란 명칭을 붙인 것이 어색하다. 바흐와 달리 헨델은 극음악 분야에 천착하여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같은 무대극 방면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음악가였다. 생전에 그는 오페라극장의 경영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 진취적인 활동으로 오페라계의 슈퍼스타 같은 존재였다. 오페라극장의 재정적인 것부터 대본작가와 함께 작품을 구상(기획)하고, 대본에 곡을 붙이고, 작품의 등장인물에 맞는 가수들을 섭외하고, 그들에게 연기를 지도하며 연습을 시키고, 작품이 무대에 올라갈 때에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총감독의 역할까지 했으니, 한마디로 이 방면의 팔방미인이었다. ‘음악의 어머니 헨델’은 좀 억지 춘향의 별칭이다.

하이든. 사진=위키피디아
하이든. 사진=위키피디아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그는 초기부터 말년까지 교향곡을 꾸준히 작곡하여 100곡 이상의 교향곡을 남겼다. 물론 오늘날 그의 교향곡이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것에 비해 존재감이 덜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막 등장한 교향곡이란 악곡에 대하여 음악적 형식논리를 정연하게 다듬어가며 교향곡 양식을 완성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로 인해 ‘교향곡의 아버지’란 영예는 그에게 마땅히 주어질 만하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말 그대로 그는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아버지 레오폴트는 아들에게 체계적인 조기교육을 직접 시키며 신동으로 키웠다. 덕분에 ‘18세기 가장 유명한 아버지’라는 얘길 듣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의 수많은 신동들이 어린 시절 반짝하고 사라진 예가 많았던 것을 상기해보면 ‘신동’이미지는 모차르트에게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청년기를 거쳐 성년이 되는 시기에 ‘신동’의 이미지에 갇혀 한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신동을 뛰어 넘는 천재 음악가의 면모를 부각시킬 다른 별칭이 필요하다. 고전시대 음악의 거의 모든 분야, 즉 오페라, 교향곡, 협주곡, 소나타, 실내악, 종교음악 등에 걸쳐 만든 작품들은 당대의 음악양식을 기반으로 그만의 독특한 음악어법과 아름다움을 더한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보여준다. 일찍이 로시니는 “가장 위대한 음악가는 누구입니까? 베토벤입니까, 모차르트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 모차르트, 그는 오히려 유일무이한 음악가라고 불러야 합니다.” 어떤 수식을 갖다 붙여도 ‘모차르트’라는 이름 앞에는 성이 차지 않을 거 같다.

‘악성(樂聖) 베토벤’. ‘음악의 성인(聖人)’, ‘성인Saint’은 순교자나 거룩한 신앙생활을 하다가 죽은 사람중 그 덕행이 뛰어나 공경받을 만하여 교황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람에게 붙이는 매우 영예로운 명칭이다. ‘신앙’대신 ‘음악’에 대하여 베토벤은 성인(聖人) 급의 공로를 세운 예술가라는 의미에서 붙인 것이다. 사실 서양음악사에서 베토벤이란 이름만큼 큰 울림을 갖는 이름도 없다. 그는 음악을 철학과 같은 숭고한 예술의 세계로 끌어올리고자 노력했고, 그 자신 역시 예술가로서의 자부심이 매우 컸던 만큼 후원그룹인 귀족사회에 합당한 대우를 당당하게 요구하며 스스로 음악가의 사회적 지위를 격상시킨 인물이다. 또한 청각장애에 굴하지 않고, 작곡에 헌신하여 음악사의 위대한 분수령을 이룩한 인간승리에 대한 칭송의 의미도 있는 별칭이다.

‘음악의 성인’과 더불어 ‘거룩한 괴짜’라는 재미있는 별명이 있다는 것도 알아두자.

슈베르트
슈베르트

‘가곡의 왕 슈베르트’는 그가 생전에 600곡이 넘는 리트(독일가곡)를 작곡했고, 리트의 세계를 개척- 노래에서 가사의 뉘앙스를 살리는 음악과 피아노 반주 역시 화성반주의 역할을 넘어 노래와 일체감을 갖도록- 하여 리트를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격상시킨 공로로 붙여진 것이다. 그러나 슈베르트가 가곡에만 전념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피아노 음악과 교향곡, 실내악 등 다양한 방면의 작품들은 초기 낭만주의 음악의 중요한 목록들이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라는 별칭은 하이네의 “그는 음악의 시인이다. 그의 진짜 조국은 시의 나라이며 꿈의 나라이다”에서 나온 것이리라. 몽환적인 화성 위에 펼쳐지는 우아한 선율로 대표되는 쇼팽의 음악은 멜랑콜리와 발랄함, 때론 역동성까지 피아노라는 악기가 표현해낼 수 있는 모든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 프랑스에서 이민 온 아버지와 폴란드인 어머니를 둔 이 음악가에 대해 가끔 ‘쇼팽이 프랑스인 아니었어?’라는 질문으로 폴란드인들을 불편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물리적 조국은 중요치 않다. 시인의 표현대로 그는 시의 나라에서 내려온 ‘건반 위의 시인’이니까.

그밖에도 ‘바이올린의 귀재 파가니니’,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2세), ‘오페라의 제왕 베르디’ 등이 우리네 음악시간에 배운 것인데, 모두 합리적 근거가 있는 별칭으로 인정!!

# 유투브 음악 : Chopin, The 21 Nocturnes, Claudio Arrau
글쓴이

장옥님 칼럼니스트

장옥님 칼럼니스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음악(작곡)과 음악학을 전공하였음. KBS FM라디오에서 다수의 클래식음악 프로그램 및 콘서트, 대중음악프로그램을 제작하였음. 저서로는 <위기의 음악가들, 2021년>, <KBS월드뮤직, 2006년(共著)> 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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