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있는 곳으로 샷하지 마세요

[김수인의 ‘귀에 쏙쏙’ 골프 이야기] 1위 고진영,실개천서 무리한 샷 ‘양파’ 벙커, OB 피하는 ‘안전운행 택해야

세계 1위 고진영이 깊은 수로내 진흙 위에 있는 공을 치다 탈출에 실패하고 있다. 이 17번홀에서 `양파`를 기록했다. 사진 =AFP/ 연합뉴스
세계 1위 고진영이 깊은 수로내 진흙 위에 있는 공을 치다 탈출에 실패하고 있다. 이 17번홀에서 `양파`를 기록했다. 사진 =AFP/ 연합뉴스

“세계 1위 고진영도 ‘양(兩)파’를 다 하네!” 약 보름전 고진영(27)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 한홀에 4타를 잃는, 속칭 ‘양파’를 저지르자 골프계는 떠들썩했다. 일반 골퍼들은 고진영이 아쉽게 우승을 놓친 걸 안타까워하면서도 자신들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것을 두고 위안으로 삼기도 했다.

특히 ‘백돌이, 백순이(100타를 넘게 치는 남녀의 속칭)’들은 자신들이 밥먹듯이 하는 미스를 세계 톱 랭커가 범한 것을 두고 “허 참, 양파가 더 이상 부끄러운 기록이 아니구먼~”이라며 위로를 받았다.

먼저, ‘고진영의 참사’를 돌이켜보자. 고진영은 4월 24일 열린 LPGA 투어 디오 임플란트 LA오픈 3라운드에서 하타오카 나사(23․일본)와 15번 홀까지 10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16번, 17번홀에서 생각지도 못한 악몽이 찾아왔다. 16번홀(파4)에서는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 실수로 보기를 하며 흔들렸다. 1타 뒤진 2위로 맞이한 17번홀(파4)에서는 티샷을 페어웨이 한가운데 떨어뜨렸지만, 두번째 샷이 왼쪽으로 감기는 바람에 공이 그린옆 페널티 구역인 실개천에 빠졌다. 물에 빠지지 않고 진흙 위에 공이 떨어진 게 오히려 화근이 됐다.

고진영은 벌타를 받는 대신 페널티 구역의 진흙 위에서 샷을 하기로 결정했다. 클럽 페이스를 열고 샷을 했지만, 공은 실개천의 높은 벽에 맞고 두번째 샷한 곳의 옆쪽 진흙 위로 떨어졌다.

고진영은 다시 한번 페널티 지역에서 치는 도전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공은 실개천 벽에 맞고 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제야 고진영은 1벌타를 받고 후방으로 빠져나와 여섯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 위에 올렸다. 그리고 투 퍼트로 홀아웃하며 이 홀에서만 4타를 잃었다. 고진영이 LPGA 투어에서 기록한 첫 번째 쿼드러플 보기(한 홀에서 4타를 잃는 것)였다.

고진영은 3라운드를 하타오카에 5타 뒤진 6언더파(공동 3위)로 마친데 이어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4타를 더 잃어 공동 21위로 부진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고진영의 참사’에서 두가지 귀한 교훈을 얻을수 있다.

첫 번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문제가 있는 곳으로 샷을 하지마라”고 강조했다. 물론 고진영같은 세계 정상급 프로들은 워터 해저드(개울 포함)나 벙커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아마추어는 우즈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파4 홀의 경우, 티샷할 때 오른쪽이 2벌타의 OB지역이고 왼쪽이 1벌타의 워터 해저드이면 페어웨이 중앙보다 약간 왼쪽을 겨냥해 드라이버샷을 날리는게 좋다. 티샷의 방향이 안좋아 워터 해저드에 빠지더라도 세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투 퍼트로 보기를 하면 다음 홀 플레이에 큰 지장이 없다. 그렇지 않고 OB 지역에 티샷한 공이 빠진다면 더블 보기 혹은 트리플 보기로 그날 라운드는 망치기 십상이다.

다음 샷하기 좋은 곳에 보내야 실수 예방

가능한 한 벙커도 피해야 한다. 세계 정상급 프로가 벙커에 공이 빠진뒤 파 세이브를 하는 확률은 45~50%다. 아마추어는 보기 플레이어의 경우 20% 안팎이다. 대부분 보기는 커녕 더블 보기 이상을 저지를 확률이 꽤 높다.

모던 스윙의 시초인 벤 호건(미국, 1912~1997)의 골프 격언도 가슴에 담자. “다음 샷을 하기 가장 좋은 곳에 보내는 것이 골프의 80%다”. 라운드 횟수와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마추어는 공격적이 아닌, 전략적으로 실전을 맞아야 한다.

두 번째는 고진영처럼 실개천에 공이 빠졌을 경우, ‘언플레이어블(Unplayable)’을 선언, 1벌타를 받고 다음 샷을 편안하게 진행해야 더 큰 실수를 방지할수 있다. 고진영은 두 번째 샷이 실개천에 빠졌을때 실개천의 진흙위에서 샷을 하는 대신, 바로 1벌타를 받고 밖으로 나와 네번째 샷으로 온그린했다면 보기 혹은 더블보기를 기록해 우승 경쟁에서 일찌감치 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17번 홀에서 하타오카와 1~2타 차이가 났더라도 이후 남은 19개의 홀에서 충분히 하타오카를 추격할수 있었다. 아마 고진영도 ‘언플레이어블 선언’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추어 고수들도 실개천이나 워터 해저드에 공이 반쯤 잠겼을 때 무리하게 샷을 강행하는 모습을 가끔 본다. 하지만 결과는 10명중 9명은 실패로 끝난다. 나무나 바위 뒤에 공이 떨어졌을때도 마찬가지다. 나무나 바위는 자연물이어서 규칙상으로는 구제를 받을수 없다. 대부분 친선 분위기에서는 벌타없이 공을 꺼내 치지만 내기가 엄격히 벌어질 때는 나무나 바위에 맞을 각오를 하더라도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역시 결과는 벌타를 받고 보기를 노리는 쪽이 훨씬 유리하다는 걸 다들 경험으로 깨닫고 있을 것이다. 운전이든 골프든 ‘안전 운행’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글쓴이

김수인 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칼럼니스트는 매일경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에서 23년간 스포츠기자로 활동했다. 홍보회사 KPR 미디어본부장, PRN 부사장과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을 역임했다. 2013년 파이낸셜뉴스에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시작으로 주간조선, 한국경제, 스타뉴스, 오피니언 타임스, 미디어빌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골프 자문위원으로 활동중. 저서는 "김수인의 쏙쏙골프"와 "파워 골프" 두 권이 있다. 생애 최저 74타(2013년 솔모로cc), 핸디캡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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